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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삼성서울병원) 의과대학 이명식 교수

당뇨병 치료의 한계를 뛰어 넘다당뇨병과 비만 잡을 ‘마이토카인’ 세계 최초 규명
성균관대학교(삼성서울병원) 의과대학 이명식 교수







 

 

 

 

대표적 대사질환인 당뇨병은 현재 국내 인구의 약 10%에 달하는 환자들이 고통 받고 있는 심각한 질병이다. 즉, 한국인 10명이 모였을 때 1명은 당뇨병 환자인 셈. 여기에 비슷한 숫자의 내당능 장애(준당뇨병) 환자까지 포함하면 발병 비율이 매우 높은 질병으로, 향후 고령화와 더불어 환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당뇨병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치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이어졌지만, 현재까지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이명식 교수 연구팀이 당뇨병은 물론 비만까지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마이토카인’ 물질을 세계 최초로 규명함에 따라 당뇨병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저명한 의학 연구자이자, 의사로서 세계의 의학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이명식 교수를 만났다.

 

 


 

 


당뇨병의 근본적 치료 가능성을 열다


한국인의 10%가 앓고 있는 당뇨병은 인간의 평균 수명 증가와 함께 더욱 급증하고 있다. 2030년에는 500만 명 이상의 당뇨병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이는 비단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평균 정상 혈당군에 비해 6~10년 정도의 수명 감소를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성이 대두된다.


현재까지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거나 인슐린 저항성을 경감시켜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나타내는 당뇨병 치료제를 통해 고통을 견뎌 왔다. 하지만 당뇨병 발생의 보다 근저에 위치한 발병의 병태생리에 불분명한 점이 많아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당뇨병 환자들의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을 여는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성균관대학교(삼성서울병원) 의과대학 이명식 교수 연구팀이 ‘마이토카인’ 물질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




 

 


당뇨병 발병 기전에 있어 큰 의문점 중의 하나는 인슐린 분비 저하 또는 인슐린 저항성 발생의 세포생화학적 원인이 무엇인가이다. 이와 관련해 미토콘드리아 또는 그 보다 더 근저에 있는 자가포식의 이상이 인슐린 분비 저하 또는 인슐린 저항성의 발생 원인이 아닌가 하는 가설이 제기되어 왔다. 자가포식이란 생명공학 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른 개념으로 우리 몸의 세포가 통째로 생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를 이루는 소기관의 생사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다는 원리를 말한다.


그동안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로부터 분비되는 마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이 존재하며, 이 물질이 대사를 조절하고 수명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어 왔지만 어떤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명식 교수 연구팀은 마이토카인의 존재는 물론 기전까지 밝혀내 당뇨병에 대한 근본적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물론 지방 감소에 따른 체중 감량 등 비만치료 및 각종 대사질환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계 학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연구팀은 자가포식이 췌장소도세포의 생존 및 기능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자가포식이 당뇨병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힌 바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자가포식의 이상으로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변해 마이토카인이라는 생체기능 조절 물질이 분비될 수 있다는 점과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마이토카인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즉, FCF21이라는 물질이 자가포식 이상세포에서 분비되며, 그것이 바로 마이토카인으로서 대사를 조절하고 당뇨병과 비만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힌 것입니다.”

 

 

 

 

 



인슐린 저항성 및 체중 감소시키는 ‘마이토카인’ 규명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포의 자가포식 기능이 이상 반응을 일으키게 되면 세포 내 소기관 중 핵심인 미토콘드리아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 때 스트레스를 받은 미토콘드리아는 이에 대한 항진반응으로 마이토카인을 분비하면서 체내 대사를 조절하려는 성향을 가지게 된다. 이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키고 체중과 지방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이 같은 사실은 자가포식 기능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쥐와 그렇지 않은 쥐를 비교한 동물실험에서도 뚜렷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가포식 기능이 정상인 쥐에 비해 조작을 가한 쥐의 인슐린 저항성은 최대 75% 가량 감소했고, 체중 역시 3분의 1 정도 감소했다. 지방의 경우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마이토카인 분비에 관여하는 자가포식 기능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인슐린 저항성 문제로 생긴 제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사용되어 왔던 당뇨병 치료제와 달리 세포의 기능을 조절함으로써 당뇨병 치료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체중 및 지방 감소 등으로 대사조절 장애까지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비만에 따른 각종 질병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의 비만 치료 방식도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결과 나타난 체중과 지방의 감소가 인체에서도 부작용 없이 구현된다면 고도비만과 같은 대사증후군 환자에게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 당뇨병과 비만 뿐 아니라 마이토카인은 노화, 수명 조절, 암의 발생,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발병 기전 규명 및 치료제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게 되었다.


“앞으로 자가포식 분야가 대사질환, 당뇨병, 비만 등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등 미래의 의학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믿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대사질환 또는 다른 퇴행성 질환 등에도 효과를 가지는 새로운 물질, 신약을 개발해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이 근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시행하는 글로벌연구실사업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으며, 연구결과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2013년 1월 2일자에 게재되었다. 네이처 메디신지는 바이오메디컬(생물의학) 분야 저널로서 네이처 출판 그룹(NPG)에서 공식 발간하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이다. 특히 피인용지수가 2011년 기준 22.462점으로 의과학 분야에서 최상위에 랭크되는 저널이다.

