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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 이종범 교수

 세계최초 눈에 보이는 크기의 자기조립형 RNA멤브레인 만들어

효과적인 약물전달체 등 다양한 소재로 응용 기대

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 이종범 교수 

국내 연구진이 생체고분자RNA를 엮어 세계 최초로 손톱크기의 얇은 RNA멤브레인을 만들어냈다. RNA를 이용한 피라미드 형태의 나노 구조물 등이 기존에 있긴 했지만 실제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크기의 구조물은 이번이 처음이다. RNA는 그 자체로 효소 활성을 띄는 등 주목할만한 고유의 생물학적 특성들을 갖고 있으나 DNA에 비해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었는데, 이번 연구는 그간 RNA구조물 연구의 장애였던 불안정성을 해결하고, 눈으로는 쉽게 볼 수 없던 물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건조된 RNA 멤브레인은 약물전달체 등 다양한 소재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 이종범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신진장비) 및 글로벌개방혁신연구센터(GIRC)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7월 4일자)에 게재되었다. 자기조립형 RNA멤브레인을 제작한 이종범 교수를 만났다.

 

 


RNA구조물 연구 현황과 RNA멤브레인 제작의 의의
핵산 (Nucleic Acid) 즉, RNA 또는 DNA를 구성하는 염기들은 특정 염기간의 수소 결합을 통해 결합될 수 있다. 이러한 염기들의 염기쌍 결합은 DNA와 RNA를 활용한 여러가지 모양의 나노구조물 제작에 사용될 수 있다.
RNA(ribonucleic acid, 리보핵산)는 세포 내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고분자량의 복합화합물이다.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한 바로 전 단계의 물질임과 동시에 다양한 생물학적 기능들이 있어 의학 및 바이오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오고 있다. RNA는 단백질을 합성해 유전자를 발현하는 것 외에도 분자에 달라붙는 능력이 있으며 최근에는 RNA 스스로 효소와 같은 기능을 가질 수도 있음이 확인되었다. 또 작은간섭리보핵산(siRNA) 같은 유전자 질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RNA는 효소 등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불안정성 때문에 이를 활용한 구조물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때문에 현재까지는 상대적으로 외부요인에 영향을 덜 받는 DNA 나노구조물 개발은 활발했지만 RNA를 이용한 새로운 물질 개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었다. 더욱이 실제 의학적인 적용을 위해서는 기존의 나노크기의 구조물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크기의 구조물이 필요하나 이를 만들기 위한 충분한 RNA 가닥을 확보하는 기술개발 역시 미미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종범교수팀은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손톱크기의 멤브레인(막) 형태로 RNA구조물을 만들어냈다. 이 교수는 “DNA는 몸 안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그 유전정보로부터 최종적으로 단백질을 발현시키기 위해 중간에 한 단계 거치는 것이 RNA입니다. DAN정보를 인식하여 RNA를 생성하는 효소들을 통해 RNA를 생성하고 그 RNA가 갖고 있는 정보로 단백질을 생성하게 됩니다. 여러가지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는 RNA를 보다 안정적인 상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외부환경에 존재하는 RNA분해효소와 같은 공격자들로부터 견뎌낼 수 있는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여야 하는데 RNA 가닥들의 결합을 통한 멤브레인 형태를 구현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라고 설명했다. 또 “멤브레인을 이루는 RNA의 염기서열을 조작하면 유해단백질 생성을 막거나 반대로 유익한 단백질 생성을 돕는 등 멤브레인에 생물학적 기능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일단 ‘눈으로 볼 수 있는 크기’의 상징적 의미는 그만큼 많은 양의 RNA를 쉽게 생성할 수 있는 기술과 눈으로는 볼 수 없던 RNA 가닥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RNA를 다루는 기술을 확보하였다는 의미다. 이는 RNA구조물질을 상용화 등에 적용하는 등 차후 조작 단계에서도 눈으로 보면서 훨씬 더 쉽게 필요 목적에 따라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포함한다.

