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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제약학과 이봉진 교수

신개념 항생제 개발의 토대를 다지다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 박멸할 원리 규명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으로 병원균의 내성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규 항생제들은 슈퍼박테리아에 취약하고, 개발 중인 항생제들은 그람 음성 병원균이 주 표적이기 때문에 그람 양성균인 내성 포도상구균에 대한 신규 항생제 개발이 시급하다. 

서울대학교 이봉진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균에 내재한 독소 단백질의 제어를 방해하면 세포 자살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연구결과 독소 단백질 PemK와 항독소 단백질 PemI의 결합을 방해하는 물질을 설계할 수 있는 삼차원 구조정보를 밝혀냈고, 이로써 병원균들이 스스로 자멸하게 유도할 수 있는 신개념 항생제 설계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새로운 독소-항독소 단백질의 삼차원 구조 해석
현재 전 인류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바이러스로 유래한 거대한 위험을 실감하고 있다. 
한편,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병원균에 의한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항생제 개발은 매우 느린 상황이다. 특히 기존 항생제로 죽일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에 의한 사망자 수는 2017년에는 70만 명(WHO 보고서) 이상으로 알려졌는데 그 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9년 기준 슈퍼박테리아 감염자는 9,000명이며, 이 중 40%인 3,600명이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를 1,000만 명 이상으로 예측한다. 
따라서 국가 보건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항생제 개발은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신규 항생제들은 그람 음성 병원균이 주 표적 대상이므로, 사망률이 매우 높은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그람 양성균인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이나 세균학상 그람 음성균이 아닌 다제내성 결핵균(MDR TB)에 대한 신규 항생제 개발이 필요하다.
 
이에 연구팀은 새로운 독소-항독소 단백질의 삼차원 구조를 규명 및 해석해 독성 활성화를 통한 병원균 사멸 유도 원리를 밝혀냄으로써 슈퍼박테리아를 박멸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  
“독소-항독소 시스템은 사람과 같은 진핵생물이 아닌 병원성균과 같은 원핵생물에만 존재합니다. 이와 함께 병원균에 내재한 독소 단백질의 제어를 방해하면 세포 자살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에 착안해 기존 항생제와는 완전히 다른 신규 항생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고, 포도상구균 유래 제2유형의 독소-항독소 단백질인 PemK-PemI의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연구팀은 포도상구균 유래의 독소 단백질 PemK와 항독소 단백질 PemI에 대해 결정화 테스트 및 최적화 작업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고품질의 결정을 성장시킨 후 포항방사광가속기의 X-선을 이용해 두 종류의 단백질(독소 단백질과 독소-항독소 결합단백질)의 삼차원 구조를 해석했다. 

확보한 단백질 구조들을 비교, 분석해 독소 단백질의 효소활성화 부위 및 항독소 단백질의 기능을 밝히고자 돌연변이법(Mutagenesis)을 이용해 다양한 돌연변이 단백질을 생산한 뒤 효소활성화 분석법으로 독소 단백질의 활성에 중요한 아미노산(Amino acids) 정보를 밝혀냈다. 

또한 독소 단백질의 구조변화를 세밀히 분석하기 위해 핵자기공명법(NMR) 및 시뮬레이션분석법(MD simulation)을 활용해 수용액 상태에서의 단백질 구조 변화를 관찰하고 예측했다. 
이를 토대로 독소 단백질이 항독소 단백질과 결합할 때 구조 변화가 갖는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열림 형태/닫힘 형태의 독소 단백질의 특징과 항독소 단백질과의 결합 부위를 밝혔다. 

