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활용 고효율 디스플레이 소자 개발
고려대학교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과 류승윤 교수 연구팀은 복잡한 공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던 유기전계발광소자의 효율을 최대한 증가시키기 위해 항생제 암피실린과 전도성 고분자 혼합물을 활용해 높은 외부양자 효율을 갖는 유기전계발광소자를 구현했다.
암피실린은 각종 감염 예방 및 치료에 사용되는 베타락탐계 항생제인데, 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을 픽셀에 사용해 이미지를 표현하는 자체 발광형 디스플레이 소자인 유기전계발광소자에 활용한 첫 사례로 디스플레이 전력 소모를 절감한 효과를 갖는다.
류 교수 연구팀은 암피실린 항생제와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해 수용액 기반의 미세구조를 구현했고, 이를 디스플레이용 소자에 적용해 유기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및 양자점 광전소자와 같은 다양한 소자에 적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소자 내부에 만들어진 암피실린 미세구조는 전기에너지와 빛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재활용해 소자 스스로 빛을 낼 수 있게 하며, 전반사로 인해 방출되지 못하고 소자 안에 갇히는 빛에 대한 광 추출 또한 용이하게 만들어 효율 향상을 극대화했다.
굴절률이 높은 매질에서 작은 매질로 향하여 빛이 입사할 때 빛이 굴절하지 않고 전부 반사되어 버리는 현상인 전반사와 소자 내부에서 공기 중으로 빛이 진행할 때 굴절률 차에 의한 전반사로 인해 공기 중으로 방출되지 못하는 75~80% 가량의 손실되는 빛들을 추출하는 기술인 광 추출을 용이하게 만들어 스마트폰, TV 등 디스플레이의 전력 소모를 절감시켜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고 디스플레이 자체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
류 교수는 “유기전계발광소자는 뛰어난 장치 성능과 특성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텔레비전 등 점차 넓은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가 디스플레이 및 조명 응용 분야의 최적 후보소자로써 유기전계발광소자의 외부 양자효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지만, 한계가 있어 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연구를 위해 수평 배향 발광물질을 사용하거나 광학적으로 도파관 또는 기판 모드를 억제해 전기적으로 전도성과 전하 주입을 향상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정공 주입/수송층, 하위 양극구조, 산란층, 고굴절율 물질의 사용 등을 연구했다.
낮은 전하이동 광발광 양자수율을 가진 유기 발광 물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유기 반도체 단결정을 구현함으로써 높은 이동성이나 높은 광발광 양자수율과 같은 특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연구 성과 논문의 제1 저자인 김동현 박사는 “유기 반도체 단결정은 유기 트랜지스터, 태양 전지 및 유기전계발광소자에 응용될 수 있으며 흥미롭게도 이러한 단결정 구조는 구조체의 결합 정렬에 따라 다른 광전자 특성을 보인다. 이번 연구는 항생제 물질인 암피실린을 기반으로 유기 반도체 단결정에 준하는 미세구조 형성을 통해 유기전계발광소자의 획기적인 효율 향상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연구
이번 연구는 ‘전도성 고분자 수용액과 항생제 수용액이 섞이면 어떻게 될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됐다. 연구재단의 지속적인 지원 아래 중견, 중견 후속 등의 6년간의 연구를 통해 연구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2020년도에 출간한 논문의 후속 연구를 진행했고, 항생제 기반 유기전계발광소자의 효율과 안정성 편차를 줄이기 위해 최적 농도를 기준으로 열처리 온도를 바꿔 효율과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연구팀은 디스플레이 및 조명 응용 분야의 최적 후보인 유기전계발광소자의 외부 양자효율 증가를 위해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유기전계발광소자의 효율과 안정성 편차를 줄이기 위해 최적 농도를 기준으로 열처리 온도를 바꿔 효율과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를 지속했다.
전도성 고분자의 특성을 조절하는 이번 연구는 전하 주입, 계면 쌍극자 생성, 전하균형 및 광추출을 동시에 향상시키기 위해 항생제 중 쌍극자 모멘트가 큰 암피실린을 선택했다.
