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검체 자원과 데이터를 기초의학연구 자원으로 활용해 연구 시너지
SCL(재단법인‘서울의과학연구소’)연구소
신약 개발, 질병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의학, 약학 연구 분야에서 검체의 확보는 연구의 시작과 끝을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최근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조기 진단을 통한 질병예측, 정밀 맞춤형 진단과 치료방향을 결정하는데 진단 검사 분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1983년 대한민국 최초의 전문 검사기관으로 출범해 아시아 최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SCL(재단법인 서울의과학연구소)은 전문수탁검사기관이면서도 R&D목적의 부설연구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검사기관이기에 보유할 수 있는 방대한 검체 자원 및 풍부한 데이터들을 기초의학연구 자원으로 활용해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새로운 검사방법 개발부터 기초의학연구와 학술활동, 타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인공지능(AI) 연구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SCL연구소(소장 김영진)를 찾았다.
근거중심의학,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의 활용도 강화
올해 창립 35주년을 맞은 SCL(재단법인 서울의과학연구소)은 수탁 의료 검사 및 분석 사업, R&D 및 임상시험 지원 사업, 학술연구 및 사회공헌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SCL은 한국 최초로 1998년 미국 C.A.P 검사실 인증을 받기도 했으며 현재 검체 자동분리 및 이동, 검사, 보관까지 검사에 필요한 모든 과정이 자동화처리 되고 있는 세계적 수준의 정도관리시스템을 확보하고 연평균 3,000만여건(일평균 8만건)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SCL연구소에서는 전문의를 비롯해 전문 연구인력들이 신규 검사법 개발부터 R&D, 임상시험지원 연구를 하고 있다. 자체 연구뿐만 아니라 활발한 산학연 협력을 통한 제약 임상연구, 진단검사의학 연구, 바이오뱅크를 활용한 바이오 헬스 분야의 연구 및 국가연구과제사업에 참여 중이다.
김영진 SCL연구소장은 “연구기관으로서 SCL의 기본 가치는 ‘근거중심 의학’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쌓고 있는 모든 연구결과는 임상에서 잘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신약을 개발하는 임상시험은 모든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SCL은 국내 유일의 임상시험 중앙검사실(Central Laboratories)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미 식약처로부터 허가 받은 검사 외에 새롭게 도입하는 검사의 검증절차를 거칩니다. 연구소는 검사의 재현성, 안정성 및 정확도를 평가하여 그 제공 결과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신뢰성을 확보합니다.
물론 여러 논문들에서 검증된 검사를 자체 개발(laboratory-developed Test, LDT)하여 적용하는 예도 드물지 않으나 많은 데이터 축적과 임상의와의 협업을 통해 검증되며 우리는 이를 연계해 새로운 검사를 개발하고 임상시험에 적용하기도 합니다.” 라면서 신뢰도 높은 데이터 확보와 이것이 임상에서 보다 가치 있는 결과물로 재생산될 수 있는 임상적 유용성을 강조했다.
분야별 전문성을 명확히 띈 연구 활동
SCL연구소는 R&D연구센터와 임상시험을 위해 특화된 C-LAB(Central Laboratory)로 구성되어있다.
먼저 R&D연구센터의 유전체연구센터는 15개 이상의 국가 주도 코호트 과제 수행과 더불어 다양한 유전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질병관리본부에서 진행하는 당뇨병, 고혈압, 비만, 골다공증,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과 같은 만성질환의 유전, 환경적인 요인을 밝히고 이들간의 상호작용을 규명하고자 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코호트 연구인 한국인 유전체 역학조사사업 (Genome and Epidemiology Study, KoGES)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품질관리의 일환으로 미국 CDC의 지질관련 표준검사 인증프로그램인 LSP에 참여하여 인증을 받음으로써 공동연구자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LSP는 전세계의 권위 있는 연구소가 지질검사에 관한 정도관리를 위해서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분기당 12개의 맹검 샘플에 대해 참가기관이 분석데이터를 제출하여 평가를 받는 방식입니다.”
또한 환경부에서 실시하는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사업은 전국에서 어린이, 청소년, 성인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하고 조사대상자의 인구, 사회, 경제학적 특성과 생활 환경 및 습관요인 등 오염원과 오염경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와 신체계측과 혈액 및 요 중 환경오염물질 영향분석과 영양상태를 조사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다. 이 외에도 유전체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대학과 병원, 그리고 다양한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에게 양질의 인체자원을 공급하기 위하여 엄격한 정도관리를 통해 생물자원을 제작/제공하고 있다.