“독소-항독소의 작용기전 규명에 있어서 PemK-PemI의 복합체 구조 규명은 필수적이었지만 결정화가 쉽지 않았고, 독소 단백질의 단독 구조만으로는 독소-항독소 시스템의 작용기전을 예측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해오던 중 단백질 엔지니어링기법을 활용해 독소 단백질에 결합하는 부분 위주로 된 항독소 절편을 만들어 결합시킨 후 복합체 구조를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차세대 약물 설계의 단초를 제공
연구팀은 제2유형의 독소-항독소 그룹에 속한 PemIK 복합 단백질의 제어 체계를 밝혔는데, 이는 항독소 단백질 PemI가 독소 단백질의 효소 활성화 부위와 직접 결합함으로써, 독소 단백질의 전령 알엔에이(mRNA,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정보가 담긴 핵산
류) 분해를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독소 단백질 PemK는 이중 복합체(Dimer) 효소로 작용하는데, 이때 독소 단백질의 구성요소 중 L12 두 개가 서로 맞물려 닫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병원균 내에서 항독소 단백질인 PemI가 독소 단백질 PemK와 결합 시 L12는 열림 구조를 취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항독소 단백질의 일부가 복제 열쇠로 문을 열 듯 독소 단백질의 L12 구조를 흉내 내며 독소 단백질을 열림 구조로 유도해 독소 단백질과 단단하게 결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소 단백질 PemK는 전령 알엔에이(mRNA)의 특정서열인 ‘UAUU’를 분해하는데, 이러한 분해로 포도상구균의 성장이 억제되며 결국 사멸에 이르게 된다. 또한 독소 단백질 PemK의 역할에 아미노산 Glu20, Arg25, Thr48, Thr49, Arg84 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로써 두 단백질 PemK와 PemI의 결합을 방해하는 물질을 설계할 수 있는 삼차원 구조정보를 밝혔으며, 병원균들이 스스로 자멸하게 유도할 수 있는 신개념 항생제 설계의 토대를 제시했다. 
그동안 병원성균 유래 독소-항독소 단백질은 병원균의 독성 및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러 방면으로 연구가 되어 왔다. 

그러나 구조적인 관점에서의 연구는 독소 단백질 단독연구이거나 독소-항독소 복합체 구조 단독연구에 그쳐 두 구조간의 비교연구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따라서 독소 단백질 단독 구조와 독소 단백질의 효소 활성화 부위에 결합한 항독소 단백질의 구조를 동시에 규명한 것이 이번 연구의 일차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항독소 단백질이 독소 단백질 구조의 일부 형태를 동일하게 만드는 전략(loop mimic)으로 결합하는 등 생명체의 생존 전략을 새로 밝혀낸 것이 기존 연구와는 차별화되는 중요 성과다.

“연구팀의 결과물을 활용하면 구조기반 약물 설계법(Structure-based drug discovery)을 이용한 빠른 약물 개발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슈퍼박테리아 중 빠른 대처가 필요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뿐만 아니라 폐렴막대균, 탄저균, 결핵균에 대처할 수 있는 약물 설계의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연구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 연구결과가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향후 전 세계에서 5개국만 보유하고 있는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실온 상태의 약물 결합 단백질 연구와 항생제 개발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액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2월 10일 게재되었으며, 이상재 박사(포항가속기연구소), 김도희 교수(제주대학교), 강성민 교수(덕성여자대학교)가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단백질 구조 기반 신약 개발의 대표주자
이 교수는 신약 개발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자로서, 여러 저명한 국제저널에 관련 논문들을 게재했고, 다양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2003년 이선규 약학상(동성제약), 2012년 이조웅 학술상(한국자기공명학회), 2012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2017년 한독학술대상(대한약학회), 2019년 애니젠 학술상(한국펩타이드단백질학회), 2020년 서울대 학술연구상, 2021년 교육부장관 표창 , 2021년 주중광렉처십 Award(신약개발공헌) 등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낸 바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단백질 구조 기반 신약 개발(세균의 독소-항독소 기작 연구)로 인체, 세균, 바이러스 등의 질환 관련 단백질의 삼차원 구조를 밝히고, 이 단백질에 달라붙어 약 작용을 하는 약물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 콜레스테롤 합성과정에 관여하는 막단백질인 NSDHL의 삼차원 구조를 밝혔고, 한국화합물은행으로부터 이 단백질의 활성부위에 달라붙어 약 작용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제공 받아 약효 스크리닝을 통해 초기 약물 후보를 찾았다. 현재 이 물질의 다양한 유도체를 합성해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단백질 구조기반 신약발굴실’에서는 X-ray Crystallography, NMR, Cryo-EM 등의 방법을 사용해 약물 타겟 단백질들의 삼차원 구조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단백질에 달라붙을 수 있는 약물 후보물질을 발굴해 항암제, 항생제, 고지혈증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동안 일본 오사카대학 단백질연구소, 영국 캠브리지대학 화학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연구원들의 글로벌 연구역량을 키워 왔고, 포스트 닥터, 박사과정, 석사과정이 서로 협력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자유로운 연구 환경에서 나오는 만큼 자유로운 실험실을 만드는 데 힘써 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연구실은 자율적인 분위기와 유연한 팀워크, 막힘없는 소통이 최대 강점으로 꼽히며 혁신적인 연구 성과들을 창출하고 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연구원들이 연구하는 과정 자체를 진심으로 즐길 줄 아는 연구자로서 성장하기를 강조한다. 
“연구를 의무로 생각한다면 그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해질 뿐, 결코 그런 자세로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습니다. 연구를 즐기는 사람으로서의 지적 호기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긍정의 힘이 진정한 연구자로서의 경쟁력이자 덕목인 것이죠. 
또 한 가지, 항상 큰 꿈을 갖고 어려운 과제에 몰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기술로는 가능하지 않아 보이는 목표도 꾸준히 연구를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니 쉬운 연구보다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기를 바랍니다.”
신약 개발의 미래를 그리다
세상 모든 일이 도전을 수반하지만, 연구자만큼 매사가 도전인 직군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 교수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세상에 없는 원리를 규명하고, 실패와 성공을 수없이 오가며 연구자로서 ‘도전의 DNA’를 켜켜이 쌓아 왔다. 이렇게 쌓아 온 ‘도전의 DNA’를 바탕으로 이제 그는 연구자로서뿐 아니라 기업 대표로서 새로운 도전의 문을 열어가고 있다.   

