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기 기반 실내 측위 기술, NET 신기술 인증
위치를 측정하는 기술인 측위는 주로 GPS에 의존해 왔다. GPS는 위성이 쏘는 전파로 파악한 사용자의 거리를 토대로 위치를 찾아내는 삼변측량법(세 점으로부터의 직선거리를 사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구하는 기법)을 활용한다. 하지만 우주에 있는 위성에서 신호를 받기 때문에 실외만 가능하고, 막힌 실내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런 점 때문에 와이파이, 블루투스, 비콘, 자기장 등을 이용해 GPS 신호가 닿지 않는 실내에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전파 기반의 측위 기술은 오차가 상당히 크고(3~20m), 비콘이나 AP와 같은 추가적인 장비의 설치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최 교수 연구팀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면서 실내에서 안정적인 지구자기장 벡터 신호를 이용했다.
“딥러닝의 순환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s, RNN) 기술을 사용해 실내 지구자기장의 분포 패턴을 기계학습합니다. 이를 이용해 사람 또는 사물의 실내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을 고안해 냈죠. 기존의 단일 지문을 사용하는 지문인식 방식이 아닌, 연속적인 지문의 시퀀스 입력으로 현재 위치를 추정하는 방식입니다. 비콘이나 AP와 같은 추가적인 장비의 설치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실내에서 1m 수준의 측위가 가능합니다.”
연구팀의 측위 오차는 KOLAS 인증기관의 공인 시험성적 기준으로 73cm이다. 와이파이, 비콘 등을 사용하는 전파 기반 기술과 비교했을 때 최소 5배 이상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의 NET 신기술 인증을 획득했으며, 당시 신기술 인증 수여식에서 대표적 신기술로 소개되기도 했다. NET 신기술 인증은 기술의 우수성과 신뢰성을 인증하는 제도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주관 아래 심사되며 주로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기술이 인증되고 있다. 2019년과 2020년에 대학에서 신기술 인증이 수여된 것은 최 교수팀의 기술이 유일했으며, 고려대 산학협력단 단독 신기술 인증은 고려대에서는 최초 사례였다.
연구팀의 실내 측위 기술은 2019년 11월 준공된 고려대 SK 미래관, 하나스퀘어 지하광장, 과학 도서관 대강당 등에 적용되었다. 비콘 등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실내 지도 안내, 전자출석부 등의 위치 기반 서비스를 실제 캠퍼스에 최초로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 내 측위 시스템 구축 및 내비게이션 앱 개발
연구팀은 교내 테스트베드 구축에 이어 세계 최초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포함한 지하철 역사 복층 전 구역에서 실내 측위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각 장애인, 휠체어 사용 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위한 맞춤형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개발했다.
매년 수시로 발생하는 역사 내 휠체어 리프트 사고, 장애인들을 위한 환승 안내 미흡, 최근 증가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요구 등으로 인해 교통 약자를 위한 정확한 실내 길 안내 서비스가 필요한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휠체어 이용자의 환승 소요시간은 평균 약 18분으로, 비장애인(4분) 대비 4.5배가 더 소요되며, 환승 시간이 최대 40분까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도공사 산하 역사인 수원역 KTX 역사와 지하철 1호선 수원역 환승 구간이 시범 서비스 역사로 선정됨에 따라 2022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실내 측위 시스템 구축과 실내 내비게이션 앱 개발을 진행, 현장 검증을 마쳤다.
‘교통 약자를 위한 도시철도 역사내 맞춤형 스마트 내비게이션 개발’은 ▲1단계: 지구자기장 기반 실내 측위 테스트베드 구축 및 기본적인 내비게이션 앱 개발 ▲2단계: 시스템 통합 및 장애인 유형별 안전한 길 안내 서비스 개발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먼저 지하철 역사 내에서 연구팀의 딥러닝 기반 지자기 실내 측위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의 위치 추적, 이동 경로 분석 및 다양한 보행 상태 등을 추정할 수 있는 실내 측위 시스템을 구축했다. 측위 시스템 구축을 위해 테스트베드 내 자기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한 자기장 맵을 딥러닝으로 학습했으며, 딥러닝 모듈 외에도 측위를 위한 instant localization 엔진, PDR 엔진 등을 현장에 맞게 최적화시켰다.
테스트베드의 단층 환경에서 1m 내외의 측위 성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보행 속도와 스마트폰 파지 자세에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실시간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성능을 검증했다. 또한 휠체어 리프트,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점자 블록, 장애인 화장실 등과 같은 교통 약자 편의 시설의 위치 정보를 DB에 저장하고, 기본적인 목적지 탐색 및 경로 안내 기능을 탑재한 내비게이션을 개발했다.
