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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생체광학 및 나노공학연구실’ 권성훈 교수

 융합연구의 꿈을 실현하는 연구자

서울대학교 ‘생체광학 및 나노공학연구실’ 권성훈 교수 


 

Q. 연구실을 설립하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A. 본 연구실은 2006년 8월에 제가 서울대학교에 오게 되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BiNEL(Biophotonics and Nano Engineering Lab)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어 Nano process(나노 공정), Microfluidics(미세유체학), Photonics(광학) 세 가지 분야에서 근간기술을 갖고 그것을 믹스하여 융합연구를 하고 있으며, 연구에 대한 주제를 한정하기보다는 실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문가에 대한 기준이 달라졌는데 과거에는 깊은 지식과 전문성이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면 지금은 데이터베이스망이 확대되면서 지식에 대한 가치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성(creativity)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창조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이같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키 컨셉을 다른논재에 적용하는 방식을 취하여 학제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방면에 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실의 학생들을 보면 미세유체학, 광학이나 나노 공학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는 연구를 하며 융합연구에 필요한 전반적인 학문을 접하며 스스로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재들이 사회로 진출하여 기술발전은 물론 나아가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게 되길 바랍니다.



Q. 연구실에서는 어떤 연구가 진행 중인가요.
A. 연구는 크게 디스플레이관련 연구, 바이오칩관련 연구, 에너지원 관련 연구로 나뉘며, 모두 smart scalable system이라는 컨셉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어떠한 시스템을 만들 때 모자이크나 콜라주 하듯이 다양한 컴포넌트들을 조립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대형 디스플레이를 만든다고 할 때 큰 사이즈의 디스플레이 한개를 제작한다면 가격도 비싸지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이것들을 서로 연결하여 조립하게 되면 경제적인 것은 물론 제작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조립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이즈에 대한 제한 없이 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smart scalable system은 바이오칩에서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바이오칩에는 다양한 것을 올려야 하는데, 예를 들어 백만 가지 다른 물질을 올리는 경우 그것들을 한 번에 patterning 하는 것이 아닌 작은 particle 형태로 따로 만든 후 조립하여 칩형태로 제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논문이 지난 4년간 10여 편 발표되었으며 그 중 7개는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고 그 가운데 3편은 nature 자매지인 nature photonics와 재료공학분야에 권위 있는 학술지인 nature materials 표지논문으로 실리는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몇 주 전에는 nature materials에 한 편 더 억셉되어 진행 중인 논문도 있습니다.
2008년 7월호에 nature materials 표지논문으로 실린 논문은 머리카락 굵기에 작은 particle 수백만 개에 물을 흘려주기만 하면 particle들이 원하는 모양으로 조립되는 기술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smart scalable system에 들어맞은 것으로 작은 부품들이 모여 이뤄지는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조립하는 방식이 사람이 손으로 작업하거나 로봇으로 조립하는 것이 아닌 물을 통해 스스로 조립되는 ‘자기조립기술’인 것입니다. 이를 통해 미세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얻게 되었습니다.
또한, 2009년 9월 nature photonics에 실린 논문은 ‘M 잉크’라고 불리는 물질에 관한 것입니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나비 날개나 딱정벌레의 껍질은 기존 염료로 색이 구현되는 것이 아닌 나노구조의 규칙성에 따라 색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나노 구조의 변화에 착안하여 M 잉크에 전자석으로 자기장의 세기만 바꿔주면 다양한 색 표현이 가능해지는 것을 연구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가지 물질로 총천연색의 복잡한 색채를 고해상도로 인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진행되는 연구분야는 매우 다양하고 발표된 연구도 각기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발표된 논문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짐작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지난 4년간 연구한 요소기술들을 바탕으로 한 융합연구의 결과가 드러날 것입니다.


 