연구에서 도출되는 기초연구 결과를 산업화해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오랜 시간 가져온 이 교수는 단백질 구조 분석에 기반해 저비용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2019년 ‘마스터메디텍’을 설립, 사업에 뛰어들었다. 창업에 도전하기 위해 이 교수는 다른 연구자들과 힘을 합쳤다. 
김병문 서울대 화학부 교수, 이승규 서울대 약대 박사, 김경규 성균관대 의대 교수, 김규원 서울대 약대 석좌교수, 오원근 서울대 약대 교수 등 학자 5명이 합류했다. 이봉진 교수가 CEO를, 김병문 교수가 CTO를, 이승규 박사가 연구소장을 맡았다. 

‘마스터메디텍’은 약물 표적이 될 수 있는 유용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약화학기술을 전개해 신약 후보물질을 고속 발굴하는 단백질 구조 기반 신약 개발 전문기업이다. 
2019년 9월 법인설립을 기점으로 10월 투자유치, 11월 벤처기업 지정, 12월 마곡 사업단지 입주를 마쳤고, 2020년 3월 기업 부설 연구소 인가, 2021년 3월 시리즈 A 투자완료, 7월 (주)아이엠디팜과 간암치료제 임상시료 제작 용역 계약을 맺으며 사업의 기반을 탄탄히 다져 오고 있다. 

내년 초에는 개발한 약물 후보물질 임상실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파이프라인은 간암항암제, 혈관신생억제제, 결핵치료항생제, 폐렴치료항생제, 고지혈증치료제로 구축되어 있다. 
“유전체학과 세포생물학의 발전으로 새로운 약물표적 단백질이 계속 발견되고 이에 작용하는 신약 개발 요구가 급속히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신규 약물표적 단백질에 작용하는 화합물의 고속 발굴이 미래신약시장을 선점하는 중요한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을 예고하는 것이죠.
‘마스터메디텍’은 보유한 질환 관련 단백질 구조 및 의약화학 분야 핵심 기술력, 단백질 구조 관련 신약 특허를 바탕으로 미래 신약 개발을 선도하고자 합니다.”

즉, 기존의 약물과 타겟이 다른 새로운 약물 타겟을 발굴하고, 이 단백질에 달라붙을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함으로써 글로벌 신약을 개발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궁극적으로 그동안 쌓아온 연구 성과들을 실용화시켜 세계적인 제약회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것은 물론 대학교에 재정적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개발한 약물들이 산업화를 거쳐 인류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이 교수. 
생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사람이 이로워야 한다’는 궁극적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그를 통해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많은 이들의 절망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기를 기대한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2년 5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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