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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이과대학 물리학과 박홍규 교수

민감도 뛰어나고 측정범위 넓어진 나노레이저 압력센서 개발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박홍규 교수






압력에 따라 빛의 색깔이 달라지는 센서가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고려대학교 박홍규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이 센서는 민감도가 뛰어나고 측정범위가 넓어진 나노레이저 압력센서로서, 다리와 같은 큰 건축물의 구조 변화에서부터 생체 내부의 화학 반응을 감지할 수 있는 초소형 바이오센서까지 널리 응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포의 화학적 성분이나 모양 변화를 민감하게 검출 할 수 있어 향후 몸 속 암세포의 유무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멜레온처럼 색깔이 변하는 획기적인 압력 센서
최근 국내연구팀이 유연한 나노레이저에 미세한 압력이 가해지면 레이저 색깔(파장)이 바뀌고, 이를 이용해 민감도가 뛰어난 신규 압력 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를 개발한 이는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박홍규 교수. 그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기존의 전자 소자를 기반으로 하는 압력 센서보다 민감도가 뛰어나고 측정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고, 넓은 동작 범위와 높은 민감도를 동시에 만족시키기가 어려웠던 한계를 뛰어넘었다. “플렉서블 기판에서 동작하는 다양한 전자 소자는 인간 친화적인 웨어러블 소자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나노 구조를 이용하는 압력 센서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구조적인 결함이나 외부 환경의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죠. 하지만 이러한 기존 전자 소자를 기반으로 하는 압력 센서는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고, 넓은 동작 범위와 높은 민감도를 모두 만족시키기가 어려워요. 즉 민감도가 높으면 작은 압력의 변화만을 측정할 수 있고, 큰 압력의 변화를 측정하고자 한다면 민감도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어요. 반면, 레이저는 하나의 파장만을 갖기 때문에 레이저 파장 변화를 이용한 센서는 궁극의 민감도를 갖게 됩니다. 또한 나노 구조를 이용하여 만든 나노레이저는 크기가 빛의 파장 정도인 수백 나노미터 정도로 매우 작고 외부 압력에 따라 레이저 특성 변화가 크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박홍규 교수는 기존 전자 소자 기반의 압력 센서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노레이저를 이용한 새로운 압력 센서를 개발했다. 외부 압력에 따라 레이저의 파장이 변화하는 이 압력 센서는 구조가 0.5% 미만으로 변해도 측정할 수 있을 만큼 민감도가 뛰어나고, 전체 구조 변화가 20%까지 되어도 측정이 가능한 넓은 측정 범위를 갖는다. 외부 압력에 따라 레이저의 파장이 변하는 이 압력 센서는 기존 전자소자 기반의 센서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여, 구조가 0.5% 미만으로 변해도 측정할 수 있을 만큼 민감도가 뛰어나고, 전체 구조 변화가 20%까지 되어도 측정이 가능한 넓은 측정 범위를 갖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연구는 레이저 파장의 선폭이 매우 좁다는 특성을 이용하면 구조의 변화나 액체의 산성도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했어요. 실제로 암세포의 산성도는 정상세포보다 낮은데, 이를 광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민감한 암검출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가 진행된 또 하나의 계기는 2014년 1저자이기도 한 박사과정 최재혁 연구생이 못 모양의 기둥이 주기적으로 배열된 새로운 광결정 레이저를 제작한 것. 