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입자 사전 방지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부품의 성능뿐 아니라, 이를 신뢰성 있게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특히 플라즈마 공정처럼 부품이 극한 환경에 노출되는 분야에서는 오염입자 발생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하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플라즈마 공정은 반도체 제조의 핵심 공정 중 하나로, 기체를 고에너지 상태로 이온화한 플라즈마를 활용해 웨이퍼 표면을 식각하거나 박막을 정밀하게 증착하는 방식이다. 극한·고진공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이 공정은 회로의 초미세 패턴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내부 장비 부품이 플라즈마에 장시간 노출되며 손상되기 쉽고, 이때 발생한 오염입자가 수율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코팅된 전극류, 링, 샤워헤드 등은 플라즈마에 의해 부식되며 미세입자를 생성하게 되고, 이는 공정 중 웨이퍼에 떨어져 제품 불량을 유발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오염입자 발생 시점을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고, 대부분 공정 종료 후 웨이퍼 분석을 통해 문제를 추정하는 방식에 의존해 왔다.
윤 박사 연구팀은 이 기술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플라즈마 공정 부품의 오염입자 발생량과 열화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는 측정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구현했다. 이 시스템은 테스트용 부품 홀더, 포집 장치, 고감도 분석 센서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제 공정 환경에서 플라즈마에 노출된 부품에서 벗겨지는 입자를 수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정밀도로 포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60분 동안 단위 면적당 약 12,000개의 오염 입자를 정량 측정하는 데 성공했으며,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부품의 남은 수명 예측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예전에는 장비를 멈추고 부품을 분해한 뒤, 시료를 채취해서 별도 장비로 분석하는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분석 결과는 공정 이후에야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불량이 발생하고 나서야 원인을 거꾸로 추적해야 했죠. 그러나 저희가 개발한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오염 입자를 측정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품의 열화 정도나 교체 시점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이 기술은 연구실 실험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반도체 공정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이미 국내 대기업 반도체 공정에 적용되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국산 부품의 신뢰성을 입증하는 시험평가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해당 기술은 현재 주요 반도체 기업에 기술이전되어 반도체 대기업 생산라인에서 장비 운용이 시작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부품 교체 주기를 최적화하고 수율을 안정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연구팀은 이 기술을 중심으로 공인 시험성적서 발급이 가능한 테스트베드를 운영 중이다. 테스트베드는 기업별 기술 기밀을 엄격히 보호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경쟁 업체 간에도 신뢰할 수 있는 공정 시험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업계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기술의 의의는, 국산 장비·부품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신뢰성을 정량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동안 국산 부품은 수입 장비와의 비교에서 성능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부족했고, 이로 인해 대기업 납품 과정에서 신뢰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실제 공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능을 수치로 증명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국산화 확대에 있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수명 예측과 품질 보증까지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이 연구 성과는 재료 분야의 최상위 저널인 Journal of the European Ceramic Society(IF 5.8, 상위 5%)에 게재되며 기술적 완성도와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실험실 단계를 넘어 실제 생산라인에서 국산 기술의 가치를 ‘가능성’이 아닌 ‘수치’로 입증해 낸 이번 기술은, 반도체 제조 현장 전반의 국산화 흐름을 뒷받침하는 견고한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증착소재 물성 측정, 소재 국산화의 돌파구를 열다
윤 박사는 실시간 진단 시스템 외에도, 반도체 소재 측정기술의 국산화와 정밀 분석을 선도하며 국내 소재 산업의 기반을 다져온 인물이다. 특히 박막 증착공정에서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화학증착소재(Precursor)의 증기압과 열안정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국내외 최초로 개발, 구축하고 산업계에 실질적으로 보급하며, 소재 국산화에 중대한 기여를 해왔다.
화학증착소재는 화학기상증착(CVD)이나 원자층증착(ALD) 공정에서 금속 또는 화합물을 기화시켜 웨이퍼 표면에 박막을 형성할 때 사용되는 고순도 원료로, 대체로 유기금속 계열의 액체 혹은 고체 상태로 존재한다. 이들 소재는 공기 중에서 폭발하거나 분해되기 쉬운 고반응성 특성을 지니고 있어, 물성 측정을 위해서는 진공 환경에서의 고정밀 분석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소재가 기화되어 챔버 내에서 일정하게 증착되기 위해서는 증기압과 열안정성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보되어야 하며, 이 특성들은 고품질 박막 형성과 공정 수율에 직결되는 요소다.
