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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신창환 교수

속도 한계 넘어선 CMOS 반도체 소자 개발

서울시립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신창환 교수






최근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에 사용되는 CMOS반도체의 동작속도를 3배 이상 높이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동전력을 6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이 반도체 소자기술을 개발한 서울시립대 신창환 교수 연구팀은 반도체 소자의 축전기 절연체 부분에 강유전체를 넣은 구조를 이용해 기존 소자보다 동작속도는 빠르고 구동전력은 훨씬 낮은 반도체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미래 CMOS 반도체 소자에 음의 전기용량을 적용할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밝힌 이 연구는 향후 10㎚ 이하급 초절전 반도체 소재 개발 등 반도체 산업의 기술적 도약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음의 전기용량 구현으로 기술적 문제를 해결
1960년대 이후 반도체 제조공정 기술은 매 2년 마다 단위면적당 2배의 반도체 소자를 성공적으로 집적시켜오면서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2003년에는 처음으로 100nm 이하 반도체 기술이 상용화되었으며, 그 이후 혁신적인 반도체 제조공정 기술들과 함께 반도체 소자는 지속적으로 소형화되고 성능 향상을 이루었다. 2011년에는 3차원 소자 구조를 가진 14nm FinFET기술이 인텔에 의해 최초로 상용화되었다. 이후 국내와 대만의 유수의 기업에서도 3차원 반도체 소자인 FinFET 기술을 상용화시켰다.
하지만 반도체 소자가 소형화 되어가는 정도에 비해 반도체 소자의 구동전압을 줄이는 정도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로 인해, CMOS(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 반도체 소자의 전력밀도는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최신 반도체소자의 전력밀도는 핵원자로의 전력밀도 수준에 거의 상응하는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이며, 이로 인해 반도체 소자의 발열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 반도체 집적회로 내에 고도로 집적되는 반도체 소자가 유발하는 전력밀도의 급격한 증가가 미래 CMOS 반도체 기술 개발에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요. 그동안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왔고, 그 방안으로써 음의 전기용량을 이용한 반도체 소자 기술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소자의 구동전압 감소가 절실히 요구되지만, 실리콘 기반 반도체 소자의 동작원리에서 비롯된 물리적 한계 때문에 현재 사용되는 반도체 소자의 구동전압은 0.65 V ~ 1.0 V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향후 5년 이내에 구동전압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고 상용화 가능한 반도체 원천기술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때문에 신창환 교수는 음의 전기용량을 이용한 반도체 소자 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미래 초절전 반도체 기술 시대를 앞당기다
반도체 기술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근간이 되는 핵심 기술인만큼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다. 하지만 기존 연구의 문제점과 반도체 기술의 한계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반도체 제조공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자의 집적도는 크게 향상됐으나 이를 구동하기 위한 전압은 효과적으로 줄이지 못해 많은 전력 소모와 발열이 기존 반도체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창환 교수는 연구팀과 함께 반도체 소자의 축전기에 들어가는 절연체 대신 강유전체를 넣었다. 축전기 양극에 양의 전압을 걸어도 어느 정도까지 반대 극성을 띤 음의 전하가 쌓이는 음의 전기용량 상태를 유도해 작동속도와 구동전력 문제를 극복했다.


“음의 전기용량 상태가 될 수 있는 축전기를 반도체 소자 안에 넣으면 전압을 증폭해 낮은 전압으로도 반도체 소자를 작동할 수 있어요. 또한 반도체 소자의 정보처리 속도를 의미하는 온?오프(on/off) 스위칭 속도의 이론적 한계도 극복할 수 있지요.”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CMOS 반도체를 기존 소자의 6분의 1 수준의 구동전압으로 작동하고 동작속도도 물리적 한계로 여겨온 속도(60㎷/decade)보다 3배 이상(18㎷/decade)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가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 점은 음의 전기용량을 활용하여 실리콘 반도체 소자의 스위칭 특성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 실험결과를 최초로 제시했다는 것. 또, 국내에서는 신 교수의 연구팀만이 이번 연구를 수행했으며, 세계적으로도 가장 명확하고 상용화 가능한 실험결과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로써 음의 전기용량을 이용한 초절전 미래 CMOS 반도체소자 기술을 개발함은 물론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되었다.
신창환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음의 전기용량을 이용한 반도체 소자 기술은 기존의 반도체 소자를 간단히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소자의 스위칭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원천 요소 기술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집적회로의 전력밀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으며, 지속적인 반도체 소자의 소형화로 인해 원자수준의 크기에 다다른 실리콘 CMOS 반도체 기술에 혁신적인 기술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미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차세대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음의 전기용량 기술의 산업화에 대한 가능성을 확보했다.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이 기술에 기대를 거는 또 하나의 이유는 가까운 미래에 도래하는 초절전 전자기기 기반의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IoT) 시대를 열어가는 기술적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음의 전기용량이라는 학문분야를 확대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기초학문 분야의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공적인 연구의 비결은 실패를 뛰어넘는 과감한 도전
CMOS 반도체 소자 개발은 학계에도 새로운 연구 동력을 제공했다. 반도체 기술 발전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래 반도체 소자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들을 대학에서 끊임없이 연구개발함으로써 국내 학계의 반도체 소자 분야 연구개발 역량을 한층 높이는 기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연구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 네거티브 특성을 가지는 축전기를 만든 후 어떻게 하면 10나노급 반도체에 밀어 넣을 수 있을지 고민을 했어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회로를 만들어서 연결을 하는 실험을 했죠. 그렇지만 실험은 계속 실패했어요. 결과에 좌절하지 않고 될 때까지 실험을 한 결과 1년 반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 짜릿한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그는 연이어 실패했던 실험이 마법처럼 성과를 이어지는 순간을 회상하며 연구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이번 연구를 그와 함께 이끌었던 박사과정 학생이 UC 버클리에서 수학 중이던 당시, Sayeef Sallahuddin 교수가 이론적으로 입증한 음의 전기용량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회의 시간에 발표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전자소자 분야의 연구원들은 대부분 음의 전기용량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적상태에서만 관찰되는 특성을 가졌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팀은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 초절전 구동전압 구현에는 음의 전기용량을 활용한 트랜스포머 제작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모험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주제를 선정하고 논문을 발표하기까지 2년이 걸렸으니 생각보다 빨리 성과를 낸 경우이지만, 그 과정엔 실패를 감수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용기와 불가능을 뛰어넘겠다는 의지,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애타는 순간들이 있었다.


