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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 나노소자연구실 박지용 교수

  나노소자 연구의 미래를 열어간다

아주대학교 나노소자연구실 박지용 교수



  나노(NANO)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된 말로 10억분의 1m정도의 단위를 나타낸다. 굵기로 따지자면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이 된다니 그 미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나노미터(nm) 단위에서 이뤄지는 나노테크놀로지는 물질을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분석, 조작하는 기술이다. 즉, 물질의 설계도인 결합구조에 맞춰 원자들을 기계적으로 적절히 결합시킴으로써, 원자들로부터 그 무엇이든 필요한 물질을 제조하는 것이다. 반도체 미세 기술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연구되기 시작된 나노기술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지만 앞으로 기술의 발전에 따라 무한한 응용이 가능한 미래가 주목되는 분야이다.
특히 최근에는 반도체를 대체할 나노전자소자, 나노광소자를 실현하려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물질로 탄소나노튜브와 반도체나노막대가 그것인데, 작은 크기와 우수한 성능 또한 전기적, 광학적으로 훌륭하여 반도체를 대체할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 나노소자를 개발하고 특성을 측정하는 데 있어서 소자의 평균적인 특성을 측정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아주대학교 나노소자연구실의 박지용 교수는 특정부분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내부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로 연구를 진행 하고 있었다.

 


 

유난히 조용했던 아주대학교 캠퍼스에는 학기말 시험이 한창이었다. 따듯한 겨울햇살을 맞으며 종용히 캠퍼스를 둘러본 후 아주대학교의 상징인 선구자상을 지나 박교수의 방을 찾을 수 있었다.
아직 가르치기보다 함께 배우는 입장으로 인터뷰까지 할 단계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는 박교수의 모습에서 겸손함이 느껴지는 인터뷰였다.

 

Q. 특별한 방법으로 나노소자를 연구하시는데 시작하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원래 공부했던 것은 물질의 표면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이라는 현미경으로 측정을 했는데, 이 장비는 날카로운 바늘을 표면에 원자 3-4개쯤 떨어질 정도로 미세하게 접근해야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박사과정 중에는 극저온, 초고진용 STM을 직접 만들어서 반도체, 금속등의 표면의 원자들의 배열이나 형상을  연구했습니다.
그 후에 미국 코넬대학에 박사후 연구원으로 다녀왔는데 그때 만난 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전자소자를 만들고 전기적인 특성을 연구하는 그룹이었는데, 이전에는 표면만 관찰했었지만 그곳에서는 탄소나노튜브를 키우는 방법, 반도체공정을 이용하여 소자로 만드는 방법, 소자를 만들고 전기적 특성을 측정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연구했습니다. 귀국한 후 아주대학교로 오게 되었고 과거의 경험과 기술을 살려서 연구를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Q. 기존의 방법과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e)현미경의 변형인 AFM(Atomic Force Microscope)현미경이 있는데 STM보다 해상도는 약간 떨어지지만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아도 측정이 가능한 기기입니다. 이 AFM을 이용하여 연구했습니다. 보통 소자를 만들면 그 소자에 대해 측정을 합니다. 전기적인 특성을 측정하여 “이것은 트랜지스터의 특성을 띈다.” 혹은 “반도체의 특성이다.” 정도의 결과에 그쳤습니다. 소자내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고해상도 현미경 기술을 접목하려 AFM을 이용하여 내부에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소자 혹은 물질이 갖고 있는 전기적인 특성정보를 알려고 노력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탄소나노튜브나 반도체물질로 된 나노와이어, 선, 막대를 이용한 소자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Q. ‘나노소자’라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은나노’와 같은 맥락에서 나노인가요?
A. ‘나노소자’에서 나노와 ‘은나노’의 나노는 모두 작다는 의미에서는 같은 개념입니다. 은나노는 소재로의 나노로 볼 수 있고, 소재를 이용하여 전기적인 또는 광학적인 일을 하는 것이 소자입니다.
가령 전자소자인 트랜지스터나 메모리 등이 있고, 광소자인 발광다이오드(LED), 레이저 등이 있습니다. 또한 나노라는 말을 붙일 때는 소자자체의 사이즈가 작거나 바탕이 되는 물질이 기존의 반도체물질이 아닌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나 나노선, 나노막대등 나노물질을 이용한 전자소자, 광소자가 있습니다.

