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의 전쟁, 그 선봉에 서다
코로나19 및 변이바이러스 검출 분자진단기술 개발
영화 ‘아웃브레이크’, ‘컨테이젼’, ‘인페르노’ 등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를 모티브로 한 영화들은 바이러스의 확산이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실도 이와 마찬가지다. 세계 어느 곳에서 바이러스가 등장해도, 어디로든 전파가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처럼 이제 세계 인류는 신·변종 바이러스와의 전쟁 한가운데에 서있다.
언제 어디에서 확산될지 모르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새롭게 출연한 바이러스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건국대학교 박기수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분자진단기술 ‘신규 등온핵산증폭기술(STAR)’의 등장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코로나바이러스를 30분 만에 신속 진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종 바이러스, 박테리아, 암 등 다양한 핵산 바이오 마커 검출 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진단기술의 한계 극복에 중점
2020년 3월 11일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팬데믹(Pandemic)으로 선포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은 2019년 12월 처음으로 중국 우한에서 보고된 이후 2022년 7월 기준으로, 전 세계 국가에서 총 5억 7,3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64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전 세계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부담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인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재앙적인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COVID-19의 신속한 조기진단을 통해서 COVID-19 바이러스의 추가감염 및 확산을 막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다.
COVID-19의 진단은 크게 SARS-CoV-2 바이러스 핵산(Viral nucleic acid)의 유전자 증폭에 기반하는 분자진단, 그리고 항원/항체 반응에 기반하는 면역진단으로 구분된다.
면역진단은 검체 내에 포함되어 있는 항원 바이러스를 직접 검출하는 항원진단(Viral antigenic test)과 감염된 사람의 혈청에 존재하는 항체를 검출하는 혈청 면역검사(Serological test)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역 검사법은 혈청 검사의 경우 10분, 항원 검사의 경우 15분 이내일 정도로 매우 간편하고 신속하며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핵산을 검출하는 분자진단에 비해서 면역반응을 통한 검사는 진단의 정확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감염 초기(1~3일)에는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COVID-19 진단의 표준방법(Gold standard)으로 핵산증폭[RT-PCR(Reverse Transcription-PCR)]을 통한 분자진단을 널리 채택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RT-PCR 기반 분자진단 방법 역시 한계가 존재한다. 면역진단에 비해서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반면, 검사 절차가 비교적 복잡하기 때문에 특정한 전문 설비를 갖춘 대형병원이나 의료기관에서만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시료채취에서 검사결과를 얻기까지 비교적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다.
“2021년에 암 진단을 위한 등온핵산증폭 기반 고감도, 다중 분석기술을 개발한 후 기존 기술의 문제점, 한계점에 대해서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등온핵산증폭과정에서 사용되는 DNA 프로브와 효소 종류가 많아지면, 비특이적인 반응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기존 기술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실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등온핵산증폭기술을 개발하고자 코로나19를 검출 타겟으로 설정하고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신속한 현장 검출을 위한 분자진단기술 확보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변이 바이러스를 포함한 코로나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을 37도(℃)에서 30분 만에 신속 진단할 수 있는 ‘신규 등온핵산증폭기술(STAR: split T7 promoter-based isothermal transcription amplification with light-up RNA aptamer)’을 개발했다.
개발한 기술은 바이러스의 유무뿐만 아니라 종류 구분도 가능하며, 기존 PCR 및 등온핵산증폭기술 기반 분자진단 방법과 달리, 반응 개시 전 온도조절 과정이 필요 없고 하나의 효소(T7 RNA 중합효소)만을 이용, 37도의 일정한 온도에서 반응이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전남대학교병원 최현정 교수 연구팀을 통해 확보된 60여 명의 실제 임상 샘플을 적용한 결과, 코로나19에 대해 높은 민감도(96.7%)와 특이도(100%)를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으며, 통계분석(Two-tailed Student’s t-test)을 통해 양성, 음성 샘플을 완벽하게(p < 0.0001) 판별할 수 있었다. 아울러 바이러스, 박테리아 및 암 등 다양한 핵산 바이오 마커 검출 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팀은 ‘STAR’ 개발을 통해 유전자 진단 분야에서 시간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PCR로 대표되는 현재의 유전자 분석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 기술로의 활용 가능성을 기대했다. 다만, 현장에서 손쉽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현을 위해 추가연구가 필요하며, 기술의 확장성 검증을 위해 다양한 핵산 바이오 마커 검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존 분자진단기술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서 실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향후 다양한 질병으로 확장 가능성을 검증하고, 대량생산을 위한 분자진단키트 제작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염 초기에 소량 존재하는 핵산 바이오 마커의 검출을 위해 개발 기술의 민감도를 추가적으로 향상시킬 필요가 있으며, 달성 시 실용화를 통한 기대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우수신진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바이오센서 분야 국제학술지 ‘바이오센서스 앤드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에 2022년 7월 15일 게재되었다.
감염병 진단 센서 개발로 연구 저력 발휘
앞서 박 교수는 건국대학교에 부임한 직후인 2017년 ‘생체분자공학 및 진단연구실’을 만들고, 연구실을 싱크탱크로 삼아 ‘감염병 진단 센서’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다양한 감염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감염 요인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진단시스템 개발이 필수적인 만큼 당시의 연구성과가 가지는 의미가 남달랐다.
