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세포치료제 개발의 한계를 극복하다
탈모 치료를 위한 모유두세포 대량배양 기술 개발
연세대학교 약학과 성종혁 교수님 인터뷰
전 세계 탈모 인구가 증가하고, 특히 경제적인 성장과 더불어 스트레스성 탈모 환자가 많아짐에 따라 탈모 관련 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부 질환에 대한 세포치료제 개발은 체세포치료제와 줄기세포치료제 형태로 개발하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 모유두세포(Dermal papilla cell)는 충분한 양의 세포 배양이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아 탈모치료제로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연세대학교 약학과 성종혁 교수((주)스템모어 대표) 연구팀이 탈모 치료를 위해 대량으로 모유두세포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탈모 치료 역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연구팀은 비임상시험을 거쳐 2020년부터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후 시판이 허가된다면 기존 약물치료와 모발이식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어 기대를 모은다.
기존 탈모 치료 대안으로 모유두세포 주목
모유두세포는 모발 발생 및 성장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세포이기 때문에 탈모의 세포치료를 위해 가장 적합한 세포 원료라고 할 수 있다. 젖꼭지처럼 생겼다 해서 모유두(毛乳頭)라고 불리며 태어날 때부터 숫자가 결정되어 있다. 모유두세포의 표면은 수많은 모모세포로 덮어져 있는데, 이는 모발 발생과 성장에 있어 중요한 세포로 분류된다. 모유두세포에는 모세혈관과 자율신경이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아미노산, 미네랄, 바이타민 등의 영양소를 비롯해 단백질 합성 효소, 호르몬 등과 함께 산소 공급에 따라 모발에서의 생장이 나타난다. 실제 두피로부터 모유두세포를 채집해서 배양 후 이식했을 때 모발이 새로 자라난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모유두세포를 탈모 치료의 원료로 사용하기에는 세포를 두피로부터 분리해내기 어렵다는점, 배양 조건이 까다롭고 세포의 수를 늘리기 위해 증식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점, 세포 증식을 위해 6~7번 계대 배양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모발발생 및 성장 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한다는 점 등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모유두세포가 탈모의 세포치료를 위해 가장 적합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탈모 치료를 위해 다양한 치료제 개발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환자 만족도가 높은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죠. 최근에 중증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모발이식술이 시도되고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시술 후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해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지방줄기세포, 모유두세포 등을 이용한 세포치료제 개발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낭의 뿌리 부위에 소량 존재하는 모유두세포의 경우 임상 적용에 필요한 충분한 수의 세포 배양 및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죠. 충분한 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배양기간이 6주 이상 필요할 뿐 아니라 배양을 여러 번 하게 되면 모발 재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되기 때문에 이식해도 효과가 없어지는 어려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산소 조건 배양 시 모유두세포 증식 2배 향상
충분한 모유두세포를 확보하기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다양한 농도의 산소조건을 이용해 배양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연구결과 모유두세포를 저산소 조건(Hypoxia)(2% 산소조건)에서 배양했을 때, 모유두세포의 증식력이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또한 계대배양을 8~9번 한 후에도 동물실험에서 새로운 모낭을 형성하고 모발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 저산소 배양한 모유두세포를 생쥐에 이식하면 생존력이 증가하고, 모낭의 외측 모근초 세포(ORS : Out-Root-Sheath)의 증식을 높인다는 결과를 얻음으로써 발모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규명해냈다.
