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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명지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너지융합공학과 최신식 교수님

유해물질 검출 기술의 혁신을 이루다
나노입자 검출 예쁜꼬마선충 칩 개발
명지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너지융합공학과 최신식 교수






나노기술의 출현은 전기의 발견과 같이 커다란 산업적·문화적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학문 간 경계를 허무는 다학제연구를 이끌어낸 것은 물론 산업 전반에 걸쳐 나노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공정과 제품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나노물질이 인체의 건강과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최근 많은 국가들이 나노물질에 대한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명지대학교 최신식 교수 연구팀이 은 나노입자를 검출하고 생체 독성을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예쁜꼬마선충 칩을 개발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예쁜꼬마선충 칩은 환경 및 인체 유해성이 제기되는 나노물질을 효과적으로 검출 가능한 미세유체 동물 칩으로 식품, 의료, 생활용품 등 나노물질이 사용되는 모든 분야의 안정성 검사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과학계의 기미나인 ‘예쁜꼬마선충 칩’
환경 분야에는 여러 지표의 생물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동물, 식물 종을 통해 오염을 미리 인지하거나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방사능 오염이 일어날 경우 꽃잎의 색이 빠르게 변화해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식물 종도 있다. 최신식 교수는 왕의 식사를 확인하는 기미나인과 같이 인간을 대신해 지표 생물이 나노입자를 먹은 후 유해성을 비롯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면, 그리고 이를 정확한 과학적 메커니즘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나노입자의 독성을 쉽고 빠르게 검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 아래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노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인간과 환경에 노출되는 나노물질에 대한 좋지 않은 영향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 호주, 유럽 등 선진국들을 필두로 많은 국가들이 나노물질에 대한 안전성과 사용 규제를 시작한 상황이죠. 이에 나노물질의 검출과 독성을 생명체에서 쉽고 빠르게 검출할 수 있는 미세유체 동물 칩 개발을 착안했고, 그 활용 가능성을 토양 선충인 예쁜꼬마선충과 은 나노입자를 통해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나노입자의 크기는 100나노미터 내외로 매우 작아 존재 여부의 판별이 매우 어렵다. 은 나노입자의 경우 숙련된 전문가가 고가의 큰 분석 장비들을 사용해 입자의 존재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으나, 생물학적 독성 측정은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에 최근에는 제작과 활용이 용이한 미세유체 동물 칩을 통해 예쁜꼬마선충의 거동을 확인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예쁜꼬마선충은 유전자 염기서열이 모두 밝혀진 동물모델로 인간 유전자와 매우 높은 유사성을 보이고, 체내가 현미경으로 들여다 볼 수 있을 만큼 투명해 식품, 환경, 의료 등 많은 분야에서 활용된다. 정상적으로 성장해 성충 단계에 돌입한 예쁜꼬마선충은 1250~1400μm의 몸길이와 70~90μm의 몸통 두께를 가지는데,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경우 성장이 저해된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들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최신식 교수 연구팀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나노재료의 독성 검출 실험을 진행하는 동시에 나노입자의 독성을 쉽고 빠르게 검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번 연구는 예쁜꼬마선충과 미세유체 동물 칩의 융합연구 사례를 통해 특정 나노물질에 노출된 예쁜꼬마선충의 거동을 미세유체 동물 칩 안에서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출도구를 개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나노입자 검출
연구팀이 실험 초기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예쁜꼬마선충을 위한 미세유체 동물 칩의 디자인이었다. 최소한의 동작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도구의 개발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칩의 제작과정 또한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제작 방식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여러 디자인을 시도한 결과 제작 및 사용이 가장 간단한 디자인을 적용, 소프트 리소그래피 방식으로 만든 마스터를 이용해 미세유체 동물 칩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PDMS 소재로 만들어진 미세유체 동물 칩 내부를 은 나노입자 분산 용액으로 채운 후에 예쁜꼬마선충을 노출시키고, 일정 배양시간을 거친 뒤 칩 안에서 선충을 고정시켜 몸길이, 이동거리, 형광 발현 등을 측정했다. 최초로 24시간 노출시킨 결과 대조군과 대비해 일정 농도 범위에서 성장 저해를 보였다. 검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6시간으로 단축해 은 나노 분산 용액에 노출시키자 앞선 실험과 비슷한 경향으로 일정 농도 범위에서 성장 저해를 보인 것을 확인했다.


성장이 저해된 경우 몸길이뿐만 아니라 몸통 두께도 정상적인 성장 범위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점점 좁아지는 칩의 구조에서 대조군과 실험군의 이동거리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성장 저해가 은 나노의 독성이 아닌 은 이온의 영향일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같은 방법으로 동일 농도의 은 이온에 예쁜꼬마선충을 노출시켰는데, 이 경우 성장 저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은 나노가 체내로 들어오면 특이적으로 高발현되는 MTL-2 유전자에 형광표지를 붙여 형광을 통해 은 나노의 유입 여부와 독성 유무 검출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미세유체 동물 칩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물질에의 적용을 제안했고, 이에 따라 금 나노입자 및 카드뮴을 은 나노와 동일 농도에서 노출한 결과, 나노입자만이 동물 성장과 형광발현에서 유의적인 차이를 보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환경 및 인체 유해성이 제기되는 나노물질을 효과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미세유체 동물 칩을 개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수질환경 검사, 식품 안전성 검사, 의료 분야 등 나노물질이 사용되는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이번 연구는 저배율 현미경 외에 기타 분석 장비 도움 없이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검출도구로서의 응용적 기초를 마련해 차세대 유해물질 검출도구의 구현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특정 유해물질의 자극에 반응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실험적 기초를 마련해 진단 등 의료 분야 등에서의 다양한 응용을 제안했다. 은 나노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나노입자에 대해서 특이적으로 발생하는 예쁜꼬마선충의 생리적 변화나 특이적으로 高발현되는 유전자를 발굴한다면 다양한 나노재료에 대한 검출이나 독성 측정이 가능한 플랫폼 기술로 확장이 가능하다.


