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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인터뷰]한국과학기술연구원 물자원순환연구단 최재우 박사

고효율 회수 기술로 자원 선순환에 앞장서다 폐수 속 유가금속 회수하는 고분자 흡착제 개발
자원 확보를 위한 국가 간의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치열하다. 첨단산업이 발전할수록 희소금속, 유가금속에 대한 수급 위기는 더해지고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세계 각국은 자원전쟁의 해답을 자원의 선순환, 즉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자원의 회수에서 찾고 있다. 무엇보다 탄소중립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만큼 환경적인 측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순환자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순환자원은 어떤 ‘고효율’의 방법으로 ‘고순도’의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최근 KIST 최재우 박사 연구팀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을 개발해 실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올해 연구팀은 전기·전자 폐기물에서 고순도의 금 회수가 가능한 섬유형 소재를 개발한 데 이어 산업폐수에서 유가금속을 선택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고분자 흡착제를 개발하는 등 순환자원 연구에 독보적인 걸음을 내딛고 있다. 

새로운 고분자 흡착제 개발로 유가금속 회수 효율 극대화 
유가금속은 금(Au), 은(Ag), 팔라듐(Pd), 백금(Pt) 등 경제적 가치가 높은 금속을 말한다. 독특한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갖고 있어 배터리, 전자제품, 촉매 등에 활용된다. 그렇지만 유가금속은 고가인 데에다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다. 
자원빈국이라 불릴 만큼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산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유가금속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다. 높은 해외 의존도는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기술 발전과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언제든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리스크와 원재료 가격 변동성을 동반한다는 점도 큰 걸림돌 중 하나다.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가운데 위기를 타개할 대안으로 폐기물로부터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고분자 소재를 활용한 유가금속 흡착 연구가 활발하지만, 크기가 작은 고분자 흡착제는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 회수가 어렵고 흡착 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다. 또한 환원제를 활용한 회수 방법은 유가금속 외에 다른 금속도 환원시켜 유가금속만 선택적으로 회수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연구팀은 하이드라자이드(hydrazide) 기능기를 갖는 별 모양(star-shaped)의 고분자를 합성해 유가금속 흡착제로 활용했다. 하이드라자이드는 유가금속과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질소, 탄소, 산소로 이루어진 화학적 분자 구조를 말하며, 기능기는 같은 화학적 특성을 지니는 한 무리의 유기 화합물에서 그 특성의 원인이 되는 공통된 결합 양식을 일컫는다. 새로운 고분자 흡착제는 기존의 상업용 고분자 및 환원제, 흡착제보다 성능과 속도가 우수해 유가금속의 환원 흡착을 촉진했다.  
연구팀 정영균 박사는 “개발된 흡착제는 양전하를 띠고 있어 다른 양이온성 금속이온을 흡착하지 않고, 유가금속만 선택적으로 흡착 가능하다”며 “흡착 시 형성된 침전물을 필터로 쉽게 분리시켜 흡착제와 유가금속을 효과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버려진 전자기기(CPU)와 촉매에서 얻은 유가금속 용출 용액으로 실험한 결과, 새로운 흡착제는 유가금속만을 선택적으로 100% 회수해 유가금속 회수 공정의 실증 가능성을 보였다. 더불어 흡착된 유가금속을 탈착한 뒤 재사용이 가능함을 확인해 흡착제의 실용성 검증도 마쳤다. 향후 고분자 합성 공정을 단순화시켜 소재 가격을 낮춘다면, 실제 산업에 실용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우 박사는 “이번 연구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유용한 자원을 회수하고, 유해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유가금속 중 산업적 활용 가치가 높은 희토류에 매우 우수한 선택도를 갖는 고효율 회수 소재 개발로 연구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이정현 교수와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으며, 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2024년 5월 8일 게재되었다. 

