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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명지대학교 기계공학과 정상국 교수

과학으로 더 큰 세상을 열다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 개발, 와이퍼 없는 자동차를 현실로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거대한 혁신의 바람은 기술의 진보를 넘어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분야는 단연, 자율주행자동차다.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된다면 이동방식은 물론 도시의 구조, 일상생활의 리듬 자체가 혁신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현재 자율주행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가장 관건이 되는 부분은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광학센서의 신뢰성 유지다. 폭우, 폭설과 같은 예상치 못한 기상 변화 속에서도 눈이 항상 맑고 깨끗해야 안정적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전적 클리닝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기술이 필요한데, 정상국 교수가 개발한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Drop Free Glass)’를 적용하게 되면 전자 신호만으로 1초 이내에 오염 제거가 가능해 주행의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센서뿐 아니라 차량 전면 유리에 적용할 경우 ‘와이퍼 없는 자동차’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실제 적용을 위해 정 교수는 교원창업한 (주)마이크로시스템을 통해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과 함께 기술을 공동개발 중이다. 이와 함께 해당 기술이 적용된 지능형(AI) 보안카메라(CCTV) 제품을 개발해 스마트시티 분야로도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기존 센서용 세정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다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차량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라이다 센서와 같은 광학센서들이 차량의 핵심부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차량은 다양한 외부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센서 표면에 빗물, 김서림, 서리, 눈, 기름과 같은 오염이 발생하게 된다. 오염이 끼면 차량의 전자장치 시스템에 오류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세정 기술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의 차량 센서용 세정 기술로는 발열 전극층을 이용한 발열 필름 기술과 세척액을 이용한 유체 분사 기술이 존재한다. 발열 필름의 경우 별도의 기계적 구동장치는 필요 없지만 발열 시 소모전력이 크고 구동속도가 느려 빗물과 같은 오염물의 실시간 세정이 불가능하다. 또한 유체 분사 장치는 노즐, 수조와 같이 크고 무거운 기계적 구동부가 필요해 소형화가 어렵고 주기적으로 유체를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러한 기존 세정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바로, 전기 신호만으로 오염을 제거하는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Drop Free Glass)이다.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는 미세유체제어 현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정 교수가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와 새로운 연구주제를 찾기 위해 미래 유망 기술을 조사하고, 미세유체제어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기적 미세유체제어 연구를 이어갔고, 이를 응용해 대표적 혁신기술로 손꼽히는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를 탄생시켰다. 
“대학원 재학 당시 기계공학도로서 물리, 화학공학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경험한 것이 응용연구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삼성전기에서 전기습윤 기반 유체렌즈를 개발한 경험과 명지대학교에서 바이오칩 연구를 한 경험이 더해져 현재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 개발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전기 신호만으로 1초 이내 말끔하게 오염 제거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는 패턴이 새겨진 투명 전극을 소수성 절연막으로 코팅한 간단한 구조이지만 전기적 진동을 이용해 오염물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메라 커버 유리 표면에 패턴된 투명 전극을 형성하고 그 위에 소수성 절연막을 도포한 후 표면에 물을 뿌리면, 변화된 정전 용량을 인식해 전극에 전기적 신호가 가해진다. 신호를 받으면 전기적 미세유체제어 현상에 의해 카메라 커버 유리 표면에 붙어 있던 물이 진동하며 순식간에 제거된다. 쉽게 말하면, 전기 신호를 이용해 유체의 표면장력을 제어, 오염물과 표면 사이의 부착력을 감소시켜 오염물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점은 내구성이 우수하며 낮은 소모전력(< 12mV)과 빠른 세정 속도(<1s), 높은 세정 효율(>95%)을 가진다는 점이다. 또한 기계적 구동장치가 필요 없는 간단한 구조로 응용제품의 초소형화가 가능하며 대량생산이 쉽고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장점을 가진다.
“전자식 자가세정 기술은 차별화된 혁신성과 높은 적용성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사회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됩니다. 자율주행 카메라는 물론 드론, 안경, 차량용 유리, 거울, 건설용 유리 등 다양한 적용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센서 표면의 액체를 전기적으로 제어하는 창의적 원천기술을 상용화하는 게 의미가 있는 만큼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과 공동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관련 연구결과는 2016년 ‘IEEE MEMS 학술대회’와 2017년 2월 1일 국제학술지 ‘Sensors and Actuators B’에 발표되었다. 


