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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서형탁 교수


에너지 패러다임의 개혁, 빛에서 ‘힘’을 만들다

가시광 흡수·방출하는 산화물 나노튜브 개발

아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서형탁 교수 


친환경에너지는 21세기 과학기술의 최대 화두다. 특히 태양광에너지는 차세대 에너지 시대를 맞아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태양광에너지는 여전히 비용 대비 효율이 낮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진정한 차세대 에너지로 거듭나기 위해 효율은 극대화하고, 비용은 최소화할 기술혁신이 절실한 가운데 아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서형탁 교수 연구팀이 괄목할만한 연구성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태양광 흡수율을 4배 높인 금속나노입자 개발과 가시광 흡수율을 3배 이상 높인 산화물 나노튜브 개발에 연달아 성공하면서 태양광에너지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가시광 흡수율 350% 높인 산화물 나노튜브 개발
반도체의 특성을 띠는 나노 구조 산화물은 합성이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한데다 표면적의 극대화가 가능해 에너지 소자나 전자 소자의 재료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특히 이산화티타늄(TiO2)으로 대표되는 광기능성 산화물은 최근 저가형 고효율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광촉매, LED, 투명광센서 등 차세대 에너지 소자로의 적용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 소자로서 산화물의 광기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이 가시광의 흡수와 방출입니다. 하지만 이산화티타늄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용 산화물은 자외선 영역의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고 가시광 영역에 대한 흡수?방출은 미비한 수준이었죠. 이것은 태양광을 흡수하거나 가시광을 방출해야하는 에너지 소자에는 적절하지 못한 특성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기존에는 가시광의 흡수와 방출을 위해 저농도의 불순물을 임의로 넣어주는 화학적 도핑을 통해 나노 구조 산화물의 전자구조를 원하는 대로 개선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도핑 공정이 복잡하고 불순물이 중금속 등 고가이거나 획기적인 가시광 흡수율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복잡한 구조물에서 균일한 농도의 화학적 도핑이 이루어져야 하는 기술적인 난점이 존재했다.
이에 서형탁 교수 연구팀은 간단한 열처리 공정으로 나노튜브 내·외벽의 표면하부 2nm 내에 균일하게 탄소를 도핑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기존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 특히 이를 적용해 가시광 흡수율(흡수율 값 1은 완전 흡수를 의미)이 도핑하지 튜브의 0.1에서 도핑 후에 0.4로 약 350% 증대되고 가시광 방출이 일어나는 이산화티타늄 나노튜브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다양한 광기능성 소자로 응용 기대
연구팀은 전기화학적 방법을 이용해 튜브벽의 두께가 10nm이고, 내부 공동의 지름이 100nm이며, 길이는 12?m로 종횡비가 1:100에 이르는 이산화티타늄 나노튜브를 합성했다. 그리고 합성 후 순수한 이산화티타늄을 얻기 위해 합성과정에서 남은 탄소 잔류물을 수 시간 동안 고온에서 태웠는데, 이 과정이 생산수율을 떨어뜨렸다는 설명이다.
“30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고온 열처리해 표면 불순물을 제거하는 동시에 탄소를 나노튜브 표면 원자들 사이의 빈자리(침입 간 틈 자리, interstitial site)에 위치·결합시키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그 결과 이산화티타늄 전자구조에 탄소도핑으로 인한 국소적 에너지 준위가 생겨났고, 이로 인해 광학적 밴드갭을 자외선 영역인 3.2eV에서 태양 가시광의 중심영역인 1.7eV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 가시광 흡수율이 350% 증가되었는데, 이 같은 흡수율 증대 효과는 보고된 산화물 도핑 효과 중에 최고 수준이다. 또한 기존에 보이지 않던 가시광 영역의 광방출 효과도 관찰되었고, 전자구조 분석 결과 나노튜브의 특성상 전하가 표면의 국소적 에너지 준위에 포획되어 전하수송이 느려짐을 발견했다. 이에 연구팀은 보호막을 추가로 도포해 전하 수송 저하 없이 변환효율 4.9% 정도의 염료감응형 탄소 도핑된 이산화티타늄 나노튜브 태양전지를 제조했다.
“가장 널리 활용되는 나노구조 이산화티타늄 산화물의 획기적인 가시광 흡수율 증대 효과로 인해 태양광 흡수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에너지 소자 즉, 태양전지와 태양광촉매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뿐 아니라 도핑에 의한 밴드갭 조절을 통해 다파장의 투명 가시광센서 및 광방출을 이용한 LED 발광체로도 활용가능 할 전망입니다. 또한 이번에 개발된 탄소 표면 도핑기법은 여타 산화물 나노 구조체에 적용가능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형탁 교수 연구팀이 한양대 전형탁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Journal of Physical Chemistry C’ 2013년 8월 1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Journal of Physical Chemistry C’지는 미국화학회에서 출판하는 물리화학 분야 국제학술지로, 총 134개 물리화학분야 SCI 학술지 중 피인용지수 상위 20%에 속하는 권위 있는 저널이다.

