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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아주대학교 생명과학과 최상돈 교수님

자가면역 질환 및 염증성 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열다
부작용 적고 효과 높은 펩타이드/펩티바디 치료제 개발
아주대학교 생명과학과 최상돈 교수






면역반응은 외부의 세균 등으로부터 인간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과도하게 활성화 될 경우, 오히려 각종 자가면역 질환 및 염증성 질환이 발병하거나 악화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바로 면역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Toll-like Receptor(TLR) 신호가 외부에서 침입하는 이물질 또는 내인성 인자에 과도하게 반응하기 때문인데 류마티스 관절염, 패혈증, 전신홍반성루푸스, 강직성척추염,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기타 자가면역 질환 및 염증성 질환이 이에 의해 발생한다.


이러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그동안 소염제, 면역억제제, 진통제 등의 치료제를 사용해왔으나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이거나 장기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이 따르는 한계가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아주대학교 최상돈 교수 연구팀이 TLR4 신호전달경로를 타깃으로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차단하는 펩타이드 치료제를 개발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치료제는 인체 내에서 면역세포와 결합해 치료하는 원리를 이용, 부작용이 적고 소량의 치료제로도 자가면역 질환 및 염증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의미가 깊다.







신규 펩타이드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억제 규명
면역반응은 인간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이 면역반응이 과활성 될 경우 각종 염증성 질환의 발병 및 악화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의 치료만 가능하고, 특히 스테로이드제 장기복용에 의한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강력한 약리작용을 가지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의 개발이 필요했다.

아주대학교 생명과학과 최상돈 교수는 새로운 염증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Toll-like Receptor(TLR)에 주목했다. 최상돈 교수는 인간 제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완성을 알린 2001년 네이처 논문 저자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이자 2006년까지 노벨상 수상자인 알프레드 길만이 이끄는 AfCS(Alliance for Cellular Signaling) 그룹의 책임연구원으로 몸담으며 면역세포에서의 세포신호전달에 대해 연구한 바 있는 생명과학 분야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선천면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TLR 신호전달 메커니즘 연구를 해오면서 TLR 신호가 류마티스 관절염, 패혈증, 전신홍반성루푸스, 크론병, 건선, 아토피 피부염 등 다양한 염증성 질환과 연관이 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에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삼아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됐죠.”
연구팀은 이번 성과에서 이용한 파지 디스플레이 응용은 물론 컴퓨터 생물학을 활용해 수백만 개의 소분자(small molecule) 중 TLR 신호전달과 연관성 있는 물질을 찾아내는 고속대량스크리닝(high throughput screening; HTS) 기법, 단백질 도메인의 일부를 모방해 본래 결합하는 단백질 대신 미끼 펩타이드(decoy peptide)를 활용하는 등 다방면의 스크리닝 기법을 동원함으로써 면역치료제 후보군 발굴 시스템을 구축했다.


선정된 후보군을 대상으로 분자생물학적 실험방법을 통해 다양한 세포에서의 TLR 신호전달 억제 효과를 확인했고, 표면 플라즈몬 공명 분석과 분자 모델링을 이용해 표적 단백질과의 결합 친화도 및 위치를 확인 및 제시했다. 생체 내(in vivo)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모델 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발굴한 펩타이드에 의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가 억제됨을 증명해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에 비해 생체친화적이고, 대상 세포의 TLR4 타깃을 정확히 찾아가서 차단하는 특이성 높은 염증성 질환용 펩타이드 치료제를 개발한 것입니다. 동물실험에서도 류마티스 관절염과 신장조직 손상을 치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임상용 주사제 개발로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 류마티스 관절염, 패혈증, 전신홍반성루푸스 등의 자가면역 질환 및 염증성 질병의 새로운 치료제로 개발되리라 기대됩니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신규 펩타이드가 다양한 면역질환에 대한 약물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의의가 크다.
“최근 펩타이드 의약품 개발이 다시 주목받고 있죠.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은 단백질 구성인자 가운데 뛰어난 생리활성을 가진 최소단위를 선별해 생체 신호전달이나 기능 조절에 활용하게 되는데, ‘생체친화적’이고 ‘생체 내 특이성’이라는 차별성으로 부작용은 적거나 없으면서도 소량으로도 강력한 약리작용을 나타냅니다. 또 펩타이드를 이루는 아미노산은 20종류로 한정적이어서 화학적 제조 변형이 쉬워 품질관리도 용이합니다. 최근에는 이 펩타이드에 항체의 일부를 접합해 단일클론항체처럼 체내 체류시간을 연장한 펩티바디(peptibody)도 제작해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물론 이번 연구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면역체계의 신호전달경로도 복잡한데다 최근 생명과학이 발전하고 환경이 복잡해짐에 따라 네트워크와 분자 타깃들이 방대해져 면역반응을 제어하기 위한 표적을 정하기가 어려워지고, 이미 발견된 면역제어 물질도 지속적으로 효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연구팀은 오랜 기간 축적된 TLR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표적 단백질을 인실리코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고, 고속대량스크리닝으로 분자들의 풀을 압축시켰다. 이후 세포 및 동물실험으로 유효분자를 신속히 선별해냈다.