 

 

 

상호결합 롤링-서클 전사 기술로 제작된 RNA멤브레인
그간 RNA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가 어려워 RNA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못했으나 이 교수팀이만든 RNA 멤브레인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이는 RNA 가닥간의 결합 및 꼬임을 통해 이루어져 RNA의 생물학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에 그 효용가치가 크고, 육안 확인이 가능한 크기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NA 멤브레인은 상호결합 롤링-써클 전사 (Complementary rolling circle transcription, cRCT)와 증발유도자기결합 (Evaporation-induced self-assembly, EISA), 두 가지의 순차적 과정에 의해 제작되었다.


먼저,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충분한 RNA가닥을 확보해야 했다. 이를 위해 연구
팀이 개발한 방법은 상호결합 롤링-써클 전사(Complementary rolling circle transcription, cRCT) 기술로, RNA를 뽑아낼 수 있는 중합효소가 동그란 DNA를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계속 돌면서 거미가 실크를 뽑아내듯이 기다란 RNA가닥을 생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RNA 가닥은 서로간의 염기서열들의 상보결합을 통해 무수히 많은 RNA 가닥들이 연결된다. 그 다음 단계로 증발유도자기결합(Evaporation-induced self-assembly, EISA)을 통해 반응튜브 벽면에서 국지적으로 RNA 가닥의 농도를 높임으로써 RNA 가닥들의 자가결합을 유도하여 RNA 분해효소들에도 저항할 수 있는 필름형태의 멤브레인을 제작했다. 마치 레고블럭처럼 결합되어 안정성을 갖는다.
 “상호결합 롤링-써클 전사 (cRCT) 기술은 기존 롤링-써클 전사 (RCT) 기술과 다르게 두 종류의 원형 DNA를 사용합니다. 두 원형 DNA는 서로 상보적인 DNA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형 DNA로부터 생성되는 RNA 가닥들은 서로 결합되어 무수히 많은 이중결합 RNA를 형성합니다. 그러나 2개의 가닥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용액을 증발시키는 방법을 함께 사용했습니다. 증발이 되면서 증발된 표면의 접속력은 더욱 강해져 RNA 가닥들의 자가결합이 이루어졌고 이 표면을 벗겨내 필름형태의 멤브레인 구조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RNA 멤브레인의 표면 거칠기나 두께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이 연구의 성과 중 하나다.
“RNA 가닥간의 염기결합 수를 줄이면 RNA막의 표면을 거칠게 만들 수 있고 RNA 농도를 조절하면 결과물의 두께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결과물의 형태를 조절함으로써 약물전달을 속도 및 전달되는 양의 조절이 가능해 지며, 멤브레인의 분해속도 역시 조절이 가능하게 되어 이에 따른 간섭RNA의 전달속도 역시 조절이 가능하게 됩니다.” 

본 연구에 적용된 기술을 통한 RNA제작 비용은 기존 RNA 제작방식에 비해 약 10분의 1 정도로 추정된다.

 

 

 

RNA멤브레인의 활용 가치
RNA 구조물은 효과적인 유전자치료제의 전달체로써도 이용할 수 있지만 노화에 작용하는 단백질 등의 생성을 저지하는 자체적 기능도 적용할 수 있다. 즉 그 자체가 약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약을 잘 전달하기도 한다. 때문에 특히 의료분야에서 그 활용이 기대된다.
이번에 만들어진 RNA멤브레인은 필름타입로는 물론 이를 다시 나노 사이즈로 쪼개었을 때도 기존 RNA구조물보다 효과적인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필름 타입으로는 의료용, 미용 패치 분야에도 손쉽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있던 피라미드형태의 RNA구조물은 나노사이즈의 작은 물질로서 어떤 약물의 세포내로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하여 용이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구조 안에 포함할 수 있는 약물의 양이 매우 적었습니다. 이에 반해 RNA 멤브레인을 나노사이즈로 쪼개서 사용한다면 훨씬 더 많은 양의 약물을 전달하는데 용이합니다. 그 외에도, RNA의 염기서열을 조작하여 유해단백질 생성을 막거나 반대로 유익한 단백질 생성을 돕는 것까지도 가능하며, 필름형태이기 때문에 상처부위에 붙여서 낫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주름 개선 등 미용관련 분야에도 패치형태의 anti-aging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술에 적용이 가능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멤브레인의 무수히 많은 이중결합 RNA를 이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항암제를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암제인 독소루비신은 이러한 RNA 이중결합 사이로 쉽게 끼어들어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RNA 멤브레인을 이용하면 보다 많은 양의 독소루비신을 치료부위에 전달할 수 있게 된다.

