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WISET
한화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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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는 젠더 중립적일 것이라는 통념과는 다르게 성 불평등이 더 심한 분야다. 우리나라의 통계자료를 보면 사기업보다 공공기관이나 학계의 여성과학기술인 진입 수가 더 낮고, 계약직 비율이 높은 것은 의외다. 하지만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으로는 예리한 감성과 융합적 성향이 필수로 여성과학기술인의 참여 확대는 국가적 생존 전략으로까지 점쳐진다.
NASA에서 진행한 한 조사에서는 젠더 평등이 이뤄진 연구팀들과 그렇지 않은 연구팀들의 성과 분석에서 여성의 참여가 원활한 팀의 성과가 훨씬 좋았다는 결과가 있었고 맥킨지 등에서 발표한 자료들도 같은 맥락이다.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만 보기보다는 4차산업혁명을 함께 일굴 주역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바라보며 접근하고 있다. 또한 양적 확대에 그치지 않고, 그 실효성을 위한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설립 5년차를 맞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이하 위셋, WISET)을 찾았다.
<기관 소개 답변: 대외협력홍보팀 오은숙 팀장>
위셋 소개 및 중점 전략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올해 창립 5주년을 맞이한 위셋(소장 한화진)은 2002년에 제정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여성과학기술인 종합지원 기관입니다. 여성과학기술인이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국가의 과학기술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과거 산재해 있던 4개 부류의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사업을 2011년에 하나로 통합해서 종합지원기관의 면모를 갖추었고, 올해 초에 미래창조과학부 소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여성과학기술인의 생애주기에 맞춘, 즉 이공계 학과로 진로를 선택 후 졸업해서 사회초년생으로 진입하고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후 복귀하고, 조직에서 중간급 이상 리더로 성장하는 각 단계별로 맞춤형 정책 지원을 하고 있으며 특히 다음 4대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째, 여성과학기술인 R&D 경력복귀 일자리 지원의 확대입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을 이끌 핵심 인재인 여성과학기술인이 30만 명 넘게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은 개인•국가적으로 큰 손실입니다. 경력복귀지원 과제 규모를 전년대비 신규과제는 45개 과제에서 올해 75개 과제로 대폭 확대하여 일자리 창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6월 말에도 추가 진행할 예정입니다. 위셋 홈페이지에 예비등록을 하면, 복귀 준비교육에 참여할 수 있고 사업신청 공고 개별 알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지역인재육성사업을 개편하여 지역산업 수요 기반 우수 여성인재 양성을 지원 중입니다. 지난 5월 <지역 여성과학기술인재 진출 및 활용 촉진사업(R-WeSET: Regional- Women Empowerment in SET)>을 운영할 10개 주관대학을 선정하였습니다. 이들은 △여대생 진출 유망분야 개발 △미래 사회적 이슈 및 산업 수요를 고려한 수요 대응형 인력 양성•활용 △지역 수요를 반영한 지역특화사업 설계 등을 추진하여 지역의 여성인재 역량 강화 및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할 계획입니다.
셋째, 여성과학기술인 법•제도 실효성 제고를 위해 노력합니다. 현재 공공 및 출연(연) 기관을 중심으로 모성보호, 보육지원 등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는 확대되었으나 여전히 현장에서의 제도에 대한 인식 및 활용 실적은 미비합니다. 여성과학기술인 담당관제, 채용목표제, 여성과학기술인 친화적 기관혁신지원사업을 확대•운영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있습니다.
넷째, 지난해에 이어 시대적 변화에 따른 과학기술 일자리 정책포럼을 격월로 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 대비 일자리 발굴 및 인재양성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2019-2023년) 수립에 대비하여 시대적 변화 흐름을 선도하는 선제적 이슈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간 추진해 온 과제 중 변화를 끌어낸 사례들에 대해서 소개해 주십시오.
