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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김성웅 교수

세계 최고의 열전소재 개발로
미래 친환경에너지 기술 혁신을 이루다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김성웅 교수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열전기술의 성능을 향상시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김성웅 교수. 제조 방식이 간단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고성능 상온 열전소재를 개발해 주목을 받은 그는 금속공학적 액상 소결법을 통해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던 낮은 열전도도와 높은 전기전도도를 동시에 해결해 열전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세계 최고의 열전소재 개발로 친환경 재생에너지 분야의 기술 혁신을 이룬 김성웅 교수를 만나보았다.





획기적인 열전소재 개발을 위한 열정
최근 원전 폭발과 원자력 누출 등의 사고로 청정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열을 고체에너지로 변환하는 열전(thermoelectrics)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열전은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혁신적인 기술로 사람의 체온으로 웨어러블 스마트기기를 충전하고 태양열 등 버려지는 폐열을 재활용할 수 있는 미래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다. 열전기술은 태양열, 지열 등 기존 에너지원과 병합발전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정밀기계에서 발생하는 열을 변환해 냉각장치를 구성하는 등 산업계의 친환경 전력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김성웅 교수는 지도교수의 권유로 유망한 열전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열전 분야는 1998년 석사학위를 시작하면서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열전분야와는 무관한 구조재료를 연구하시던 지도교수님께서 이 분야가 앞으로 유망할 것으로 판단하셨고, 함께 연구해 보자고 제의한 것이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열전 분야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 못해 박사 후 연구원을 하면서 다른 분야를 연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공동연구자들을 도와주는 선에서 열전분야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꾸준하게 연구를 이어온 노력은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주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국내 열전 분야의 연구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기술적인 한계는 물론 상용화되기까지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 상태였다. 열전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변환효율이 높은 열전소재를 개발하는 것. 소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높은 전기전도도와 함께 낮은 열전도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기전도도와 열전도도가 서로 상충 관계(trade-off)를 가지기 때문에 효율을 높이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연구 방법은 소재 내부에 나노 구조체를 삽입하거나 소재 자체를 나노크기로 제작하는 나노구조화(Nanostructuring)이다. 이 방법으로 기존 열전소재보다 낮은 열전도도를 확보함과 동시에 나노구조체의 크기와 결함 등을 제어하여 전기적 특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열전도도를 낮추기 위해서 열을 전달하는 포논(격자 진동의 양자화된 알갱이)을 산란시키는 과정에서 전기적 특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김성웅 교수 연구진은 1950년대부터 존재하고 있던 열전소재 성능 향상 연구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연구에 착수했다.







