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저비용·고효율의 폐수 처리 촉매제 개발,
물속 오염물 및 환경호르몬 제거 시스템 구축 기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물 자원 순환연구센터 최재우 박사·정경원 박사님 인터뷰
산업 현장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하·폐수에는 오염물과 내분비계 교란 물질인 환경호르몬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환경호르몬은 쉽게 분해가 되지 않아 환경뿐만 아니라 우리 인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하는 공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하·폐수 처리에 사용되고 있는 촉매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높은 효율을 얻기 위한 조건이 한정적이어서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 자원 순환연구센터 최재우 박사, 정경원 박사 연구팀이 농작부산물을 활용해 오염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환경호르몬을 높은 효율로 제거할 수 있는 폐수 처리용 소재 및 공정을 개발, 물속 오염물은 물론 환경호르몬까지 제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재우•정경원 박사, 농작부산물 활용한 폐수 처리 공정 개발
현재까지의 하·폐수 처리 관련 연구는 주로 단일 물질로 구성된 촉매제 개발과 이를 활용한 성능 향상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호르몬 제거 등 친환경 나노복합 촉매제 개발에 대한 연구는 드문 실정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최재우·정경원 박사 연구팀은 농작부산물로 만든 바이오차(Biochar)를 활용해 물속 오염물과 환경호르몬을 제거하는 폐수 공정을 개발하였다. 바이오차는 산소 공급이 제한된 조건에서 목재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바이오매스를 열분해 시켜 만들 수 있는 고상의 물질을 통칭한다.
연구팀은 폐자원인 ‘왕겨’를 활용해 친환경적이고 높은 경제성을 만족시키는 바이오차를 개발했다. 그리고 바이오차 표면에 나노크기의 이산화망간을 코팅해 나노복합체를 형성, 바이오차와 이산화망간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기반으로 고효율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바이오차-나노복합체 촉매제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나노복합체 합성 시 높은 재현성과 안정적이고 높은 활성도의 촉매제를 구현하기 위해 광물합성법 중 하나인 높은 열과 압력을 가하는 수열합성법(Hydrothermal method)을 이용했다. 이를 통해 3차원 형태의 계층화된 구조를 갖도록 했고, 넓은 표면을 만들어 고도산화공정에 높은 효율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의 촉매는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 A’를 80% 밖에 제거하지 못했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는 1시간 이내에 95% 이상을 제거할 수 있고, 특히, 초음파(20KHz)와 결합하면 20분 이내에 ‘비스페놀 A’를 100%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차례의 반복 및 재이용 실험에서도 약 93%의 높고 안정적인 제거 효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경원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촉매제는 여러 폐자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바이오매스 활용을 통한 폐자원 순환형 촉매제 개발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최재우 박사는 “향후 공정의 최적화 및 회수성 증대에 대한 연구를 통해 환경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호르몬 제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라고 말을 전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하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관 고유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Ultrasonics Sonochemistry’(IF : 7.279, JCR 분야 상위 1.613%)에 게재되었다. 제1 저자로 정경원 박사가, 교신저자로 최재우 박사가 이름을 올렸다.
정경원 박사, 물속 인(燐) 제거에 효과적인 나노 합성복합체 개발
최근 물 자원 순환연구센터 정경원 박사 연구팀은 농작부산물을 활용해 물속 인(Phosphorus, 燐)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친환경 나노 합성복합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수자원 확보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주로 수온이 높아지는 6월경부터 발생하는 녹조는 호수나 하천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특히 조류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염류(질소·인) 중 인 농도의 증가로 물속 부영양화를 일으켜 녹조현상을 유발한다. 따라서 녹조현상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이 물 속으로 유입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친환경 바이오차를 이용한 흡착공정을 통해 다양한 물속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오차는 높은 오염물질 제거 효율과 함께 환경적·경제적 장점을 바탕으로 기존 활성탄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차는 일반적으로 음전하를 띄고 있어 음이온계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정경원 박사는 “농작부산물인 왕겨의 표면에 토양 내 다량 함유되어 있는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을 기반으로 한 무독성 무기입자(금속이중층수산화물)를 코팅하고, 공동 열분해 과정을 통해 보다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나노복합체를 개발했다. 별도의 추가적인 장치 없이 실제 현장에 쉽게 적용이 가능한 복합체로,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인을 제거하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정경원 박사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개발한 바이오차 복합체가 같은 온도 조건에서 합성한 바이오차 대비 5배 이상 향상된 인의 흡착성능을 확인했으며, 흡착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진 농도(pH)의 조절 없이도 약 98% 이상의 높은 제거 효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흡착 성능뿐 아니라 인산염 제거 시 흡착원리를 규명하고, 반복·재이용에 따른 제거율 감소이유 등에 대해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인이 흡착된 바이오차의 경우 자연퇴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아울러 정경원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복합체는 인을 비롯해 다른 음이온성 오염물질인 비소나 염색 폐수 등에도 높은 제거 효율을 보이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현재 경상북도(경북도청)와 정부산하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수자원공사, 구미전자정보기술원) 간의 협동 연구를 통해 낙동강 녹조 제어 통합 플랫폼 개발에 착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관 고유사업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창의형 융합연구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Composites Part B: Engineering’(IF: 6.864, JCR 분야 상위 2.000 %)에 게재되었다.