“연구 초반에는 약물 후보군 스크리닝에서 효과 있는 물질을 최종 발굴하지 못하면서, 시도하고 있는 방법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실험에 연구원들 대부분이 지쳤고, 이때가 모두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최초 효능물질을 발굴하면서 우리 방법에 대한 확신이 들었고, 이후로는 신바람 나게 후속물질들을 연이어 발굴해 나갔습니다. 지금은 펩타이드/펩티바디 뿐만 아니라 여러 긍정적인 실험결과를 나타내는 다양한 후보물질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가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참여연구원들의 인내와 헌신적 협동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는 국제적인 학술지 ‘바이오머터리얼스(Biomaterials)’ 2017년 2월 27일자에 ‘TLR4/MD2 specific peptides stalled in vivo LPS-induced immune exacerbatio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좋은 신약 후보군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면역질환을 치유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고자 연구에 고삐를 쥘 계획이다.


“톨-유사 수용체 TLR 표적물질의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고, 약물로의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에 돌입한 물질과 탈락한 후보물질도 있습니다. 신약 개발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신중하게 진행돼야 하는 특성상 예상과 달리 중도 탈락의 고비도 있겠지만 좋은 신약 후보군을 계속 발굴하면서 면역질환을 치유할 수 있는 성공적 약물로 개발되기를 희망합니다. 다행히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질병 모델에서 가시적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으면서도 우수한 치유효과를 보여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향후 임상 의사들과의 협력 아래 임상실험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생명과학 유전자의 바이블 ‘신호전달분자 대백과사전’
최상돈 교수는 지금 출판되고 있는 ‘신호전달분자 대백과사전(Encyclopedia of Signaling Molecules)’ 제2판의 총괄을 맡으며, 한국인 과학자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드높였다.

앞서 지난 2012년 9월 미국 스프링거 출판사를 통해 서적과 온라인으로 동시 출판된 바 있는 신호전달분자 대백과사전은 인간이 갖고 있는 20,000여개의 유전자 중에서 신호전달에 관련된 유전자 4,000여개를 선별, 정리해 출간 이후 생명과학계의 바이블로 활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 전세계 과학자 800여명이 참여한 이 책을 총괄 지휘한 인물이 바로 최상돈 교수다.


2008년 11월 스프링거 출판사와 최초 계약이 이뤄져 Proposal을 다른 과학자들로부터 검증받는 계약 준비까지 합치면 무려 4년이 넘는 대작업으로, 전례 없던 대백과사전을 세상에 선보인 것이다. 보통 이 같은 대작업의 총지휘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저명한 과학자가 맡아왔다. 하지만 최상돈 교수는 이 같은 관례를 깨고 한국인 과학자가 저술 뿐 아니라 기획, 추진, 섭외, 편집, 교정을 거쳐 영문판을 완성함으로써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한국 과학계의 위상을 높인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호전달분자 대백과사전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온 유전자/단백질 명칭을 통합해 정리하고, 유전자 발견의 역사적 배경과 단백질 메커니즘, 질병과 연관된 기능적 설명을 비롯해 미래 연구를 위한 전망 등을 해당 유전자 전문가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급적 많은 그림과 표를 사용했고, 모두 칼라로 인쇄돼 가독성을 높였다.

이 책은 생명과학을 연구할 때마다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이곳저곳에서 부분적으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시켰으며, 정확한 내용을 제대로 찾을 수 있도록 해 연구자들에게 획기적인 도움을 줬다. 생명과학, 의과학, 약학, 보건학 분야의 종사자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들이 가장 최신의 지식으로 정리돼 있어 현재까지도 매우 유익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첫 출간 당시 2,155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을 총 3권으로 편찬했고, 모든 유전자와 단백질을 알파벳 순으로 찾아보기 쉽도록 정리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번 2판에는 총 837챕터 및 약 7,000페이지의 구성으로 신호전달분자 대백과사전을 완성했다.
“네이처 저널을 출판하고 있는 스프링거네이처(Springer Nature)에 의해 신호전달분자 대백과사전 제2판이 지금 교정이 다 끝나고 제본 중에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이 나갈 때면 이미 출판이 완료됐을 수 있습니다. 2판에는 약 2,000여 명의 세계 과학자가 총 8,000여 개 유전자를 설명하고 있어요. 인생의 역작으로 이 책을 꼽고 싶습니다.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영원히 남기를 바랍니다.”