(주)마이크로시스템 창업, 기술의 가치를 꽃 피우다
연구성과를 발표하며 원천기술을 확보한 정 교수는 2017년 11월 (주)마이크로시스템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상용화에 나섰다. 설립 초기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사 빅베이슨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큰 주목을 받았고, 연구실에서 출발한 기업 중에서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사무실 벽면 가득한 상장과 인증서가 그동안 (주)마이크로시스템이 걸어온 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창업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야외에 주차되어 있던 차에 탔는데 빗물 때문에 후방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운전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가족, 그리고 지인들과 관련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는 비단 나만의 불편함이 아니라는 생각이 기술사업화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죠. 또 제가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걸 아는 주변의 권유도 받았습니다. 이에 원천기술 개발에서 조금 더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자 기술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창업의 목표는 돈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과 자율적으로 일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술 중심의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창업 3년이 지난 2020년, (주)마이크로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전자식 자가세정 기술이 적용된 차량용 센서로 CES 모빌리티 분야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9월에는 국가기술표준원의 신기술(NET) 인증을 받았고, 소부장 스타트업 100대 기업에 선정되었다. 

기술의 혁신성을 인정받으며,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리자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는 국내외 기업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하지만 막상 B2B 시장 진출을 앞두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협상을 하게 되자 정 교수의 고민이 깊어졌다. 원천기술을 적용한 완제품 생산, 납품 형태를 원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술이전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고심 끝에 결국 기업들의 제안을 뒤로 하고, 기술 고도화와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저는 창업가이기 전에 연구자였기 때문에 설립 초기에는 사업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자동차 기업들과의 사업화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면하게 되었고, 자가세정 유리가 자동차 시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을 가지고 인내해야 했죠. 이에 기술을 다른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 특히 기술을 제품화해서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현재는 자동차 센서뿐만 아니라 와이퍼가 필요 없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차량의 전면 유리에도 자가세정 기술을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또한 자동차 시장뿐만 아니라 자가세정 AI CCTV 카메라를 통해 스마트시티 분야로 신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술 고도화에 전념한 (주)마이크로시스템은 매년 스타트업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갔다. 2021년 사이버 보안을 위한 전자식 유체 가림막 기술을 개발해 다시 한번 CES 혁신상을 수상, 높은 성장 가능성과 기술에 대한 가치를 입증했다. 전자식 유체 가림막 기술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장착된 카메라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다. 이뿐 아니라 2021년 5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아기유니콘 200 육성사업’에서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독자적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CES 최고 혁신상’ 수상으로 독보적 기술력 입증
2022년에도 전자식 자가세정 기술이 적용된 CCTV 카메라로 혁신상 수상을 이어갔다. 이 제품은 표면에 발생한 오염물을 자동으로 감지해 제거함으로써 악천후 환경에서도 오염물로 인한 시인성 문제 없이 전천후 관제가 가능하다. 또한 딥 러닝(Deep Learning) 기반의 지능형(AI) 영상 분석 기술로 감시 영역 내 객체 인식과 이상 움직임 분석을 통해 선제적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지정기관 자동 알람 기능도 탑재해 안전사고 발생 시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 (주)마이크로시스템은 해당 제품으로 2022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신제품(NEP) 인증을 획득했다. 