RNA의 특성 중 RNA간섭현상은 특정 단백질의 생산에 관여하는 전령리보핵산(messenger RNA, mRNA)와 작은간섭리보핵산이 결합하여 전령리보핵산을 파괴함으로서 항암세포가 자라지 못하게 하는 원리로 활용된다. 1998년 미국의 과학자로부터 작은간섭리보핵산의 치료능력이 확인되었고, 최근까지 수많은 유전자 질환 치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RNA멤브레인은 RNA간섭현상 (RNA Inhibition)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RNA 염기서열 변화를 통해 무수히 많은 양의 작은간섭리보핵산(siRNA)을 포함한 RNA 멤브레인을 제조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약물전달체 보다 효과적인 siRNA의 전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RNA 멤브레인은 치료부위에서 리보핵산 가수분해효소에 의해 효과적으로 분해되며, 무수히 많은 양의 작은간섭리보핵산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뛰어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2012년 구형태의 RNA구조물을 만들어낸 바 있다. 구형태와 이번에 만들어낸 멤브레인 형태는 각각의 용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멤브레인 형태의 경우 평평한 상태이기 때문에 간섭RNA등 치료효과가 있는 물질을 생성하는데 있어 구형보다는 효소의 작용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기대합니다. 또 눈으로 보이는 형태라는 점은 바로 상처부위에 붙이거나, 화장품 등으로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상용화 된다면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상처치유 패치보다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DNA, RNA 관련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연구에 집중
이종범 교수는 학사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석사와 박사를 생명공학을 전공했으며 DNA & RNA Nanotechnology / Drug Delivery / Molecular Sensing 을 주요 연구분야로 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그가 집중해온 연구 분야에서 매우 유의미한 성과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RNA와 유사한 DNA를 이용한 거시적 크기의 구조물은 많이 개발되고 있지만, RNA를 이용한 거시적 크기의 구조물은 그 수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순수한 RNA로 이루어진 거시적 구조물은 오늘날까지 발표된 적이 없기에 연구 분야 선점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Cornell 대학교 박사과정 당시 연구했던 DNA 나노구조체 제작 기술 및 서울시립대에 재직 후 박사과정 지도 교수였던 Dan Luo 교수님과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발표한 DNA 하이드로젤의 제작 연구가 거시적인 RNA멤브레인 제작에 대한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주었고 또한  MIT Paula Hammond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 후 과정으로 있으면서 연구하였던 RNA 마이크로 입자 개발 경험이 RNA로 이루어진 거시적 크기의 구조물 개발 연구를 시작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을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비교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점은 물질을 분석하는데 조금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연구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시립대 BNA LAB,지능형 생체나노소재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이 교수는 현재 나노크기의 RNA 멤브레인의 제작을 통한 간섭RNA의 전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DNA 나노구조물을 이용한 유해물질 탐지와 같은 연구도 진행 중이다. “전달 물질이 보다 세포로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모양을 변화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DNA 유해물질을 탐지할 수 있는 나노구조물 만들기 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센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음식물의 식중독 균을 예전에는 배양을 통해 오랜 시간이 걸려 유무를 확인했다면 지금 연구하는 것은 DNA를 빨리 증폭시켜 빠르게 확인 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찾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발표했던 구형RNA구조물의 후속 연구를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분당서울대 안과병원과 서강대 화공과와 함께 황반변성 약물개발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연구의 목적은 상용화 보다는 기초적인 학문을 연구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것 자체에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RNA 멤브레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RNA 구조물을 개발하여 새로운 형태의 약물 치료제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산업 및 의학 분야의 기술 발달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현주 기자 reporter2@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4년 10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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