생체분석팀은 새로운 진단검사 아이템 발굴 및 검사법 표준화를 연구한다. LC/MS/MS 및 HPLC 등으로 생체 시료 내 약물 농도 분석 및 metabolite 분석, endogenous hormone (saliva, serum, plasma, urine내)의 동시 정량 분석과 질환과 관련된 biomarker 발굴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임상시험지원사업부와 함께 제약회사 등 제휴 고객사의 다양한 biomarker set-up 및 method validation 등을 지원한다.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 맞춤형의료(Personalized Medicine)는 세계적 추세로 우리 연구소도 이에 부응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타 수탁검사기관과의 차별화된 R&D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분자생물팀은 질병조기진단 및 약제내성유전자 검출법 수립 등 esoteric 검사에 집중한다.
“real-time PCR을 이용한 특이 virus의 정성 및 정량 검사, 특이 유전자 발현량 측정,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기를 이용한 SNP 검사 및 mutation의 측정법을 개발하여 유전자 수준에서 질병조기진단에 접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C-LAB은 다국가, 다기관임상 및 감사, 실사경험과 신약임상, 연구자 임상시험 분석서비스를 진행하는 임상시험지원사업부에서 연계되어 독립적으로 임상시험을 위해 특화된 연구를 수행한다.
신규 진단검사 아이템 활발히 개발, 희귀질환 진단법 개발로 사회공헌 활동
전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조기 진단을 통한 질병예측, 정밀 맞춤형 진단과 치료방향을 결정하는데 진단검사 분야가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CL은 아시아 최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 260여 종의 최신 장비를 활용해 진단검사를 비롯해 기능의학, 분자진단, 병리검사 등 2,800여개 검사를 수행한다. 이렇게 체계적인 검사 프로세스를 통해 얻은 방대한 임상데이터를 바탕으로 질환 진단을 위한 최신 검사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사람의 몸에서 채취된 검체(혈액, 모발, 소변 등)를 이용해 질병의 유무를 판단하는 검체검사는 의료진이 정확한 질병을 진단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개인별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SCL은 차세대 염기서열분석기반(NGS) 전용 검사실 운영을 통해 유전정보를 분석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연구로 연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량의 혈액을 통해 심뇌혈관·순환기질환 진단에 유용한 혈액점도 검사나 방광암을 조기 진단하는 비침습적 선별검사(NMP22) 등 질환 맞춤형 검사들을 신속하게 도입하고 있으며, 수십, 수백개 암·희귀병 유전자 염기서열 한꺼번에 분석해 변이 부위 등을 파악해 정확한 진단·맞춤치료 근거로 활용되고 있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유전자 패널 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재(2월8일 고시) 정부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자패널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고시해 향후 유전자 빅데이터에 기반한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SCL 연구소는 지난 3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 의료서비스 연구를 위한 MOU를 맺고 빅데이터화 및 AI의료서비스로 연계하는 연구에 동참할 예정입니다.”
연구소는 사회공헌 연구의 일환으로 희귀질환의 진단법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10년부터 국내 유병률이 낮은 희귀질환의 하나인 리소좀 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ease, LSD)을 진단할 수 있는 효소법 개발과 지방산대사이상, 유기산대사, 아미노산 대사 등 분석법을 개발했다.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드물게 발병하기 때문에 아직도 원인 불명이거나 정확한 진단조차 받기 어려워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속적인 진단법 개발 및 꾸준한 연구활동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지만 일반 의료기관이 검사수요가 적거나 여러 이유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고 검사도 어려워 대학병원 등에서 협업요청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고가의 장비를 보유하고 진단검사 노하우를 갖췄으며 연구개발이 가능한 우리 같은 기관이 이런 일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매달 한 개꼴로 새로운 검사법을 발표하고 있다며, 셋팅한 검사 중 2가지 검사를 소개했다.
먼저 맞춤형의료 검사의 일환으로 HLA B5801 검사다. 어떤 이에게 이 유전자가 있으면 통풍치료제 중 1차약으로 현재 많이 처방되는 alluprinol 복용 시 스티븐존슨 증후군과 독성표피 괴사융해증을 발생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예방할 수 있다.
다음으로 HIV Drug resistance mutation 검사다.
“HIV Drug resistance 검사는 환자가 에이즈 약에 내성이 생겨 잘 안 듣는 경우 치료약을 처방하는데 꼭 필요하며 기존에 질병관리본부에서 하던 것을 SCL이 하고 있습니다. 현재, 에이즈 치료제는 21종인데 돌연변이가 생겨 내성이 많이 나타나는데 검사 셋팅이 쉽지 않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SCL만이 검사 가능했고 최근에 한 국내 대학병원에도 셋팅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로운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연구소의 최근 주요 연구 주제는 Microbiome(장내미생물)과 쯔쯔가무시 등 진드기 매개 감염질환 real time PCR kit 개발, 치주염(peridontitis) 예측 유전자 검사법 개발 등이다.
