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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자동차 전자제어연구소’ 선우명호 교수

 대한민국의 월드클래스 엔지니어

한양대학교 ‘자동차 전자제어연구소’ 선우명호 교수 



대한민국 최초의 자동차는 1975년에 제작된 현대자동차의 ‘포니’로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순수 국내기술로 이루어졌다. 이후 아시아의 작은 나라는 20년 만에 세계각국에 연간 20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자동차 수출강국이 되었고 그 명성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기술의 변화를 살펴보면 단순한 이동수단을 뛰어넘어 첨단기술의 융합체가 되었고, 이제는 차 안에서 TV나 영화를 즐기는 것은 물론 교통체증이 적은 도로로 안내 받아 목적지까지 빠르게 갈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이와 같이 눈에 보이는 기술은 물론 효율적인 주행과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수많은 기술들이 자동차에 융합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할 차세대 자동차산업의 기술육성을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세계의 신기술과 표준기술을 발 빠르게 전파하는 한양대학교의 ‘자동차 전자제어연구소’ 선우명호교수를 찾았다.

 

 

Q. 자동차전자제어연구소는 어떤 연구를 하나요?
A. ACE Lab 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소(Automotive Control and Electronics Laboratory)의 약자로 차세대 자동차 전자제어 분야의 국내최고 연구기관입니다. 21세기 자동차산업의 주요 핵심기술은 기계금속재료분야에서 전기전자정보통신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찍이 선진국은 관련 분야에 많은 투자를 지속하면서 핵심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1993년에 미국GM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귀국해보니 대한민국의 자동차 전자시스템분야가 상대적으로 너무나 취약했기에 독자 설계기술력 향상을 목표로 연구소를 만들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전자제어는 컴퓨터로 자동차의 각 부분을 제어하는 기술인데, 자동차는 크게 파워트레인, 섀시, 차체로 나뉘며 각 부분에 전자제어장치가 작용하여 운행됩니다. 고급승용차의 경우에 해당부분에 들어가는 컴퓨터 제어장치가 약 130개 이상이 되기도 하고, 일반승용차의 경우도 30~40개 가량 들어가지만 일반 운전자는 전자제어시스템이 어떻게 구동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전자제어시스템은 엔진을 제어하고 변속기를 제어하기도 하는데,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으면 컴퓨터로 엔진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최적의 연료와 점화장치의 점화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그에 따른 최적의 운전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최근 출시된 자동차의 경우 운전석 시트 속에 모터가 11개 정도 들어가는데 60~70km/s로 주행하다가 급하게 코너를 돌아도 운전자는 물론 자동차도 문제없이 주행 가능합니다. 시트자체에서 능동적으로 작동하여 운전자의 몸이 밖으로 쏠리지 않도록 시트 옆과 머리 쪽에서 잡아주게 됩니다. 또한 자동차의 무게중심에도 관여하여 차체를 안정되게 유지하여 차량이 전복되지 않도록 하고, 접지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빠른 속도로 회전할 수 있게 하는 등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해줍니다. 비나 눈 오는 날 차선변경을 할 때 미끄러짐을 완화시켜 주는 것도 자동차 전자제어 기술의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기본기능인 교통수단의 역할을 수행하고 더불어 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며, 차안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주고받는 기능까지 제공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바로 자동차 전자제어 시스템이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Q. 세계 속의 대한민국의 연구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A. 대표적으로 미국, 일본, 독일 등 관련분야에서 우수한 국가가 있습니다. 1993년만 하더라도 자동차 전자제어와 관련된 연구를 하는 곳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 들어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연구기관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기술과 비교한다면 어떤 부분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의 높은 수준을 갖고 있는 기술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과 같이 연구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지속한다면 10년 후에는 대한민국 자동차 전자제어 기술이 세계최고의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연구소의 대표적인 연구 성과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ACE Lab은 산업체와 많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특히 현대자동차는 귀국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16년째 관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연구 성과를 하나하나 다 언급할 수 없지만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에 대한 기술을 교육하고 이전시키기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며, 그 프로그램은 각 기관의 연구원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교육할 수 있도록 지식경제부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최고의 연구소를 지향하는 ACE Lab은 연구를 진행하는 구성원들 또한 그 실력을 인정받아 연구소를 졸업하고 세계유명기업으로 취업은 물론 교류를 진행하기도합니다. 영국의 자동차설계 용역회사인 리카르도에 취직한 후 산학협력관계를 맺게 하여 방학을 이용한 인턴쉽 기회제공을 시작한 사례도 있었고, 독일의 벡터에 연구원으로 가는 학생도 있습니다. 함께 연구하던 학생들이 세계의 무대에서도 인정받고 연구한다는 것은 교육자로서 또한 함께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상당히 감동적인 일들입니다.

