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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가톨릭대학교 약학과 조용연 교수

‘세포의 운명’ 결정짓는 새로운 단서를 찾아내다 핵막 파열로 세포 죽는 ‘캐리옵토시스’ 원리 최초 규명
우리 몸속 세포도 생명체인 만큼 태어나고, 늙고, 죽는다. 하나의 세포가 생성되고 기능에 따라 세포가 분화한 후 자라나서 살다가 결국 ‘사멸’하는 과정을 거친다. 세포가 죽는 건 정상적인 생리현상이지만 불필요하게 세포가 많이 죽거나,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아 균형이 깨지면 질병이 발생한다. 따라서 세포 사멸의 원리와 과정을 밝혀내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 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질병을 막을 방법 또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톨릭대학교 조용연 교수가 새로운 세포 사멸법인 ‘캐리옵토시스(Karyoptosis)’ 분자 기전을 규명한 데에 의·과학계의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캐리옵토시스는 핵막이 터지면서 핵 내 유전체 노출과 DNA 손상 신호전달 활성화로 세포가 사멸하는 특징을 가진다. 연구팀은 이러한 캐리옵토시스 과정을 세계 최초로 실측영상 촬영에 성공하고 분자 기전을 밝혀냈다. 즉, 생명현상을 좌우하는 핵막의 온전성 유지 기전을 규명한 것으로, 인체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치료제 개발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CREB3 단백질 과발현이 세포 사멸 유발
세포 내 기관 중 가장 핵심기관은 세포핵이다. 유전물질인 DNA가 들어 있고, 세포의 모든 활동을 조절한다. 핵은 안팎 2층으로 이루어진 핵막으로 둘러싸여 주변의 세포질과 분리된다. 이러한 핵막은 핵 내·외 물질 및 신호 교환, 고정된 크로마틴의 리모델링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 유전자 손상, 미접힘 단백질 스트레스(*발현된 단백질이 본연의 형태 및 기능 유지를 위해 접힘 구조가 형성되어야 하나, 세포 내 스트레스 유발 자극으로 인해 접힘 구조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발생하는 스트레스), 세포 이동 과정에서 그 온전성을 상실하면 사멸을 유도한다.
캐리옵토시스는 핵막이 터지면서 핵 내 유전체 노출과 DNA 손상 신호전달 활성화가 발생해 세포가 사멸하는 특징을 가진 조절세포사로, 2018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되었다. 그러나 형태적 특징만이 알려졌을 뿐, 핵막의 온전성 상실 원인과 이로 인한 세포 사멸 과정 및 분자 기전은 밝혀진 바가 없었다.
따라서 캐리옵토시스에 대한 분자 기전을 규명해 핵막의 온전성을 조절하는 것은 생명과학 및 의학 분야에서 풀지 못한 난제 중 하나였다. 조용연 교수가 이 난제에 파고들게 된 계기는 바로, ‘CREB3 단백질(유전자 전사조절인자로 막관통 영역을 포함하는 제2형 막내재 단백질)’이었다.  
조 교수가 이끌고 있는 약품생화학연구실은 암의 발생 및 항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호전달 네트워크와 단백질 간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특히 최근 중점을 둔 연구 주제는 단백질 안정성 조절과 세포의 암화 및 항암제 내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으로, 그 과정에서 CREB3 단백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CREB3는 다른 전사인자와 달리 막관통영역을 가지며, 전통적으로 세포 내 에너지에 깊이 관여하는 인자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암세포의 증식과 분화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러한 점 때문에 우리 연구실에서는 CREB3에 관심을 가지고, CREB3-FL로부터 파생되는 자연적 생산물인 CREB3-CF의 기능을 관찰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CREB3-CF 과발현이 핵막 파열과 지놈(Genom) 유출을 유발하고, 세포를 사멸함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즉, ‘캐리옵토시스’를 발견하게 된 것이죠.” 