한화진 소장의 위셋 2기 체제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일자리 지원 사업 중 특히 경력단절 문제의 해소입니다. 과학기술분야 업무 특성상 단절 후 복귀가 어렵고, 복귀하더라도 예전의 전문적인 일자리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셋은 2012년부터 임신, 출산, 육아로 경력 단절된 분들이 R&D 현장으로 복귀하여 연구기관의 연구개발과제에 직접 참여하도록 지원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약 207명의 경력단절 여성연구원들이 76개 산·학·연 기관으로 복귀했고, 대학교수 임용, 대기업 입사, 정부출연연구원에 정규직 연구원으로 임용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벌써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연구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감춰져 있는 우수한 역량을 가진 경력단절 여성연구원들을 더 많이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는 75명을 새로 지원하는 등 매년 확대하고 있습니다.
복귀한 여성과학기술인들은 5년여간 SCI 논문 168건, 특허출원 79건 등,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70% 이상이 지원 종료 후에도 계속 과학기술분야 경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고용유지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입니다. 위셋은 예비복귀자 DB 발굴, 복귀 후 원활한 적응을 돕는 교육과 상담, 경력복귀 인력 우수 활용기관 시상 등 사업 효과를 높이기 위한 사전/사후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진여성연구원 산업현장진출지원사업’, 여성가족부의 ‘서울과학기술새로일하기센터’ 사업을 통해서는 다자간 일자리 지원을 위해 노력했고 특히 제약·바이오 품질관리 전문인력양성과정 등 이공계 특화된 (재)취업 교육과정을 통해 수강생의 90% 이상이 제약분야로 취업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남녀 모두를 지원하는 과학기술인협동조합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위셋은 취업뿐만 아니라 창직과 창업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임을 주목하고, 2013년에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지원센터를 설립해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설립과 교육, 일거리 연계(사업화 지원 사업)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파트타임, 풀타임 등 유연근무, 재택근무가 가능해서 여성이나 고경력 과학기술인에게 적합하고, 상근직원이 아닌 조합원 형태로 참여하기 때문에 인건비 등 경상비 부담이 적어 미취업 여성과학기술인의 접근 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현재 220여개의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글로벌 과학기술계의 흐름안 ‘젠더 혁신’개념을 국내에 도입하였습니다. 보건, 의·약학 분야에서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연구개발에서 투자 손실 사례가 보고됨에 따라 젠더 결함이 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과학기술혁신 및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2011년부터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매년 젠더서밋이 개최되고 있는데, 2013년 북미지역, 2015년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3년 위셋에서 수행한 연구로 이 개념이 도입되었고, 2015년 아시아태평양 젠더서밋을 서울에서 개최해 공론화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3차 여성과학기술인육성 지원기본 계획에 ‘젠더혁신’ 이슈가 포함되었고, 젠더혁신연구센터의 설립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대학(원)생 공학연구팀제 지원사업' 은 어떤 사업입니까?
또한 여성 지원 사업들에 대해 역차별이라는 일부의 시선들이 있는데요.
2002년 여성과학기술인법 제정 이래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정책/사업의 역사는 15년이 넘습니다. 그 간의 노력들로 과학기술 분야에 여성이 많이 진출하기 했지만, 201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연구원 주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9.4%입니다. 과학자 열 명 중 여성은 2명에 불과한 거죠. 이것이 정책적 지원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대학(원)생 공학연구팀제 지원사업은 공대 여자 대학원생이 연구책임자가 되어 직접 공학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2015년 대학교 학사과정 재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자연계열 51.3%, 공학계열 22.0%로 계열간 격차가 큽니다. 이학분야에 여학생 진출률은 많이 개선이 되었지만 공학분야 여학생 배출 비율은 20% 수준으로 여전히 적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공학 분야 여학생의 전공 능력강화를 위해 연구프로젝트 지원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 즉 팀제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위셋은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젠더평등의식 확산을 위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공대 아름이’라는 단어는 여성이 공대에서 분위기의 꽃 또는 그러한 역할을 강요 받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대명사인데요. 지난 5월 진행하신 ‘어쩌다 아름이’토크콘서트 현장과, 이번 6월에 열리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참여 방식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토크콘서트는 위셋 출범 5주년을 맞이해 열렸고 이공계 여대생부터 3~40대 연구원, 경력단절 여성들을 가까이서 만나 목소리를 듣고 공감하는 장이었습니다. 20대 ‘아름이’로서 이공계 대학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성차별 이슈를 공유해준 참가자, 30대 워킹맘으로서 구직과 직장생활 중 겪었던 어려움을 서슴없이 말씀해주신 참가자, 고위직 여성으로서 후배 여성들에게 씩씩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님 등 이공계 여성들이 겪는 고민들을 스스럼없이 터놓고 이야기 나누면서 웃음과 눈물이 공존했던 4시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고민들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후기가 여럿 있었습니다. ‘내가 이상해서, 내가 유별나서’라고 생각하며 고민을 감춰왔을 ‘아름이’들에게 이번 행사가 용기를 나누어 준 것 같습니다.