암피실린은 산성도 및 온도 등에 따른 수평/수직 계면 쌍극자 정렬 및 응집체에 의한 발광 현상이 다름을 밝혀냈다. 암피실린 기반 미세구조의 효율과 안정성을 향상하기 위해 열처리 온도에 변화를 주어 최적 농도를 제시했으며 획기적으로 효율과 안정성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미세구조에 의해 도파관 모드 억제 및 광산란 현상/에너지 전이로 인한 광발광 현상/전자와 정공의 주입에 의한 전계발광 현상에 의해 복합적인 광증폭이 일어났음을 증명했다. 미세구조에 의한 적색편이로 인해 색 재현율이 향상되고 항생제의 나트륨 이온이 막을 형성해 전극의 인듐 이온 확산을 저지해 소자의 안정성을 높였음을 확인했다.
또 최적화된 미세구조를 광전소자에 적용했으며, 평균 63.4%의 외부양자효율을 갖는 고효율 소자를 구현했다. 이러한 연구 과정을 통해 연구팀은 기존의 유기전계발광소자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30% 가량 밖에 되지 않는 유기발광소자의 양자효율을 2층, 3층으로 소자를 적층하거나 렌즈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소자의 효율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연구가 계속 되고 있다. 연구팀은 항생제 기반 정공수송층을 용액 공정을 통해 적용하는 간단한 공정이지만 효율적인 에너지 재활용을 통해 외부양자효율 60%가 넘는 소자를 구현해 낼 수 있었다. 이는 앞으로 유기전계발광소자의 연구 및 재료 활용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항생제와 광전소자와의 융합이 효과적으로 이뤄졌으며, 항생제의 사용 용도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발견은 고성능 광전자/바이오 전자소자에 대한 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특히 디스플레이 공정에 잉크젯, 프린팅 방식이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용액 기반의 단순하고 새로운 항생제 혼합법을 통해 다양한 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제적, 시간적 비용 줄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획기적으로 효율과 안정성을 발전시킨 이번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어려움도 많았다. 항생제를 통해 유기전계발광소자의 효율이 증폭된다는 점을 관측했지만, 효율의 재현성 확보를 위한 항생제에 대한 이해와 관리에 대해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또 메커니즘을 철저히 분석하는 과정에 있어 긴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 년 간의 노력 끝에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었고, 연구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연구 성과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실용화의 가능성과 실용화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다.
연구가 실용화된다면 경제적, 시간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작 기술에 응용 및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용화를 위해 항생제 기반의 전자소자용 재료에 대해 진공증착이 가능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공정에 잉크젯, 프린팅 방식이 화두가 되는 상황에서 수용액 기반의 단순하고 새로운 항생제 혼합법을 통해 다양한 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3.4%에 달하는 고효율 유기발광소자를 구현해 포화된 광전소자의 효율에 대한 발전 가능성도 남아있다.
발광소자의 효율이 높아지면 적은 전기량으로 빛을 발하는 시간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고 결국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류 교수는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항생제를 활용하고 진공증착이 가능하면서도 큰 쌍극자 모멘트를 가지는 정공 주입층 제작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유기전계발광소자 관련 소재 기술을 창출함으로써 미래형 디스플레이 산업에 필요한 첨단 소재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방향과 깊이가 중요한 연구
류 교수는 “연구에서 속도보다는 연구의 방향과 깊이가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과제를 후속 연구까지 진행함으로써 오랜 기간 동안 연구해온 주제이며 단순히 연구 자체의 보고를 위해서라면 더 빨리 논문을 보고할 수 있었겠지만, 연구의 깊이를 위해 다양한 분석 방법과 더불어 메커니즘 규명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또한 새롭게 생각하는 연구 방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왜?’라고 질문하는 습관을 갖게 되면 아무리 정형화되어 있는 이야기일지라도 다르게 생각해보는 습관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실제로 연구실에 소속된 연구원들에게 연구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을 자주하고, 학생들로부터 경험하지 않은 창의적인 생각과 접근법을 배우고 같이 토론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얻는다.
그는 이러한 건강한 과학적 사고방식이 좋은 연구의 방향으로 유도한다고 전했다.
열린 자세와 새로운 생각으로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구 성과를 도출하고 있는 류 교수 연구팀이 앞으로도 새로운 방향의 연구를 통해 차세대 첨단 소재 기술의 연구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취재기자 / 김지혜(reporter2@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3년 2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