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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생명시스템대학 생명공학과 권호정 교수

천연 화합물 표적 단백질 결정방법으로
신약개발과 난치병원리 규명에 기여하다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권호정 교수






최근 국내 연구팀이 천연 화합물 표적 단백질 결정방법을 제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를 응용하면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난치병원리 규명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를 진행해온 권호정 교수 연구팀은 표적 단백질과 생리활성 화합물이 결합하게 되면 외부 에너지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함으로써 단백질의 구조적 안정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세포의 유전적 변형 및 조작을 통한 방식과 생물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비교 분석법을 통해 천연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법에 대한 연구방법을 제시했다. 기존 연구방법의 한계점을 극복한 이번 표적 단백질 결정 연구 방법은 향후 천연 화합물과 약물의 작용원리 규명 및 개발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수식 방법을 이용한 획기적인 표적 단백질 결정 기술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자 주요 사망원인이기도 한 암을 치료하기 위해 외과수술 및 방사선 치료와 함께 다양한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다. 특히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천연항암제. 대표적인 예로 여성암과 폐암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택솔(taxol)은 미국의 국립암연구소에서 주목나무에서 발견한 대표적인 천연 항암제이다. 택솔의 표적 단백질은 세포내 미세소관의 구성 단백질인 '튜불린'과 결합하며 미세소관 형성을 억제함으로써 암 세포분열을 방해하는 것이 규명됐다.  이처럼 천연 화합물을 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화합물의 작용원리를 분자 및 생체수준에서 정확하게 규명해야 부작용 예측과 상용화가 가능하다. 이에 많은 연구자들은 '생리활성 화합물'의 작용원리 연구를 위한 약물의 효율적 표적 단백질 결정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온 권호정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신약개발의 초석이 되는 선도물질의 선정에는 생체 내 표적 분자인 표적 단백질의 결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화학생물학 분야와 단백체학 분야에서는 지난 20년간 생리활성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을 결정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지만 기술적인 한계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화학 구조를 변형하기 어려운 화합물의 경우에는 기존의 수식 방법을 적용하기 어려워 표적 단백질 결정 연구가 진행이 되지 못하거나, 작용 기전의 연구에만 국한되어 있었죠. 또한 수식을 통해 화학구조적인 변형이 가능하더라도 화합물의 본연의 생리활성이 변화되기 쉬웠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개발된 새로운 비수식 표적 단백질 결정 기술의 소개를 통해 다양한 천연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을 가능하게 하고 관련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연구 계기를 들려준 권호정 교수는 천연항암제의 원리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일상에서 섭취하고 있는 다양한 천연물은 내부에 생리활성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다. 이러한 생리활성 화합물은 체내에서 다양한 생체기능을 선택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거나 생체의 기능을 증진 혹은 억제시켜 인간의 건강을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천연물로부터 획득한 생리활성 화합물을 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화합물의 작용기작을 분자 및 생체수준에서 정확하게 규명하여야 부작용 예측과 상용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많은 제약회사와 신약개발 관련 연구자들은 생리활성 화합물의 작용기작 연구를 위한 화합물의 효율적인 표적 단백질 동정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신약 개발에 있어서 생리활성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은 필수적인 단계이다. 그의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동안 천연 화합물에 대한 표적 단백질 동정 연구는 수식 방법을 이용해 화학물의 구조변형에 따른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비수식 방법을 이용한 표적 단백질 동정 연구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소개하는 논문이 없었던 상황이다. 때문에 비수식 방법에 의한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 방식은 수식방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권호정 교수는 논문을 통해 기존에 보고된 비수식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소개함으로써 국내외 연구진들이 표적 단백질 동정 연구에 있어 실질적인 실험 방안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이번 연구에 매진했다.







희열과 보람, 한계를 뛰어넘는 열정 
신약 개발과 신약 선도물질의 발굴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단계 중 하나는 신약의 표적 단백질을 결정하고 검증하여, 화합물의 생체 내 작용 원리와 약효의 유효성을 연구하는 것이다. 기존의 표적 단백질 결정 기술은 화합물의 수식을 이용한 친화 크로마토그래피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시간적·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생리활성 화합물의 구조적 변형으로 인해 약리 활성을 보장할 수 없고 천연 화합물은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권호정 교수연구팀은 이러한 수식 방법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표적인 비수식 화합물의 표적 결정 방법을 종합하여 비교분석했다. 이를 통해 표적 단백질 검증이 불가능했던 천연 화합물의 새로운 표적 단백질 결정 방법을 제시했다. 표적 단백질과 생리활성 화합물이 결합하게 되면 외부 에너지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함으로써 단백질의 구조적 안정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동일 원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비수식 화합물의 직접적 표적 단백질 결정 방법으로 표적 단백질의 단백질 분해 효소 저항성 변화 원리의 아‘DARTS’, 변성제에 대한 메티오닌 산화력의 변화 원리의 ‘SPROX’, 화합물 결합에 따른 열 저항성 증가 원리를 이용한 ‘CETSA’와 ‘TPP’ 방법을 통해 천연 화합물들의 표적 단백질 결정법을 비교·분석했다. 또한 세포의 유전적 변형과 조작을 통한 방식과 생물정보 데이터 기반의 비교 분석법을 통한 천연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법에 대한 연구방법을 제시했다.








