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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전공 김영준 교수

 더욱 진화한 가상현실을 말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전공 김영준 교수 


 

 

 

가상현실이란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어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마치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 주는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시각적인 것은 물론 감각적 환경과 상호반응하게 하는 기술인데, 가상현실 기술은 1960년대 미국에서 비행기 조종사를 훈련시키는 ‘모의비행훈련장치’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198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컴퓨터 상호반응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가상현실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1989년 미국 국방부는 군사요원들이 상호반응적인 실시간 훈련 시스템에서 전투작전을 훈련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마이크로컴퓨터를 기초로 한 실험적 네트워크인 심넷(Simnet: simulator network)을 구축했는데, 심넷은 1991년 ‘페르시아만 전쟁’ 때 미군이 실제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을 실시하는데 사용되었다.

오늘날에는 이와 같은 항공우주 분야의 모의훈련장치뿐만 아니라 게임, 영화, 자동차, 선박, 전자기기 등 다양한 수준의 가상현실 기술이 사용되고 있으며 의학, 생물공학, 설계,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성을 갖고 있는 기술이다.
가상현실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핵심기술은 ‘초고속 충돌검사 기술’이다. 이는 가상현실에서 발생하는 물리현상을 실제와 같게 구현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 국내에서 ‘초고속 충돌검사 기술’을 연구하며 산업화를 위해 정진하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김영준 교수를 찾았다.

 


 

Q. ‘초고속 충돌검사’가 무엇인가요
초고속 충돌검사는 가상현실을 실제 공간과 같이 현실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표적인 가상현실에는 컴퓨터게임이나 영화의 특수효과가 있습니다. 이 같은 가상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과 흡사하게 구현해 내는데 있습니다. 간혹 실제생활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가상현실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테면 공간의 벽을 뚫고 지나간다든지, 물건을 집으려 할 때 물건을 뚫고 지나가는 것들이 있습니다. 또한 물체를 집어 던진다고 했을 때 실제공간에서는 중력과 관련된 물리적인 반응들이 나타나는데 이런 것들을 가상현실공간에서도 구현해 내야 합니다. 충돌검사는 가상의 물체들이 서로 뚫고 지나가거나 오버랩 되지 않게 하는 기술입니다. 물체들 간의 충돌검사를 매우 빠르게 수행하는 것이 초고속 충돌검사인 것 입니다.
가상현실에서는 이 같은 계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가상공간에서 움직일 때도 그러하며, 작용을 가할 때마다 매번 충돌검사를 계속해서 진행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1초에 30번의 계산을 수행해내면 실시간이라 부릅니다. 저희 연구는 이러한 실시간 계산보다 10배에서 100배정도 초고속으로 계산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Q. ‘초고속 충돌검사’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를 시작한지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석사학위시절 처음 시작할 때는 컴퓨터 게임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연구를 거듭할수록 근본적인 문제점이 몇 가지 드러났습니다. 다른 물체와 충돌했을 때 물체를 뚫고 지나가는 등의 문제가 자주 발생했는데 그때 충돌검사기술의 중요성을 생각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초고속 충돌검사’ 기술의 수준은 어떠한가요
제가 판단할 때는 최상위 레벨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논문을 근거삼아 이야기합니다. 권위 있는 자연과학 저널이 ‘nature’, 'Science', 'Cell'이 있는 것처럼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에는 ‘SIGGRAPH’가 있습니다. 다른 연구 분야도 그러하지만 이처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2007년, 2009년도에 계속해서 논문을 게재하여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과도 서로의 연구 수준을 인정하면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나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Q.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어떠한가요
200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전 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과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5년 동안 평균적으로 약 10억 원 정도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이정도 규모라면 대학교에서는 작지 않은 과제입니다. 과제의 내용은 컴퓨터게임 같은 가상공간에서 물리적 현상을 실제와 같이 실감나게 구현하는데 있습니다. 이화여대뿐 아니라 서울대학교, KAIST(한국과학기술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광운대학이 참여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게임이나 영화특수효과를 포함한 디지털콘텐츠는 정부에서 중요기술로 생각하고 많은 투자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물론 저희 연구실은 외국의 사례들처럼 연구를 기반으로 상업화하여 산업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인데, 외국과는 다른 온라인위주인 국내의 환경을 감안하여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5년간의 과제가 끝날 2013년에는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하려는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1년이 지난 2008년 ‘Space Foosball’이라는 게임을 개발한바있습니다. 과거 오락실에 있던 게임을 가상현실에서 구현한 것인데 일종의 홍보차원으로 이런 응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Q.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에 높은 성과를 내길 원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기술이 검증된 연구소가 아니면 투자를 꺼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런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신진 연구자들의 경우에는 이 같은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또한 산업계의 경우는 국내기술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도 있습니다. 외국에서 개발된 기술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믿고 진행하지만 국내기술의 경우는 특정한 성공사례를 보기 전까지는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습니다. 이 같은 현상이 전혀 근거 없이 생긴 것은 아닙니다. 컴퓨터게임이나 영화 같은 산업의 경우는 다른 산업과 달리 제작기간이 1년에서 1년6개월 정도로 매우 타이트합니다. 그 기간 중 실패를 겪게 된다면 출시일이 늦춰지고 전체적인 스케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감당하는 것이 상당히 힘듭니다. 그 때문에 검증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고 보수적인 경향이 있지만 학교에서 개발된 기술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고 보기도하며 심지어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모두 산업화를 염두에 두고 시작하기 때문에 과거와 상황이 같지는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에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가능하다는 사례를 보여주면서 기업관계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저희 연구실도 가능한 모든 채널을 이용하며 행사, 세미나, 학회 등에 참가하여 기술이 산업계에 활용될 수 있는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쪽에서 믿고 장기간 투자 하는 것에 대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으며 연구결과가 결실을 맺을 때까지 쉬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것입니다.
 

