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연구자
한양대학교 ‘신소재하이브리드 프로세스 연구실’ 이창희 교수
산업이 발전하면서 서로 다른 기술이나 시스템이 결합하여 하이브리드(hybrid)화 하는 기술이 증가하고 있다. 아날로그 신호와 디지털 신호를 적용한 하이브리드 통신망, 고체원료와 액체원료를 조절하여 제어하는 하이브리드 로켓, 전기와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등 산업전반에 보다 나은 기술을 위해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재산업에도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데, 각 소재의 장점들을 접목해서 다양한 시너지효과를 발현하고 있는 것이다. 첨단 나노소재가 해결하지 못하는 기능을 발휘하며 미래의 신소재로 각광받게 될 전망인 하이브리드 소재는 원재료물질(세라믹, 금속, 고분자, 나노재료), 미세조직(결정질, 비정질, 기공), 미세구조 크기(마이크로, 나노), 소재 제조공정간의 상호 유기적 하이브리드 화를 통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미세복합구조를 갖고 이에 따른 신기능 및 고기능을 발현하는 미래소재이다.
한양대학교 ‘신소재 하이브리드 프로세스 연구실’에서는 복합적인 프로세스를 이용하여 새로운 기능을 창출해나가고 있는데, 특히 저온 분사 공정을 이용한 코팅분야와 관련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학계는 물론 산업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되어 국책과제를 수행하며 기술의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는 한양대학교 ‘신소재 하이브리드 프로세스 연구실’의 이창희 교수를 만났다.
Q.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본 연구실은 1995년부터 연구 활동을 시작하여 세계 최고의 연구실이 되기 위해 항상 도전하는 자세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꾸준한 발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구 분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구조재료의 표면 특성 향상을 위한 ‘표면개질(Surface Modification)’이고, 다른 하나는 기능재료 또는 구조재료의 접합특성을 야금학적으로 검토하는 ‘접합야금(Joining Metallurgy)’ 분야입니다.
표면개질 분야에서는 Kinetic Spray Coating, Thermal Spray Coating (Plasma, HVOF) 기술을 이용하여 재료 표면의 부식, 침식, 마모 특성 등을 상변태론, 합금학, 조직학을 기초로 이해하고 최적화시킴으로써, 기초연구 및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응용 및 개발 분야에 관한 연구를 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접합야금 분야에서는 Welding, Blazing, Soldering 공정 및 열영향부의 금속응고현상, 상변태 및 부식특성을 연구하고, 나아가 용접부의 조직 및 기계적 성질의 예측을 위해 PC/ Workstation을 이용한 Computer modeling 분야에도 연구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Q. Kinetic spray Coating은 어떤 기술인가요?
A. Kinetic spray는 Cold spray라고도 하는데, 이 코팅기술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공정으로 1990년대 후반에 러시아에서 우연히 발견된 기술입니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대한민국에서는 2002년 후반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시작한 것으로만 따지면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습니다.
Kinetic spray는 기존에 있던 Thermal spray 코팅기술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Thermal spray 코팅기술은 100년 넘게 산업현장에서 사용되어 온 기술로 금속이나 세라믹과 같은 재료를 녹여 용융된 상태로 날아가 표면에 코팅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산화물이 생성되거나 코팅분말이 녹는 등 좋지 않은 특성을 갖는 물질들이 발생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Kinetic spray는 Thermal spray와 달리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고체 상태인 재료로 코팅을 하다 보니 위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되지 않습니다. 10여년 남짓한 Kinetic spray 기술은 현재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Blue Ocean Technology입니다.
Q. 대한민국의 Kinetic spray의 연구수준은 어느 정도 되나요?
A. 일반적으로 연구의 수준을 평가하는 방법은 SCI급 논문을 얼마나 많이 발표했으며 논문의 수준이 어떠한가, 또한 해당 논문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열람했는가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지난 3년간 세계에서 발표된 Cold spray와 관련된 SCI급 논문이 약 120여 편 정도 됩니다. 그중에 약 27%인 32편의 논문이 ‘한양대학교 신소재 하이브리드 프로세스 연구실’에서 발표한 것입니다.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저희 연구실에서 발표된 논문을 참고하고 인용하면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세계의 연구소, 연구실, 연구 그룹을 기준으로 할 때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정부에서 관심과 정책지원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A. Kinetic spray는 아직 신기술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지원하는 ‘국가지정연구실 사업’ (NRL: National Research Laboratory)에 선정되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총 7가지 정부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신기술에 대한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이 많지만 관련기술의 역사도 짧다보니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물론 대기업, 중소기업과 같은 산업체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Q. 연구 성과를 위해 관심이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나요?
A. 연구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단지 학문적 가치 확보에만 그치지 않고, 산업현장에서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연구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단기간에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단순히 연구비의 지원뿐만 아니라 장시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많은 연구 인력이 Kinetic spray에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내에서 교수나 연구기관을 모두 포함하면 7~8곳 정도가 되는데 젊은 인력들이 투신해서 많은 열정을 보인다면 한양대학교 연구실에서만 산업으로의 응용분야를 찾는 것보다 더 빠르고 다양하게 찾을 수 있을 것 입니다. 더불어 정부와 기업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자연과학과 공학에 대한 많은 홍보와 다양한 지원을 해주길 바랍니다.