“유해물질 검출 도구로서의 미세유체 기반 예쁜꼬마선충 칩의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로, 관련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보다 확실하고 유효하게 비교검출이 가능한 칩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많은 산업적·학문적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유해물질 검출 도구 기술개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최신식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Nature) 자매 학술지인 ‘싸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1월 9일자에 게재되었다.






사고의 외연을 확장하다
최신식 교수는 최근 3년 간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거두며 탄탄한 연구력을 입증하고 있다. ‘탄소나노재료의 생물학적 검출 시스템’을 비롯해 ‘단백질, 지질기반 식품나노소재 제형화 기술’을 개발했고, ‘인간의 후각/미각 수용체를 이용한 식품의 오염도 검출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인간의 후각/미각 수용체를 이용한 식품의 오염도 검출기술’은 식품이 오염될 경우 특유의 냄새 성분이 생기는데, 이 냄새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후각센서를 개발한 것으로, 후각센서가 빠른 시간 안에 민감하고 선택적으로 식품의 오염을 검출한다는 사실을 다각적으로 증명했다.


이밖에도 ‘마이크로니들 어레이 및 그 제조방법(2013년)’, ‘카로티노이드 나노입자 제조방법(2014년)’, ‘신규한 카로티노이드 나노입자(2016년)’, ‘곰팡이 이용한 구연산의 제조방법(2016년)’ 등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최신식 교수가 연구자로서 저력을 펼치고 있는 데는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한 도전정신과 소신, 그리고 무엇보다 기존의 틀을 벗어난 유연한 사고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사실 최신식 교수는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일반적인 국내 과학계의 풍토와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 왔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부터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가지면서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진학했고, 의약품이나 의료기술과 같이 보다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유익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석·박사는 생물화학공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현재 명지대학교 에너지융합공학과와 식품영양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동시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최신식 교수는 화학, 생명공학, 식품영양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접하며 사고의 외연을 키워 왔다. 즉, 여러 분야 연구를 수행하면서 융합적 사고방식과 융합적 방법론을 갖춘 연구자로서 자연스레 성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하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각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연구 자세는 타 학문 분야에 대한 존중과 소통, 이해로 이어지며 공동연구시 빛을 발하고 있다.


“박사후연구원 당시부터 공동연구를 수행할 기회가 많았는데, 공동연구가 좋은 논문을 낼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진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니 소통의 기술 또한 향상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족한 부분들을 서로 보완해 주며 더욱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연구는 앞으로도 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최신식 교수는 그가 이끌고 있는 ‘나노생물재료연구실’ 연구원들에게도 공동연구 역량을 최대한 갖출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교수, 학생들이 함께 모여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이외에도 대화하고 접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소통할 수 있도록 유도해 왔다. 그 결과 연구실은 국내외 어느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공동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다.


또한 연구실에 외국인 연구원들을 영입해 국내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연구실 전체의 글로벌 역량을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영어로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도록 해 연구실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영어에 노출되도록 유도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국제학술대회에서 영어로 구두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최신식 교수는 연구실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결정하려 하지 않고, 여러 연구원들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합리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도출할 수 있도록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큰 그림을 그려주되 학생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연구를 이끌어 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해 잠재적 역량을 끄집어낸다는 것이다.
이처럼 융합과 소통, 자율은 연구실을 대변하는 중요한 코드로 자리 잡으며,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을 연구에 담다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인 동시에 직접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만큼 최신식 교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을 하는 것은 잘하는 반면 이를 연구자들과 토론하거나 논문화하는 것은 취약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연구는 결국 논리와 이성을 가지고 하는 일인데 논리를 질서 있게 정리해 주는 방법이 바로 언어입니다. 언어로 정립했을 때 생각이 발전, 확장되는 만큼 자신이 연구한 것을 글로 남기고 발표하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 학생들은 이러한 부분을 어려워하는 편이죠. 반드시 논문을 내겠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다시 한번 연구를 점검하고 논리 또한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를 글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글에 대한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을 돕기 위해 최신식 교수는 현재 대학원 수업의 일환으로 ‘과학논문작성법’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수업은 논문을 쓰고, 발표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일회성인 경우는 있었으나 정규수업으로 개설된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최신식 교수는 자신과 같이 연구자의 길을 선택한 후배 연구자들에게 자신만의 연구 영역을 만들며, 한 번 목표를 정했다면 흔들림 없이 정진해 나가기를 당부했다.


“남들이 하는 연구, 각광 받는 기술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고, 다른 이들이 걷지 않은 새로운 길에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단기간에 무엇인가를 이루겠다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자신의 연구 능력 안에서 자신만의 연구 영역을 만들어 나간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최신식 교수는 앞으로 예쁜꼬마선충 칩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보다 확실하고 유효한 검출 칩을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개인의 식생활, 환경 인자들을 시료로 넣었을 때 대리인에 해당하는 웜들의 변화양상을 칩에서 확인,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개인의 노화를 추적하고 대비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최신식 교수, 순수함을 간직한 열정과 일희일비 하지 않는 자세로 연구에 정진하고 있는 그의 걸음걸음에는 인간을 향한 짙은 애정과 진심이 담겨 있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7년 7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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