신창환 교수 연구팀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으로 이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연구 결과물은 나노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나노레터스>(Nano Letters) 온라인판 2015년 6월 23일 자에 게재되었다.










반도체 기술과 관련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다
열정을 갖고 진행하던 연구가 논문으로 발표되고 학계의 인정을 받는 것이 기술 기반을 탄탄하게 쌓는 일이라면, 실용화가 되어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완성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신창환 교수의 목표도 CMOS 반도체 소자 개발이 반도체 산업 발전을 다시 한 번 일으키는 토대가 되어 관련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이번 연구가 기술리더십을 가지고 국내외 시장을 선도하여 앞서가는 선진국과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는 중국 사이에서 넛 크래커 현상이 빚어져 위기에 직면한 반도체 산업의 돌파구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이 기술은 미래 CMOS 반도체 소자 개발의 필수 고려 사항인 초절전향 반도체 소자를 구현하기 위한 원천요소기술로써, 10nm이하급 미래 초절전 CMOS 반도체 소자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론적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것이기 때문에 상용화에 필요한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진 뒤 실용화가 가능해요. 강유전체 축전기를 기존 반도체 소자에 연결하는 단순한 기술이므로, 차세대 반도체 제조공정 기술 개발에 적용된다면 실용화까지 약 2~3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하지만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바로  현 반도체 산업에 적용시키기 위한 대량생산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기술적 애로사항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면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기간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창환 교수가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를 이루며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자이자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로서 남다른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면서 예상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계속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새로운 성과를 얻을 수 있어요. 한계에 부딪히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고, 그것을 동료와 학생들과  교류를 통해 나누는 과정이 즐거워요. 수많은 실패 끝에 오는 짜릿한 희열과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지치지 않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평소 학생들과도 자유롭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토론하기를 즐기는 그는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강요하기보다 어려운 과목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고, 연구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며 연구 자체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독려한다.






“단순히 반도체 하면 떠오르는 대기업에 가는 것이 꿈이라는 학생들이 안타까웠어요. 연구의 즐거움을 느끼고 꿈을 크게 가질 수 있게 희망을 주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우선 재밌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반도체나 부품 소자에 대해 공부하는 전공 특성상 연구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결과를 얻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해요.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것부터 문제점을 생각해내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수업을 할 때부터 최대한 일상생활과 밀접한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해줘요. 또 교과서 속 이야기가 실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최근 산업계 동향이 어떤지 함께 연관시켜 들려주면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끼고 동기부여가 됩니다.”


그의 강의를 듣다가 연구자의 꿈을 갖게 된 학생들은 학기가 끝날 무렵 연구실로 찾아와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학생들과 나이 차이도 적은 편이어서 연구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그가 연구를 지도한 학생들은 연달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몇몇 학생은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싣거나 해외 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으며, 풀뿌리 연구자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연구비 등을 지원하는 학부연구생 프로그램에 3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도 이뤘다.  학생들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직 연구밖에 모를 것 같은 그에게도 뜻밖의 취미가 있다. 바리스타처럼 맛도 향도 다양한 세계 각국의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는 일과 주방을 맛있는 냄새로 가득 채우는 셰프처럼 요리를 하는 일이다. 즐겨 먹는 떡볶이부터 김치를 담그는 일까지 못하는 요리가 없다는 그는 요리를 하면서도 연구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요리를 하는 과정이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해요. 같은 재료라도 순서를 달리 하면 음식의 맛이 바뀌는 것처럼 반도체를 만드는 순서를 바꾸면 소자의 성능이 달라지죠. 연구를 하다 힘들 때면 커피를 마시거나 요리를 하며 충전을 해요.”
앞으로도 연구자로서 새로운 지식과 현상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역사에 남을 만한 혁신적인 제품과 새로운 산업 분야를 만들어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는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전기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UC 버클리대학 전기컴퓨터 공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실리콘밸리 자일링스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서울시립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이자 교수학습개발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음의 전기용량을 이용한 반도체 소자 기술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여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요.  또, 머지않은 미래에 입는 컴퓨터에서 향후 먹는 컴퓨터 시대를 여는 선구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뜨거운 열정으로 재미있고 편리한  세상을 창조하는 연구자이자 후배들에게 연구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교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신창환 교수. 그의 꿈과 노력이 행복한 미래를 열어가는 에너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취재기자 김수은 reporter3@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6년 2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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