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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김진회 교수

‘인간화된 동물’ 개발의 신기원을 이루다
세계 최초 면역결핍 복제돼지 생산 성공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공학과 김진회 교수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된 동물실험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의학과 생물학을 진보시키는 필수적인 방법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동물은 인간과 유전자가 다르고 장기의 구조,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동물실험을 온전히 인간에게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따라서 인간화된 동물을 개발하기 위한 세계 과학자들의 열망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건국대학교 김진회 교수 연구팀이 면역결핍 돼지 생산에 성공, 동물실험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면역결핍 돼지는 인간의 질병치료 연구에 최적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다양한 난치병 치료와 장기이식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면역기능 결핍된 형질전환 복제돼지 개발
돼지는 인간과 장기의 구조와 크기, 생리적 특성이 유사해 이종간 장기이식과 질병치료 연구에 있어 가장 적합한 동물로 손꼽힌다. 이에 김진회 교수는 다양한 형질전환 복제돼지를 생산함으로써 바이오신약 및 장기 개발 연구 분야에 의미 깊은 족적을 남겨 왔다.
지난 2002년 국내 최초로 복제돼지를 생산한 것을 기점으로 2003년 인간 조혈단백질(EPO)을 생산할 수 있는 형질전환 복제돼지, 2009년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초급성 거절반응을 제거한 Gal-T 제거 복제돼지, 2013년 급성면역 반응을 제거한 CMAH 제거 돼지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생산에 성공을 거두며 글로벌 연구 리더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여기에 올해 5월 인간의 장기를 이식해도 아무런 거부반응이 발생하지 않는 면역결핍 돼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인간과 돼지의 면역체계가 다르다는 마지막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우리 연구팀은 돼지의 세포에서 병균이 침입했을 때 면역시스템을 활성화하는 유전자 Rag-2를 제거하고, 핵을 없앤 돼지의 난자와 융합해 수정란을 만든 뒤 어미 돼지에 이식했습니다. 그 결과 어미 돼지가 낳은 새끼들은 생체의 초기 면역기전에 중요 역할을 하는 흉선의 발달이 완전히 억제되었고, 비장 발달 또한 저해되어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성숙 T세포와 B세포가 생체내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즉, 면역기능이 결핍하도록 조작된 유전자를 그대로 지니고 있었던 것이죠.”
지금까지의 연구는 생쥐를 모델로 하는 면역결핍 동물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생쥐는 인간의 장기조직과 생리현상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기초연구 결과와 임상연구 결과가 크게 상이해 활용가치가 크지 않았다. 이에 새로운 모델 동물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주목한 동물이 바로 돼지였다.
면역결핍 돼지의 생산은 일본 연구진이 IL2rg유전자를 소실시킴으로서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돼지의 경우 B세포가 생체 내에 존재해 완전한 면역결핍이 일어나지 않아 이식한 사람 조직이나 세포를 수용하지 못해 완전한 면역결핍에는 실패했다. 미국에서도 노스캐롤라이나대, 아이오와대 등 5개 연구팀이 경쟁적으로 면역결핍 돼지를 만들고 있지만 번번이 돼지가 죽어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김진회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유도 줄기세포를 이식, 3배체로 분화가 가능한 테라토마 형성에 성공했다. 이들 테라토마는 인간의 각 장기로 분화가 가능한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을 형성했을 뿐 아니라 돼지 유래의 태반 줄기세포를 이식했을 때에도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 연구팀이 생산한 돼지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면역결핍 돼지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가치 수십조 원…난치병 치료와 장기이식 청신호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전에 질환모델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시험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하지만 생쥐와 같은 설치류는 인간과는 진화적으로 거리가 멀어 전임상 시험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인간과 생체기전이 유사한 돼지가 인간의 질병치료 연구의 최적 모델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 그러나 돼지와 같은 대동물의 경우 설치류와 달리 복잡한 유전자 조작, 복제동물 생산 등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시키는 데에 기술적 어려움이 있어 왔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번 김진회 교수 연구팀의 연구성과는 기대 이상의 큰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면역결핍 형질전환 복제돼지를 생산함으로써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것은 물론 이 면역결핍 돼지를 전임상 시험의 모델 동물로 활용할 경우 정확도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경제적 가치 또한 수십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NIH(국립보건원)는 전임상 시험의 경우 반드시 생쥐외의 다른 실험동물의 성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된 면역결핍 돼지는 전임상 시험을 위한 CRO동물로 원숭이를 대체, 생쥐에 버금갈 정도의 시장 규모를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면역결핍 질환모델 생쥐의 마리당 평균 가격은 수십만 원으로,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천만 마리가 연구와 전임상 시험에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인간과 보다 유사한 면역결핍 돼지 모델이 개발됨에 따라 연간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국제적 수요가 예상된다.