TLR 연구 중심지 ‘선천면역 및 세포신호전달연구실’
최상돈 교수가 이끄는 선천면역 및 세포신호전달연구실은 20명의 연구원이 몸담고 있다. 한국인 뿐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중국, 베트남, 튀니지 등 다국적 연구원들로 구성돼 실험실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등 세계적인 안목을 갖고 연구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분자생물학, 오믹스, 생물정보학, 시스템생물학을 비롯한 첨단 연구방법을 활용해 TLR 신호전달 기전을 연구한다. 또한 생체 내 신호전달 네트워크를 종합적으로 구성해 신약의 타깃점을 찾아 재구성함으로써 효과적인 신약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인간의 체세포로부터 역분화해 만들어지는 유도만능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도 수행 중이다.

연구실은 매년 SCI급 논문을 10~20편 출판하고, 1~3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왕성한 성과로 한국 과학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연구실의 주요 연구과제인 TLR은 그에 따른 발전 전망과 부가가치가 크게 기대된다는 점에서 연구원들의 헌신과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요구되기도 한다. 최상돈 교수는 열의 높은 연구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과제당 연구비 규모 확대 등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총생산(GNP) 대비 R&D 투자가 많다곤 하지만 여전히 충분한 연구가 불가능한 이유는 대부분의 시약이 2~3배 높은 가격으로 외국에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많지도 않은 연구비를 또 연구의 열의나 성과에 관계없이 잘게 나누려하는 것이 최근 우리나라의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3책’이라는 조건이 열정적인 연구자들에게는 찬물을 끼얹죠. 꼭 하고 싶다면 3책보다는 총 연구비로 제한했으면 해요.
지속성을 위한 과제 셋 제한 완화가 필요합니다. 일부 공무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왜 연구원이 7~8명 이상 필요하냐’고 물어요. 3~5명이면 1:1 교육도 효율적이지 않냐고요. 답답한 이야기입니다. 공통의 목적을 가진 연구원이 많아야 토론이 되고, 상호교육이 되고, 공동연구가 되죠. 그래야 시너지 효과가 나고 Big Science도 가능하게 됩니다. 연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니까요.”









끊임없이 생명에 질문을 던지다
최상돈 교수는 뼛속까지 과학자의 체질을 타고났다. 그가 생명과학 연구자의 길을 접어든 것도, 지금껏 이어온 그의 연구성과도 ‘운명’이라는 표현이 더 가깝다.

“생명에 대한 호기심이었다고 할까요.
신은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부분이죠. 창조는 하시지만 더 자세한 기전은 설명해주지 않아요. 생로병사 과정이 궁금해서 스스로 해결해볼 수 있는 데까지 파헤쳐보기로 한 것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최상돈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생로병사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졌다.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삶을 지켜보며 그는 유전자를 연구하는 생명과학자의 꿈을 키워왔다.
이런 호기심은 매일 그의 일상을 채웠다. ‘늘 궁금해 하는 것’이 연구관이면 연구관이랄까. 늘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일정표가 호기심을 향한 그의 열정을 보여준다. 오죽하면 지난 12년 동안 해외출장을 제외하고 학교 연구실에 나오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인데다 1~2시간 일이 비는 시간조차 안절부절 못 하는 ‘Workholic’, 그는 천생 연구자다.

최상돈 교수는 앞으로 연구비 중단이나 수주에 대한 염려 없이 안정적으로, 계획적으로, 심도 있게 연구에 몰두하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 더 나아가서는 근사한 결과물로 세계 과학계, 산업계, 그리고 인류에 기여하는 삶을 꿈꾼다.

“연구에 대한 나의 열정이 은퇴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처럼 능력과 열정이 뒷받침하는 한 나이 제한 없이 지속될 수 있는 연구환경이 구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0년의 해박한 지식이 특정 나이를 기준으로 갑자기 설 자리를 잃는 것도 엄청난 자원 손실 아닐까요.”

1년 365일 꺼지지 않는 그의 연구실 불빛. 연구에 대한 열정과 뚝심이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자 최상돈을 탄생시켰다. 오로지 인류의 건강한 삶을 도모하기 위한 목표 하나로 오늘도 그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7년 1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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