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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세종대학교 바이오산업자원공학 전공 윤미용 교수

원전 해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다 세계 최초 ‘압타머’ 기반 방사성 폐액 처리 공정 개발

원자력을 흔히 ‘쉽게 끌 수 없는 불’이라고 말한다. 원자력발전소를 세워 가동하는 것보다, 가동을 중단시키고 완전히 해체하는 과정이 더 어렵고, 비용과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원자력 분야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나 독일조차 원전 해체 작업은 순탄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체 경험이 없어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해체를 앞두고 원전 해체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여건에 부합하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한 가운데 세종대학교 윤미용 교수 연구팀이 기존 이온교환수지를 대체할 수 있는 압타머 기반 방사성 폐액 처리 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향후 처리 기술 및 공정 개발이 완벽하게 이뤄지면 원전 해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이온교환수지 대체할 신기술 확보 필요
전 세계적으로 영구 정지된 원전의 해체는 원전보유국으로서는 큰 국가적 목표이며, 국내에서는 현재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해체를 준비 중이다. 현재 전 세계 204기 영구 정지 원전 중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4개국만이 해체를 완료한 경험이 있다. 해체 경험이 없는 한국은 소규모 원자력 시설(연구로 1·2호기, 우라늄 변환시설) 및 운영 원전 대형 기기 교체(증기발생기, 원자로 압력관 및 원자로 헤드 교체) 경험을 통해 해체 기술을 확보 중이며, 계속해서 원전 해체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 해체 과정에서 대두되는 문제는 대량의 방사성 폐기물 발생, 막대한 해체 비용, 장기적 관리 등이다. 특히 한국은 국토의 면적 대비 인구가 많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의 증설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방사성 폐기물 안전관리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기 때문에 이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방사성 폐액 처리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이온교환수지는 방사성 이온 물질로 포화가 되면 방사성 폐수지로 처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2차 방사성 폐기물이 생겨난다. 여기에 국내에서 겪고 있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족 문제가 더해지면서 2차 핵폐기물 감용에 대한 관련 기술 개발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에 윤미용 교수 연구팀은 정부에서 주도하는 원자력 에너지개발사업 일환으로 압타머를 적용한 폐액 처리 공정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세종대에 임용된 이후 여러 연구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북극연구소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당시 양자원자력공학과, 환경에너지공간융합과 등 다양한 학과 교수님과 교류할 수 있었죠. 이를 계기로 다른 연구팀이 압타머를 이용한 방사성 금속이온 제거 과제를 진행하면서 우리 팀에 공동연구를 제안했습니다. 당시 기존 압타머를 이용한 단백질 타겟 발굴을 막 시작하고 있었을 때였고, 원자력발전소 해체 시 새로운 아이디어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압타머가 특정 이온성 원소에 높은 선택성을 갖고 결합할 수 있다는 결과들을 기반으로 삼아 압타머 기술을 원자력 분야에 적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 즉, 특정 표적 물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압타머 고유의 특징을 활용해 원전 해체로 발생하는 방사성 폐액 내 특정 원소를 제거 및 처리하기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방사성 폐액 처리에 활용함에 따라 액체 방사성 폐기물 감용 및 처리비용 절감과 같은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압타머의 금속 특이적 결합 통해 방사성 금속이온 제거
압타머(Aptamer)는 ‘Fitting’이라는 뜻을 가지는 라틴어 ‘Aptus’와 그리스 접미사 ‘-mer’의 합성어로, 표적 분자에 친화적/특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핵산(ssDNA, RNA)으로 구성된다. 즉, 압타머는 안정된 3차원 구조를 유지하면서 특정 분자에 특이적으로 강하게 결합한다는 특징을 지닌 친환경 바이오 소재이다.
연구팀은 압타머가 그 고유 구조에 의해 표적 물질별로 선택성을 가지고 결합할 수 있다는 특징을 이용해 방사성 폐액 내 특정 원소를 제거하기 위한 ‘친환경 바이오 소재 공정’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의료 및 산업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압타머를 원자력 분야에 도입해 방사성 폐액에 존재하는 이온성 원소를 제거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신규 공정을 개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연구팀이 개발한 압타머/비드 컬럼은 방사성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을 90%가 넘는 높은 효율로 제거했기 때문에 현장 적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적 물질 특이적 압타머 기술을 활용한 방사성 폐액 처리용 압타머 컬럼은 표적 방사성 이온에 결합력이 특히 강하므로, 이 특성을 활용해 다양한 폐액의 특성 및 환경에 맞춰 처리 공정을 최적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기술과 차별성이 있다.

