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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인터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및 고려대학교 KU-KIST 융합대학원 학연교수 유용상 박사

미세플라스틱 검출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되다
파장이 매우 긴 원적외선 대역에 해당하는 빛인 테라헤르츠파는 생체분자의 고유 진동에 민감해 비표지식으로 바이오 센싱 분야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비표지식이며, 광-에너지가 낮아 인체에 해가 없다는 테라헤르츠파의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물에서 대부분 흡수되어 물속 환경에서 미량의 입자를 관찰하는 센서로 활용되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차세대 원천기술로 개발한 연구자가 있다. 바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및 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 학연교수인 유용상 박사다. 유 박사는 지금까지의 연구 한계에 도전해 ‘이중 전극 기반 메타물질 기반 나노칩’을 개발함으로써 물에 의한 광학신호 흡수로 인한 분자 검지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이를 통해 물속에 미량 존재하는 초미세플라스틱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으며, 특히나 유 박사는 100나노 이하의 스케일에서 작동하는 전기 집게 기술을 통해 물속에서 부유하는 여러 가지 입자 중에 선택적으로 특정 입자만을 원하는 위치에 포집하는 원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연구 성과는 물과 공기 중에 동작하는 특성으로 인해 향후 미세먼지나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환경 위해 물질 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 부유하는 바이러스 연구 등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환경/안전관련 원천 기술과 혈액 중 수백나노 크기의 바이오마커 등을 검출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테라헤르츠파에서 작동하는 메타물질 개발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및 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 학연교수인 유용상, 서민아 박사 연구팀은 수중 내 미세물질을 포착할 수 있는 ‘나노-광 핀셋 기술’을 활용하여 수중 미세 물질이나 더 나아가 혈액, 체액에 존재하는 액체시료 속 바이오마커 등을 실시간으로 검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원천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유 박사는 테라헤르츠파*의 신호 증폭을 위해 고안된 나노슬릿 구조체의 구조에 적층형 전극을 쌓음으로써, 효율적인 입자 포집을 위한 전기 집게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여 광신호 증폭과 입자 포집 기능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광-전기 융합 집게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이번 기술을 개발했다.

*테라헤르츠파: 1초에 1조 번 진동하는 전자기파이다.

본 연구결과 발표 이전에도 물속 환경에서의 장파장 영역대에서 광영역대 파장을 이용한 입자 검출기술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는데, 이는 장파장의 영역으로 접근함에 따라 전자파가 가지는 에너지가 적고,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학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물분자에 의한 광신호의 강력한 흡수는 장파장 영역의 광신호를 이용한 분자 검출기술의 발목을 잡아 왔다.

특히 테라헤르츠파의 경우, 현재 센서로 활용되는 파장들 중에서도 인체에 가장 안전하며, 생체분자의 고유 진동에 민감하므로 비표지식(Label-free)으로 바이오 센싱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지만, 물과 뗄 수 없는 인체 내 물분자 흡수도로 분자검출의 어려움에 노출되어있었다.

유 박사는 물속에서 흡수되어 신호가 약해지는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약한 신호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서 박사의 나노슬릿기반 테라헤르츠파의 메타물질 칩을 이용했다.
유 박사는 기존 테라헤르츠파 기반 입자 검출 기술의 장점은 살리면서 물에 의한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물분자를 고농축시킨 물질로 치환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를 위해 국소적인 신호 증폭 및 고유한 영역의 신호 감도를 가지는 테라헤르츠파에서 작동하는 메타물질 기반의 나노입자 농축칩을 개발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두 기술의 융합인 나노-광 핀셋 기술은 테라헤르츠파에 민감한 전극칩이 수평 방향의 평면에 잘 정의되어 있고, 위층에 전극을 한층 더 적층한 ‘전극 샌드위치’를 만드는 기술이다.
전극 샌드위치를 위해 수백 나노의 절연물질로 분리되어 있는 두 전극을 전압차에 의한 입자가 농축되는 유전영동(Dielectrophoresis) 방식을 이용하여 나노입자가 나노슬릿 구조 내부로 집적/농축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나노절연층을 이용한 ‘전극 샌드위치’ 기술의 경우, 단 5V도 안되는 저전압구동이 가능하게 고안되어, 나노 미립자를 농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질의 물성 변화나 열 발생/공기 방울 발생과 같은 저해 효과를 차단할 수 있다.