새로운 시도는 한계를 뛰어넘는 가장 좋은 방법
모든 연구 과정에는 다양한 문제들과 한계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시각과 테크닉이 있다면 문제를 해결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김성웅 교수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테크닉으로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었다.
“연구를 시작할 때 과학적으로 어떤 것을 추구하고, 어떤 마인드를 갖고 연구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테크닉을 찾고, 실패하더라도 실험에 직접 적용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시도한 금속공학적 액상 소결법이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새로운 테크닉을 적용함으로써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그는 입자 내부에 결함을 일으키는 기존 방식은 전기전도도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입자 내부가 아닌 입자가 서로 접하는 경계면을 다루는 것으로 연구 전략을 완전히 바꾸었고, 이를 위한 새로운 공정기술을 개발했다. 즉, 이번 연구에서 비스머스 안티모니 텔루라이드 화합물 열전 소재 (Bismuth antimony telluride: Bi0.5Sb1.5Te3)의 고체 입자들 사이에 텔루르(Te)를 생성시킨 뒤, 텔루르만 녹아 액체가 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압력을 가해 액체가 흘러나오게 하는 새로운 소결법을 고안한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소결체의 입자간 경계면에는 전위(dislocation)라고 하는 고농도의 결함이 형성되어 열전달을 방해 받아 낮은 열전도도를 갖게 된다. 또한 전위가 전자전달은 방해하지 않기에 높은 전기전도도가 유지되어 열전소재에서 문제시되었던 상충관계가 해소됐다.
다시 말해 열전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열을 전기로 바꿔주는 효율이 높아야 하며, 간단한 제조법을 통해 대용량 소재 생산에 쉽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열전소재는 효율성을 나타내는 zT(열전 성능지수)로 나타냈을 때 상온에서 1.0~1.2 zT로, 열을 감지해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김성웅 교수는 새롭게 개발한 ‘금속공학적 액상 소결법’으로 상온에서 열전소재의 zT값을 2.0까지 획기적으로 끌어 올렸으며, 제조법 또한 간단하여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금속공학적 액상 소결법은 480℃의 고온에서 일부 고체가 녹아 액체로 형성되면서 고체 분말 간 결합을 촉진시킨 뒤, 액체만 배출되는 방식이에요. 결합 과정에서 고체 결정의 서로 닿는 면에 전위라는 밀도가 높은 결함이 형성됩니다. 이 결함에서 전자는 원활히 이동하지만 열은 이동하기 어려워요. 전기전도성을 유지하며 열전도도를 한계 수준까지 끌어내림으로써 물리적 난제를 극복하고 효율을 기존 대비 2배로 올릴 수 있었어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의 기술 발전을 이끈 연구자
열전소재는 소재 내 양 극단의 온도차를 높게 유지해야 전기가 원활히 흐르면서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열이 전달되는 정도가 낮을수록 온도차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전기 생산 효율이 높아진다. 열전소재를 기기에 적용하자 기존에 상용화된 열전기기보다 높은 성능과 효율을 보여, 연구진이 개발한 제조법과 소재가 즉시 상용화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가 의미가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의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12년 봄에 연구를 시작해서 논문을 발표하기까지 3년이 걸렸어요. 여러 차례의 실험 과정을 거쳐 완성도 있는 논문을 쓰기 위해 3년의 시간 동안 한 가지에만 몰두했죠. 실험과정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으나, 논문을 쓸 때는 산고의 고통을 느꼈습니다.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을 쓰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다시 고쳐 쓰기를 1년 반 동안이나 해야 했으니까요.”
김성웅 교수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현재까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2편의 논문을 기고한 것을 비롯해 <네이쳐 머터리얼스>, <네이쳐 피직스>, <네이쳐 케미스트리>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저널에 총 8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또한 지난 2015년 6월에는 제조 방식이 간단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고성능 상온 열전소재를 개발해 차세대 친환경 재생에너지 분야에 기술 혁신을 이룬 업적을 인정받아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했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논문 10개를 채울 때까지 연구에 매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기술과 응용 분야에서 소재와 기기의 성능을 월등하게 높일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목표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의 발전으로 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 이를 위해선 에너지의 중요성과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미래 친환경 에너지 기술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많은 시민들이 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열전소재 기반의 과학기술과 산업발전에 기여하다
열전소재 성능 향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김성웅 교수는 이번 연구로 상온에서 세계 최고의 zT값을 달성하는 성과를 얻었다. 또한 열전도도를 물리학적으로 해석하여 입자 간 경계면의 전위 효과를 밝혀냈다. 이번 연구에서 구현된 물질에 기반을 둔 열전소자는 기존에 상용화된 소자들보다 더 우수한 냉각 효율을 가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열전소재는 에너지 발전과 냉각 기술을 기반으로, 태양광과 지열 발전을 비롯해 자동차, 컴퓨터, 우주·항공 분야에 사용되는 기계들과 반도체 순환기, 냉각판, 혈액분석기, 바이오, 광학 등 산업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모든 열전소재에 적용될 수 있고,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어 열전소재 기반의 산업 활성화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웅 교수가 과학기술과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를 내며 꾸준히 연구에 열정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연구자로서의 남다른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의 인생은 바로 연구에 있습니다. 연구를 할 때는 항상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높은 단계로 끌어 올리자는 생각을 갖고 시작합니다. 이것이 평소 제가 갖고 있는 과학연구와 인생 전반에 대한 철학입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그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도 아낌없는 조언을 해준다. 또, 일생 동안 연구를 하기 위해선 매순간 오로지 연구만을 생각하며 몰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충 혹은 적당히 하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언제나 학생들이 연구자의 자세를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와 더불어 진심으로 고민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는 자세야말로 연구자에겐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는 과학자가 되길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연구자가 갖춰야 할 자세와 성실함이 몸에 배일 때까지 엄격하게 지도를 하는 편이다. 이러한 지도 방식을 갖게 된 것은 박사 후 연구원 시절 지도교수였던 일본 동경공업대학의 히데오 호소노(細野秀雄) 교수의 영향 때문이다.


“평소에 남자가 모름지기 연구로 뭔가를 이루려면 하나를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가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면서요. 지금 생각해보면 한번 물면 결코 놓는 법이 없는 불독과 같은 집념으로 고독하게 연구에 임하라는 스승의 애정 어린 가르침이었던 것 같아요. 이분 연구실에서 정확히 10년을 보냈어요. 제게 연구가 무엇이고 왜 해야 하는지, 연구에 대한 모든 것을 가르쳐준 분입니다. 제가 지금 한국에 돌아와 연구 생활을 하면서 하셨던 말씀 그대로 실천에 옮기고 있지요. 그래서 그런지 정말 가정에 소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젊은 연구자이기에 가정을 돌보는 일보다 연구에 쏟아 붓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렇지만 수업 후 여유가 생길 때면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연구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캐치볼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목표한 대로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논문을 10개를 채우면 다른 취미를 생각해보겠다고 말하는 그는 별다른 여가생활이 없을 정도로 연구에 몰입하는 타고난 과학자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발명을 하고 싶다는 그는 전남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재료과학공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도쿄공업대학대학원에서 재료과학공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그 후 일본 도쿄공업대학 공동연구센터 조교수와 부교수로 근무했으며, 일본 이화학연구소를 거쳐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하고 있는 열전 소재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며 아직 탄생하지 않은 새롭고 혁신적인 소재 개발에도 열정을 다할 예정이다.


“역사적으로 돌아봤을 때 멀게는 나일론, 가깝게는 그래핀과 같은 신소재들이 세상을 더 이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왔습니다. 신소재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과학자로서 과학기술발전 역사에 남을 만한 신소재 혁명을 이루고 싶습니다.”
혁신적인 소재 개발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선구자가 되고 싶다는 김성웅 교수. 그가 이뤄낼 과학혁명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취재기자 김수은 reporter3@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6년 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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