연구팀은 압타머 개발 시 표적 이온과의 결합 예측 부위 분석으로 결합에 관여하지 않는 불필요한 서열은 제거함으로써 압타머의 생산 단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켜 보다 효율성을 높이는 성과를 얻었다. 또한, 개발된 압타머는 표적 이온을 높은 선택성으로 포집하는 것이 가능하고, 포집된 이온을 회수하는 것이 가능했다. 특히 개발한 압타머/비드 컬럼에 포집된 이온을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해 추후 현장에 적용할 때 큰 장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반복적인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현장에서 유지비용을 크게 절감시켜 사용자에게 경제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연구팀이 개발한 압타머/비드 컬럼의 경우 2차 방사성 폐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운용 중 원자력발전소 및 발전소 해체 시 발생되는 방사성 폐기물 양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

“원전 해체 시 발생되는 액체 폐기물 종류도 엄청 다양하고 그 폐기물 안에 존재하는 방사성 금속이온도 다양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코발트, 망간, 유로피움, 니켈 등과 각각 결합하는 압타머를 발굴하고, 방사성 금속이온이 존재하는 액체에서 99% 이상 제거 가능하다는 것도 증명했습니다. 물론 기존에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온교환수지가 있지만, 문제는 방사성 이온과 정상 이온을 교환해 물을 정화하는 방식이라 일정 시간 후 포화가 되면, 이를 방사성 폐기물로 처리해야 되기 때문에 2차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압타머/비드 방식을 이용하면 방사능 물질을 쉽게 재수거할 수 있고 핵 폐기물이 발생 되지 않아 원자력 분야의 오랜 난제였던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험실 규모의 저용량 규모로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실제 원전 해체 환경에 적용하기에는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전 해체 환경 혹은 원자력발전소에 적용하기 위해 방사성 폐액 양의 증가, 컬럼에 유입되는 폐액 유압 및 유속이 압타머 구조에 미치는 영향 등 추가로 검증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압타머를 이용해 방사성 이온을 제거하는 기술은 국내외 유일하기 때문에 추가 연구를 통해 방사성 폐액 처리 기술 및 공정 개발이 완벽하게 이뤄진다면 국내 원전 해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원자력 연구는 이미 기술력이 많이 발전된 상태라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 쉽지 않은 분야였지만, 이번 연구결과로 생물학과 융합된 새로운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온교환수지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개발이 실험실 수준에서 완료되었고, 이를 현장 샘플로 확인했습니다. 현재 현장에서 실용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개발하기 위해 후속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기술에 주목할 점은, 원전 해체 시 발생하는 폐액 외에도 특정 금속이온을 제거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높은 상용화 가능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정 원소를 제거 및 회수한다는 점에서 타 기술들과 차별화되므로 원천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미래 환경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주)래드코어,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김송현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되었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서 수행되었다.


(주)펩타머 설립, 압타머 기반 독보적 기술력으로 승부
윤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압타머를 이용한 방사능 금속이온 제거 기술’은 세계 최초로 시도 및 검증된 기술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관련 보유 특허 및 논문만 국외 특허 PCT 출원 1건, 국내 특허 등록 3건, 출원 4건, 논문 2편에 달한다.
원자력발전소의 붕괴 및 해체에 따라 방사성 폐액 정화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연구팀이 가진 압타머 기반 원천기술에 대한 관심역시 뜨겁다. 이에 윤 교수는 ‘방사능 폐액 처리 및 항암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R&D 회사로 성장’한다는 비전 아래 지난 2023년 7월 24일 (주)펩타머를 설립했다.