최재우 박사, 고효율 흡착 소재로 폐수 속 유해중금속 제거
앞서 지난해 최재우 박사 연구팀은 전자 재료연구단 이욱성 박사 연구팀과 공동 융합연구를 통해 질소가 함유된 고분자 물질을 이용, 폐수 내에 고농도로 배출되고 있는 유해중금속인 6가 크롬을 선택적·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흡착제를 개발하고, 그 흡착 원리를 규명한 바 있다.
이 연구는 다른 학제 간 융합연구를 통해 폐수 내 고농도로 배출되고 있는 중금속 이온의 제거 및 회수와 재이용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공동연구팀은 나노 소재의 발굴 및 적용, 환경 분야 융합연구로 특정한 질소-탄소 구조를 사용해 산성도(pH) 환경에 따라 수중 6가 크롬의 산화·환원 반응과 이에 대한 흡착 매커니즘을 정량적으로 규명했다.
6가 크롬은 내열성, 내부식성, 전기 저항성이 강해서 도금, 염색, 피혁 제조 및 강력 산화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1급 발암물질 중 가장 독성이 높은 물질로 인체 내 신장이나 골수에 축적이 되어 장기간 농축될 경우 세포조직 손상, DNA 변이 및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대기와 토양 등에 확산된 6가 크롬은 눈, 비로 인해 침출수의 형태로 수중에 퍼지게 된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6가 크롬을 비롯한 독성 중금속류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환경 소재 개발이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보고된 소재들은 제거 효율이 높지 않아 대부분의 폐수처리업체에서는 증발농축 방법(Evaporative concentration)을 이용한 처리 방법을 사용해 왔다. 수중 확산된 중금속들을 처리하는 방법인 증발농축 방법은 높은 에너지가 요구되어 많은 비용이 들고, 공정 후 각종 중금속을 포함한 폐슬러지 발생으로 복잡한 후처리 공정이 필요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어 독성 중금속 폐수 처리에 적합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공정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공동연구팀은 피롤 단량체의 고분자 형태인 폴리피롤을 6가 크롬 흡착제로 사용하고 그 흡착 원리를 규명했다. 폴리피롤은 전도성 고분자로 물리적, 화학적 특성이 우수해 약물전달, 연료전지 촉매 지지체, 인공 근육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분말(Powder) 형태의 폴리피롤 함량이 높아짐에 따라 6가 크롬이온의 흡착량이 크게 증가했으며, 흡착 원리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수중 6가 크롬이온이 폴리피롤의 주성분인 피롤성 질소와 산화반응(존스-산화 반응)을 통해 비교적 안정하고 인체에 무해한 3가 크롬으로 변환되어 흡착되는 원리이다. 또한 산화 반응이 용액의 산성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함께 규명했는데, 산성도(pH)가 낮을수록 존스-산화 반응이 강하게 발생하면서 흡착되는 3가 크롬의 양이 증가한다.
두 번째로 잔존하는 6가 크롬이 피롤성 질소와 수소결합 방법을 통해 동시다발적인 흡착이 진행되어 고효율의 흡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개발된 흡착소재 10㎎만으로 50㎖ 폐수 내 함유되어 있는 10ppm 농도의 6가 크롬을 99% 이상 제거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로 나노 소재를 이용한 수중 독성 6가 크롬 흡착제로의 활용이 기대되며, 특히 도금 공장 등의 산업체에서 배출되는 독성 크롬의 처리 공정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재우 박사는 “6가 크롬을 효과적으로 흡착 제거하는 나노소재가 국민 안전을 확보하고 환경 안전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기 적합한 형태의 물질에 대한 후속 연구를 통해 저비용 폐수정화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관 고유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지난해 ‘Water Research’(IF: 7.051, JCR 분야 상위 0.556%)에 게재되었다.
대한민국 물 연구의 산실, 물 자원 순환연구센터
이처럼 물 자원 순환연구센터는 최재우 박사, 정경원 박사 등 우수한 연구원들을 원동력으로 삼아 의미 있는 연구성과들을 창출해내고 있다.
사람은 신체의 66%가 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물을 마시지 않고는 단 3일도 버티기 힘들다. 따라서 물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구증가 및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신종 유해물질을 포함한 산업폐수 및 폐기물이 발생함에 따라 가용 수자원 확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물 자원 순환연구센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물 자원 순환연구센터는 물과 자원을 포함한 환경 전반에 관련된 문제들을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에서 접근 및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기초과학에 집중된 원천연구부터 실용화에 초점을 맞춘 응용기술까지 물과 관련된 포괄적인 이슈를 다룸으로써 산·학·연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수자원 순환 관리, 지속가능한 물순환을 위한 수처리 공정기술 개발, 환경나노소재 개발 및 환경 영향 평가, 에너지 절약/생산 가능형 환경기술 개발 등이다.
최재우 박사는 수처리용 흡착소재 개발, 미생물 이용 생물학적 처리와 관련된 연구를, 정경원 박사는 폐자원 기반 자원순환형 흡착여재 개발, 고효율 바이오차 및 나노복합체 개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최재우 박사는 물오염수에 주입하면 바로 음용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의 수처리용 소재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경원 박사 또한 폐자원을 업사이클링 시키고 부가가치를 높여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언제나 깨끗한 물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묵직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최재우 박사와 정경원 박사, 대한민국 수자원의 미래를 책임질 이 두 과학자의 찬란한 행보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9년 1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