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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윤동기 교수님



센티미터 단위의 넓은 면적에서 금 나노막대 배향 제어 성공
연어 DNA로 비용효율 겸비한 선명한 액정 표현 기대돼
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윤동기 교수








윤동기 교수(KAIST: 한국과학기술원) 연구팀이 연어에서 추출한 저렴한 DNA를 이용하여 센티미터 크기의 넓은 면적에서 적용 가능한 금 나노막대 배향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금 나노막대와 같은 플라즈모닉 나노입자는 표면 플라즈몬 공명이라는 독특한 광학적·전기적 성질을 갖고 있어 LCD와 같은 광전자 소자 등 차세대 플랫폼의 핵심 소재로 주목 받아왔는데 이번 개발 기술은 기존보다 훨씬 넓은 면적에 성공해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상용화를 향해 크게 다가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존 생물학 연구에서 사용되던 DNA에 비해 1000배 정도 저렴한 연어의 정액에서 추출한 DNA물질을 이용해, 마치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간단하게 전단력(shear force)을 가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형태로 정렬된 입자의 박막을 제작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어사업과 나노소재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해당 논문은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매터리얼즈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10월 10일 자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본 파이오니어사업을 이끄는 단장이기도 한 윤동기 교수를 만났다.



· 논문명

 Highly Aligned Plasmonic Gold Nanorods in DNA matrix


· 저자 정보

윤동기 교수(교신저자, 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화학과), 차윤정(제1저자, 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김대석(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DNA를 활용해 넓은 면적에서 고배향도 금 나노막대 개발 성공
윤동기 교수 연구팀은 금 나노막대를 정렬시키기 위해 콧물과 같은 느낌의 액정상을 갖는 DNA를 매개체로 이용하면 금 나노막대 입자의 장축이 DNA 분자사슬 방향과 나란하게 배향됨을 발견하고, 금 나노막대 입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금 나노막대-DNA 박막은 넓은 면적에서 고배향도를 보여 플라즈모닉 컬러필터 제작 등에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 나노막대는 막대에 쪼여지는 빛의 선편광 방향이 횡 방향 혹은 종 방향 인지에 따라 다른 파장대에서 빛의 공명이 일어나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금 나노막대의 배향이 중요하다.


기존에도 전자기적 효과와 같은 물리적 상호작용을 이용한 나노입자의 배향 연구들이 진행되었지만 마이크로미터 영역 수준에서 성공하였을 뿐 본 연구와 같이 센티미터 단위의 면적에서 배향할 수 없어 실제 응용에 한계가 있었기에 본 연구 결과는 의의가 크다.



윤 교수는 “고대 로마시대의 리쿠르고스(Lycurgus) 컵은 빛의 방향에 따라 초록 비취색을 띠거나 붉은 색을 보였습니다. 이는 유리에 금 나노입자들이 고르게 분산되어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입자의 크기가 나노미터 사이즈로 작아지면 금속의 자유전자들이 나노입자 속에서 특정 파장의 빛에 대해 공진(resonance)하면서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플라즈몬 효과가 발생해 금속 고유의 색상 대신 흡수한 파장을 제외한 색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에서 일반적으로 생길 수 없는 특성을 갖도록 설계된 물질을 메타물질(Metamaterial)이라고 하며, 최근 디스플레이, 컬러필터, 전광판, 광고용 라벨 등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으나 아직은 대면적의 구현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연구 계기를 설명했다.



