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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종이 샘플러 최초 개발 기업 모리콘

Lab 장비, 도구 국산화를 위한 의미있는 첫 걸음
1회용 종이 샘플러 최초 개발 기업

모리콘 

 
제약·식품·바이오와 같이 사람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조 분야는 원료의 반입부터 완제에 이르기까지 청정, 무균, 안전이 요구된다. 특히 제품 생산의 전 과정에서 시료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품질관리의 첫 단계가 샘플링이며, 샘플러가 그 도구다. 모리콘은 그동안 전량 수입에만 의존하던 샘플러 국산화를 시도한 최초의 기업이다. 친환경적인 종이 소재의 ‘1회용 샘플러’ 개발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지만 강한 기업 모리콘을 찾았다.

 

 

Total Lab Supplier 모리콘
모리콘은 2006년 HPLC 분석 전문기업을 꿈꾸며 설립되었다. LC(Liquid Chromatography) 분석, 컬럼(Column) 컨설팅, LC 소모품 수입판매를 중심으로 성장한 모리콘은 LC 컬럼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자 기존 사업을 유지하며 다각화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 현재 모리콘은 Lab 장비의 수입 판매와 장치 제작에 주력하며 Total Lab Supplier로 활약하고 있다.
모리콘은 유럽 최고의 장비 메이커인 이태리 ‘VELP’사의 Stirring 제품군을 경쟁력 있게 공급하고 있고, 샘플링 도구 분야 마켓 쉐어 1위인 영국 ‘Sampling system'사의 샘플러를 국내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또 수입에만 그치지 않고 ’Pack boy‘, ’1회용 종이 샘플러‘ 등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Lab 기기들을 자체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실험기구들을 검토하다 보니 모리콘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보이더군요. 손톱만한 실험소품에서 큰 실험도구까지 다양한 기구를 보관할 수 있는 플라스틱 팩류 제작이 그 중 하나입니다. 실험실에는 고가의 기구들이 많기 때문에 보관과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실험기구 수납함이 대부분 수입품입니다. 컬럼 스토리지만 하더라도 아크릴로 만들어진 제품이 운송비를 포함해 몇 십만 원에 공급되죠. 국내에서 충분히 제작할 수 있는 상품인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모리콘은 ‘Pack boy’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저렴한 소재로, 국내 실험환경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마켓 쉐어 1위 ‘Sampling system'사 샘플러 국내 독점 공급
샘플링(Sampling)을 하려면 먼저 시료의 다양한 조건이 고려되어야 한다. 시료가 액상일 경우 고점도인지 저점도인지, 고상일 경우 상층부만 검수할 건지 최하층부까지 검수할 건지, 멸균환경은 요구되는지, 샘플량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검토한 뒤 적합한 샘플러(Sampler)를 사용한다. 
초기 샘플러들은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세척, 건조, 멸균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깨끗하게 세척하더라도 잔여물이 남아 다음 실험에 잘못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미국, 유럽에서는 샘플러를 재사용하기 보다는 한번 또는 하루 사용하고 폐기할 수 있는 1회용 플라스틱 샘플러가 개발되어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완벽한 세척 없이 샘플러를 재사용하면 이는 실험의 오차로 이어지고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발성으로 사용하고 폐기하는 1회용 샘플러는 반복사용으로 인한 교차오염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으며, CV(세척 밸리데이션)에 소요되는 시간적, 인적, 환경적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최근 국내에서도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모리콘은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Sampling Systems'사와 손잡고 국내에 다양한 샘플러들을 공급하고 있다. 1,500여 종의 샘플러를 처음 접하는 고객들은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모리콘은 컨설팅을 통해 시료를 채취하는 실험 환경과 목적, 방법에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시연(Demo)을 통해 제품의 성능과 효과를 경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번거로운 CV 과정을 거치지 않는 1회용 샘플러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모리콘에 컨설팅을 요청해 온 고객들은 이렇게 다양한 일회용 샘플러들이 있다는 걸 알고는 반가워하시죠. 그런데 가격을 듣고는 놀라십니다. 1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리기엔 다소 비싸기 때문입니다.”

 

친환경적인 ‘1회용 종이 샘플러’ 국산화 시도 
샘플러들은 유럽, 미국보다 아시아에 유통될 때 비용이 더 비싸진다. 또 유럽, 미국 쪽의 실험패턴에 맞게 개발된 터라 국내 고객들이 쓰기 불편한 기능도 있다. 다양한 고객들을 컨설팅하고 그 반응을 지켜본 모리콘은 수입된 샘플러보다 더 유용한 소재를 쓰면서 가격은 저렴한 샘플러를 개발해 보기로 결정했다.