연구팀이 개발한 진단 센서는 자성 기술을 이용해 5시간 만에 감염병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Magnetic capture and detection: MCD)이었다.
기존의 감염균을 직접 검출하는 방식이 아닌, 감염을 통해 발생하는 환자의 면역 반응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 개발을 통해 감염병을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검출 시스템은 감염을 통해 발생한 면역 세포를 자성 입자와 자성 칩을 이용해 분리하고, 분리된 세포에서 생성된 항체를 자성 입자를 이용해 분석하는 방식에 기반한다. 이 기술은 분석 전 과정이 자성 기술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보다 소형화된 시스템 개발이 용이하고 빠른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기존 3~5일이 소요되는 진단 기술과 비교하면 가히 획기적인 연구성과라 할 수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 박사후연구원을 수행하던 당시 같이 연구를 진행해온 감염병 전문의로부터 감염을 통해 발생하는 면역 세포의 수가 감염을 유발하는 균의 수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면역 세포를 감염병 진단을 위한 마커로 이용하면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보다 민감하고 빠르게 질병을 진단해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이 연구는 하버드 의과대학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이학호 교수팀과 연세대 IBS Center for NanoMedicine과 함께 진행했으며, 나노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ACS Nano’에 게재되었다.
저비용·고효율 바이오 센싱 및 이미징 소재 연구 추진
박 교수가 이끌고 있는 ‘생체분자공학 및 진단연구실’은 생체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분자를 공학적으로 응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이를 기반으로 민감하고 정확한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DNA를 이용해서 형광 나노 물질을 제작하고, 이를 바이오 센싱에 적용하는 ‘저비용·고효율 바이오 센싱 및 이미징 소재’ 연구도 진행 중이다.
개발 기술의 핵심 소재인 DNA 기반 구리 나노입자는 DNA, 구리 이온, 비타민C(환원제)를 이용해 제작되고, 340nm 파장의 빛을 여기(Excitation)하여, 600-650nm 파장의 빛을 방출(Emission)하는 형광 특성을 가진다. DNA 기반 구리 나노입자는 기존의 형광소재와 달리, 친환경적인 합성이 가능하고, 재료의 가격이 저렴하다. 또한 Large stokes shift(대략 300nm), DNA 서열 및 구조 변형에 따른 다양한 형광 특성을 부여할 수 있어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하기에 적합한 소재다.
하지만 공기(산소) 중에 노출된 환경에서 구리 나노입자의 형광 특성은 빠르게 사라지고, 이로 인해 낮은 안정성을 지닌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구리 나노입자 제작의 합성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변수 최적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구리 이온과 비타민C 농도 조절을 통해 손쉽게 구리 나노입자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형광 안정성을 대략 10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었다(국내특허 등록: 제 10-2174747호, SCI 논문: Microchimica Acta, 186, 479 / 2019년).
이를 기반으로 세포 핵(Cell nucleus)을 염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기존의 대표적인 세포 핵 염색제로 사용되는 DAPI와 비교해 가격은 5배 이상 낮추면서 동시에 비특이적인 결합 없이 세포 핵만을 더욱 특이적으로 염색할 수 있다. 또한, 추가적인 세척과 반응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우수한 장점을 지닌다(SCI 논문: Nanoscale, 13, 81-84 / 2021년).
또한 구리 나노입자의 형광 특성을 이용한 에너지 교환현상을 검증하고, 이를 이용해 핵산 바이오 마커의 고감도 검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바이오 센싱 분야로의 응용에 성공했다(국내특허 출원: 10-2020-0182177, SCI 논문: Analyst, 146, 1844-1847 / 2021년).
이뿐 아니라 구리 나노입자의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진행한 연구가 2022년 3월에 특허 출원되었다. 특허 명칭은 ‘안정성이 향상된 DNA 주형 구리 나노클러스터 합성 방법’으로 당알코올, 단당류 및 이당류로 이루어진 군에서 선택되는 어느 1종을 포함한 재료를 혼합해 구리 나노클러스터를 합성함으로써 형광, 열, pH에 대한 안정성이 향상된 DNA 주형 구리 나노클러스터 합성 방법을 개발한 것이 핵심이다.
연구팀이 당알코올, 단당류 및 이당류의 종류 및 농도를 달리해 형광 강도를 측정하고,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인 환원제의 농도를 최적화하며 실험한 결과 Fructose를 첨가제로 사용할 경우, 기존의 30분 유지되던 것에서 108일까지 형광이 유지되었고, 기존 방법보다 5,200배가 증가함을 확인했다. 특허 출원에 이어 관련 논문이 나노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Nano letters’에 곧 게재될 예정이다.
이처럼 연구팀은 DNA 기반 구리 나노입자와 관련해 다양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바이오 센싱 및 이미징 소재 개발을 통한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향후 박 교수는 실험실에서 개발된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제품화하고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질병의 조기 진단을 위해 초고감도 검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질병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생명공학 역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기 위해, 인류의 건강한 삶에 보탬이 되기 위해, 더욱 탄탄히 초석을 다지겠다는 박 교수의 강력한 포부에 기대가 모아진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2년 8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