 

 


Q. 연구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 귀국해 교수생활을 시작할 처음 시기가 아무래도 가장 힘들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신진 연구자가 그러하지만 연구비 문제도 그렇고 함께 연구할 학생이나 연구원들도 부족하여 대부분의 연구를 교수 혼자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것을 감당하기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2~3년 정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다가 중국에서 온 유능한 연구자와 함께 많은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양질의 논문도 많이 제출하게 되었고 학생들도 늘어나고 연구과제도 들어오면서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원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고난의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Q.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원칙
연구원들에게 특정한 룰을 만들지 않는 편입니다만 연구에 있어서 만큼은 프로페셔널하게 하는 것을 항상 강조합니다.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가장 큰 차이는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인데 연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구의 결과에 빈틈없게 프로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욱이 학생들의 경우에는 본인이 학생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실수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있어서 만큼은 학생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연구에 임해야 합니다.
이런 생각으로 학생들은 직접 외국학생들과 교류하거나 학회에 참가하면서 많은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들의 진실하고 열정적인 태도를 경험하고 난 학생들은 귀중한 여러 가지를  배우고 돌아오곤 합니다.

 


 

Q. 2009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문화체육관광부 프로젝트 ‘e-Entertainment를 위한 실시간 물리 시뮬레이션 엔진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연구기간이 5년으로 이제 2년째 접어들지만 2009년인 2차년도에 어떠한 연구 성과를 이룩했는가가 이후에 진행될 연구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금년에는 지금까지의 연구보다 더 발전하는 것은 물론 물리시뮬레이션이 국내게임개발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 같은 것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특히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서 모바일기기에도 ‘물리시뮬레이션 충돌검사’가 활용되는 것을 제작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대중들에게 어떤 연구인지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게 할 것입니다.

 

 

Q. 대한민국에서 ‘초고속 충돌검사’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지침이 될 말씀이 있다면
대한민국에서 충돌검사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는 곳은 많이 있으며, 기술자체가 기본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떤 연구든 마찬가지겠지만 타인이 진행하던 연구를 따라하다 보면 좋은 연구결과를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에서 연구하시는 분들이 연구를 시작할 때 다른 사람이 제출한 논문을 보면서 어떤 연구를 했는지 살펴보곤 합니다. 물론 이처럼 다른 연구에서 모티브를 얻고 연구주제를 잡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누군가가 먼저 연구한 것을 변형시켜서 따라하는 정도에 머무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연구자가 어떻게 진행하는지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조금은 독창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연구결과를 보면서 어떤 분야의 연구가 개척되지 않았는가를 생각하고 연구의 중요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일 것입니다.
위와 같은 안목을 갖기 위해서는 다른 연구자들과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에는 인터넷도 자유롭고 학생신분에서 누릴 수 있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있기 때문에 학회 등에 참가함으로 세계의 연구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수줍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연구에 관심을 보이고 교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인 특유의 수줍음과는 다르게 외국인들은 자신의 연구에 관심을 표현하는 데에 매우 반가워합니다. 그런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이 하는 연구가 이미 다른 연구자가 많이 진행한 것인지 혹은 중요도가 떨어지는 연구인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IT강국이고 막강한 게임 강국이라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연구자와 기업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대중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면서 우수성을 느끼게 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는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훌륭한 연구자와 기술이 기반이 되었다는 데에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영준 교수는 대한민국의 훌륭한 연구 집단에서 수행한 연구결과로 'PIXAR'와 같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국내에서도 탄생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이들의 관심과 투자가 있다면 실현 가능한 이야기인 것이다.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술이 이미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한국기술이 세계인들의 문화 속에 스며드는 그날을 그려보는 가슴 벅찬 인터뷰였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09년 5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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