이 뿐 아니라 면역결핍 돼지는 질병치료의 여러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가진다. 우선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등을 인간에게 이식하기 전에 면역결핍 돼지에 먼저 이식해 줄기세포의 면역거부 안전성, 만능성, 표적세포로의 분화가능성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줄기세포치료 성공률을 혁신적으로 증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이종간 장기이식 실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돼지 장기에 대한 인간의 면역거부반응을 제어하는 연구에 활용이 가능해 동물의 장기를 난치병 환자에게 이식,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이종간 장기이식에도 그 활용성이 크게 기대된다.
더불어 면역결핍 돼지는 인간의 암 또는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연구에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이식된 인간의 암세포가 연구팀이 개발한 면역결핍 돼지에서는 면역거부반응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암세포의 발달과 다른 기관으로의 전이가 어떠한 기전으로 이루어지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 암 치료 연구에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Rag-2 유전자가 소실된 일부 면역결핍 돼지에서 사람에게서 드물게 일어나는 Omenn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점이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선천성·후천성 면역결핍 질환의 치료용 약물 시험, 면역세포 이식 시험 등의 관련 연구에 폭 넓게 활용될 수 있어 면역결핍 질환 극복에 새로운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리가 개발한 면역결핍 돼지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 동물의 장기를 난치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이종간 장기이식, AIDS와 같은 인간면역결핍질환의 치료, 암 발달 기전 규명 연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류의 난치병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종류의 형질전환 복제동물을 개발함으로써 인류 질병 극복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농촌진흥청의 ‘우장춘 프로젝트(연구책임자:건국대 김진회 교수)’와 ‘차세대 바이오그린21사업(단장:충북대 김남형 교수)’의 지원으로 미국 미주리대학 연구팀과 공동연구로 진행되었다.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회보’ 온라인판에 지난 5월 6일 게재되었으며,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생식세포 연구 및 바이오 장기 연구의 선구자
그동안 김진회 교수는 형질전환 복제돼지 생산을 중심으로 바이오신약 및 장기 개발 연구의 글로벌 리더로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어 왔다. 이 뿐 아니라 남성·여성 생식세포 기작에 대한 연구, 정자·난자 줄기세포의 생산 및 기능 분석 연구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2년에는 기존 바이러스를 이용하거나 유전자를 주입하는 대신 체세포의 일종인 세포질 단백질을 이용해 암 발생 등 부작용 위험을 낮춘 역분화줄기세포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도축장에서 폐기 처리된 돼지의 난소로부터 미성숙 난자를 회수해 이 난자의 핵 유래 단백질만을 분리, 완전히 성숙한 세포에 처리함으로써 역분화줄기세포를 수립했다. 이 방법은 바이러스나 유전자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에 보고된 방법으로 생산된 역분화줄기세포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존에 일부 종양유전자를 포함한 역분화 유전자 도입을 통해 생산된 유도만능줄기세포의 경우 분화과정에서 종양유전자가 활성화되어 세포이식 후에 종양이 발생하는 위험성과 유전자 도입에 따른 유전자 변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세포질 유래 단백질을 이용한 역분화줄기세포는 핵을 제거한 상태에서 체세포에서 직접 줄기세포를 수립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역분화된 줄기세포를 이용해 핵치환을 했을 때 일반적으로 핵치환된 수정란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Nanog유전자의 비정상 발현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세포질 단백질을 처리함으로써 정상 수정란 수준으로 회복되거나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역분화 기술과 체세포 복제 기술을 접목할 경우 거의 시험관 수정란과 비슷한 수준으로 복제동물을 생산할 수 있으며 보다 건강한 개체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연구결과는 발생학 분야 세계적 권위의 학술저널인 ‘발생학(Development)’지 2012년 12월호에 발표되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항암제 처리로 인해 생식세포가 사멸된 난소에 줄기세포의 일종인 원시난모세포(난자의 근원이 되는 세포)를 이식한 결과, 증식을 하지 못하고 완전히 소멸해 항암제가 난자줄기세포 발달에도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항암제를 투여 받은 암컷 생쥐의 생식세포는 5주 후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인해 모두 사멸되었으며, 이들 난소에 줄기세포로 간주된(줄기세포와 유사한) 원시난모세포를 이식해도 이식된 난모세포는 더 이상 증식을 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그 주된 이유로 투여된 항암제가 여전히 생식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이들 생식세포의 발달을 지지하는 보모세포(niche cell)도 이들 세포의 증식을 지지할 수 있는 능력을 소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용된 항암제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항암제에 노출된 난소는 난자세포의 발달을 지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없어 영구 불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암 치료제 개발과 기존 항암제에 의한 불임 부작용 방지대안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연구결과는 암 치료 전 난소에서 성체줄기세포를 뽑아내 난자줄기세포를 분리해 저장하고, 암 치료 후 이들 줄기세포를 다시 난소에 이식하는 경우 정상인과 동일한 난자의 성숙과 배란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존의 해외연구결과를 반박하는 내용이어서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해당 논문은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지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지 온라인 판 2013년 3월 8일자에 게재되었다.

