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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전자공학과 김현재 교수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발전의 견인차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김현재 교수





스마트폰과 TV에 널리 사용되는 고해상도 LCD와 OLED 디스플레이가 실현될 수 있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공정기술을 개발한 연세대학교 김현재 교수. 용액 공정을 기반으로 한 금속 산화물(InGaZnO) 박막트랜지스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온 그가 최근 국내외 디스플레이산업 발전에 기여해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저온폴리실리콘 기술 연구를 통해 스마트폰에 널리 사용되는 고해상도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의 양산 및 상용화 기틀을 마련해 디스플레이 강국의 견인차가 되어준 김현재 교수를 만나보았다.





저온폴리실리콘 기술로 상용화 기틀 마련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모니터와 OLED TV, 아이패드 등에는 진공 공정으로 제작된 인듐-갈륨-징크 산화물(InGaZnO) 박막 트랜지스터가 사용된다. 하지만 InGaZnO 박막 트랜지스터는 300도 이상 고온 열처리 과정을 진행해야 본래 반도체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녹는점이 낮은 다양한 유연 기판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또한 기존의 용액 공정 산화물 박막 트랜지스터는 진공 공정으로 제작된 박막 트랜지스터와 비교하여 전류 이동 등 전기적 특성이 전반적으로 부족했다. 이러한 한계점에 주목한 김현재 교수는 동시적 자외선-열처리와 고압 열처리를 이용해 저온에서 산화물 박막 트랜지스터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으며, 용액공정 산화물 박막 트랜지스터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고온 열처리 대신 동시적 자외선-열처리와 고압 열처리를 가해 각각 150도와 100도에서 InGaZnO 박막 트랜지스터를 제작했어요. 또 자외선 에너지와 기체 운동 에너지가 각각 InGaZnO 박막이 활성화되기 위한 에너지원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했죠. 이렇게 제작한 InGaZnO 박막 트랜지스터는 기존 300도에서 제작한 것보다 전기적 특성이 우수합니다.”
그의 말대로 연구팀이 개발한 저온폴리실리콘(LTPS)은 박막트랜지스터 종류 중 하나로, LCD 기판에 직접 IC회로 집적이 가능해 얇고 가벼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유리하다. 그밖에도 고해상도 및 OLED 패널 제작에 적합한 물질이다. 
김 교수는 저온폴리실리콘 기술 연구를 통해 현재 스마트폰에 널리 사용되는 고해상도 액정표시장치(LCD)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의 양산 및 상용화 기틀을 마련했으며,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성장하는데 상당 부분 이바지했다.


또한 김현재 교수는 ‘InGaZnO’라는 반도체 물질을 용액 공정으로 제작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기존의 진공 공정으로 제작된 기술에 비해 제작공정을 단순화하고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산화물 반도체의 대표적인 물질 중 하나인  ‘InGaZnO’는 현재 유일하게 디스플레이 제품에 적용되어 양산 중인 물질이다. 기존 비정질 실리콘 대비 높은 이동도를 가지고 있는 산화물 반도체는 가시광선 영역에서의 투명성 및 낮은 누설전류 특성으로 인한 저전력 구동 등 다양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어 기존 디스플레이 재료로 활용되던 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 2편의 논문은 <네이처>와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각각 게재됐다.





세상에 없는 기술의 탄생은 과감한 도전으로부터
지금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발전의 탄탄한 기반을 이루어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안목과 꾸준한 R&D, 지속적인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 산업의 핵심기술을 연구해온 김 교수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과 발전이 이뤄지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제는 관련 산업이 궤도에 올라 정점에 다다랐지만 김현재 교수가 관련 분야를 선택하고, 연구자로서 명성을 얻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관련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그가 저온폴리실리콘(LTPS) 기술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1996년. 하지만 앞선 연구자도 많지 않은 미지의 연구 분야를 택해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전망할 수 없는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뒤따랐다. 


 “당시에는 저온폴리실리콘 기술이 지금처럼 휴대폰의 핵심기술로 상용화되리라고 상상도 하지못했어요. 유기발광다이오드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중요한 기술이 될 줄도 몰랐고요. 1996년에 삼성전자에서 3명으로 팀을 꾸려 기술개발을 시작했지만 워낙에 미개척 분야라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척한다는 도전의지로 다가올 미래를 그려보고 불투명하고 불안한 시간들을 견뎌냈다. 대학시절엔 디스플레이 분야를 전공하고 있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다.그 당시 디스플레이 분야의 연구는 거의 초창기 시절이므로, 아주 기초적인 소재나 공정이 연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디스플레이가 어떤 분야에 활용될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1996년 28세 나이에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그의 연구 분야는 저온폴리실리콘(LTPS)기술이었다.

이는 당시 디스플레이 관련 영역에서 새로운 기술이었고 박사학위 기간 중 그가 발표한 4편의 논문은 그 인용횟수가 1천1백 회를 넘을 정도로 이 기술의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귀국 후 그는 삼성전자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이 기술을 상용화 하는데 크게 기여하였고 지금은 이 기술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인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김 교수는 원천 재료와 공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심도 있게 공부하며 역량을 쌓아나갔다.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새로운 도전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예상치 않은 위기로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박사 학위 연구를 토대로 삼성전자에서 디스플레이 구동소자 중 하나인 저온폴리실리콘 초기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에는 저온폴리실리콘이 실제로 양산 디스플레이 제품에 채택되지 않았지요. 이때가 정말 힘들었어요. 좀 더 투자하지 않는 회사가 야속했고 회사 내에서 마이너리티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불안했습니다. 차세대 기술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장시간 연구개발만 해야 했던 그때가 힘들었던 시기였죠.” 