 


 

Q. 이런 나노소자는 우리 삶의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A. 아직은 지극히 초기단계입니다. 또한 실리콘을 이용한 기존 기술들이 워낙 발달되어있으니 나노소자가 우리 생활환경에 직접 쓰이기 위해서는 1~2년이 걸릴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는 기존물질들에 비해서 전기적인 특성과 광학적인특성이 좀 더 훌륭한 소자를 쉽고 싸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기존의 소자들을 대체하거나 새로운 기능의 소자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세계적으로 국내 나노소자에 관한 연구의 진척도는 어떠한가요?
A. 소재측면에서 나노물질을 합성하는 기술은 상당히 발달해있습니다. 나노물질만이 갖은 특성을 이용하여 새로운 개념의 소자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방향은 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유인즉 연구하기위하여 필요한 제반사항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학교나 중소기업의 연구자입장에서는 고가의 장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얼마 전부터 연구자 공정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이 정부차원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나노팹센터가 그것인데 대전에 나노종합팹센터를 시작으로 수원에도 나노소자특화팹센터가 생겼습니다. 실제운영을 시작한 것은 2년 정도 되었는데 연구자들의 연구를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고 움직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나노소자에 관한 측정과 장비 면에서는 외국과 차이가 없습니다. 연구자들의 아이디어가 문제일 것입니다.

 

Q. 아주대학교 나노소자 연구실이 다른 연구실과 비교하여 특별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AFM(Atomic Force Microscope)과 같은 장비로 소자 내부를 측정하는데 위치에 따른 전압분포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소자의 내부를 훤히 들여다보는 셈입니다. 또한 전자현미경으로 표면을 보려면 전자빔을 쏘아 표면에서부터 반사되는 전자를 갖고 표면형상을 확인합니다. 반도체와 같은 물질은 전자만 반사되는 것이 아니라 빛이 생성 될 수 있는데 그 발광되는 빛의 종류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CL(Cathodoluminescence)이라는 장비입니다. CL장비를 이용할 경우 빛을 낼 수 있는 반도체나노물질의 빛이 실제로 얼마나 균일한지 위치에 따라서도 알 수 있습니다. 기존측정은 전체적인 것을 보는데 CL기술을 이용하면 내부의 한 점 한 점을 살펴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런 고해상도로 내부를 볼 수 있는 툴을 이용하면 형상뿐 아니라 전기적이고 광학적인 특성을 볼 수 있습니다. 국내는 물론 외국에 이런 것을 이용하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아주대학교로써의 혜택을 받는 부분도 있습니다. 학교의 위치가 수원의 팹센터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어서 학생들이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Q. 연구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A. 목표를 갖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문제점에 봉착할 때마다 하나씩 해결하고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 보람을 느낍니다. 박사과정 중에 STM현미경을 직접 제작했었는데 제작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석사2학년 때 선배들과 함께 시작한 작업이 4년이 지난 후에 후배들과 마무리 되었습니다. 제작하는 과정이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려서 의욕도 많이 꺾였었는데 함께하던 선후배가 많이 의지가 되었고 한편으로는 감시도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만큼 기억에도 많이 남습니다. 그때 제작한 STM현미경은 아직도 서울대학교에서 후배들의 실험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Q.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원칙이 있으신가요?
A. 성실함을 가장 먼저 이야기합니다. 실험하다보면 90%이상의 경우가 잘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의욕도 많이 꺾이고 지치기도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꾸준하게 성실하게 실험에 임해야합니다. 더불어 실험이란 것은 머리가 아무리 좋은 사람일지라도 손을 직접 움직여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시간에 높은 성과를 내기위해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합니다. 책상에 12시간 앉아있어도 12시간 공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짧은 시간 실험하고 연구해도 집중해서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에 가서 연구를 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그들을 보고 느낀 점이 많습니다.


Q. 나노에 관한 연구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지침이 될 말씀이 있으신지요?
A.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치중하지 말고 관련분야에도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 인근분야에서 연구와 관련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으니 시간을 내서라도 화학이나 재료 쪽의 과목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Q.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A. 예전에 비해 과학에 관심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정작 장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는 이공계에 관해서는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부분이나 일 자체에서도 재미있는 점이 많은데 안타깝습니다. 관심만큼 좋은 후학들이 많이 양성되길 바랍니다.

 

나노소자연구분야가 갖고 있는 잠재력과 다양한 활용분야에 관하여 단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박교수와 함께하는 나노소자와 관한 연구결과물들이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하게 될 그날이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되길 바란다. 남다른 연구를 묵묵히 진행하는 박교수의 연구실에서 미래과학을 열어가는 한걸음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09년 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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