2단계에서는 1단계에서 개발된 측위 엔진(딥러닝, instant localization, PDR)들을 통합하고 계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포함한 복층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층간 이동을 인식할 수 있도록 층간 이동 인식 모듈을 추가해 복층을 포함한 역사 전체에서 공인시험성적 1.7m 수준의 측위 성능을 제공하는 측위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동 휠체어 사용 지체장애인의 경우 전동 휠체어 전용 추측항법 엔진을 적용해 이동 속도와 이동 방향을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내비게이션 앱의 경우 장애인 유형을 시각 장애인, 휠체어 사용 장애인 등과 같이 세부적으로 나누어 사용자 유형별 내비게이션 화면 및 메뉴 구성을 다르게 디자인한 점이 특징이다. 경로 안내 시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엘리베이터나 휠체어 리프트가 있는 곳을 우선으로, 시각 장애인에게는 점자 블록이나 음성 유도기가 있는 곳을 우선으로 안내하는 등 안전하고 편리한 경로 안내에 중점을 두었다. 더불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위험 구역 접근 알림 기능 등을 개발해 목적지 안내뿐만 아니라 위치 기반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통해 교통 약자들의 앱 사용 만족도를 높였다.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장애인 유형별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장애인 단체의 협조를 통해 시각 장애인,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현장 체험, 최종 검증까지 마쳤다.
“기존 실내 측위 기술의 성능적, 경제적 한계로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지하철 역사에서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구축해 상용화한 전례는 없습니다. 따라서 본 과제를 통해 선보인 실내 측위 기술과 실시간 길 안내 솔루션이 성공적으로 서비스된다면, 향후 지하철, 철도 역사 스마트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로 자리매김 하리라 예상합니다.”
무엇보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이 역사에 적용된다면 ▲역사 내 유동 인구 분석 ▲위치 정보 기반의 화재, 안전, 재난 관리 ▲첨단 전염병 관리시스템 구축(감염병 발생 시 전파 경로 파악 및 감염 위험 대상자·전파자 실시간 추적) 등 국민들의 이동 편의성과 함께 안전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 플랜트에 경량화 측위 시스템 구축
최 교수 연구팀은 지구자기장 기반의 실내 측위 기술을 비롯해 스마트폰 모션 센서 기반의 보행자 추측 항법(PDR) 엔진 기술, 기설치된 와이파이 AP 신호를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RF 실내 측위 엔진 기술, 계단/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 등 다양한 복층에서의 정밀 측위를 위한 실내 복층 측위 엔진 기술 등 다수의 실내 측위 엔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에는 LG 화학 여수 플랜트에서 세계 최초로 자기장이나 전파 등 사전 데이터 수집 없이 연구팀의 독자적인 경량화 엔진 측위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만으로 1m 이내의 측위 성능을 갖는 측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 실내 측위 시스템 구축을 통해 LG 화학은 여수, 대산 등 산업 단지 내 200여 곳의 플랜트에서 모든 작업자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살아있는 형태의 디지털 트윈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졌다. 이뿐 아니라 작업자의 위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함으로써 작업자의 안전사고 시 빠른 구조, 허가되지 않은 보안 구역에서의 작업자 출입 통제 및 알람, 위험 시설물에 대한 접근 제어,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의 대피 경로 안내 등 다양한 위치 기반 서비스 구축이 가능하다.
“이번에 적용된 연구팀의 경량화 실내 측위 기술은 자기장 기반의 실내 측위 기술과는 다른 새로운 측위 기술입니다. 사전에 자기장이나 전파 데이터 수집 없이 스마트폰의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LG 화학 플랜트 건물 전 구역에서 평균 1m 이내의 측위 성능을 달성했습니다.”
연구팀 설명에 따르면, LG 화학 플랜트 건물은 미로 형태의 복잡한 철근 구조로 층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1.3층, 1.5층 등의 불규칙한 층고들을 다수 포함한 복잡한 플랜트 건물이다. 기존의 전파 기반 실내 측위 기술인 블루투스 비콘을 이용한 측위 기술을 적용할 경우, 비콘 설치를 위한 전기공사뿐만 아니라 장비 관리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비콘의 전파 신호를 이용하더라도 정확한 층고 구분 등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에 연구팀의 경량화 엔진 기술은 다수의 불규칙한 층의 정확한 식별이 가능하며 1m 이내의 3차원 실내 측위 성능을 달성했다.