그 과정에서 얻은 성과와 수많은 시행착오들은 값진 경험으로 남아 연구의 밑거름이 되었고, 이후에 크게 일어나게 된 디스플레이 산업의 니즈와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져 지금의 명성을 이룰 수 있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그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공정기술을 개발하였으며, 용액 공정을 기반으로 한 금속 산화물(InGaZnO) 박막트랜지스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국내외 디스플레이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 공로로 김현재 교수는 올해 2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미래의 기회를 선점하는 것은 끊임없는 혁신
10여 년간 국내 유수의 기업 등 산업 현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이후 대학으로 옮긴 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용액공정기반 산화물 반도체 (InGaZnO) 박막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하는 등 새로운 기술로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InGaZnO’라는 반도체 물질을 용액 공정으로 제작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김현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의 진공 공정으로 제작된 기술에 비해 제작공정을 단순화하고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이는 금속산화물 반도체 물질 중 하나로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여러 가지 제품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디스플레이 분야의 폭넓은 연구를 바탕으로 최근 3년간 SCI 저널에 53편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며, 국내외를 아울러 총 43건의 특허 등록을 진행하는 등 디스플레이 분야 원천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 확보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를 추격해오고 있는 중국, 대만과 같은 나라들이 넘어서지 못할 핵심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지난 10년 간 세계 정상을 지켰던 한국의 디스플레이 분야는 지금 중국의 추격 속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과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죠. 미래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 혁신적인 어플리케이션 등 이런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도록 노력을 해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더 큰 도약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미래의 기회를 선점할 수 기회는 우연한 행운처럼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숱한 어려움과 위기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는 확신과 열정을 이어갈 수 있는 지속적인 노력에 달려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경험들을 연구자가 되길 희망하는 학생들과 나누며 인생 선배이자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와 기업체의 공동연구는 물론 인재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여 5년 연속 연세대학교 우수연구 교수상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머크어워드상을 수상하는 등 대내외에서 큰 인정을 받고 있다. 상을 받는 기쁨보다는 수상 후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 교수는 연구자로서 뿐만 아니라 국내외 디스플레이학회 활동, 기술사업화 연구와 학교 수업까지 여러 가지 대내외활동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러 가지 일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따로 없지만 빈 시간으로 충전의 여유를 갖는 것보다는 열정에 열정을 더하는 방식으로 일상을 꾸려나간다.
“연구와 학회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무엇보다 건강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능하면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삶의 규칙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대내외 활동과 학계를 통해서 많은 연구자들과 학생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몸이 힘들더라도 시간을 따로 내어 활동을 하고 교류를 하는 것이 오히려 정신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끊임없이 교류하며 얻은 삶의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전해진다.


“과학기술인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사소한 것에도 호기심을 갖고 끊임없이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과학이라는 학문은 다른 학문과 다르게 공식을 대입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존 결과에 대해 해석하는 것만 아니라 지금과는 다른 현상을 발견하고 분석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이죠.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사소한 것 하나 하나에 궁금증을 갖고 생각하는 자세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30여 년 동안 과학기술인의 길을 걸어온 그는 미래 과학기술 분야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양성하는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학창시절 본보기가 되어준 스승들의 가르침과 더 큰 비전을 안고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할 때 얻은 가르침은 지금도 연구자, 교육자로서의 길을 걸어갈 때 방향을 제시해주는 길잡이가 되고 있다.
“학창시절 스승님들의 가르침과 지금은 퇴임하신 삼성전자 이상완 사장님의 말씀을 항상 떠올리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디스플레이가 세계 1위에 올라서는 데 큰 기여를 한 이 사장님의 삶의 모습을 떠올리며 제 마음속에 간직한 열정을 다시 들여다보곤 합니다. 회사에 재직하실 당시 초기 단계였던 디스플레이 시장을 기술적으로 견인해 세계적인 선진산업으로 부흥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기 때문이죠. 그런 가운데서도 흐트러짐 없는 자기 관리, 성실함,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었습니다. 일뿐만 아니라 삶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많이 배웠지요.”


디스플레이 산업이 부흥하기 전인 초창기 시절,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서 10년 간 몸담은 뒤 다시 모교로 돌아와 후배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 순간을 잊지 못한다는 김 교수는 굴곡이 있는 인생의 순간마다 ‘응립여수 호행이병(應立如睡 虎行以病)’이란 말을 떠올리며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나간다. ‘매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 호랑이는 병이 든 듯 걷는다’는 의미를 되새기며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 그것이 김 교수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응립여수 호행이병’이란 말은 조용히 기회를 살피다가 때가 되면 날카롭게 움직여 목표를 이루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조용히 기회를 기다린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강자는 요란스럽지 않고 자신을 낮추고 감춘다는 뜻이지요. 이 말처럼 연구에 임할 때는 섣부른 행동보다 모든 일을 항상 준비하고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는 누구보다 신중하게 행동으로 옮기고자 노력하고요.” 


앞으로 그는 공과대학의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학문의 기초뿐만 아니라 실제 사회와 산업 현장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산업 발전이 더 큰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차세대 디스플레이 관련 연구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라는 그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Columbia University에서 석박사 과정을 거쳐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Ecole Polytechnique 초빙교수로 일하다 현재는 모교인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뿐만 아니라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Editorial Advisory Board, Scientific Reports Editorial Board Member, SID 2015 Asian Program Committee Chair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는 최근 전자 산업계의 관심인 초고해상도 플렉시블과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오늘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열정의 에너지가 디스플레이 관련 산업이 다시 한 번 부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기대해본다.  



<취재기자 김수은 reporter3@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6년 7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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