연구팀은 화학증착소재의 이러한 특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전용 장비를 자체 설계·개발했다. 정밀도를 확보하기 위해 static, dynamic, effusion 방식을 아우르는 다중 측정 기술을 장비에 반영했으며, 특히 증기압이 1Torr 이하인 저압 환경에서도 높은 정확도로 측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아울러 실제 공정과 유사한 열환경에서 장기적인 열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시료를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고 일정 시간 후 채취할 수 있는 전용 열처리 장치도 함께 개발했다. 이 장치는 증기압 분석 외에도 장기간 열처리 후의 분해 특성과 수명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며, 소재의 공정 적합성을 입증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화학증착소재는 박막 증착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물질임에도, 그동안은 정확한 물성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기업들은 서로 다른 수치를 기준 삼아 공정을 설계했고, 외산 데이터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았죠. 이런 환경을 바꾸고자 기술 개발에 나섰고, 양산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측정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SK트리켐, 한솔케미칼, 솔브레인 등 여러 업체에서 기술이전된 저희 장비를 활용하고 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재 평가가 가능해진 만큼 소재 국산화 경쟁력도 크게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술은 기업 현장에서 곧바로 적용 가능한 시스템으로 발전했고, 연구팀은 그 데이터를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화학증착소재 물성 데이터센터’는 증기압과 박막 증착율 등 핵심 물성에 대한 참조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공인된 국가 참조표준도 구축되었다. 이 데이터는 국내 연구자와 기업들이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웹 기반 시스템(https://drprecursor.com)을 통해 개방되고 있으며, 산업 현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표준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산업 현장과 함께 성장해 온, 실전형 인재의 산실
연구팀은 실용 중심의 연구와 기업 연계를 핵심으로 삼는 독창적 연구문화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반도체 공정 진단 및 소재 정밀 측정 분야를 중심으로, 진공환경 내 복합 물성 측정기술, 전고체 배터리 소재 적용 원자층증착(ALD) 기술 등 실질적인 산업 수요와 직결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향성은 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과학기술로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기술의 실용성과 현장성과를 동시에 중시하는 연구 철학으로 이어진다.
책임연구원을 중심으로 박사후연구원, 기술원, 석·박사과정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반도체 기업과의 실시간 협업 및 데이터 기반 기술 지원 체계를 갖춘 점에서 타 연구팀과 구별된다. 실험실 내부의 활동을 넘어 기업들이 실질적인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테스트베드 운영은 현장의 기술 수요를 신속히 반영하고 실효성 있는 기술 지원으로 이어지는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우리 팀에서는 논문만을 위한 연구는 하지 않습니다. 실험 결과가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 쓰일 수 있어야 하고,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학생들도 기업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그에 맞는 데이터를 확보해 연구를 수행합니다.”
이러한 실용 중심 철학은 인재 양성 방식에서도 두드러진다. 연구팀에서 배출된 석·박사 인재들은 국내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로 진출하고 있으며, 특히 박사 출신의 경우 전원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특채로 채용되는 등 현장 경쟁력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박사는 실력을 강조하며, 실험·논문·기술이전·기업 커뮤니케이션 등 전 과정을 경험한 연구자야말로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인재라고 강조한다.
“요즘 기업은 포텐셜보다 바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원합니다. 연구실에서 실제 데이터를 다루고 기업 프로젝트를 수행해 본 경험이 있으면, 학벌이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박사까지 가길 권유합니다. 4~5년간 실험과 논문을 병행하면서 실력과 전문성이 확실히 성장하거든요. 실제로 박사까지 마친 학생은 100% 대기업에 갔고, 내부에서도 상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쟁력이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윤 박사는 기술 개발 외에도 팀 운영 방식에서 실용성과 효율을 중시한다. 산업체 데이터를 다루는 업무는 별도의 기술원이 전담하며, 연구과제와 논문 작성은 박사급 연구자와 학생들이 맡는 식으로 역할을 명확히 분리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이처럼 체계적인 운영은 연구성과뿐 아니라, 연구팀 출신 연구원들의 높은 취업률과 실무 적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 박사는 후배 연구자들에게 전문성과 실전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석사 과정에서 빠르게 진로를 결정하기보다는 박사과정까지 경험하며 몰입할 수 있기를 권유한다. 그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기술 기반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속 세대에 전하고 있다.