(주)펩타머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바이오 분야(진단키트/항암제)와 환경 분야(이온교환수지 대체/세슘 제거 컬럼)로 나눌 수 있다. 바이오 분야의 경우 압타머 기반 진단키트 플랫폼과 압타머 기반 CAR-NK 플랫폼을, 환경 분야는 원자력발전소 이온교환수지 대체 컬럼, 압타머 기반 방사성 세슘 제거용 컬럼이 주요 수익모델로, 개발과 성능 검증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또한 이온교환수지에서 제거하지 못하는 방사성 세슘 이온 제거용 컬럼 시제품 성능 평가 결과 99% 이상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 해체 및 신규 건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e Reactor) 시장은 매년 3% 이상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주)펩타머는 방사성 금속이온 처리 장치가 필수적인 원자력발전소와 SMR 시장을 타겟으로 삼아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2028년까지 연평균 117%의 매출 성장을 계획하고 있고, 본격적인 수익은 2029년부터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주)펩타머는 윤 교수 연구팀뿐 아니라 세종대 차균호 교수와 박창제 교수, (주)나우 정석구 전무이사가 원자력 폐액 현장/관련 기계/관련 설비 등 원자력 분야를 지원하고, 아산병원 노진경 교수를 비롯해 고려대 김현수 교수와 김은옥 연구교수가 동물실험/전임상 실험/면역학 실험 등 바이오 분야 지원에 힘을 보태며 실전 경험이 풍부한 팀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사업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원전 운영자들의 필요한 니즈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종양학 분야 기초연구에서도 두각
윤 교수는 압타머 기반 응용 분야 전반에 걸쳐 큰 비중을 두고 연구를 진행할 뿐 아니라 기초연구로 대장염 및 대장암에 관련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제 전공이 Oncology이기 때문에 관련된 연구를 많이 진행해 왔습니다. HIF-1α의 안정성 관련해서 SIRT1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내용, CNOT2가 새로운 Oncogene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 그리고 뇌에서 연구가 많이 되고 있는 포타슘 이온채널들이 장에서 대장염 및 대장암 유발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 등을 밝혀낸 것이 대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최근 연구팀은 ‘만성 저산소증에서 NADH 상승은 SIRT1 억제를 통해 HIF-1α 분해 유도(NADH elevation during chronic hypoxia leads to VHL-mediated HIF-1α degradation viaSIRT1 inhibition)’를 주제로 연구를 수행해 ‘Cell & Bioscience’에 2023년 10월 논문을 게재했다.

저산소증 조건 하에서 이종 종양 세포로부터 저산소 유도 인자-1α(HIF-1α)를 가진 암세포는 가혹한 환경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악성화를 통해 더 큰 공격성을 보여준다. 암 진행에서 급성 저산소증 조건으로 HIF-1α의 안정성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가 수행되었지만, 만성 저산소증에서 HIF-1α의 안정성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인 실정이다.이에 연구팀은 단백질 정량 및 결합 분석, 세포 내 NAD+ 및 NADH 수준 측정, 반정량적 RT-PCR 분석, 침입 분석 등을 이용해 세포를 24시간 유지하는 일반적인 만성 저산소 조건에서 SIRT1이 HIF-1α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배지의 높은 피루브산 농도가 HIF-1α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또한 NADH가 만성 저산소 상태에서 SIRT1 및 VHL 신호 경로를 통해 HIF-1α 분해의 전달 신호로 작동하며, 이는 다시 저산소성으로 강화된 침습 및 혈관 생성 활동의 약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NADH의 급격한 증가는 만성 저산소증 동안 발생하며, 이는 SIRT1의 비활성화를 유도해 HIF-1α의 아세틸화 증가와 분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HIF-1α의 라이신709에서 p300 매개 아세틸화는 VHL에 의해 재인식되어 만성 저산소 상태에서 단백질 분해 공장(유비퀴틴/프로테아좀)을 통해 HIF-1α의 분해로 이어짐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대사 센서로서 SIRT1의 중요한 역할이 HIF-1α 단백질의 안정화 조절이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기존 주장과 다르게 HIF-1α의 아세틸화가 VHL에 의해 인식되고, 그 결과 HIF-1α의 안정화에 영향을 준다는 점 또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이처럼 윤 교수는 기초연구에도 지속적으로 힘을 쏟는 한편 TRL 6단계까지 진행된 압타머를 이용한 방사성 폐액 처리 기술을 실용화 단계까지 완성 시킬 수 있도록 관련 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상용화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져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연구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항상 실패도 많이 하고 원하는 만큼 결과가 안 나오기도 한다”며 “중요한 점은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윤 교수는 비록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할지라도 삶과 연구를 온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조용하지만 묵직한 한 걸음 한 걸음, 그가 내딛는 발걸음이 인류에게 어떤 진보를 가져다줄지, 어떤 울림을 전할지 자못 기대가 된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3년 10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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