“개발 초기에는 외국 브랜드를 벤치마킹할 수밖에 없었지만, 모방이 아닌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국내 실험환경 및 사용자 편의에 맞춰 디자인과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샘플러의 소재를 다양화시키는 시도를 했죠. 그러다 종이를 소재로 한 샘플러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종이는 플라스틱에 비해 화학반응도 적고, 폐기물이 없는 친환경적인 소재다. 전 대표와 직원들은 소용량을 샘플링할 때는 종이 소재의 샘플러가 플라스틱 소재보다 낫다고 판단했고,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용량의 샘플러를 먼저 출시했다. 그렇게 개발된 ‘1회용 종이 샘플러’는 지난 3월 특허출원이 완료되어 판매 중에 있다.

 


모리콘의 종이 샘플러는 용도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종이 스푼처럼 보인다. 사용방법도 간단하다. 점선이 파여진 대로 접어서 쓰는 것. 이렇듯 단순해 보이는 외관이지만 기존 스테인리스 재질 샘플러의 기능들을 최대한 가져오기 위한 노력이 집약되어 있다.
샘플러는 분석하고자 하는 시료들과 반응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모든 시료는 소량의 물분자를 함유하고 있다. 문제는 모리콘의 샘플러가 물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 종이 소재라는 것이다. 만약 종이가 물을 미량이라도 흡수하면 정량 실험에서 오차가 발생하고, 물을 흡수하지 않도록 코팅을 하면 시료와 반응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팅을 하지 않고도 코팅한 효과를 내도록 특별한 프레스방식을 사용해 종이 표면을 가공했다. 그 결과 시료가 닿는 쪽은 코팅을 한 듯 매끄럽다.
커팅에도 신경을 썼다. 대량의 종이를 자르게 되면 미세한 먼지, 미립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이 0.0001mg에 불과할지라도 정밀한 실험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그런 오차가 발생하지 않는 커팅기술을 사용했다.

“먼지 한 톨처럼 별것 아닌 것도 아주 정밀한 실험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정밀하고 완벽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 항상 고민하죠. 모리콘은 미립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100% 완벽한 생산조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리콘의 종이 샘플러는 ‘KOREA LAB 2014’에 출품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 현재 식약청을 비롯해 신풍제약, 부광약품, 동국제약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뜨거운 반응은 없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는 게 전 대표의 설명이다. 일본으로의 수출길 또한 열릴 전망이다. 일본의 종합 Lab Supplier 애즈원(As One)이 모리콘의 종이 샘플러를 관심 있게 보고 2016년 카탈로그에 실어 판매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해온 것이다.

“아직은 우리가 고객들을 설득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종이 샘플러의 시험성적서 등을 바탕으로 제약회사나 유관기관에 소개하고 있죠. 우리의 힘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굳이 해외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수입해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모리콘은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샘플러를 용량별로 다양화 하고, 멸균된 제품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아직은 자금상의 문제로 시도하지 못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샘플러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샘플러 개발에 주력… 가치를 전달하는 기업되겠다 
모리콘은 2006년 전승화 대표 1인 기업으로 시작됐다. 그러다 사업에 비전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같은 학과 동기였던 정호민 이사를 영입해 현재는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모리콘은 설립 이후 매년 2배 가량의 매출 신장을 이뤄내며 유통에서 수입, 다시 제조로 사업영역을 안정적으로 이동시켰다.
LC 컬럼을 비롯해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모든 장비들에 대한 비교 분석 컨설팅은 여전히 모리콘 매출의 약 20%를 책임지는 중요한 사업 영역이다. 브랜드별 장단점과 가격대비 성능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고객들의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다. Lab 소모품 유통 역시 매출의 40% 가량을 책임지며 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전 대표는 현재 모리콘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샘플러 쪽이며, 이 분야에 승부를 걸 계획이라고 말한다. 또한 어렵게 개발한 제품이 수입품보다 성능이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외면 받지 않도록 국내 제품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길 희망했다.

 

“모리콘은 가치를 전달하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단순한 제품 전달자 역할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와 기술을 전달해 효율적인 연구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파트너가 되길 원합니다. 또 이익의 일정 부분을 꾸준히 장비국산화에 투자해 국가경제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1회용 종이 샘플러 300개 한 팩의 가격은 27,000원. 개당 100원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수입 플라스틱 샘플러는 가장 저렴한 것이 개당 1,000원이며, 비싼 것은 개당 30,000원에 이른다. 만약 수입되는 샘플러들이 모두 국산화된다면 외화 낭비를 막는 것은 물론 외산 제품에 의존하지 않고 세계 시장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수입 장비 및 도구들을 국산화하는 것은 범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모리콘의 전승화 대표, 정호민 이사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재미있고 설렌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큰 시장은 되지 않더라도 더 큰 안목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모리콘. Lab 장비 국산화를 시도하는 모리콘의 도전이 국내 Lab 장비 제조의 근간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손지혜 기자 reporter3@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4년 1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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