또한 기전연구를 통해 저산소 배양 시 활성산소가 신호전달물질로 작용해 모유두세포의 증식 및 성장인자 발현을 높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유두세포에서 NOX4 유전자가 핵 부위에 존재하고, 저산소 배양은 NOX4를 통해서 활성산소의 생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안티마이신(Antimycin) 및 로테논(Rotenone) 등 활성산소를 발생하는 물질의 처리에 의해서도 모유두세포 증식이 증가함을 확인하고, 동물실험에서 모낭 형성이 증가함을 밝혀냈다. 이처럼 이번 연구는 모유두세포의 증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합성화합물 전처리 등에 비해 안전하고 새로운 모유두세포 배양법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산소 농도가 2% 가량인 저산소 조건에서 모유두세포를 배양해 세포 노화를 예방하고 세포 증식을 2배 정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렇게 배양한 모유두세포를 피부에 이식했을 때 모유두세포의 생존력이 높아지고 모낭의 외측 모근초 세포도 증가하는 등 발모 촉진 효과가 입증되었죠. 기존 모발이식술의 경우 심을 수 있는 모발 개수도 한계가 있고 평생 동안 1~2회 정도밖에 할 수 없지만,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적은 양의 두피를 얻어서 거기에 있는 모유두세포를 대량 배양해 이식하는 방법인 만큼 상처도 적고 이식을 여러 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비임상독성시험을 진행 중으로, 2020년에는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
할 예정입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성과는 교육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기본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피부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영국피부학회지(BritishJournal of Dermatology)'에 2019년 1월 31일 게재되었다.
한편, 이번 연구 외에도 성종혁 교수는 지방줄기세포 배양액을 이용한 화장품개발(AAPE), 표피줄기세포 활성화제를 이용한 화장품 개발 등 관련 분야에 여러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겨 왔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줄기세포를 모유두세포로 분화시키는 방법 개발(지방유래줄기세포로부터 모유두세포로의 분화방법 및 이의 용도/한국 특허 등록 10-1943203)에 성공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방줄기세포의 경우 성장인자를 분비해 투여된 주변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는 작용을 보이지만 새로운 모낭을 생성하지는 못한다. 지방줄기세포 배양액은 미녹시딜 등 기존 약물에 비해 모발 재생효과가 떨어지는데, 모낭을 형성할 수 있는 모유두세포로 분화된 지방줄기세포를 제작해 누드마우스에 투여한 결과 새로운 모낭이 형성됨을 확인했다. 이 방법이 탈모 치료에 적용된다면 주변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새로운 모낭까지 생성할 수 있어 탈모 치료에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탈모 치료 연구개발 전문기업 ‘(주)스템모어’ 설립
성종혁 교수는 탈모치료제 연구개발 기업인 (주)스템모어를 2015년 12월 설립하며, 연구성과를 실제 상용화하는 데에도 열정을 쏟아 왔다. (주)스템모어는 설립 이후 2016년 7월 창업진흥협회 창업선도대학 사업으로 선정된데이어 같은 해 12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치하며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이듬해 4월 U테크밸리 사업에 선정되었고, 5월 ‘연세 창업대상’ 수상, 2018년 9월 광주 특구 연구소기업 100호 등록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8년 12월 부설연구소를 송도 IT센터로 확장 이전하고, 2019년 4월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되는 등 짧은 시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현재 (주)스템모어는 조직 재생과 질병치료 목적으로 응용되고 있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모발이식술을 대체할 새로운 탈모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지난 10년 간 성종혁 교수가 쌓아 온 줄기세포 연구와 성장인자 단백질 연구를 발전시켜, 새로운 탈모치료제 상품화에 나설 예정이다. 이밖에 탈모 치료를 위
한 세포·항체치료제 개발 외에도 탈모 진단 제품 개발, 탈모 예방 화장품 연구개발 및 제품화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오직 탈모 치료에만 집중하는 연구개발 기업은 (주)스템모어가 거의 유일하며, (주)스템모어는 탈모에 대한 토탈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포치료제, 성장인자 단백질, 저분자 신약 후보 물질 등을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연구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탈모 예방 화장품 등을 제품화해 판매합니다. 4명의 약학 및 생명공학분야 박사가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고, 약학대학 및 의과대학 교수님들로 구성된 국내 최고의 자문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주)연세생활건강, (주)KM제약, (주)모제림, (주)메타랩스 등 바이오기업들과 탈모 예방 화장품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긴밀한 공조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현재 판매 중인 제품으로는 밤송이 샴푸와 컨디셔너, 모제노바 헤어 에센스와 헤어 오일, 이세랑 술 마신 다음 날 마스크팩, 핸드크림 3종(스무살의 별을 세다, 스무살의 하늘을 품다, 스무살의 오르막길) 등이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된 제품 ‘풍성한 밤’ 샴푸는 국내산 밤송이에서 추출한 특허 성분이 함유된 탈모 예방 기능성 화장품으로, 연세생활건강 공식 쇼핑몰인 연세샵과 각종 오픈마켓, 쿠팡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에서 판매 중이다. 