 

 

인간을 향한 진심을 연구에 담다
김진회 교수가 이끌고 있는 ‘생식세포재생연구실’은 유전자 클로닝 및 기능분석, 형질전환 동물 생산, 생식세포 기작 연구, 정자·난자 줄기세포의 생산 및 기능분석, 인간 장기이식을 위한 면역거절 반응이 없는 미니돼지 생산 등의 연구를 수행 중이다. 최근에는 우장춘 프로젝트, 차세대 바이오그린21 사업 과제를 수행하며 이종간 장기이식 및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구실이 이 같은 성과를 도출해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성장 동력은 국내외를 넘나드는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연구실은 국내외 연구전임 교수와 박사후연구원, 대학원생, 학부생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김진회 교수는 외국인 연구원들을 영입해 함께 연구를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연구실 전체의 글로벌 역량을 한층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해외 공동연구를 원활히 이끌며, 국제적 네트워크의 토대를 탄탄하게 구축해 왔다.
“우리 연구실은 그동안 다양한 해외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해외 연구원들과 교류를 활발하게 이어간 덕분에 이제는 어느 나라와 공동연구를 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더욱 공동연구와 네트워크 구축에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이제 개인 연구실의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다양한 국적,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고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연구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면역결핍 돼지 개발로 생명공학 연구에 한 획을 그은 김진회 교수의 향후 계획은 ‘인간화된 돼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하게는 돼지에서 다중유전자 적중기술을 이용해 환자 맞춤형 장기를 생산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설명이다.
“돼지를 인간화 시켜서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고, 부작용 적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환자 맞춤형 장기를 돼지에서 직접 생산해 이식하는 한편 인간화된 돼지를 임상시험에 활용함으로써 질환 치료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죠.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돼지가 하나의 제약회사로서의 기능을 갖추는 것은 물론 모두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생명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김진회 교수는 확고한 믿음으로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면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생명공학이라는 외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뚝심 있게 걸어온 그의 걸음걸음에는 언제나 인간을 향한 짙은 애정과 진심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오직 인류의 질병 극복만을 위해 달려온 김진회 교수, 그의 순수한 열정은 오늘도 희망이라는 바람을 타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다.

 



<안유정 기자 reporter@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4년 7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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