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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 물리학과 김성환 교수

천연실크를 활용한 신개념 나노광학 바이오센서 개발
아주대학교 물리학과 김성환 교수

 

국내 연구진이 누에에서 얻은 실크를 이용한 나노광학 바이오센서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응용물리 분야를 꾸준히 연구하며 이번 연구를 주도해온 김성환 교수는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초로 실크 단백질의 외부 자극 감응성을 이용하여 기존 센서와 다른 구동원리로 동작하는 초고감도 나노광학 바이오센서를 구현했다. 이는 기존에는 구현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인체 친화적인 특성과 높은 검출 민감도를 갖는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그는 ICT 기반의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진입을 앞당길 수 있는 길이 열게 되었다.



실크 단백질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다
애플 워치나 구글 렌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최근 첨단 IT기업의 최대 화두는 헬스케어 시장의 선점이다.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이를 스마트폰 등의 휴대용 IT 기기로 분석하면 질병을 조기에 예방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생체신호를 분석할 바이오센서를 인체 내에 집적하여 혈액 등 체액으로부터 신호를 얻어낼 수 있다면 그 응용가치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김성환 교수가 관심을 두고 연구해온 것도 바로 이 분야이다.

“처음에는 실크 단백질을 생체친화적인 나노광학 소자로 만들기 위한 기본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다보니 실크가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몇 가지 물성들이 제가 진행하고 있는 나노광학 연구에 새롭게 적용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를 시작했죠. 리소그래피라는 반도체 공정에서 빛이나 전자빔에 감응하는 고분자 물질인 레지스트를 실크 단백질로 대체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흥미롭게도 실크의 물성을 활용하니까 리소그래피 공정도 유독한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어요.”

나노광학 센서를 공부하다가 읽게 된 논문에 실크가 적용되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는 본격적으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기존의 나노광학기반의 바이오센서는 바이오물질의 변화에 따른 굴절률의 변화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높은 성능 구현에 한계가 있었다. 즉, 기존 방식은 검출 물질이 극미량이어서 굴절률 차이가 적은 경우 매우 깨끗한 신호나 민감한 신호 차이를 구분해야하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구성 물질이 주로 유리, 반도체와 같은 생체에 유해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어 인체에 삽입하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굴절률이라는 물리량과 공진기의 부피를 변화시켜 적은 검출량 변화에도 더 큰 검출 민감도를 얻는 혁신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기존 연구의 한계에서 탄생한 혁신적인 기술
스마트 헬스케어는 생체신호를 정밀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해 질병을 조기 진단하고 환자별 맞춤치료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해한 물질이 없는 인체 친화적인 소재가 필요하다. 또한 빛과 같은 전자기파로 신호를 주고받을 뿐 아니라 높은 검출 민감도를 가지는 센서의 구현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그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굴절률이 아닌 새로운 물리량을 컨트롤했다. 우선 그는 기존의 나노광학 기반 바이오센서의 구동원리가 검출물질이 유발하는 미세한 굴절률의 변화에 따른 광학신호의 변화를 검출하는 형식이라는 한계점을 면밀하게 검토했다. 이 방식은 매우 적은 양의 바이오물질을 검출할 수는 있지만, 광학신호의 매우 작은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때문에 고가의 측정 장비를 필요로 한다. 특히 굴절률 기반 바이오센서의 성능을 나타내는 ‘figure of merit’ 값은 이론적으로 100이 한계로 알려져 있다. 이는 최고로 잘 만든 나노소자를 이용해도 0.01의 굴절률을 검출하기 위해 10nm 수준의 파장 변화를 검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성능이 떨어진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체액 성분의 변화는 이보다 훨씬 적은 굴절률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 비춰보면 기존 방식은 효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실크 단백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실크를 활용하면 인체집적이 가능한 생체친화적인 바이오센서의 구현이 가능하고, 실크 단백질로 얇은 필름을 만들었을 때 외부자극에 의해 부피가 팽창하면서 굴절률만으로 기대할 수 없는 광학신호의 큰 변화를 발생하게 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그는 누에고치로부터 액체 상태의 실크 단백질을 추출한 뒤 반도체 공정기술을 활용해 실크 필름에 금 나노구조가 부착된 나노광학소자를 구현해냈다. 나노광학소자는 금 나노구조 사이에 매우 얇은 실크 필름을 넣어, 이 필름이 물이나 알코올과 같은 화학물질에 감응하여 부피가 팽창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필름이 팽창할수록 나노광학소자가 반응하는 빛의 파장이 크게 확장되어 높은 검출 민감도를 구현할 수 있다. 파장의 변화와 감지 정도는 기존의 굴절률 기반 바이오센서로는 구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크다. 물과 알코올로 비교 실험하였을 때 기존 굴절률 센서는 수 nm 파장을 구분하지만, 실크 센서는 100nm 이상의 파장 변화를 감지한다. 혈당 센서로 실험하였을 때도 기존 센서 대비 5~6배 높은 검출 민감도를 보였다.



