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AY만으로 해부 없이 실험동물의 체성분 정밀히 확인
특화기술 기반 의료 및 연구 장비 개발기업
(주)메디코어스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 논란과 유용성 논란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으며 그 윤리적, 인도적 대응을 위한 기준이 마련되고 시행되어 왔다. 특히 유럽은 적어도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했고 유럽에 판매하고자 하는 화장품 역시 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동물실험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적 있을 만큼 무분별한 동물실험이 이루어지는 나라로 꼽혔는데 뒤늦게나마 관련 법안이 마련되었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 ㈜메디코어스는 작은 동물에 대해 DXA기술 기반의 X-ray 촬영만으로 체성분을 정밀하게 알아낼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동물실험과 동물의료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장비를 활용하면 보다 정확한 결과값을 얻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동물실험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동물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Technology Makes Life
㈜메디코어스(대표 윤귀영)는 2013년 6월에 설립된 신생기업으로 인체용 의료기기 관련해 오랜 경험을 축적한 멤버들로 구성되어있다. 윤귀영 대표만 해도 20여 년 간 글로벌 의료장비 기업 등에서 초음파 골밀도측정기, 초음파 스캐너 진단기,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 등을 직접 개발해왔다. ㈜메디코어스가 이달 초 출시한 첫 제품 InAlyzer는 인체용 X선 기술을 인체보다 훨씬 작은 동물에 대한 연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이다. DXA(Dual-energy X-ray absorptiometry) 기술을 기반으로 간단한 X선 촬영을 통해 동물의 골질량, 근육량, 지방량을 정밀하게 분석해 낼 수 있으며 골밀도, 지방률 등의 정보도 제공한다. DXA란 방사선이 생물체를 투과할 때 에너지가 다른 두 가지 엑스선에 대해 각각의 감쇄 정도 차이를 분석하여 대상물질의 성분을 분석하는 기술로 인체용으로는 골밀도 측정에 많이 사용되어왔다.
윤대표는 “DXA기술은 현재로서 실험용 동물을 해부하지 않고도 체성분을 정밀하게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이러한 기능의 제품은 전 세계에 저희 제품이 유일합니다. 기존에 출시되었다가 단종된 수입산이 있지만 스캔영역의 크기, 해상도 면에서 InAlyzer의 성능이 몇 배 월등합니다. DXA기술을 기반으로 성분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 Dual energy 데이터를 획득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적용 될 수 있는데, 저희는 고해상도 이중에너지 X선 데이터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는 스캔 방식에 대해 특허를 출원 중입니다.”라며 기술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비쳤다.
현재 출시된 제품은 대학병원 등 비임상 수행기관 및 제약회사, 기능성 식음료 관련 회사 등 동물 실험을 수행하는 연구기관들을 대상으로 개발되었는데, 수의과대학 및 동물병원 등에서 진료용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문의도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메디코어스의 회의실 칠판에는 쥐가 납작하게 엎드려 있는 그림 등이 그려져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람과 달리 동물은 x선 촬영 시 제어가 안되어 마취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몸체가 작은 실험동물들은 마취만으로도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는데, 마취 없이 촬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유롭게 아이디에이션한 그림들입니다.” 라는 설명이다.
DXA기술을 응용해 다양한 분야에서 삶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장비군을 늘려갈 계획이라는 윤대표는 장비개발에 있어서도 기술을 응용하고 접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현재는 실험실용, 동물용 장비를 개발했지만 적용 가능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인체조직 성분 분석을 통해 암의 발병 위험을 이른 시기에 진단할 수 있는 의료장비,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의료 분석 장비 등 폭넓은 분야의 제품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열정, 신뢰, 창조, 조화를 회사의 구성원이 갖춰야 할 핵심 코드로 생각하며 Technology Makes Life 라는 슬로건처럼 기술이 삶을 만든다는 이념과 특화되고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각종 의료 및 관련 연구 장비를 개발하는 기술 중심의 회사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실험동물의 희생 줄이고, 연구자와 수의사의 방사능 조사량 줄여
보통의 의료, 실험용 영상장비는 촬영된 영상결과물을 보고 사람이 병변이나 구조적 문제를 해석 및 판단한다. InAlyzer는 장비자체가 영상 안의 특정한 값을 알려준다. 골밀도, 지방량, 근육량 등 체성분을 알아내고 그 성분들이 섞여있는 조직에서도 각각의 질량값을 알아낼 수 있으며 부위별 무게 측정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살아있는 상태에서 촬영된 동물의 머리 무게, 다리무게 등 각 부위별 무게만 따로 정확히 알 수 있으며 개체마다 고유한 무게중심점의 위치까지 찾을 수 있다.