폐기물에서 고순도 금 회수하는 섬유형 소재 개발
올 초 연구팀은 전기·전자 폐기물에서 고순도의 금을 선택적으로 회수하는 섬유형 금속 회수 소재를 개발한 바 있다. 앞서 소개한 연구가 산업용 폐촉매나 CPU를 대상으로 귀금속(팔라듐, 백금, 금)을 회수하기 위한 10nm 수준(머리카락의 1/1,000배 작은 수준)의 직경을 지니는 작은 크기의 고분자 흡착 소재라면, 해당 연구는 전기·전자 폐기물에서 선택적으로 금만 회수 가능한 섬유형 흡착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섬유 형태의 소재는 수중 제어가 쉬우면서도 직조 과정을 거치면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어 산업 적용 가능성이 높다. 다만 두께가 얇고 강도가 낮아 지지체에 금 회수 기능을 도입할 경우 쉽게 끊어지는 점이 문제였다. 
이에 연구팀은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F) 섬유 소재 표면에 알칼아민 분자를 화학적으로 고정시켜 분자 금 회수 성능과 구조적인 안정성을 동시에 높였다. 아민이 함유된 고분자 섬유는 표면적이 획기적으로 넓어져 기존에 개발했던 입상 형태의 금 흡착 소재 대비 폐기물에 포함된 금 이온 흡착 성능을 기존 연구팀에서 개발한 소재 대비 최대 2.5배까지 향상시켰다(576mg/g~1,462mg/g).
해당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부분은 개발된 섬유형 소재가 실제 CPU를 침출해 얻은 용액에서 99.9% 이상의 금 회수 효율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뿐 아니라 대부분의 폐액을 포함하는 pH 1~4의 넓은 범위에서도 100%에 가까운 금 회수 효율을 달성했다. 게다가 10회 사용한 후에도 금 회수율을 91%까지 유지해 우수한 재사용성을 보였다.
최 박사는 “전기·전자 폐기물을 초강산인 왕수로 녹여내면 무기 금속이온들과 이물질, 유기물들이 빠져 나온다”며 “이 가운데 특정 금속만을 99.9% 이상의 순도로 선택적 흡착, 결정화시켜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박사는 “소재를 만들 때 비용이 많이 들면 활용에 제한되는 부분이 생기는데 우리가 사용한 소재는 옷감에 흔히 사용되는 아크릴 소재이기 때문에 습식 방사 공정을 통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버려지는 폐의류 활용도 가능하다”며 “특히 10회의 반복적인 사용 후에도 원래 성능의 90% 이상을 유지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은 소재”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되었고, 기업에 기술이전까지 마친 상태다. 폐기물이 경제적 가치가 생기다 보니 기존 특정 자원회수 업체로 폐기물이 집중되어 기술사업화에 애로가 있었지만, 해당 업체의 경우 해외에서 공급망을 확보, 순조롭게 사업화를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산업에서 사용되는 금속자원들을 대상으로 한 기능성 회수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최 박사는 “새로운 친환경 소재가 개발되었을 때 실용화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 기술과 공정을 왜 이것으로 대체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특정 소재 개발과 더불어 실제 처리 현장에서의 적용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이를 이해시키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그동안 연구팀이 자원회수 기술 개발과 관련해 점진적으로 빌드업(build-up)한 결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지난 2022년 다층으로 이루어진 내부 구조를 고분자 껍질이 감싸고 있는 캡슐형 소재를 개발해 99.9% 금 회수 효율을 달성한 바 있다. 실험 결과 14종의 이온 및 3종의 부유 고형물질이 공존하는 조건에서도 고분자 껍질을 통과한 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었다. 정 박사는 “당시 연구 성과가 나온 이후 연구팀이 고민한 지점은 어떻게 하면 더 쉽고 효율적으로 소재를 만들 수 있을까?”였다며 “수많은 고민과 실패 끝에 도입한 것이 섬유형 소재”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금속 흡착 후 결정화하는 방식으로 수중의 금속 이온을 회수하고, 회수된 금속 결정이 스스로 탈착되어 자가재생이 가능한 섬유형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된 자가재생 기능성 섬유는 금속 결정의 성장-탈착 과정을 반복할 수 있으므로, 기존 흡착제 기반 금속 회수 공정처럼 흡착제를 교체할 필요 없이 반영구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공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고, 흡착 소재의 교체가 필요하지 않아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캡슐형 흡착 소재 연구 성과는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자가재생 섬유형 흡착 소재 연구 성과는 ‘Advanced Fiber Materials’에 게재되었다.  