Q. 세계 나노바이오에 대한 연구상황은 어떠한가요.
A. 많은 기술선진국이 혁신적인 연구를 발표하고 산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국가 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데, 대한민국의 나노분야연구는 세계의 다른 나라를 선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GNP대비로 투자규모가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가차원의 확고한 육성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에 발맞춘 연구자들의 노력도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이러한 지원과 기술력에 반도체에서 축적된 기술을 더하여 나노 공정은 물론 나노바이오에 이르기까지 발전하고 있으며, 이제는 세계연구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기술을 선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서울대학교 ‘생체광학 및 나노공학연구실’만의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
A. 일반적으로는 연구자마다 한가지의 프로젝트를 맡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는 지도교수가 연구원과 일대일로 커뮤니케이션하므로 소통이 간편하고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본 연구실에서는 대부분의 연구를 일대일이 아닌 팀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물론 일정궤도에 오르기까지 역할분배나 노하우가 미흡하여 어려움이 많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연구자 간에 호흡이 맞다 보면 개인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보다 더욱 다양한 주제로 연구를 펼쳐나갈 수 있습니다.
연구가 다양해지고 고도화되면서 혼자서 이뤄낼 수 있는 연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연구집단에서 융합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다른 연구자와 조화의 필요성을 이야기 합니다. 활발하게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다 보면 프로젝트는 물론 연구자 개인에게도 많은 유익이 있을 텐데, 본연구실에서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진행상황이나 결과를 보고할 때 팀원들 모두에게 보고서를 발송하는 것은 물론 보고받은 내용에 자신의 견해나 조언을 코맨트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연구원들이 적극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에 큰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연구원들이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만큼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휴가에 대해서 사전에 보고하거나 혹은 당일 아침에라도 이메일을 통해 요청만 한다면 특정한 사유가 없는 경우 대부분 허락합니다. 이러한 것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교수는 물론 학생 자신도 지금의 기간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잘 알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고 자신을 관리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Q. 훌륭한 연구 성과를 위해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A. 매년 국가 차원의 연구과제나 연구비할당 등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 수준은 훌륭한 편입니다. 하지만, 연구과제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연구자가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고려해달라는 것인데, 이를테면 과제를 평가받을 때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연구에 몰입할 힘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심한 경우는 분기평가를 한번 받는데 네 번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평가와 피드백은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자칫 그 자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비되어버리지는 않는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또한, 연구성과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 다소 정량적으로만 하지는 않는가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많은 논문을 발표하는 것도 필요하고 그에 따른 인용지수(impact factor)도 중요하지만, 시행착오단계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성공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되곤 합니다. 야구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서 3할만 기록해도 훌륭한 타자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연구에는 1할만 기록하더라도 뛰어난 결과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9번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의 경험들을 발판삼아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으로 연구에 매진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내의 연구환경은 영광의 상처는 그저 실패로만 인정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 같은 것이 실현되려면 연구자와 정부 사이에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연구자는 훌륭한 성과를 맺을 수 있도록 매순간 노력하고, 정부에서는 연구자를 믿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그야말로 상호 간에 신뢰하는 관계가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Q. 연구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A. 많은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만 그중에서도 연구실 설립 초기 학생들과 함께 고생했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연구실에 아무것도 없을 때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셋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어려운 환경을 딛고 진행한 연구가 마침내 권위 있는 매거진에 소개되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얼마 전에는 기업체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일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일하시는 기술자들이 본 연구실의 기술력을 인정해주고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연구자로서 인정받고 노력에 따른 결실을 보게 되었을 때 항상 벅찬 감동을 느낍니다.
물론 이런 과정이 있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고 시행착오도 많지만,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어려움을 이겨낸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사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항상 좋은 마음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연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노력은 다하되 연구자가 영향을 줄 수 없는 다른 요인들은 그저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연구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말씀이 있다면
A. 항상 강조하는 것은 팀워크입니다. 이를 위해 본 연구실에는 새로운 구성원이 되면 다른 팀원들 앞에서 5분 동안 자신의 꿈에 대하여 PT 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5분 동안 효과적으로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꿈을 알리는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연구에 몰두하다 보면 개인연구에만 급급하여 동료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게 되는데 동료의 진실한 꿈을 알고 소통하다 보면 마음으로 동료를 둘러볼 수 있게 되고 때로는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줄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게 도움을 주고 났을 때 스스로 얻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연구자로서 자신감이 되어 다시 돌아오는 것입니다.
나 자신만 생각하는 삭막한 분위기에서 탈피하고 자신을 위해서, 함께 일하는 동료를 위해서, 또한 연구실을 위해서 항상 커뮤니케이션하고 팀워크를 다지며 결국엔 각자 소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Q. 대한민국에서 ‘생체광학 및 나노공학’연구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지침이 될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럴 때 반드시 어려운 것을 선택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쉬운 길을 선택해서 성공리에 마쳤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사람은 능력이 뛰어났기에 상대적으로 쉬운 프로젝트에 80%의 능력만 발휘하여 성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프로젝트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스스로 얻는 것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 온 힘을 기울인 것도 아니었기에 가슴시린 성취감을 얻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80%의 능력만 발휘한 쉬운 프로젝트에 실패했다고 가정한다면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전력을 쏟지 않은 부분을 반성하면 다행이겠지만 자칫 나태함에 빠져 ‘열심히 했으면 잘했을 텐데 대충했으니 뭐 그렇겠지.’라는 생각으로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또한,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120%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면 이 사람이 성공했을 때 느낄 성취감은 대단할 것입니다. 심지어 실패하더라도 가능성을 보고 더 자신감을 얻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어려운 길을 선택하여 성취감을 맛본 사람이라면 그다음 프로젝트부터는 자연스럽게 어려운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고된 경험 끝에 배우는 것들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그렇게 성장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렇듯 많은 학생이 ‘힘들겠지만 해볼 만한 일’에 많이 도전하여 스스로 성장하고 배워나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더군다나 융합연구 분야에 투신하려면 매 순간 이러한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설사 지금 당장 모르는 분야일지라도 ‘배워서 하면 된다.’라는 자세로 연구에 임하고 그러한 과정에 잘 훈련 돼 있다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연구자로서 훌륭한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2010년 한 해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지난 4년간 요소기술들을 개발하며 연구의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올해부터는 지금까지의 연구들을 잘 융합하여 산업에 실제로 사용될 수 있는 결실을 보고 싶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nature materials에 발표를 기다리는 연구가 있는데 마무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또한, 연구실의 규모가 처음보다 많이 커졌습니다. 이제는 저 혼자 연구원을 밀착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에 지금 시점을 연구실의 위기라고 생각하고 원활한 관리와 운영을 위해 시스템을 마련하고 정착시킬 계획입니다.
끝으로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연구에 매진하여 지속적인 결실을 낼 수 있는 연구실이 되도록 고민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0년 7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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