 


 

Q.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위해 정부와 기업에서 관심이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나요?
A. 2009년도 수능을 응시한 학생은 56만 명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 수리2를 본 이공계열 학생이 12,000명에 불과한데 이는 미적분을 풀 수 있는 학생이 12,000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대한민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 문제는 앞으로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국가와 기업에서는 이런 현상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국가에서는 세계의 무대에서 경쟁하는 우수한 연구소에 더욱 관심을 갖고 신경 써서 전폭적인 지원을 함으로 해당 연구소가 세계 속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Q. 연구하시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A. 자동차 전자제어분야는 기계적인 기술과 전자기술이 융합된 기술입니다. 연구원들도 30%가 전자공학 출신이고 60~70%가 기계분야 출신지만 결국 기계, 전자, 컴퓨터등 모든 것을 소화해야 훌륭한 연구 성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1993년 미국 GM연구소에서 한양대학교에 설립된 자동차공학과로 부임해오면서 세계적인 연구소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정부지원과제를 신청할 때도 관계자들은 기계기술과 전자기술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기계기술 쪽에 과제를 신청하면 전자기술 쪽을 이해하지 못했고, 전자기술 쪽에 과제를 신청하면 기계기술 쪽을 이해하지 못해 한동안 과제 신청에 있어서 불이익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2000년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인 모토로라와 2010년까지 10년간의 장기 산학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 당시 국내는 IMF 경제위기가 진행중이던 시기였기에 그 의미가 더욱 컸고, 또한 대학의 한 연구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부터 장기 산학연구비를 지원받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그 후 현대자동차, NGV, 현대모비스 등의 기업에서 전자제어시스템 설계 핵심기술인 차량네트워크기술 실용화를 위한 공동연구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연구소 및 선진업체에 주목받게 되면서 2005년 세계적인 수학소프트웨어 회사인 mathworks에 ACE Lab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25년 정도 자동차와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대한민국에서 불모지와 같던 자동차 전자제어분야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갖게 했다는 것은 매우 뿌듯한 일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대한민국의 자동차 전자제어 기술이 세계의 일류업체들과 경쟁해도 뒤지지 않는 위치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는데 보람을 느끼고, 지금까지 ACE Lab을 거쳐 갔던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 일군 뿌듯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훌륭한 학생들이 그런 활동에 동참하고 싶어서 연구소에 들어오려고 하지만 연구비의 한계로 많은 인력을 운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Q. 2008년 ACE Lab에서 ‘지능형 모형차 설계 경진대회’를 주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대회인가요?
A. 전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회로 2003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후원을 받지 않고 있으며 대학생 대회 중에는 이례적으로 학생들로부터 참가비를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0팀이 넘게 지원을 하는데 100팀으로 제한을 두기엔 실력 있는 팀이 너무 많아서 120팀으로 조정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의 대학부터 제주도에 있는 학생들까지 많은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회도 매년 더욱 발전하여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중국에서도 자체적인 대회를 시작했는데 국토의 넓이만큼이나 관심을 갖고 참가하는 대학생의 숫자도 많고 한해에 1000팀이 결승을 치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한국,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4개국이 하나 되어 제1회 Asia Smart Model Car Challenge 2009가 8월에 올림픽체육관에서 진행되며 ‘지능형 모형차 설계 경진대회’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지원 없이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서 대학생들은 물론 많은 관계자들이 자동차전자제어는 물론 관련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건강관리나 여가시간은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A. 운동을 좋아하는데 일과를 마치고 집 근처에서 조깅을 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고, 학생들과 함께 농구를 하거나 축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한양대학교 내에서 진행되는 대학원 체육대회에 참가하면 ACE Lab은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편이며, 연세대학교 내연기관연구실험실과는 정기적으로 경기를 합니다.