이렇게 제작된 ‘나노-광 핀셋 메타칩’은 증폭된 테라헤르츠 신호 변화와 더불어 고농축 된 입자들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이나 생체고분자 등 수십-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물질을 포착할 수 있는 성능 검증을 이뤘다. 이로써 이제 기존까지 장파장 기반, 수용액 기반의 저농도 나노입자 검출기술 한계의 다양한 장벽 하나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유 박사는 나노입자 선별적 농축과 제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후, 대부분의 나노입자 포집 기술은 단 1 x 1mm의 칩에서만이라도 현실적으로 구현되는 것을 밝히면 새로운 현상을 검증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과학계의 기존 개념을 탈출해보고 싶었다. 이에 대학원 수련생 기간에 나노 입자 검출 기술 과제를 진행했고, 그 경험이 결국은 이번 연구 성과의 기본 개념인 나노갭 전극도 대면적이 가능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구현해 낼 수 있도록 도왔다.

유 박사는 대학원 과정을 거쳐 한국에서 연구원으로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면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본격적으로 전극 샌드위치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극 샌드위치 기술은 목적이 다를 뿐 대면적 기반의 LCD 패널이나 영상처리 칩에 이미 다각도로 사용되는 구조이다. 이를 이용하여 저비용으로 가능한 연구 성과를 고민하던 중 샌드위치 된 전극을 나노입자 포집기술에 적용할 수 있었다.

유 박사는 나노입자 포집 기술 개발이 성공적으로 해외 유명 논문지에 게재되고 나서 대면적에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적용 가능한 광학신호 검출 기술을 탐색하던 중, 동일 연구센터의 서 박사와 함께 연구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유 박사의 나노입자 포집기술과 서 박사의 포토닉 신호 광증폭 기술이 융합되어 ‘광전기 집게’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유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나노 스케일의 부피 내에서 발생하는 미립자의 응집과정과 거동을 실시간으로 분석 가능한 나노 물질 거동 파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라파 신호를 통한 입자/분자 검지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유 박사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전극 샌드위치 기술을 생각해냈고, 이를 통해 전혀 새로운 성과를 이뤄냈지만, 성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전기 집게와 광센서를 합치기 위해 디자인한 광-전기 융합 집게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나노 크기의 작은 구조물에서 수직과 수평 두 가지 방향 모두 전극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실제 센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면적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10개의 칩을 만들면 몇 개나 동작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수율을 높이는 과정이 필수였다.