헬스케어 시대를 앞당기는 고성능 나노광학 바이오센서
최근 스마트 헬스케어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가 연구하는 분야인 나노광학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나노광학은 빛을 나노 수준에서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적은 양의 물질도 검출이 가능하다. 빛을 이용하면 단순히 외부에서 빛을 쪼여주고 반응하는 빛을 조사하면 가능하기 때문에 배터리나 전선 등이 필요한 전자적 방식에 비해 수술이 필요 없는 비외과적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연구 동향을 보면 재료와 소자기술의 융합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즉 나노광학 연구자들은 어떤 ‘구조’를 만들면 빛을 잘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존에 잘 알려진 물질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존 물질은 기본적으로 유독성이 있어 생체에 적용하기에 부적합하고, 생체친화물질을 도입하게 되면 구조를 제작하기 위해 엄청난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였다. 재료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재료의 특성을 잘 알지만 어떤 구조를 만들어야 최적의 광학 성능을 얻을지 잘 알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 둘을 전부 아우를 수 있어야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발견과 혁신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이번 연구로 그는 생체친화물질인 실크를 활용하여 나노광학 센서가 생체친화적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고, 실크의 물성이 높은 검출 민감도를 주는 광학특성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향후 인체 집적이 가능한 바이오센서 플랫폼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노광학기반 바이오센서는 사용처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개발된 실크 나노플라스모닉스 바이오센서는 생체 친화적이며 실시간으로 생체 신호를 검출하여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또, 콘택트렌즈에 집적하여 눈물에 존재하는 미세한 혈당을 측정할 수 있고, 피부 밑에서 특정 바이오물질을 검출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그밖에도 검출 민감도가 기존 센서의 이론적 한계를 넘었기 때문에 비싼 장비 없이 신호를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섬유로만 알고 있던 실크 단백질이 생체친화적인 신개념 나노광학 기반 바이오센서로 재탄생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차세대 먹을거리인 헬스케어 시장의 미래 연구에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덧붙여 그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잠사 농업 산물인 실크가 첨단기술의 언어로 재발견되어 고부가가치를 가지는 물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침체된 한국 농업의 현실을 타계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실크 단백질의 대량 생산 및 나노 소자의 대면적 제작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그의 연구실에서는 나노 소자의 대면적 생산 기술을 연구 중이며, 이 같은 실용화 연구가 침체되어 있는 잠사 분야에 활기를 불어넣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들을 얻기까지는 어려운 점도 많았다.

“처음 아이디어를 제시한 후 논문을 제출하기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존의 나노공정을 실크에 맞게 새로 디자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기존 공정방식과 수반되는 화학물질들이 실크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지, 만약 영향을 준다면 공정 순서를 어떻게 바꿔야하는지 각 단계별로 확인하고 넘어가야 했거든요. 다행히 그동안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공정 관련 노하우가 많이 축적되어 성공적으로 소자 제작을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공정 개념도를 보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소한 물질을 도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각 단계에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과 알코올의 혼합물로 실험을 한 적이 있어요. 실험 전에는 당연히 농도에 비례하여 파장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측했는데, 막상 실험을 해보니 그게 아니었죠. 50:50 비율에서 가장 큰 파장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반복 실험을 해도 같은 결과여서 원인을 찾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어요. 고분자 전공자가 아니어서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실험을 했고 결국 새로운 현상을 찾게 되었죠. 결과를 도출하고 나름대로 설명했던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실험 과정에서 발생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실크 단백질 연구자에게 문의를 해보았지만 명확한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 그는 새로운 가설을 세운 후 실험으로 검증해 성공시켰다. 이번 연구는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4월 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신진연구자의 열정은 미래를 밝히는 등불
처음 실크 단백질을 접했을 때 그는 단순한 생체친화적인 투명 고분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를 할수록 계속 새로운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했던 사실 속에 그동안 알지 못했던 신기한 것들과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할 때 연구자는 흥미를 느끼고 끝을 알 수 없는 모험을 시작한다. 진실을 캐내듯 계속 무엇인가 밝혀내고 싶게 만드는 것이 그가 연구에 몰입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 과정 중 어려움도 많지만 그는 결과를 얻었을 때 뿌듯함을 느끼고, 학생들이 연구자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평소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미국 터프츠 대학교 의공학과 박사 후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아주대학교 물리학과와 에너지시스템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직 신진 연구자이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하는 그는 학생들과 후배 연구자들에게도 너무 서둘러서 인생의 길을 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건네곤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지 스스로 결정하고 한 번 이루기로 마음먹은 일은 성실과 투지로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그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그동안 했던 노력들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끝을 맺으라는 말도 함께 전한다. “불안감에 미리 진로를 결정하거나 원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가진 역량과 가능성을 과소평가하여 미리 진로를 정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아쉬워요. 저도 학부생 때는 연구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박사과정 때 지도교수님 랩에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거든요. 그때부터는 오직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법. 한 번 연구에 빠져들면 다른 일을 할 여유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지만 그는 우선순위를 정해 중요한 일부터 순차적으로 해낸다. 집에서는 아내와 함께 네 살 된 아들의 육아를 하면서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직하게 한 길로 가는 연구자의 삶이 언뜻 갑갑하게 느껴진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연구를 하다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 주제를 선택할 수 있고,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가면 성취감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롭고 즐거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가 연구 주제를 택하는 방식도 자유로운 편이다. 주류나 유행에 휩쓸리기보다 내가 잘할 수 있고, 되도록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 분야를 찾아 몰두한다.



“앞으로 실크 단백질의 고유물성을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소자를 구현하는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입니다. 제 전공이 응용물리에 가까운데, 다루는 물질은 실크라는 단백질로 기존 물리학 기반에서는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아요. 단백질 분자구조가 복잡하고 물리에서 선호하는 주기성 등 단순화시킬 수 있는 요인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물성은 물리 기반 연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그는 다른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유니크한 아이템. 그리고 관련 분야의 탑이자 오리진이 되는 것처럼 혁신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열정을 쏟아 붓는다. 현재 실크 단백질을 이용하여 변조 가능한 RF 회로나 높은 비선형 광학효과를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남들이 하지 않은 분야에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고 싶다고 말한다. 신진연구자의 열정이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미개척 분야의 선구자가 되길 기대해본다.

취재기자 김수은 reporter3@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5년 8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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