영상 144만 뷰, 화제를 모은 물속 나노플라스틱 제거 기술 
연구팀은 금속 회수 기술 외에도 지난해 태양광 조사 조건에서 작동하는 친환경 나노플라스틱 제거 소재를 개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분해를 거듭해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현재 운용 중인 정수장에서는 20μm보다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제거할 수 없어 보다 큰 크기로 뭉친 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철(Fe) 또는 알루미늄(Al) 기반 응집제가 사용되나, 이들 물질은 독성 유발로 인해 별도의 처리 공정이 요구되는 등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가시광이 조사되는 조건에서 나노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응집할 수 있는 친환경 금속-유기물 골격체 기반 고형 응집제를 개발했다. 페로시안화 칼륨 용액에 염화 철(III)을 더한 금속-유기물 골격체 기반 물질인 ‘프러시안 블루’는 청바지를 진한 파란색으로 염색하는 데 사용되며, 최근에는 일본 방류수에서 방사성 원소인 세슘을 흡착하는 용도로도 사용된 바 있다. 
정 박사는 “프러시안 블루는 수중 방사성 물질 제거 성능을 지닌 것으로 잘 알려진 소재인데, 관련 실험을 진행하던 중 가시광 조사 조건에서 미세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응집하는 현상을 발견했다”며 “응집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결정 구조를 조절해 미세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개발된 소재에 가시광을 조사하면 기존 여과기술로는 제거하기 힘들었던 약 0.15μm(150nm) 직경의 초미세플라스틱을 약 4,100배 크기로 응집해 제거가 용이한 크기로 만들 수 있다. 실제 실험 결과 물속 미세플라스틱을 최대 99%까지 제거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개발된 소재는 자신보다 3배 이상 많은 양의 초미세플라스틱을 응집할 수 있는 성능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기존에 활용되는 철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한 응집제보다 약 250배 우수한 응집 효율이다.

최 박사는 “일반적인 하천, 하폐수 처리 시설이나 정수장에 적용할 수 있는 후보 소재로서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술”이라며, “개발된 소재를 사용하면 수계에 존재하는 나노플라스틱뿐 아니라 물속 방사성 세슘까지 정화할 수 있어 안전한 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당 연구 성과는 2023년 10월 1일 ‘Water Research’에 게재되었는데, 발표된 이후 과학계와 산업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언론사의 취재와 보도가 이어졌고, 유튜브에 업로드된 YTN 방송 영상의 경우 2024년 9월 기준 144만 뷰에 달한다. 정부 출연기관이 발표한 연구성과 중 영상재생 순위 5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지속가능한 미래, 더 나은 대한민국을 연구하다
최 박사는 그동안 꾸준히 하천/하수/폐수 등으로부터 독성 중금속 및 유·무기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소재 개발 연구를 수행해 왔다. 그러던 중 2017년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을 계기로 유가자원 회수 연구를 시작해 현재는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거둔 성과를 살펴보면, 국제학술지 155편(2005년~현재), 국내외 특허출원 139건, 특허등록 100건, 기술이전 13건(총 기술이전 계약액 : 1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를 거두기까지 그 과정이 녹록한 것만은 아니었다. 전기·전자, 폐배터리, 폐태양광패널 등에서 특정 희소금속, 유가금속을 선별적으로 고순도화 시켜 회수할 수 있어야만 경제성과 가치를 가질 수 있는데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정 박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실현시켜 왔다”며 “정 박사와 연구원들이 노력해 준 덕분에 선별적 회수 기능 소재 개발과 기술이전까지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최 박사가 연구를 수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스스로에게 엄격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가 하나의 출판물이 되고, 지식재산권이 되는 과정에서 모든 이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힘은 엄격한 기준에서 나온다는 생각에서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다들 이해할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결과는 연구로서의 가치를 잃는다는 것. 자신이 수행한 연구 결과에 스스로가 자신 있고 당당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최 박사의 목표는 정 박사와 함께 우리나라 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금속자원에 대한 회수 기술을 모두 개발하고, 이를 기술이전 하는 것이다. 열정과 능력이 있는 연구자, 사업가와 전문가들이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며 ‘삶의 환경을 푸르게 변화시키는 플랫폼’. 그 Dream Road로의 도전을 위해 최 박사는 오늘도 용기 있는 걸음을 내딛고 있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4년 10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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