나노 크기의 구조물을 만드는 고도의 공정 기술로 대면적 센싱 칩을 대량생산해야 했기에 더욱 어렵고 복잡한 공정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의 오랜 노력과 노하우를 모아 점차 최적화되는 과정을 겪었다. 유 박사는 “2018년에 연구를 시작해서 나노갭 칩을 만드는 데에만 2년이 걸렸다. 언제나 처음 시도하는 연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나노갭 제작 기술을 광학신호 측정에 최적화된 구조로 만드는 기술접목에 한계를 넘기가 쉽지 않았다 ”며 “본 연구를 실현해 내는 데는 2년 넘게 공정에서 독보적인 노하우를 보유한 학생의 노력이 컸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위해 오랜 시간 연구팀과 노력한 결과 대중화, 보급화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높은 수율로 탁월한 성능의 센싱 칩을 다량 확보해 여러 가지 응용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는 향후 응용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이번 성과를 통해 공기 중, 수중에서 존재하는 입자 형태를 잡아내어 신호추출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광-전기 융합 집게 시스템은 기술의 소형화 및 분석의 고속화 등을 통해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의 모니터링은 물론, 실제 의료현장에서 특정 질병에 관여하는 미량의 생체분자를 실시간 검출 및 분석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 박사는 현재 물속 환경 외에도 공기 중에서 입자를 포집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공기 중에서 입자를 포집하는 연구는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바이러스의 실시간 검지 기술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비말 입자 내의 바이러스 여부를 검출하는 연구로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연구는 미세먼지, 미세바이러스, 물속 미세플라스틱 등의 검출에도 실용화되어 환경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노입자 전문 분야 연구원으로 변신하다
유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를 시작한 후로 나노입자 연구에도 연구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시절에는 반도체 소자 제작기술과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공정 등 대면적 패널 제작 및 퍼포먼스 과제를 수행하면서 표면에 부착된 바이오 물질을 검지하는 연구를 수행했었다.
그는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위해 미국에 가면서 나노갭을 이용하여 전극 사이에 간격을 수십 나노 수준으로 줄이면 같은 전압을 가해도 높은 전기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을 응용하였더니, 입자를 전극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유전영동 현상’을 실험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들어온 이후 과거 대면적 패널을 만들던 박사과정에서 나노입자를 다루는 연구로 분야를 넓혔다. 이번 연구 성과에 앞서 2020년에는 20나노미터 수준의 유체 내 초미세 부유 입자를 효율적으로 포획하는 나노갭 전극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세포 밖 소포체와 치매 단백질의 선별농축과 위치제어 실험에 성공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유 박사의 나노입자 포집 연구는 그가 하고 있는 연구 분야의 1/3 수준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유리 양면에 다른 색이나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고, 외부 환경에 따라 색이 변화하는 투명 유리를 개발해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연구 성과는 전극 샌드위치의 형태를 이용한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을 위해 연구력을 확장하던 과정에서 나온 흥미로운 연구 결과였다.

유 박사는 “새로운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까 나노입자 포집의 분야에서 ‘무엇이든지 농축/포집해 드립니다’가 가능한 연구자가 되었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했을 뿐 나노입자 포집이 전부가 아닌 재미난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를 통해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즐거움을 선물해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 연구의 절반은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고, 나머지 절반은 자신감”이라며 “저는 그렇게 똑똑하지 못한데, 그저 학생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하는데 제가 기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융합연구에 열린 자세가 연구의 시작
유 박사가 이러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융합연구에 대한 열린 생각과 이해가 뒷받침되었다. 그는 융합연구를 위해 코어기술을 가지고 기술의 융합 이후 파장이나 기여도를 판단할 수 있는 시야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연구팀 내에서도 가장 기초 단계에서부터 융합연구를 시작했다.

실제로 유 박사 연구팀의 학생들은 기계과/전기과/고분자/공학과/화학과/화공과 등 전공분야가 모두 다르다. 유 박사는 석사든 박사든 상관없이 연구팀 내에서 1일 1주제 이상의 각각 다른 연구 주제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의 관점에서 연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융합연구의 시작을 경험하고 있다.
유 박사는 석박사 과정부터 융합연구에 자연스레 노출되고,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자신의 연구적 배경에 근거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시스템 구현이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유 박사는 “1인 1주제는 말이 그럴싸하지, 사실상 굉장히 위험한 연구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1명이 자기 주제에 애정이 없으면 그 주제는 발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 모두의 연구 지도 방법이 다르고 모두에 대한 적합한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저는 운이 좋게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집단에 들어와서, 생각한 것이 연구 성과로 이뤄지는 경험을 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교수님의 가르침이 제일 컸기 때문에, 교수 입장이 되어서 학생들에게 좋은 연구를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현상을 분석하고 그것을 규정하는 연구 방향이 즐겁다는 유 박사는 어려운 연구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결과를 내는 연구의 의외성에서 연구를 계속해나가는 동력을 얻고 있다. 그는 이제 즐겁게 연구를 해오던 지금까지의 연구 방향에서 과학적 성과를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 방향으로의 변화를 통해 인류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 결과를 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다짐을 통해 앞으로도 흥미로운 연구와 함께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취재기자 / 김지혜(reporter2@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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