“실제로 천연 화합물을 발견하고 표적 단백질을 결정하는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이 되는 것은 화합물의 수식을 수행하는 과정이었어요. 기존의 표적 단백질을 결정하는 수식 방법을 사용할 때, 연구하고 있는 다양한 화합물의 경우 구조적 변형을 통해 생리활성이 소실되는 어려운 상황을 겪기도 했죠. 또, 대부분의 화합물의 수식과정에 굉장히 긴 시간과 큰 비용이 소요되었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수식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일찍이 비수식 방법을 통한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 방법을 연구하였으며 그 결실로 이번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권호정 교수 연구팀은 여러 가지 난관과 한계를 뛰어넘어 유의미한 성과를 얻게 되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성과도 있었다. 권호정 교수와 인연이 깊은 일본의 Omura Satoshi교수와 중국의 Yuyu Tu 박사가 항 기생충제 및 항 말라리아 천연화합물의 발견공로로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하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과학계에 천연물 발견의 중요성을 알리게 되었다. Omura 교수와 본 연구책임자인 권호정 교수는 J. Antibiotics의 편집자로 교분이 있어 본 학술지에 축하 메시지를 기고하기도 하였는데, 본 연구진이 구축하고 있는 비수식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법을 활용하여 천연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어 현재 권호정 교수 연구실에서는 이들 천연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 연구를 수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생명공학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열정은 권 교수에게 새로운 인연과 연구에 대한 기쁨, 크고 작은 어려움을 통한 값진 성과 등을 안겨주었다. 삶에서도 아무런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이 없듯 연구 과정도 다르지 않다. 한계와 고비 끝엔 희열과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성과가 있다는 것. ‘세계가 주목한 생명공학자’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권 교수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신약개발과 관련 산업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 
기존 연구방법의 한계점을 극복한 표적 단백질 결정 연구 방법은 향후 천연 화합물과 약물의 작용원리 규명 및 개발연구에 기여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연구결과로 구축한 비수식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 플랫폼과 생체 내 효능 및 안정성·독성 검증 시스템을 연구자들이 이용하게 되면 기존의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독자적인 시스템을 활용하여 동정된 표적분자가 신규한 경우 물질특허를 선점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암을 비롯한 질환관련 신규 유전자 발굴 및 기능 해석,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표적단백질이라는 기초 및 응용 연구에 있어서 국내 신약개발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구축된 비수식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 기술의 소개는 앞으로의 신약개발에 있어서 학문적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 논문을 통해 소개된 생화학적, 생물정보학적 기술이 적용된 연구기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표적단백질의 타당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나아가 생리활성화합물의 세포와 생체 내에서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사전정보를 보다 용이하게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더불어 비수식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 기술은 질환치료제의 개발뿐만 아니라 분자적 표지 발굴을 통해 여러 난치병 질환의 기능 조절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개발 및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한 이번 연구는 미래부 기초연구사업 및 바이오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천연물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내추럴 프로덕트 리포츠(Natural Product Reports)> 5월 4일자에 게재되었다.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다
권호정 교수가 천연 화합물과 약물의 작용원리 규명 및 개발연구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표적단백질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오면서 관련 연구의 토대이자 길잡이가 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 앞서 권호정 교수는 카레성분 커큐민 연구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카레의 주성분인 커큐민이 혈관 신생 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 분해효소의 일정인 ‘APN’과 결합해 효소의 활성작용을 억제하여 암세포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것을 막는 것을 규명한 것이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생명과학 학술지인 의 자매지인 표지논문으로 게재되면서 카레 효능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밖에도 권 교수는 표적단백질과 관련된 연구를 꾸준히 하며 국제학술지에 활발하게 논문을 발표하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지에 국제특허를 다수 등록하는 등 국내의 생명공학 연구 경쟁력과 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성과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연구를 시를 읽고 그림을 그리듯 즐겁게 해왔기에 다른 이들에게도 유익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는 권호정 교수는 제자들에게도 흔들리지 않고 한 길을 갈 수 있는 확신과 열정을 불어넣고 있다.








“연구자가 되길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ATP가 충만한 인재가 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ATP는 생물체 내 에너지의 화폐라고 할 수 있어요. 모든 생물의 세포내에 존재하며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제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ATP는 Appreciation(감사), Trust(신뢰), Passion(열정)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제자들이 매사에 감사하고 신뢰하며 열정을 가진 연구자가 되길 바랍니다.”
제자들이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어 ‘청출어람’이 되길 바란다는 권호정 교수는 서울대학교 응용생명화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후 하버드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일본과 미국의 최고의 대학에서 폭넓은 생명공학 지식을 쌓은 권호정 교수는 세종대학교 생명공학과를 창설하는 데 큰 기여를 한 후 2005년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생물소재공학 협동과정 주임교수와 학과장을 역임했다. 또한 화학유전체학을 생명공학의 새로운 연구영역으로 국내에 소개해 정착시키는 등 생명공학의 리더로서 관련 분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향후 권호정 교수의 목표는 이번 논문에서 소개된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의 필수적인 비수식 천연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결정 기술을 활용하여 표적 단백질을 동정하고 이를 세포적, 생체적 수준에서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스웨덴 Lund University의 Gy?rgy Marko-Varga 교수연구실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연구실 과제와 유전자 동의보감 과제를 통해 다국가간 국제 공동연구 및 연구 개발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그 결과로 새롭게 결정된 표적 단백질은 암을 비롯한 여러 난치질환관련 신규 유전자 발굴 및 기능 해석,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는 신약 선도물질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비수식 화합물을 활용한 표적 단백질 결정방법을 제시해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난치병의 원리를 규명한 권호정 교수. 앞으로도 그의 연구가 사람들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전해주고 삶의 질을 개선해나가는 생명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취재기자 김수은 reporter3@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6년 8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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