김 소장은 중장기 연구개발 목표를 “질병의 발생위험도를 예측하는 정밀의료, 예방의학 발전에 기여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CL은 세계10대전문수탁검사기관을 목표하고 있으며 부설연구소를 통해 쌓이는 기술력은 SCL이 속한 SCL헬스케어그룹(회장 이경률)이 글로벌 의료기업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의료검진센터인 하나로의료재단을 비롯해 한중합작 종합검진센터, 몽골 진출 의료기업, 식약처 지정 식품축산물 자가품질검사기관인 바이오푸드랩 등 계열사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하여 미국(Mayo Clinic, Quest Lab), 일본(LSIM Lab)과의 기술교류를 이뤄냈다. 이를 시작으로 몽골(MOBIO), 중국(Dian Lab), 호주(CSIRO)에 진출했다.
SCL은 오는 5월 30일(수) 창립 35주년 및 CAP 인증 20주년을 맞아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고, 진단검사 분야의 최신 동향과 향후 비전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2009~현재 (재)서울의과학연구소 연구소장
•1997~2009 라이프코드(제대혈은행 및 제대혈연구) 부사장/의학연구소장
•2000~2004 LSK-global PS(CRO 임상시험 대행기관) 대표이사/ 메디컬 디렉터
•1999~2007 아주대의료원 혈액종양내과 외래 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원주의과대학 외래 교수
•1992~1997 부천제일병원 임상병리과장
•박사학위 논문 : 초저온 냉동 보존된 제대혈 유래 세포의 신경세포 및 신경아교세포로의 분화 유도
새로운 것을 향한 끊임없는 탐구심, 배려있는 협업과 연구 나눔
아시아 최초로 비타민 D 국제표준화 인증 프로그램인 CDC(미국 질병통제센터) ‘VDSCP’에 참가,
표준화 인증을 획득하기도 하고 프로바이오틱스, 치매, 인공지능 협업까지 새로운 연구주제에 대한 탐구와 시도를
즐거움이자 사명으로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김영진 소장은 연구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배려’ 라고 꼽았다.
국내 최초 제대혈은행을 설립하는 등 새로운 연구에 대한 방향성과 협업은 그의 연구발자취 대부분에 동반되어왔다.
“협업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업 시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 연구 결과가 실제로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는 지를
시작단계부터 함께 고민하며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전문수탁검사기관의 독립적 R&D연구소에 따른 장점은 무엇입니까?
현대 의학은 새로운 영역으로 세분화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의학과 과학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하여 새로운 개념의 의학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SCL은 전문수탁검사기관의 기능을 넘어, 실무적인 면에서는 효율적 업무개선, 새로운 검사의 비교검증, 방법 검증(method validation) 을 통해 근거중심 검사를 검사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를 통해 단순한 결과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연구소에서 자체개발 한 연구 성과물을 의료시장에 기술이전을 하거나 기업 이익창출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또한 쉽지는 않지만 환자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biomarker(생체지표)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검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관들과의 협업 연구에서도 저희는 바람직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전문수탁기관 최초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허가를 득해 2016년 인체유래물은행을 설립했고 검체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대학, 기업체 연구자 등과 공동연구의 문을 보다 크게 열 계획입니다. 최근 연구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져 공학박사가 의학관련 실험을 할 수도 있고 공동연구도 활발하나,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임상검체를 구하는데 있어 연구자들에게 어려움이 있습니다. 잔여검체를 이용해도 되는 연구라면 공동연구 형식으로 이 부분을 좀 더 오픈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근 동반진단은 다국적제약회사 등에서는 의약품개발의 필수과정이 되는 추세로, 사람의 유전자타입에 따라 개발 신약의 효능에 대한 결과가 다를 수 있어 개발단계에서부터 이것이 고려되는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과 MOU를 통해 의약품개발에 필요한 바이오마커들에 대한 공동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연구 시 사용하는 실험장비/도구 중, 개선되면 도움이 될만한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현재 laboratory medicine trend는 분자진단(molecular diagnostic)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혈액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체액(소변, 침, 가래 등)에 적용 가능한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때 검체 전 처리에 업무 과부하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자동화, 단순화, 일체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며 또한 많은 유전자들을 한번에 검사할 수 있는 Multiplex PCR도 임상에서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여러 다른 감염질환 유전자들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키트처럼 검사장비도 멀티플렉스와 실시간 분석이 가능한 장비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전문수탁검사기관도 4등급을 제외한 의료기기임상시험은 가능하도록 고시되어 앞으로 잔여 검체를 이용해 새로운 키트나 장비를 개발하는데 참여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문수탁기관은 실제 검사업무와 연구에 키트나 장비를 사용하는 유저입장이기도 하기에 의료기기 개발업체들과 상호 좋은 협업관계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8년 4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