새롭게 경량화 실내 측위 기술을 개발함에 따라 사전 데이터 수집과 인공지능 학습 없이 대규모의 공장, 플랜트, 쇼핑몰 단지 등에서 더욱 빠르고 정확한 실내 측위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독자적 기술 개발 공로로 산업기술진흥 유공자 선정
이처럼 최 교수는 스마트폰만으로 아무런 장비나 공사 없이 세계 최고 수준(측위 오차 1m 내외)의 독자적인 실내 측위 원천기술 개발, 딥러닝을 활용한 지구자기장 기반 실내 측위 기술 개발, 지상/지하/계단/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 포함 실내 전 구역에서 초정밀 실내 측위 시스템 구축 등 성능과 경제성을 모두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며 실내 측위 분야의 역사를 새로이 써내려 가고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12월 7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2022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대전’에서 기술개발부문 산업기술진흥 유공 정부포상자(훈격: 대통령표창)로 선정되었다. 산업기술진흥 유공자는 전 산업 분야에서 수공기간, 기술의 독창성 및 난이도, 파급효과 등 산업기술진흥에 공이 큰 기술인, 기업, 단체를 대상으로 선정된다. 고려대학교에서 산업기술진흥 유공자 선정은 두 번째였고, 2022년 기준 최근 7년간 학계에서의 산업기술진흥 유공자 선정은 최 교수가 유일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최 교수의 유공자 선정은 국가 차원에서 실내 측위 기술의 중요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들 또한 다양한 영역에서 실내 측위 시장이 향후 수년간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형 건물 내 길찾기, 실내 드론 배달, 실내 물류 자동화, 실내 모빌리티, 스마트 안전 등 향후 스마트 시티 조성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내 측위 기술은 4차 산업의 핵심 플랫폼 기술로서 실내 내비게이션, 박물관 안내, 광고, 물류, 스마트 안전, 증강 현실, 고객 트래픽 분석 등 위치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와 응용 개발을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미래 사회와 문화에 반도체 기술과 맞먹는 큰 파급효과를 가진 첨단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 완성도 높여 미래 시장을 위한 준비에 집중
연구팀은 압도적인 기술력과 추진력을 무기로 실내 측위 기술 개발과 시스템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 과제(국방과학연구소, 2022년 11월~2025년 10월)를 통해 해군 함정 내에서의 실시간 관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실시간 디지털 트윈 서비스 개발, 위치 기반의 보안 및 안전 관리 서비스 개발, AR 기반 대테러 작전 수행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성공적으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함정 내 기상악화로 인한 침몰, 화재, 낙상 등 사고를 대비한 스마트 안전 시스템 구축 ▲함정 내 감염병 확산 방지 및 모니터링 ▲함정 내 해군 전력의 우울증, 자살, 성범죄 등 사회문제 예방 ▲군 내부자에 의한 군사기밀 유출 방지 ▲대테러·전시 상황 대응 시 실내 상황에서의 실시간 위치 기반 첨단 지휘 전략 체계 구축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밖에도 연구팀은 디지털 기반 건축시공 및 안전감리 기술 개발 과제(국토교통부, 2022년 4월~2026년 12월)를 진행 중에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 기반의 지능형 시공감리 업무 지원 모듈 및 3D 공간정보 생성/정합 기술 개발, 자기장 벡터 시퀀스 기반의 건축 현장 실내 측위 기술 및 작업자 안전관리 기술 개발, 클라우드 및 지능형 자동화 기술 기반 실시간 KPI 건축 현장 성과평가 시스템 개발 등을 목표로 한다.
굵직굵직한 연구과제들을 맡게 되면서 현재 연구팀의 연구과제 규모는 수십억 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기업들의 러브콜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최 교수는 우선적으로 진행 중인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기술 완성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발전과 준비를 철저히 해서 확산 단계에 이르렀을 때 빠르게 확산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때를 위해 측량 이슈, 보안 이슈, 빠른 측위 시스템 구축 등의 이슈들을 극복하면서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 모든 사물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글로벌한 실내 측위 기술을 만들고, 내비게이션 역시 플랫폼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켜 미래 시장을 위한 기반을 탄탄히 다져갈 계획입니다.”
세계적인 등반가라 해도 한 번에 열 걸음, 스무 걸음 이상을 올라갈 수는 없다. 숨이 차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올라야지만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 법이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오르기 전의 막막함을 이겨내듯 연구 성공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최 교수는 눈앞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걸음을 내디디며 실내 측위 기술의 완성이라는 정상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 세계 위치 기반 서비스 시장에서 이름을 빛낼 최 교수의 찬란한 행보에 힘껏 응원을 보낸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