세계 최초 실측영상 촬영 및 분자기전 규명
연구팀은 캐리옵토시스 유발 내적인자로 제2형 막내재 단백질인 CREB3를 동정했다. 그리고 이전에 알려진 기전과 달리 합성된 후 핵 내막에 직접 국재화되며, 핵 내막에 크로마틴을 속박(tethering)하는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핵 내막은 좁은 공간에 지놈을 빡빡하게 수납하고 있어 항상 밖으로 터지려는 팽창력을 받습니다. 이에 라민 단백질로 구성된 핵 내막 라미나와 내막에 크로마틴을 속박해 안으로 쪼이는 압력을 유발함으로써 균형을 맞춰 핵 모양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때 핵 내막에 크로마틴을 속박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CREB3인 것이죠. 또한 외부 자극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CREB3에서 분절이 일어나면 핵 내 지놈의 팽창력과 속박력 사이의 균형이 깨져 핵막이 폭발하듯 터지면서 세포 사멸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캐리옵토시스의 분자 기전을 세계 최초 규명한 것은 물론 그 과정을 실측영상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수많은 토의를 거쳐 새로운 실험 기업을 디자인하고, 최신 연구장비를 활용했다. 특히 핵심인 실측영상 촬영에 연구원 모두가 엄청난 공을 들였다. 마침 제주도 분자세포생물학회 기기전시 부스에서 토모큐브의 HT-X1을 접하게 되었고, 토모큐브 본사의 도움 속에 장비를 활용해 캐리옵토시스 과정을 라이브로 영상에 담을 수 있었다. 세계 최초로 실측 영상까지 확보했지만, 연구 결과를 설득하는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연구 결과를 다른 연구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토의할 수 있는 연구 그룹도 없다 보니 연구자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결과를 정리하기까지 연구원들과 수없이 고민하고 검증을 거쳐야 했죠. 그러던 중 2018년 캐리옵토시스를 처음 제안한 영국 황실대학 Manolis Fanto 교수에게 리뷰를 요청했는데, 우리 연구 결과가 M. Fanto 교수가 찾아 헤매던 연구 결과임을 인정하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큰 힘이 되었고, 이후 영국에 직접 방문하거나 줌을 이용해 의견을 나누며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캐리옵토시스 연구 선도그룹으로 국제적 트렌드 이끌 것
연구팀은 캐리옵토시스가 기존 세포 사멸법으로 알려진 아팝토시스, 오토퍼지, 네크롭토시스 등과 바이오마커에서 중첩되지 않아 서로 독립적인 세포 사멸임을 밝혔다. 실험을 통한 예측 결과, 캐리옵토시스의 세포 사멸 영향력(*전체 세포군에서 캐리옵토시스에 의해 사멸되는 세포군의 비)은 약 16~40%로, 기존 조절세포사와 유사하거나 탁월하다고 판단했다.  
핵막의 온전성 유지는 세포의 항상성 유지와 관련이 있고, 핵막의 변형으로 달라진 유전자 발현은 암을 포함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핵막의 온전성을 조절하는 분자 기전을 규명한 이번 연구 결과는 그 확장성과 활용성이 매우 크며, 생명과학 전체에 파급될 파급력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질병 세포를 특이적이게 사멸시키는 방법으로 활용해 치료 방안을 제시할 수 있고, 정상세포가 외부 충격/자극 등에 의해 핵막이 손상되는 것을 막아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도 있다.
특히 암 치료제의 경우 핵의 손상과 지놈 손상을 유발해 핵막의 변형을 일으켜 부작용이 나오게 된다. 연구팀이 발견한 캐리옵토시스 유발 인자인 CREB3를 활용하고, 치료제를 병용 처리하면 더 적은 농도에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정상세포에서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치료법 및 치료제 개발에 활용이 가능하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단백질 또는 유전자 전달만으로 항암 치료 효과를 검증해야 하고, 어떤 기전으로 캐리옵토시스가 유발되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정상세포에서의 불특정 캐리옵토시스 유발에 의한 부작용 억제 방안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캐리옵토시스에 대한 바이오마커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캐리옵토시스가 기존에 알려진 조절세포사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고, 신호전달 및 대사 경로 단백질체 연구를 통해 캐리옵토시스 바이오마커를 동정하는 것이 치료 및 부작용 효과 검증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는 한국 생화학분자생물학회지 ‘실험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EMM)’ 온라인에 2024년 3월 13일 게재되었다. 세계 최초로 기전을 밝혀 논문을 발표한 만큼 향후 캐리옵토시스 연구 영역에 있어 조 교수 연구팀이 선도그룹으로서, 국제적인 트렌드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암 정복을 향해 이어지는 ‘그랜드 챌린지’
조 교수는 신호전달계와 표적화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 일본 Tohoku University(동북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연구자로서의 길을 걸은 지도 어느덧 24년이 흘렀다. 박사학위 취득 이후 현재까지 약 180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인용지수는 총 15,000회 이상, 발표논문 총 impact factor 합이 1,000점을 초과한다. 2011년 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에 부임해 교내 종합약학연구소장을 역임했고, 2024년 현재 조절세포사제어 물질연구소장 겸 약학대학장 직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은 피부 흑색종 연구를 수행해 미국 및 유럽과 동등한 수준의 연구력을 보였으며, 단백질 안정성 조절을 통한 피부 흑색종의 증식 조절기전을 분자생물학과 세포생물학적 기법으로 증명했다. 최근에서는 호로몬 저항성 전립선암 세포의 증식 기전으로 SPOP에 의한 ELK3의 안정성 조절이 핵심 기전임을 증명해 ‘Cell Death & Disease’에 발표했다. 현재 2편의 논문이 저명 저널에 투고되어 동료 평가 과정을 진행 중이다. 