또한 “이 연구는 DNA와 금 나노입자의 상호작용을 이용하여 대면적에 혼합물을 정렬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금 나노막대 입자뿐 아니라 다양한 특성의 나노입자 배향 조절로도 확장될 수 있어 다양한 광전소자 및 센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플라즈모닉 나노입자의 배향으로 색상 조절
연구내용에 따르면, 플라즈모닉 나노입자란 국부적 표면 플라즈몬 공명 현상을 일으키는 금(金)이나 은(銀) 등의 물질로 이루어진 나노입자로, 표면 플라즈몬 공명과 같은 독특한 광학적, 전기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플라즈몬 공명은 입사광에 의하여 금속 표면의 자유전자가 집단적으로 진동하는 현상이다. 또 배향이란 막대기 모양의 분자나 나노파티클이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 되어있는 것을 뜻하며 배향도가 높으면 광학적, 전기적 성질이 좋아진다. 나노입자의 성질은 편광 방향과 함께 나노파티클의 배열 형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배향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배향된 금 나노막대의 종횡비(aspect ratio)로 표면 플라즈몬 공명을 조절하여 보이는 색을 바꿀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나노과학 및 나노바이오 기술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태양전지나 광촉매, 발광소자 및 의학적 진단 및 치료 분야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나노미터 크기의 금속 나노입자는 기존의 벌크 물질과 전혀 다른 물리, 화학적 특성을 가지며, 나노 구조물을 이용한 나노 소자는 대량 화합물 생산이 용이해 무한한 응용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존 실리콘 바탕의 소자는 스케일을 줄이는데 물리적 한계가 있으며 이에 따른 복잡한 공정과 고비용이 문제인데, 나노입자를 이용한 소자의 경우 소자의 크기를 줄이는 작업이 쉽고, 기존 기술의 벌크 소자에서 구현하기 힘들었던 고효율의 광전자소자, 바이오 활성 분자 검출 소자, 촉매 등의 응용이 용이하여 관련 분야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되며 본 연구에서는 그 중 금 나노막대를 재료로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금 나노막대는 최근 각광받는 플라즈모닉 나노입자로, 우수한 표면 안정성을 가지고, 표면 개질이 비교적 쉬운 장점이 있어 물리, 화학, 재료, 전기, 전자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이를 이용한 새로운 나노 소자를 개발하고자 시도해왔다. 특히 금 나노막대의 배향과 편광 방향에 따른 광학 및 전기적 특성은 플라즈모닉 센서, 메타 물질, 전기 광학 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할 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DNA를 특정 농도 이상 (5 wt%)으로 물에 녹이면 방향성 질서를 가지는 액정상을 나타내게 되는데, 이러한 DNA 액정상에 금 나노막대를 혼합하여 배향시키면 금 나노막대의 장축 방향은 DNA 사슬 방향과 나란하게 배향된다. 여기에 일정한 속도로 전단력을 가하면 대면적에서 한 방향으로 정렬된 플라즈모닉 금 나노막대 박막을 제작할 수 있으며, 제작된 박막은 박막의 위치에 상관없이 균일한 편광 의존적 플라즈모닉 공명특성을 가진다. 이처럼 외부에서 가한 전단력과 DNA 분자체의 탄성력 간 균형 조절을 통하여 평행, 수직, 지그재그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DNA 나노구조체를 제작할 수 있으며 이를 템플릿(template)으로 이용하여 금 나노막대를 다양한 방향 및 형태로 정렬시킬 수 있다.



DNA 액정을 템플릿으로 이용한 이방성 나노입자 배향 기술은 저비용에 높은 생산성을 갖는 전단 코팅 방법을 이용해 대면적으로 양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광전자 소자 등의 컬러 필터와 같은 실제적 응용이 기대된다. 한 예로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나노셀-TV와 같은 LCD화면의 컬러필터로 사용되면 그 표현 색이 더 선명해질 수 있다. 기존에는 나노패턴을 만들기 위해 수백억 원대의 스캐너와 한 통(갤런)에 수백 만원대인 재료를 사용해야 했다면 이번 연구 방식은 놀랍게 경제적이다. 이를테면 재료를 바르는 붓질의 속도나 방향에 따라 초등학생도 쉽게 나노 구조를 활용한 색상변화를 만들 수 있다.



“색조화장품에 응용한다면 오른쪽으로 펴 바르면 빨간색, 왼쪽으로 펴 바르면 초록색이 나오는 것과 같은 아이디어 상품에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금속 파티클의 크기를 조절해 색상은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광촉매, 광열치료에도 응용 가능합니다. 광열치료의 경우 나노패턴을 바를 수 있는 곳이라면 원하는 곳에 정확히 필요한 파장의 빛을 통해 치료가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연어 DNA 활용한 금 나노막대 배향 시도
DNA는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한 소재다. 본 연구에 사용된 연어 DNA는 기존 인공합성 DNA에 비해 1,000배 이상 비용이 저렴하다. 또 간단하게 힘을 가하는 방법으로 DNA 분자를 쉽게 조절할 수 있어 대규모 제작과 광전자 소자에 대한 응용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DNA는 나노미터 단위의 규칙적인 물리적 구조 및 다양한 기능성 물질과 결합할 수 있는 화학적 기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합성 고분자나 무기 나노 소재 등과의 혼성을 통해 기존 소재의 특성을 보다 생체친화적인 방향으로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기존의 DNA 기반 연구는 대부분 바이오 응용 분야로, 범용 고분자 재료로 사용되는 연구가 드물었으나 저는 고비용의 문제를 지닌 전통적 구조 고분자에 비해 비교적 정제가 덜 되어있는, 가격이 매우 싼 DNA를 기반으로 융합형 신소재 원천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용한 DNA는 ‘salmon sperm DNA’로, 말 그대로 연어의 정액으로부터 대량 추출이 가능합니다. 비록 염기서열이 조절되지 않고 길이도 제 각각이지만, 우리 연구에서는 DNA가 가진 구조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연어 정액을 쉽게 키트로 뽑아 내어 사용해도 DNA 물질 자체의 규칙적인 구조적 특성과 화학적 성질은 그대로 유지되기에 신소재 개발을 위한 재료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닙니다.”