박홍규 교수는 이 레이저의 뛰어난 광학적인 특성을 유연한 플렉서블 기판에서 구현한다면 응용성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 이번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유연한 기판을 늘리거나 줄이면서 레이저 특성을 하나하나 측정하였고, 액체가 흐를 수 있는 미세 물길 구조에 이 레이저를 집어넣어서 최종적으로는 액체의 산성도까지 측정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계기를 통해 획기적인 압력센서를 개발하게 되었고, 이를 이용해 액체의 산도(pH)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 또한 개발했다. 액체의 산도에 반응하여 부피가 바뀌는 하이드로겔을 압력 센서에 부착하여, 광학적으로 산도를 감지할 수 있는 화학 센서를 구현한 것이다.액체가 흐르면 pH 감응성 하이드로겔의 부피가 변해 압력 센서에 압력을 가하는데, 이때 변하는 레이저 파장의 변화를 측정하는 원리이다. 건조상태, 약산(pH 2.5, 아세트산), 중성(pH 7)의 3가지 상태에 대해 산성도를 성공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박홍규 교수 연구팀은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이번 연구를 수행했으며, 해당 논문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5월 12일자에 게재되었다.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방법은 끊임없는 실험과 검증
이번 연구에서 박홍규 교수 연구팀은 광결정 구조를 이용하여 나노레이저를 제작했다. 광결정은 빛의 파장 정도의 주기성을 갖고 굴절률이 다른 두 물질이 공간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이다. 못과 같은 모양이 반복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광결정 구조를 신축성 있는 플렉서블 PDMS 지지 물질에 넣어서 광결정 나노레이저를 제작한 것이다. 이 나노레이저는 레이저 구조를 잡아당기거나 압축하는 등 외부 압력을 가하면 레이저 파장이 변하는 새로운 형태의 광결정 레이저이다. 광결정 레이저는 광결정 구조의 격자 주기에 따라 레이저 파장이 결정된다. 외부 압력에 따라 광결정의 격자 주기가 변화되고 따라서 레이저 파장이 변하게 되는데,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구조에 가해지는 압력이나 구조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특히 레이저는 파장의 선폭이 매우 좁아서 파장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센서로서의 활용도가 높다. 우선, 미세한 구조 변화에 따라 광결정 레이저 파장이 얼마나 바뀌는지를 체계적으로 측정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제작한 유연한 광결정 레이저는 -10% 에서 12% 까지 변형되는 동안 약 26 nm의 레이저 파장 변화를 보여주었다. 레이저 파장의 선폭이 약 0.6 nm 이하임을 고려하면 매우 큰 폭의 파장 변화이다. 즉, 센서의 눈금에 해당하는 선폭은 매우 좁고 동작범위는 넓기 때문에 높은 감도의 압력 센서로 동작할 수 있다. 다음으로, 압력 센서의 안정적인 동작을 확인하기 위하여 광결정 구조를 조금씩 변화시키며 레이저 구동의 문턱값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약 600 μW에 해당하는 일정한 문턱값에서 레이저로의 안정적인 동작을 확인하였다. 또한 레이저 구조가 변형되는 방향에 따라 레이저 모드의 편광과 모양이 변화함을 CCD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압력의 여부와 압력이 가해지는 방향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최초의 실험 결과이다. 박 교수 연구팀은 이 압력 센서를 이용하여 액체의 산도(pH)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 또한 개발하였다. 압력 센서에 액체의 산도에 반응하여 부피가 바뀌는 하이드로겔을 부착하여 광학적으로 산도를 감지할 수 있는 화학 센서를 구현한 것이다. 액체가 흐르면 pH 감응성 하이드로겔의 부피가 변하여 압력 센서에 압력을 가하는데, 이때 변하는 레이저 파장의 변화를 측정하는 원리이다. 건조 상태, 약산(pH 2.5, 아세트산), 중성(pH 7)의 3가지 상태에 대하여 산성도를 성공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 산성도가 바뀜에 따라 레이저 파장의 변화가 안정적이고 가역적으로 변함을 확인했다.