 


 

Q. 대한민국에서 ‘자동차 전자제어 연구’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지침이 될 말씀이 있다면?
A. 많은 시간 노력하고 성과를 거두는 근면 성실한 학생도 많이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적당히 공부한 후에 높은 성과를 기다리곤 합니다. 학생이라는 직업은 공부를 하며 학문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 본업인데 공부가 아닌 다른 일들을 하다가 남는 시간을 이용해 공부를 하려고 하는 일부학생들을 볼 때 안타깝습니다. 일반 직장인도 한 주에 40시간 이상 업무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학생도 그렇게 해야 하며, 더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월드컵에 나갈 수준이 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또한 함께 연구하는 연구원들에게도 항상 세계 최고가 되라고 이야기합니다.

 


 

Q. 2009년에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A.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는 만큼 연구에 더욱 신경 써야겠고 논문도 써야할 것입니다. 한편으론 한국자동차공학회 학회장으로 있는데 세계의 자동차시장이 모두 어려운상황이라 고민이 많습니다. 현대자동차도 생산계획을 줄이고 있고 세계의 많은 자동차 기업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더욱 정신을 차리고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기술의 패러다임이 기계금속재료에서 전기정자정보통신으로 바뀌는 시기이고 친환경적이고 인간친화적인 자동차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대한민국이 지금의 환경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전략을 세운다면 자동차 선진국들 가운데서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위기가 오면 약자는 도태되기 마련이고 강자는 더 강하게 발전하고 일어납니다. 불안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실행하다 보면 세계시장에서 더욱 깊은 뿌리를 내리고 발전하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글로벌인재는 어떠한가요?
A. 글로벌인재는 개인의 무대가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인재가 진정한 글로벌인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학은 물론이고 세계시장에서도 뒤지지 않는 자신만의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ACE Lab에서는 모든 세미나를 영어로 진행하며 글로벌인재를 배출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모두들 건강지키시고 2009년에는 힘내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항상 연구원들에게 세계최고가 되라고 말하며 경쟁상대를 대한민국의 기업이 아닌 미국, 일본, 독일을 상대로 연구에 정진하라고 말하는 선우명호 교수는 학부생들에게 ‘월드클래스 엔지니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학부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실현하게 하기위해 연구소의 인턴쉽 제도를 도입했는데, 학부생들에게는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연구들을 체험하는 기회를 갖게 하고 연구소 측에서도 연구에 필요한 역량을 지닌 인재인가 사전에 알아보는 활동을 하게한다. 목표한 바를 성취하기 위해 정진하는 그의 추진력은 함께 연구하는 연구원들에게도 많은 귀감이 되는데,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일을 관리하고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배운다는 연구원들에게 선우명호교수는 단순한 연구교수 이상의 참된 스승의 존재이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세계최고의 연구를 대한민국에서 또한 대학의 연구소에서 진행했고, 세계의 유명회사의 고급승용차에 대한민국의 자동차 전자제어 연구가 적용되어 세계 전역을 누비는 것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더욱 주목받고 발전하는 ACE Lab이 기대되는 인터뷰였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09년 2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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