윤 교수는 DNA와 금을 융합하여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DNA를 매개체로 이용해 잘 배향된 금 나노막대 구조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액정상을 띠는 DNA 수용액과 금 나노막대를 잘 혼합시켜야 한다. 금 나노막대는 합성 시에 양이온계의 계면활성제에 둘러싸여 있는데, 이 상태로 DNA 수용액과 혼합하면 수용액 내에서 금 나노막대의 응집이 일어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기적으로 중성인 고분자를 이용하여 금 나노막대의 표면을 개질한 후 DNA 수용액과 혼합하는 방식으로 금 나노막대의 응집 문제를 해결하였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일반적인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액정상을 이용하여 대면적에서 그 방향성을 제어하여 다양한 응용을 하는데 집중해왔습니다. 또한 대표적 바이오 물질인 DNA가 형성하는 액정상을 고배향된 정밀 구조체로 제작하고 이를 신소재로 활용 하는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이번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금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진 면이 있고, DNA 물질 또한 미용분야에서 필러로 사용될 만큼 그 생체 적합성은 두 물질 모두 매우 좋은데, 이에 두 가지를 섞어보면 어떤 생체적합형 신소재가 나올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딱딱한 금 나노막대가 실과 같이 비교적 부드러운 DNA와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에 착안했습니다.



금 나노막대는 플라즈몬 효과를 나타내는 재미있는 소재이나 막대들의 배향이 어려워 실제적 응용이 힘들었지만 관련 연구에서 세계적인 선도그룹이 일반적인 액정 물질을 매개체로 나노막대를 배향하는 연구를 보고한 바 있었고, 본 연구팀도 최근 용매에서 용질의 농도에 따라 액정상이 나타나는 DNA 소재를 간단하게 문지르는 방법으로 배향을 쉽게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기 때문에 이러한 두 시스템(DNA+금 나노막대)을 결합해 DNA-금 나노막대 용액의 문지르는 방법을 다양화하여 금 나노막대를 대면적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배향시키고자 했습니다.”







향후 입자 간격 및 정렬방향 정밀 조절 연구할 계획
이번 연구가 금 나노막대의 전체적인 정렬 방향 조절에 초점을 맞췄다면, 차기 연구에서는 DNA 농도 등 실험 조건을 변경하여 나노입자 사이의 간격 및 정렬 방향을 정밀하게 조절할 계획이다. 또한 플랫폼이 단순한 만큼, 전기광학 소자뿐만 아니라 플라즈모닉 센서, 유기반도체 소자 등 그 응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서 금 나노막대의 박막 제작 시 두 기판을 겹쳐 샌드위치처럼 만든 상태에서 용액을 주입하고, 윗 기판을 당기는 전단 코팅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기판의 당김 속도를 조절하거나 울퉁불퉁한 붓으로 힘을 가하면 평행, 수직, 지그재그 등 다양한 배향 상태도 구현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다음에는 힘을 가하는 기판의 거칠기 혹은 박막이 형성되는 기판의 거칠기 등을 조절하여 배향을 훨씬 더 정밀하게 조절할 계획입니다. 큰 목표는 현재 텔레비전에 사용되는 정도의 크기만큼이나 대면적화를 이뤄내 실제적 응용에 적용하는 것 입니다.”



현재 디스플레이의 연구방향은 액정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유기발광소자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만 보면 TV나 모니터에 쓰이는 대형 액정디스플레이 즉 LCD가 전체 매출의 90%이상의 매출을 담당할 정도로 여전히 중요한 분야다.



윤교수는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다른 나라들을 압도함에도 불구하고 액정 전자소자 쪽에 집중하면서 그 핵심 물질인 액정물질에 대한 기초연구는 뒤떨어져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 핵심 기술을 선점 당했습니다. 현재의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는 기초 및 관련 융합 연구에 매진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라고 기초 및 융합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분야를 지망하는 과학도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트렌디한 학문 분야만 쫓기 보다는 본인이 진정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고, 미래의 후손들에게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를 꾸준히 해나가는 의지와 사명을 가졌으면 하며,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에 주인의식을 갖고 열정을 다했으면 합니다. 학교나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일을 해나가야 하는 상황 속일지라도 그 과정 속에서 내공을 쌓으면서 주어진 일 외에도 연구자 본인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주변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액정은 아름답다.” 윤동기 교수는 “하고 싶은 연구 소재는 많습니다만 지금은 컬러, 유기 전자 소자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둘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액정은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없던 것들을 발견하고 만들며,세상에서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을 이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iquid crystal display (LCD:액정표시장치)의 핵심 물질인 액정물질을 물리, 화학적인 관점에서 융합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액정 전문 과학자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근무 후 학계로 와 연구하고 있으며 네마틱(Nematic)이라고 하는 단순한 액정 상(phase)을 비롯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는 판상형 액정(Smectic LC) 분야에서 성과를 쌓아왔다.



· 2012년 독일 Mainz 국제 액정학회 (International Liquid Crystal Conference) Michi Nakata Prize 한국인 최초 수상
· 2016년 미래기술융합 파이오니어 사업 단장 ‘액정 기반의 위상제어 플랫폼 개발’ 주제 연구
· 2017년 국제 정보디스플레이학회(International Meeting on Information Display(IMID2017)) Merck Young Scientist Award 수상





취재기자 / 이현주(reporter2@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8년 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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