신제품 ‘풍성한 밤’은 국내산 밤송이에서 추출한 특허 받은 약학 조성물이 함유된 두피모발관리 제품으로 탈모 완화 증상에 도움을 준다.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탈모가 우려되는 사람들에게 탈모 예방 뿐 아니라 비듬 및 가려움증 해소, 모근 강화 등 토탈 헤어 솔루션을 제안한다. 소양감, 유분기, 비듬양 및 여드름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고, 밤송이 추출물 외에 감초뿌리 추출물, 포트마리골드꽃 추출물, 타임 추출물이 함유되어 두피를 진정시키고 노폐물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기술사업화 활성화를 위해 연구풍토 변화해야
고도성장을 거듭해 온 국내 경제가 이제는 그 한계에 다다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실험실에 묶여 있는 유망한 기술을 발굴하고 상용화하는 것이 새로운 먹거리 창출의 핵심인 만큼 연구개발 기업 창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연구성과가 창업으로 빠르게 이어지고, 활성화하기에는 아직 국내 현실이 무르익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4년 전 제가 창업할 당시에 비해서는 창업자 및 스타트업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많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 봉사 등 학교 일과 기업 일을 같이 수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부족하죠. 수업 관련 책임 시수 조정 등이 있으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교수님들에게 연구년이 주어지는데 창업 교수들에게도 창업 휴직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졌으면 합니다. 또한, 아직까지는 학교에서 승진 등 평가 시 논문과 연구비 확보 등의 평가로 획일화되어 있는데, 창업 교원의 경우는 다른 기준을 만들어서 인사 평가했으면 합니다. 아무리 정부에서 창업을 장려해도 평가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교수 창업이 활발해지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성종혁 교수는 기술사업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히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 연구과제의 성과 목표를 맞추기 위한 특허 출원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연구자별 특허 출원 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술이전, 상용화되는 특허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목표 시장 및 제품에 대한 고민, 기업의 참여 없이 작성된 특허는 기업에게 기술이전 될 확률이 적은 만큼 특허출원 단계부터 관련 기업과 연결되어 기술이전 될 수 있는 특허 및 청구항을 작성하고, 기업과 함께 사업화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성종혁 교수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신진연구자, 후학들에게 능동적인 연구 자세와 현실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기를 당부했다.
“수동적이고 틀에 박힌 연구에서 벗어나 학생들 스스로 연구 주제를 찾아 능동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해야 합니다. 특히 대학원에 들어와서 실험실의 기존 조직 문화, 반복되는 연구 주제에만 매달리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교수님들에게 전문지식을 배우는 것 외에도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연구를 통해 상상을 현실 제품으로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위한 연구보다는 인류가 직면한 현실적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성종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모유두세포가 세포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2020년에는 임상시험을 통해 환자에게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고, 기존의 모발이식술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또한 최근 지방줄기세포를 모유두세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헤어 주기를 조절하는 성장인자 단백질도 추가적으로 발견해 특허 출원을 완료한 만큼 이런 기술들을 이용해 탈모 치료에 효과적인 첨단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상용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꽃을 피워야 향을 맡을 수 있듯이 성종혁 교수는 그동안 얻은 많은 연구 결과를 실제 상용화하는 데에 걸음을 재촉해 왔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연구자로서, 기업의 대표로서 열정을 쏟아내고 있는 성종혁 교수의 모습은, 시대적·경제적 변화 속에서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과학자들에게 자성(自省)의 촉매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9년 5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