“기존에 해부 없이 이러한 결과값을 원할 경우 micro CT나 MR 장비를 활용했는데, 각 슬라이스된 단면들을 일일이 계산하는 복잡한 방법이었고 그 결과값 또한 비정확했습니다. 해부를 할 경우 해부 시간만도 수 시간이 들었고요. 만약 어떠한 약물 효과의 1주차, 2주차 결과를 추적하는 실험을 해부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1주차 된 실험용쥐들을 해부해 결과를 얻은 후 나머지 쥐들은 살처분하며 또다른 실험군을 2주 동안 키워 해부하여 2주차 결과물을 봐야 했습니다. 1주차의 개체와 2주차의 개체가 다르다는 것 또한 정확한 실험결과 도출에 영향을 끼칩니다. InAlyzer로는 실험동물을 죽이지 않고 1분이면 정확한 결과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간과 희생동물 수를 크게 줄이면서 동일한 개체로 지속적 연구가 가능합니다.”
InAlyzer는 동물 의료 시장 쪽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반려동물 문화가 부각되면서 반려동물의 진료와 질환 예방을 위해 적지 않은 요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대표가 개발 시 주목한 점은 연구자의 방사선 조사를 최대한 막는 것이었는데, 이점은 동물 진료 분야에서도 특별히 주목할 만한 상황이다. InAlyzer는 기존 동물병원의 X-ray장비 대비 30분의 1 정도의 선량으로 촬영 되며 연구자의 방사능 조사 차단을 위해 납으로 철저히 차폐하고 원격 카메라와 외부 PC 연결을 통해 결과값과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동물병원에서 사용되는 X-ray는 인체용 DR장비를 동물용으로 소프트웨어를 보강한 정도인데, 성능이 낮은 X선 장비로 더 좋은 영상을 얻기 위해 더 세게 방사선을 조사합니다. 문제는 동물을 마취하지 않고 주인과 수의사가 함께 붙잡고 촬영하는 점입니다. 현재 InAlyzer는 실험동물을 겨냥한 장비로 약 70cm 이하의 동물들을 넣을 수 있지만 조만간 1m짜리 스캔면적을 가진 동물병원 장비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말 같이 큰 동물의 전신을 한번에 찍을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세계수준의 초고해상도 구현 기술
몸무게 20g의 실험용쥐를 검사하기 위해서는 인체용보다 훨씬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인체용 장비로는 쥐를 찍으면 결과값이 나오지도 않고, 하이엔드 장비라 해도 해상도가 많이 떨어져 오차가 크며 비싸다. 인체용 장비의 해상도는 1mm이나 InAlyzer는 0.1mm이며 게다가 저선량으로도 초고해상도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메디코어스의 특허출원 기술은 센싱과 스캔을 하면서 영상을 얻는 독특한 방식이다. CCD센서를 이용하면서 하이에너지와 로우에너지를 각각 한번씩 스캔하는 방식으로 굉장히 비용효율적이며 기존보다 10배 이상의 해상도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계속해서 해상도가 좋아지고 있는 디지털 센서를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다.
“초고해상도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 제품이 현재 출시된 장비 중 가장 정밀한 결과값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체용 장비를 실험용으로 쓰는 것에 비해 무엇보다 결과의 정확성이 월등하고 가격은 3분의 1~2분의 1로 경제적이며 실험 공간적인 면에서도 효율적입니다.”
㈜메디코어스는 고가의 부품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2년 무상 A/S를 기본 정책으로 삼고 있다. “시장에 없던 장비를 출시하는 만큼 활발한 프로모션을 준비 중입니다. 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에 관련한 신고 절차 등도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협의하고 조치해 드리는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특히 설계 시부터 AS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개발해 국내외 대리점에서 쉽게 AS가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꿈과 비전이 모여들고 자라는 기업으로
㈜메디코어스는 이번 달 출시한 InAlyzer를 통해 이달 21일부터 23일까지 여수 국제 실험동물학회 전시를 필두로 2018년까지 연매출 100억 돌파를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약간의 설계 변경을 거쳐 올해 안에 유럽과 미국 수출을 위한 인증을 획득할 계획이다.
“매출 목표는 예상 매출이 아니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InAlyzer를 기반으로 박차를 가하고, 이후 의료 관련 사업분야를 기반으로 매출 1000억을 이루면서 보다 다양한 사업분야로의 확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2050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제가 80세가 됩니다. 건강관리부터 잘 해야겠지요.”
윤 대표는 세계최고의 복리후생제도를 갖춘, 꿈을 가진 사람들이 꿈을 실현해나가는 기업으로 ㈜메디코어스를 꾸려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비전은 머릿속에 사진 한 장으로 상세하게 그릴 수 있는 명확한 꿈입니다. 비전은 스스로 꾸미고 스스로 그 꿈을 실현해나가야 합니다.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 또 이를 지지하는 기업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4년 8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