
미국 드라마 ‘CSI’를 보면 수사대원들이 범죄현장에 남아 있는 범인의 흔적을 찾기 위해 지문을 채취하고 분석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지문은 개인마다 고유하고, 그 모양이 평생 변하지 않아 지문을 분석하는 것이 신원 확인을 위한 가장 확실하고 기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문분석은 융선을 파악하는 방법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경우 지문이 많이 남아 있을 때에만 분석할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닌다. 또 종이와 지폐 등 수분 흡수가 빠른 종이에 찍힌 지문은 땀구멍 모양의 점 패턴만 남아 그동안 증거자료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한양대학교 김종만 교수가 손가락 끝의 땀샘에서 나오는 미량의 수분을 감지해 ‘땀구멍 지도’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 기존 지문분석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지문분석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지난해 10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한 김종만 교수를 만났다.
201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최초로 개발한 일본 과학자 3명이 선정됐다. 선정 위원회는 “20세기가 백열등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백열등 대비 전력소비량이 10분의 1 수준인 LED의 시대”라며 LED를 인류에게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 준 기술로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7월, 국내 연구진이 투명한 부도체에 전도성 채널을 만들어 고효율 LED를 구현했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았다. 고려대학교 김태근 교수가 바로 그 화제의 주인공이다. 차세대 광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LED의 효율 향상에 기술적 돌파구를 제공하며, 세계 속의 대한민국 LED 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김태근 교수를 만나 보았다.
동물은 다른 동물이나 식물을 먹어야 살 수 있지만, 식물은 햇빛을 먹고 이를 에너지로 물과 이산화탄소를 요리해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낸다. 즉, 식물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에서 포도당을 합성하고 산소를 대기 중에 방출하는데, 바로 이 광합성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포도당은 식물의 줄기와 잎, 꽃, 열매가 된다. 하지만 이 광합성의 자세한 과정 중에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는 부분들이 남아 있다. 특히 광합성 반응을 일으키는 광합성 효소 속 칼슘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최근 이화여자대학교 남원우 교수 연구팀이 칼슘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규명,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는 광합성 효소의 기능을 모방한 산소발생시스템 개발 등 친환경 기술 개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와 의미가 남다르다.
전도성 고분자 나노입자 내부에 자성나노입자를 내입시킬 경우 이 자성나노입자의 특성을 활용하면 MRI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진단 뿐 아니라 전도성 고분자 나노입자의 특성을 이용해 질병의 치료가 가능한 다기능성 나노입자를 구현할 수도 있다. 이처럼 한 종류의 나노입자를 사용해 질병의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바이오메디컬용 나노입자를 개발하고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앙대학교 화학신소재공학과 박주현 교수 연구팀이 전도성 고분자에 세포막의 주요성분인 인지질을 결합한 바이오메디컬용 나노입자를 개발, 질병의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다기능성 하이브리드 나노소재 개발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국내 연구진이 생체고분자RNA를 엮어 세계 최초로 손톱크기의 얇은 RNA멤브레인을 만들어냈다. RNA를 이용한 피라미드 형태의 나노 구조물 등이 기존에 있긴 했지만 실제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크기의 구조물은 이번이 처음이다. RNA는 그 자체로 효소 활성을 띄는 등 주목할만한 고유의 생물학적 특성들을 갖고 있으나 DNA에 비해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었는데, 이번 연구는 그간 RNA구조물 연구의 장애였던 불안정성을 해결하고, 눈으로는 쉽게 볼 수 없던 물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건조된 RNA 멤브레인은 약물전달체 등 다양한 소재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 이종범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신진장비) 및 글로벌개방혁신연구센터(GIRC)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7월 4일자)에 게재되었다. 자기조립형 RNA멤브레인을 제작한 이종범 교수를 만났다.
전 세계적으로 RNA 연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RNA 대사 이상에 의한 질환의 발병 및 진행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고의 여성과학자로 손꼽히는 정선주 교수는 암세포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베타카테닌‘과 RNA의 연관성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RNA 앱타머' 기술을 자체적으로 습득했다. 그리고 현재는 RNA 분야의 기초연구를 질환연구에 접목시켜 ‘RNA와 질병’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된 동물실험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의학과 생물학을 진보시키는 필수적인 방법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동물은 인간과 유전자가 다르고 장기의 구조,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동물실험을 온전히 인간에게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따라서 인간화된 동물을 개발하기 위한 세계 과학자들의 열망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건국대학교 김진회 교수 연구팀이 면역결핍 돼지 생산에 성공, 동물실험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면역결핍 돼지는 인간의 질병치료 연구에 최적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다양한 난치병 치료와 장기이식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마이크로RNA는 동식물 세포에 들어 있는 물질로, 세포 속에서 유전자가 과도하거나 부족하게 활동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의 대사·증식·노화·사멸 등 여러 가지 생물학적 작용에 관여하기 때문에 마이크로RNA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당뇨나 암과 같은 질병을 앓을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마이크로RNA를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온 가운데 차의과학대학교 김진경 교수 연구팀이 폐암세포에서 발현이 줄어드는 신규 마이크로RNA를 발굴,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단초를 제공했다. 저명한 약과학자로서 의학, 생명과학 분야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김진경 교수를 만났다.
가느다란 허리와 마른 다리, 이른바 ‘44 사이즈’의 그녀들. 깡마른 몸매가 선망의 대상이자 미(美)의 기준이 되어버린 이상한 현실 속에서 오늘도 많은 여성들은 날씬함이라는 환상을 쫓고 있다. 하지만 마른 몸매를 향한 열망은 때로 집착이라는 마음 속 괴물을 만들며, 음식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몰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거식증은 정신질환 중 치사율이 가장 높은 질환이지만,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거식증 환자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백병원 김율리 교수 연구팀이 옥시토신의 거식증 치료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전 세계 주요 언론에 보도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도체의 전기저항은 온도가 커질수록 커지고, 온도를 감소시키면 전기저항이 작아져 전기가 잘 통한다. 특히 낮은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양자상태를 초전도현상이라 하고, 이러한 성질을 나타내는 물질을 초전도체라 일컫는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없기 때문에 열손실을 막을 수 있고, 전자석을 만들 경우 매우 안정되며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어 꿈의 물질로 불린다. 하지만 이 꿈의 물질을 현실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보다 경제적이고 활용 폭이 넓은 고온초전도체의 발견과 이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최근 성균관대학교 박두선 교수의 연구에 과학계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카드뮴(Cd)으로 고온초전도체를 제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함으로써 초전도현상에 대한 원천적 이해와 더불어 실용화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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