 

 





태양광 흡수율 400% 높은 나노입자 개발
앞서 서형탁 교수 연구팀은 전기전도성이 있는 산화물질 ‘루테늄옥사이드(RuO2)’를 이용해 기존보다 태양광 흡수율이 400% 높은 금속나노입자를 개발하며 학계와 산업계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태양전지는 일종의 작은 발전기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광 흡수체 물질은 태양광 흡수율이 높아야 하고, 전기가 잘 통해야 한다. 기존에는 광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금·은·백금 등의 고가의 귀금속 재료를 활용해 왔다. 이에 연구팀은 원가를 낮춰 실생활에 이용할 수 있도록 루테늄(Ru)을 산화시킨 루테늄옥사이드(RuO2)가 태양광 흡수율이 우수할 뿐 아니라 전기도 잘 통한다는 성질을 이용했다.
루테늄옥사이드를 이용해 연구팀이 보유한 ‘원자층 증착기술(원자를 한 층씩 쌓아올리는 기술)’을 활용, 균일한 나노입자층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기존의 용액합성법보다 태양광 흡수율이 400% 향상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서형탁 교수의 박사 후 과정(Post Doctor)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수여할 당시 연구 주제가 반도체를 보다 집적화하는 분야(차세대 트랜지스터-고유전체 절연막)였습니다. 이어 박사 후 과정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연구소인 로렌스버클리 연구소에서 보냈는데, 이 때 수행한 연구가 태양광에너지에서 전기에너지나 수소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태양광 촉매’에 대한 연구였죠. 이번 연구성과는 그동안 수행해 온 연구가 기반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에너지의 흡수율을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금속나노입자를 개발한 것이니까요. 다시 말해 루테늄(Ru)을 산화시키고(RuO2) 이를 20나노미터(nm)로 작게 만들었더니, 그 나노입자의 태양광 흡수율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루테늄옥사이드가 태양광 흡수율을 높일 뿐 아니라 ‘빛의 방출’에도 놀라운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레이저를 물체에 쏴서 고유의 발광을 측정하는 방식인, 빛 발광에 적용했더니 밝기가 2.5배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이 태양전지와 함께 차세대 조명으로 각광받고 있는 LED(발광다이오드)의 광도 개선에도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임을 증명한 것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서형탁 교수의 연구영역이 신소재를 발견하는 것을 넘어 태양전지 효율성 제고라는 시장성의 발견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했다.
한편, 이번 연구도 한양대 전형탁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되었으며,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지 2013년 7월호에 게재되었다. 이외에도 서형탁 교수는 지난해 박정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태양광을 흡수해 생성되는 핫전자 태양전지 원천기술’을 개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2012 기초연구 우수성과 50선’에 선정되는 등 태양광에너지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현상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다
서형탁 교수가 이끌고 있는 광전자재료 연구실의 가장 큰 특징은 ‘분석’에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소재와 기능의 발견은 우연할 수 있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연에 대한 근거와 과정을 밝히는 것이 전제조건이며, 이것은 연구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동반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연구실은 소재 개발 뿐 아니라 전자구조 특성을 튜닝하는 것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실험이 정교해야 하고, 다각도의 분석이 이뤄져야 합니다. 고기능의 분석 장비들이 있지만, 분석은 장비 보다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관건이죠. 따라서 연구원들에게 분석에 대한 역량을 키워주는 데 더욱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서형탁 교수는 현상을 자신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연구 데이터와 결과를 면밀히 파고들어 해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사람들은 결과가 나올 때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을 항상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대한 발명과 발견은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된 것이 많은 만큼 결과가 자신의 예상과 다르더라도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좋은 연구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서형탁 교수는 연구원들에게 연구는 답이 정해진 일이 아닌 만큼 열린 사고를 가질 것을 강조했다.
“연구자들에게 있어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자세는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에서는 일흔이 넘으신 교수님들도 새로운 연구분야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젊은 교수들에게 거리낌 없이 물어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적인 특성 때문에 조언을 구하는 데 심리적인 어려움을 느끼는 연구자들이 많지만, 이제는 우리도 이러한 벽을 허물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연구풍토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서형탁 교수가 강조하는 점은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는 미국에서 현지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를 수행할 당시의 경험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처음에는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먼저 다가서려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나중에는 그들이 먼저 대화를 건네는 것은 물론 아이디어를 주고받거나 공통의 관심사를 함께 연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 새로운 분야, 새로운 연구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는 서형탁 교수는 연구원들에게 항상 동료들과의 ‘스킨십’이 연구의 초석이자 커다란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효율성 극대화, 그 도전의 길 위에 서다
서형탁 교수는 새로운 존재를 찾아내는 신소재공학에 대해 뻗어나갈 수 있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매력’적인 분야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학문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소재공학은 다양한 학문과 연구 분야 사이에서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연구영역에서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 주고, 기존 물질의 특성을 변형해 제공하는 것이죠. 따라서 활용분야가 굉장히 넓고, 가능성이 무한한 분야입니다. 이제 신소재공학의 타깃팅은 새로운 소재의 발견과 생성을 넘어 그 물질이 적용되어 창출할 이윤과 시장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도 이제 소재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경제의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만큼 신소재공학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신소재공학을 비롯해 다양한 연구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이를 상용화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인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벨상을 수여한 저명한 연구자들의 연구를 비롯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은 새로운 분야에 막 뛰어들었을 때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 따라서 신진연구자들이 연구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태양전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서형탁 교수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효율성을 더욱 높인 안정된 차세대 태양전지 시스템 개발’을 향하고 있다.
“지난 연구가 태양광의 흡수, 즉 얼마만큼 빛을 잡아내느냐에 대한 연구였다면, 다음 연구는 태양광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된 후 열에너지로 빠져나가는 것을 얼마나 빨리 막아내느냐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양전지를 포함해서 모든 반도체와 기기들이 열을 받으면 그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초고효율의 태양전지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태양광에너지로 전환해 화석연료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는 것은 인류의 오래된 꿈이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서형탁 교수는 ‘효율성 극대화’라는 목표를 향해 앞으로도 계속 달려갈 계획이다. 태양이 우리의 진정한 에너지원이 되는, 에너지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그 날을 위해 그는 오늘도 도전의 길 위에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안유정 기자 reporter@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3년 1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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