“플렉서블 전자소자는 많은 연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제작이나 측정 방법 등이 이미 많은 문헌에 나와 있어요. 하지만 광소자의 경우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빛을 측정해야 하므로 실험적인 제약이 많습니다. 측정 장치들을 하나씩 실험실에서 직접 제작하면서야 비로소 정밀한 측정을 수행할 수 있었죠.”


이번 연구는 나노레이저를 이용한 새로운 압력 센서라는 측면에서 민감도가 뛰어나고 동작 영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레이저 구조를 당기거나 압축하였을 때 나타나는 광학적 특성을 매우 정밀하게 측정하여 시각적으로도 단순하게 구조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한 것 또한 이번 연구가 거둔 장점이다. 또한 산성도에 민감한 다른 물질과의 결합이 용이하여 압력 센서 뿐 아니라 산성도를 측정하는 센서로도 사용할 수 있는 등 다기능의 센서로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번 연구가 다른 연구와 다른 점이다.



자율성과 책임, 배려와 존중은 연구의 원동력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유연한 광결정 레이저를 기반으로 하는 압력 센서는 기존의 센서에서 볼 수 없었던 광학적 방법을 이용한 고품질의 센서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레이저가 갖는 독특한 광학적 특성을 이용하여 뛰어난 민감도와 넓은 동작 범위를 갖는 센서를 구현했다는 점은 유의미한 성과이다. 센서의 크기도 매우 작아서 미세 구조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고 휴대용 나노 센서로의 응용도 기대할 수 있다.


“광결정 레이저 기반의 압력 센서는 다리와 같은 큰 건축물의 구조 변화에서부터 생체 내부의 화학 반응을 감지할 수 있는 초소형 바이오 센서에까지 널리 응용될 수 있습니다. 즉 세포의 화학적 성분이나 모양의 변화를 민감하게 검출 할 수 있는 있죠. 또한 암세포의 산성도는 정상세포보다 낮은데, 광결정 레이저 센서를 이용하면 향후 몸 속 암세포의 유무 또한 광학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박홍규 교수가 말한 것 이외에도 이번 연구가 갖는 기대효과는 다양하다. 또 하나 전망되는 것은 pH 센서로의 응용에서 보인 것처럼, PDMS 지지 물질이 갖는 우수한 화학적 안정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센서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여러 화학 감응성 물질과 결합하여 화학 약품의 유무를 광학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광-화학 센서로도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를 시작하고 논문으로 나오는 과정 중에서 마지막 산성도 측정 실험이 가장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렸는데, 산성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하이드로겔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레이저 구조와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어요. 힘들게 구입한 하이드로겔이 부피가 변할 때 레이저 구조를 미는 힘이 너무 약해서 광결정 레이저 구조와 측정 장치를 많이 개조하는 것으로 실험과정에서의 어려운 점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과정 끝에 박홍규 교수 연구팀은 성공적으로 실험을 마칠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마지막 단계인 논문 출판 과정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투고한 논문이 총 2명의 리뷰어에게 보내졌고, 모두 적은 수정만을 요구하여 예상보다 간단하게 심사가 진행되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와 같은 high-impact 저널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심사가 일반적인데, 논문의 성과를 인정받아 빠르게 출판이 확정되어서 기뻤습니다. 연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까지 우리 연구팀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결과를 도출해냈습니다.”


박홍규 교수 연구팀이 연구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배려와 존중으로 조화를 이뤄 난제들을 함께 해결해나갔기 때문. 또한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를 형성하고 최대한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해 열정을 다할 수 있도록 독려한 박홍규 교수의 역할도 결과를 이뤄내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는 앞으로 진행될 연구도 시너지를 발휘해 성공적으로 열매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심도 있는 연구로 학계와 의료분야에 기여하다
연구는 깊이 몰입하는 과정 없이는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인내의 과정이다. 박홍규 교수는 삶의 빈틈이나 여유를 찾기보다 열정으로 하고 싶은 연구의 동력을 얻고 몰입으로 깊이 있는 연구를 하는 연구자이다. 때론 혹독하다 느껴질 만큼 연구에 전력을 다한다.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가듯 끊임없이 매듭을 풀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하나씩 어려운 문제점과 한계들을 뛰어넘는 순간들이 오고, 그 과정을 통해 현재 하고 있는 연구의 의미를 되새기고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그에게 에너지가 되어주는 것은 연구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연구생들. 앞으로 큰 역할을 해나갈 학생들에게 그는 학생 시절의 경험과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통해 조언을 해주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선배이자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열정 있는 후배들과 함께 연구를 하고 싶다는 그는 고려대학교와 동 대학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화학과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고려대학교 이과대학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극미세나노선광소자 연구단 연구단장이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준회원으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압력에 따라 빛의 색깔이 달라지는 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박홍규 교수는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결과를 이용하여 산성도를 더욱 민감하게 측정하고 궁극적으로는 암세포까지도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나노-바이오 센서를 구현하고 싶습니다.” 이번 연구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의 연구가 물리학과 관련 산업의 발전은 물론 의료 분야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취재기자 김수은 reporter3@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6년 9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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