6월1일~7일까지 열리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는 공식 후원사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과학기술에서의 여성의 부당한 배제와 남성 중심성을 깨기 위해 ‘테크노 페미니즘-여성, 과학 그리고 SF’라는 제목하에 특별전이 마련되었습니다. 한화진 소장님께서 영화제 부대행사로 기획된 ‘테크노페미니즘: 여성, 과학 그리고 SF’포럼에 기조연설을 통해 그 동안 과학기술계에서 여성이 차별 받고 배제되어 왔던 역사에 대해 되짚고, 이를 고치려는 노력들, 한국의 여성과학기술인 현황과 정책들을 소개합니다.
<한화진 소장 인터뷰>
4차산업혁명 시대, 여성인재 스스로의 준비 필요
한화진 소장은 물리화학, 대기환경화학 박사로 국무총리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해왔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올 때 기술개발과 정책연구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창립멤버로 24년간 몸담아오면서 에너지, 대기오염 및 기후변화 관련 환경정책 연구를 지속해왔다. 지난해 4월 위셋에 취임한 한 소장은 “과학기술을 사회와 현장에 끌어내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위셋에서 여성과학기술인들을 위한 활동과 정책들이 실제 눈에 보이는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성과학기술인을 위한 지원 정책의 당위성은 무엇입니까?
글로벌의 움직임은 인력의 다양성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여성인력의 경쟁력에 주목하여 글로벌 기업들은 여성인재를 전략적으로 확보하고자 하고 있고 이 전략에는 여성임원의 확대도 포함됩니다.
여성인력 확보 비율은 보통 30%이상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는 조직에서 어느 한 집단의 의견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율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경우 공학 쪽에서는 아직도 여성 비율이 많이 낮아 이 비율을 높이는 것은 위셋의 중요한 숙제입니다. 또 R&D에 있어 여성책임자는 8%에 불과합니다. 정책을 꾸리는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또한 분야에 따라 여성 위원이 아주 소수인 경우도 있고 평균적으로는 13%정도 됩니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은 전략적으로 여성의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혁신을 통해 하드웨어적인 노동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적인 초연결 시대가 되어 소통과 창의, 협력하는 인재상이 떠오르고 있고 이는 여성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입니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또한 고령화와 인구절벽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과학기술인들의 포텐셜을 국가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할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성숙과 함께 조직 문화와 분위기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이번 국가의 주요 아젠다 중 하나가 “양성 평등”이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으며 기업의 CEO에게도 젠더 특성을 파악해 인재를 배치하는 다양성의 포용적 리더쉽이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여성의 특성에 기반해, 여성과학기술인들이 앞으로 준비해야 할 점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스스로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빠른 습득이 중요합니다. 훌륭한 정보 수집을 위해서는 국내를 넘어 해외 자료를 찾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R&D를 연구개발로만 마치지 않고, 실제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지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나아가 이를 창업으로 연계할 수 있는 시야를 가졌으면 합니다.
다음으로 시행착오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라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예상 밖의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데, 포기하지 말고 경험이라는 축적의 시간이 큰 자산이고 더 좋은 기회로 연결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합니다. 특히 여성들은 완벽을 추구하고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성향이 큰데, 물론 이러한 장점을 연구에 최대한 발휘하면서 한편으로는 큰 그림을 보는 시각도 함께 가졌으면 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큰 그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융복합 시대에 나의 연구가 앞으로 어디에 활용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구에 적용해나간다면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적절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7년 6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