두 번째는 장기적인 연구과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년에서 30년 주기의 연구기간 동안 기초부터 하나하나 확실하고 체계적인 연구과정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참신하고 유용한 연구결과가 나오게 해야 합니다.
Q. 연구하시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A. 연구를 하시는 분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연구결과를 이뤄냈을 때 그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Kinetic spray를 연구하는 외국인들에게 초대받고 자신들의 논문에 저희가 연구했던 논문을 참조로 달아놓으며 인정을 해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교수로써 장기간 연구하면서 느끼는 부분입니다만, 연구자로써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또 다른 중요한 과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교직생활을 한지 약 18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많은 제자들이 각처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가 되었는데, 좋은 가르침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할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Q. 연구하시면서 겪었던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A. 연구라는 것이 계획대로 되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사소하게 부딪히는 상황에는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 그만큼 바쁘게 연구하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연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때가 2007년입니다. 많은 학생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연구 결과를 정리하고, 서로의 생각을 묻고 질타하며 새로운 연구 주제에 대한 토의를 하면서 국가지정연구실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던 그때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학생과 교수를 떠나 모두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좀 더 큰 연구과제에 관심을 갖고 젊음을 불태울 때는 저도 20대로 돌아가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함께 했던 학생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노력했기에 비로소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연구실이 된 것입니다. 학생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과는 절대 불가능했습니다.
Q.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원칙이 있으시다면
A. 학생들에게 2등이 아닌 항상 최고가 되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주제를 갖고 어디에서 발표를 하더라도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는 절대 적당히 해서는 안 됩니다. 연구를 하는 자세에 있어서도 적당히 시간을 보내면서 석사학위나 박사학위를 받고 나가겠다는 생각은 안 됩니다. 심지어 석사학위를 받는 시간에 두 배가 지나면 박사학위가 나온다고 착각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절대 그런 자세로 연구에 임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연구자로써 발을 들여놓았으면 그 분야에 최고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하며, 흥미 있는 데이터가 나왔으면 먼저 문서화해서 발표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런 생각 없이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졸업한다는 것은 연구자로써 바람직한 모습이 아닙니다. 더불어 자신만의 연구철학을 갖고 노력해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Q. 후배와 후학들에게 지침이 될 말씀을 해주신다면
A. 공학을 공부하고 있고 미래에 공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생각하라(Think)'는 것입니다. 단순한 암기를 통해서 얻는 결과와 그에 따른 만족은 연구자로써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현재의 학생들은 인터넷은 물론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손쉽게 타인이 정립해놓은 지식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지식을 참고하며 자신의 사고를 넓혀가는 것은 매우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타인의 생각이 다 옳다고 생각하고 스스로가 생각하려 하지 않으면 그 이상의 발전은 없는 것 입니다. 이 이야기는 향후 공대 혹은 자연대에 진학하거나 대학원을 꿈꾸고 더 나아가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은 학생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항상 의문을 갖고 생각하는 자세를 갖길 바랍니다.
두 번째로 공과대학 안의 분야를 살펴보면 기계공학이나 전자공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이것을 영어로 표기하면 기계공학은 mechanical engineering이고, 전자공학은 electronic engineering입니다. 하지만 재료공학은 material science and engineering입니다. 다른 분야와 다르게 science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료공학은 재료를 과학과 공학에 접목시키는 학문이기에 연구가 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물론 다른 분야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재료공학의 경우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에 대학원에 진학할 것을 권유합니다.
제가 하는 것은 재료 중에서도 구조재료입니다. 자동차, 선박, 발전소 같은 대형구조물에 기능을 바꾸고 만들어내는 연구를 하는데 최근의 학생들은 이와 관련된 연구 분야를 선호하지 않는 편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IMF금융위기 때의 사례들로 인한 불안정한 심리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충분히 매력이 있는 분야이고 세계에서도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인정하는 분야로 자부심을 갖고 연구에 함께하길 희망합니다.
Q. 2009년 목표가 궁금합니다
A. 국내의 연구기관은 물론 해외의 다양한 연구기관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경제가 어려운 요즘 같은 시기에도 졸업한 학생들이 원하는 연구를 계속 진행할 수 있고 취업이 잘되도록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세계는 지금 기술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래 산업을 선점해나갈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는 전쟁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과거와 같은 청동기, 철기의 시대적구분이 더 이상 의미가 없는데 한가지의 순수소재가 산업을 지배하는 시대는 이미 옛 이야기가 된 것이다. 지난 몇 년간 IT(Information Technology)와 NT(Nano Technology)가 각광받았지만 최근에는 학제간 연구(interdis ciplinary)를 통한 하이브리드 테크놀러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양대학교 ‘신소재 하이브리드 프로세스 연구실’의 Kinetic spray 코팅기술은 물론 소재의 다양한 하이브리드화를 통해서 신소재를 개발하고 세계기술을 주도해서 산업현장에 대한민국의 기술을 꽃피울 그날을 기대한다. 이를 위해선 재료분야 뿐만 아니라 공학, 자연과학에 대한 범국민적인 관심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09년 4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