대한민국 혁신제품, 신기술(NET), 신제품(NEP) 등의 인증들을 획득한 국가 우수조달제품으로 2022년에는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사업을 통해 낙동강과 동해 바다가 인접한 부산 강서구, 남구 지역들에 설치되었다. 실제 (주)마이크로시스템의 제품을 설치한 지역에서 실시한 수요기관 만족도 조사 결과 CCTV 전부분에 걸쳐 만족도 최우수 평가를 받기도 했다.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등에 가장 핵심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CCTV 카메라입니다. 카메라 주변에 습기가 끼거나 태풍 같은 재해 상황에서는 시인성이 저하되는데 이러한 문제를 저희가 개발한 제품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현재 인천대, 부경대, 인천 송도, 부산 스마트시티(남구, 강서구)와 같은 고습도 연안 지역을 비롯해 경기도 용인시 미르스타디움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도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은 (주)마이크로시스템이 한층 더 도약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된 해였다. CCTV 카메라 제품으로 CES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며 세계적인 혁신기술 스타트업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CES 최고 혁신상은 기술, 디자인, 혁신성 등을 중심으로 응모 분야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하나의 제품 및 서비스에 수여하는 상이다. 
뚝심 있게 기술의 고도화와 내실 있는 성장을 추진한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현재 (주)마이크로시스템은 국내외 180여 편 이상의 논문과 30편 이상의 특허를 보유, 관련 기술의 원천성을 확보하고 있다. 
“CES 최고 혁신상 수상으로 기술적 성과를 인정받게 되어 의미가 깊었습니다. 무엇보다 원천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완제품을 제작해 업계의 의심 어린 눈초리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 뜻깊었습니다.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최고 혁신상 수상 이후 국내 관공서와 항만 공사뿐 아니라 미국 서부 지역의 항만에서도 자가세정 AI CCTV의 설치 수요가 늘어나는 등 자가세정 기술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팀의 노력과 기술력이 인정받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혁신제품을 개발해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초소형 로봇 연구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다
정 교수는 전자식 자가세정 기술뿐 아니라 초소형 로봇 기술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해 왔다. 전자기력을 이용, 사람의 몸속 혈관을 통해 이동하며 치료용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초소형 바이오 로봇을 이미 2020년에 개발한 바 있다. 

현재 구강이나 정맥을 통해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인 체내 약물 전달 방식이나, 약물은 신체의 순환 기능에 의해서만 전달되기 때문에 목표한 부위에 원하는 양만큼 약물을 전달하기 어렵다. 약물 전달이 필요하지 않은 다른 조직까지 약물이 침투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의 초소형 로봇은 표면에 약물을 탑재하거나 생분해성 재료가 분해되면서 약물을 방출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문제는 이동 중 약물이 손실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한 결과, 몸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목표한 체내 조직으로 정밀하게 약물 전달이 가능한 초소형 로봇을 개발했다.
“외부 전자기장의 제어에 의해 움직이는 초소형 로봇은 여러 개의 기포들을 통해 약물의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목표한 부위까지 약물을 전달합니다. 또한 특정 소리(음파)에 의해 기포를 발생시키며 이때 생겨난 유동을 통해 약물을 방출하게 됩니다. 개발된 초소형 로봇은 창의적 기포 제어 기술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수한 약물 봉인 능력을 갖고 있으며, 기존의 고체 형태뿐만 아니라 액상 형태의 약물 또한 체내에 전달 가능합니다.”
해당 연구결과는 IEEE MEMS 학술대회에 2018년 1월 발표되어 최종 우수논문 15에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학술지 ‘Sensors and Actuors A: Physical’에 2020년 4월 선행연구로 게재되었다.

혁신과 뚝심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다
이처럼 정 교수의 연구와 (주)마이크로시스템은 거듭되는 도전을 거치며 어느덧 IT기술의 새로운 길을 여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련도 있었고,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 고뇌도 깊었다. 그럼에도 정 교수는 결코 조급해 하지도, 노력을 게을리하지도 않았다. 다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끈기 있게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파고들었다. 그렇게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과 ‘인내가 동반된 뚝심’이 만나 혁신적 연구자이자,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는 교수이면서, 성공한 스타트업의 리더인 그를 만들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얻는 통찰과 경험이 새로운 일의 수행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자로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교수로서는 지식을 전달하며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고, 기업가로서는 실제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 역할을 병행하면서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고,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적인 연구를 통해 지식을 확장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미래 세대를 준비시키고, 기업가로서 혁신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향후 자율주행과 스마트시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기반을 제공하고, 악천후와 같은 공공의 현안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차량용 대면적 제품 개발을 지속해 가까운 미래에 ‘와이퍼가 필요 없는 자동차’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과학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는 오늘도 연구실의 불을 밝히며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4년 2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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