약품생화학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주요 연구 테마는 암발생 및 항암제 내성을 유발하는 단백질 인자들의 안정성 조절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치료제 및 치료법 개발의 기반을 구축하는 연구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재 암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 중인 항암제의 감수성을 증진시키고, 항암제 내성 세포를 표적해 감수성을 증진시키는 방안으로 캐리옵토시스 유발과 병용처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전 규명을 위해 사용하는 연구 기법은 조 교수가 일본 Tohoku 대학에서 박사학위 동안 익힌 응용유전자공학 기법을 기반으로 각종 발현벡터, 돌연변이벡터 및 분석용 벡터를 자체 개발해 사용한다. 많은 유전자원을 확보한 상태이며, 최신 연구 기법을 과감히 도입해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조 교수는 ‘암을 역사 속으로 묻기 위해, 암으로 고통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연구자로서의 시간을 채워가고 있다. 그가 암 연구에 가장 큰 무게를 싣는 이유는 암 환자들이 느낄 고통의 깊이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6년 전 위암 3기 말 판정을 받고, 위 전절제와 항암을 진행했었습니다. 제가 겪었던 만큼 암 환자가 가지는 절망감, 암과의 싸움 과정에서 받는 고통의 정도, 그리고 항암 이후 후유증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 치료의 기반이 되기를, 새로운 항암의 표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람의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구인 만큼 연구 진행 과정이 투명하고, 결과에 대한 검증이 철저해야 하며, 범용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많은 연구자들과 논리적 오류를 점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제 간 벽이 없는 연구풍토, 그 위에 피워낸 집단지성의 꽃
연구는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해 내는 일이다. 이미 밝혀진 책 속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발견으로 책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내가 만든 책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언어와 이해하기 쉬운 글로 페이지를 채워야 하는 것처럼 연구도 누구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실험 프로토콜을 사용해야 한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는 만큼 조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 역시 범용적인 실험 프로토콜을 찾아내는 것이다. 
“특정 연구실에서만 사용하는 실험 프로토콜은 일반화가 될 수 없습니다. 누구나 설명하면 당연히 그 방법이 옳다고 여겨질 수 있는 실험 프로토콜을 찾아내고 디자인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우리 연구실에서는 전체 랩 미팅을 통해 연구결과의 검증 작업과 재현성 실험을 수행하고,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랩 미팅은 교수, 학생 구분 없이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 속에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사제 간의 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교수실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드나드는 연구원들의 발걸음에는 머뭇거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가볍게 커피 한잔을 함께하다 하나둘 모여 미팅이 시작되기도 하고, 서로 간식을 가져와 나눠 먹으며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연구원들이 교수실을 ‘사랑방’으로 칭할 정도로 실험실과의 심리적 거리가 가깝다. 이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인격적인 존중,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미지의 세계를 설명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발견에 당장 호기심을 끌 수는 있지만 실제로 받아들여지기까지 과학은 칼과 같이 날카롭고, 철과 같이 차갑기 때문입니다.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검토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되풀이해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이런 지난한 과정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연구책임자와 연구원 간 소통과 자유로운 의견 개진, 다른 연구원의 의견을 비평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시야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논리로 뒷받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조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단백질체 연구를 더욱 깊이 있게 수행해 캐리옵토시스에 대한 바이오마커를 동정하고, CREB3와 같이 핵 내막에서 핵막의 온전성을 조절하는 인자를 부가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들 인자들이 어떻게 핵막에 국재화되는지를 비롯해 유전자 발현과 핵 형태 변화, 핵 형태 변화와 크로마틴 리모델링 간의 상관관계를 집중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아울러 대한민국에서 출발하는 조절세포사의 기전을 국제적인 트렌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연구실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은 조 교수의 기쁨이자 원동력이다. ‘새로운’, ‘최초’라는 수식어의 이면에는 많은 책임과 고독이 묻어 있음을 알지만, 도전을 멈출 생각은 없다. 부지런하게 배우고, 즐겁게 연구하며 그만의 ‘트렌드 챌린지’를 이어갈 생각이다. 쉼 없이 새로운 연구 주제와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조 교수의 연구가 밝혀낼 생명현상의 비밀이 궁금해진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4년 8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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