산업의 문제에 답하고, 기술의 내일을 설계하다
윤 박사는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들과 오랜 시간에 걸쳐 협력하며, 측정 기술을 기반으로 이들이 겪는 기술적 난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왔다. 지금까지 수행한 민간 과제만 100건 이상. 수많은 회의와 현장 방문, 복잡한 시료 분석을 거쳐 기업의 신뢰를 얻어낸 과정은, 연구 그 자체가 산업의 문제를 향해 있는 실용 중심의 과학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생생히 입증한다.
“기업에서 저희에게 의뢰하는 건, 그들이 직접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입니다. 대부분 기술 난이도가 높거나 해석이 어려운 이슈들이죠. 그래서 쉬운 과제는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복잡한 문제일수록 과학적 접근으로 풀 수 있다고 믿고, 꾸준히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현장의 피드백과 저희의 데이터가 정확히 맞아떨어질 때,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연구 포트폴리오 전반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윤 박사팀은 측정 기술이라는 공통 기반 위에 원천기술 연구, 장비 개발, 산업체 기술지원, 표준화,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다층적인 연구 체계를 구축해 왔다. 단발성 성과에 그치지 않고, 논문과 특허는 물론 기술이전과 공인 데이터까지 연결되는 구조화된 연구 역량을 갖춘 점은 산업계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평가 인프라로 기능하며, 실질적인 협력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와 공동 운영했던 ‘반도체 공정진단연구회’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실시간 진단 기술의 개념이 정립되기 전부터 업계 전문가 수백 명이 참여했던 이 네트워크는, 연구의 방향성과 산업 현장의 요구를 연결하는 구심점으로 작용했다.
윤 박사는 반도체 기술의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정밀 측정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미세화된 공정에서는 작은 오염이나 불량만으로도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그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열쇠가 된다. 특히 신소재가 끊임없이 개발되는 오늘날, 그 물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면, 그 어떤 기술도 양산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앞으로는 소재 하나, 측정 하나가 산업 전체를 흔드는 시대입니다. 과거 일본 수출 규제처럼 예고 없이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요? 저는 소재 자체를 만들지는 않지만, 신소재가 나왔을 때 그 성능과 한계를 누구보다 먼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게 저희 팀이 앞으로 맡아야 할 역할이자, 지금까지 준비해 온 모든 기술의 최종 목적지이기도 합니다.”
향후 목표에 대해 그는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진공 기반 소재 측정 기술의 중심’을 세우는 것이라고 답했다. 산업계와의 유기적인 연결을 지속하면서, 후속 세대가 기술을 이어받을 수 있는 기반을 함께 마련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과제다. 최근 연구 환경이 변화하면서 경험 많은 연구자가 자연스럽게 기술을 물려줄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는 점은, 윤 박사에게 안타까운 현실로 다가온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이 사라지지 않도록, 남은 시간 동안 그가 하고 싶은 일은 명확하다.
“반도체 기술은 날이 갈수록 정밀해지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누군가 먼저 길을 닦고, 다음 사람이 그 길을 잇는 흐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연구가 그런 흐름 안에서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누군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가게 된다면, 제가 걸어온 시간과 고민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단단한 토대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밝게 타오른 불빛보다 오래 남는 건, 꾸준히 주변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다. 윤 박사의 연구는 산업과 사람을 향해 묵묵히 빛을 내어온 그 등불 같은 시간이었다. 누군가가 그 빛을 따라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술의 계승이고, 사람을 위한 과학의 완성일 것이다. 이제 다음 사람이 걸어갈 길은, 그가 밝혀놓은 그리 멀지 않은 불빛 위에서 시작될 것이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