 

 

 

 

 

 




‘췌장소도세포 사멸 연구실’ 국내 연구진의 저력을 보여주다
이명식 교수는 현재 삼성서울병원 내에 연구실을 두고, 10여 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를 수행 중이다. 1998년경 그에 의해 탄생된 ‘췌장소도세포 사멸 연구실’은 지금까지 약 15년에 걸쳐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창출하며 이명식 교수의 싱크탱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 췌장소도세포 사멸 연구실은 세포사멸의 한 종류로서 자가포식이 췌장소도세포(췌장에서 인슐린 등 호르몬을 생산하는 특정 구조를 가지는 내분비세포군을 지칭하며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낮추는 세포인 베타세포가 췌장소도세포의 대부분을 차지함)의 생존 및 기능, 염증 및 당뇨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이용한 치료제의 개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마이토카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고, 이밖에도 세포사멸 메커니즘에 대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창출한 바 있습니다.”


우선 대표적으로 2008년 10월 자가포식이 당뇨병 발병 기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당시에는 자가포식이 암, 퇴행성 신경질환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으나 당뇨병 또는 내분비대사 질환에 관해서 자가포식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연구팀이 자가포식 기능이 억제된 마우스의 췌장 베타세포에서는 세포 내 소기관의 변화로 인해 베타세포의 정상적 재생이 이루어지지 않고, 쉽게 사멸해 베타세포의 양이 감소하고 인슐린 분비가 저하되며 혈당이 상승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즉, 자가포식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세포의 구조 및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자가포식 조절을 통해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전을 증명한 것으로 기존의 당뇨병 치료제와 전혀 다른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또한 2007년 1월에는 청소년형 당뇨병으로 알려진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5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진 ‘NF-κB’가 세포 사멸 억제 단백질인 ‘XIAP’를 도와 췌장소도세포의 사멸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바 있다. 제1형 당뇨병은 몸속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이 파괴되어 인슐린이 전혀 나오지 않거나 극미량만 분비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한다. 당시 제1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췌장소도세포의 사멸을 막아 주는 조절 단백질로 XIAP가 발견되었으나 이 물질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그 기전에 대해선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다. 전 세계 연구진들이 이 물질의 생성 과정에서 NF-κB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계속 연구해 왔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치료제 개발에 대해서도 혼선이 계속되어 왔던 것.


연구팀은 면역 세포에서 나타나는 NF-κB 기능을 무력화시킨 유전자 결손 생쥐와 형질 전환 생쥐에서 췌장소도세포가 사멸되고 결국 당뇨병이 발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 물질이 제1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원인 인자로 알려진 사이토카인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는 사실도 밝혀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외에도 연구팀은 지난 2009년 2월 백혈병 치료제인 항암제 글리벡이 당뇨병의 원인인 소포체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제2형 당뇨병 치료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등 다각적인 연구를 통해 당뇨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의학 패러다임 변화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


진료실에서는 환자를 마주하는 의사로서, 연구실에서는 환자를 위해 치료법을 개발하는 의학 연구자로서 이명식 교수는 밤낮 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달려 왔다. 의사의 하얀 색 가운이 주는 무게를 잘 알고 있는 그는 무엇보다 환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 의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학 분야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정보와 지식을 충분히 숙지하고 계속 새로운 사실을 알기 위해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의사의 숙명인 것이죠. 물론 연구에 앞서 환자에 대한 진심어린 공감과 환자의 고통에 대해 깊이 이해하려는 자세가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이명식 교수는 의사로서의 길을 걸어오면서 내분비대사 분야에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의과대학 시절부터 내분비대사가 재밌었다는 그는 내분비대사 자체가 내분비대사내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의학 전반에 걸친 문제를 해결하는 아주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대사는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우리 일상생활 뿐 아니라 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대사가 활발하지 않으면 암세포도 자라지 못하는 것이죠. 따라서 가장 기본적이지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이 내분비대사가 제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분야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내분비대사 연구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고, 여전히 이 분야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한편, 이명식 교수는 국내 기초 의과학 연구에 있어 의사들의 참여도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에 흥미를 가지고 스스로 연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저명한 연구자들도 처음부터 큰 연구를 해야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여러 연구 경험을 통해 점차 흥미를 가지게 되고 이러한 부분들이 축적되어 큰 성과를 거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우수하고 잠재력을 갖춘 학생들이 방학 때 실험을 해보는 등 스스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나 정책 방향이 개선될 필요가 있는 것이죠. 또한 의과학에 대한 기존 인식 변화 없이는 제대로 된 기초 의과학 인력 육성이 어렵습니다. 특히 의학과 과학을 별개의 것으로 분리해 바라보는 기존의 잘못된 인식을 버리고 의과학의 진정한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이명식 교수는 앞으로도 마이토카인과 자가포식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장내미생물 및 면역이 대사 뿐 아니라 아주 근본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연구도 수행,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기존의 것만을 유지하거나 고집해서는 결국 그 이상이 되기 어렵다. 의학도 마찬가지. 기존 생각의 틀을 벗어난 창의적 사고와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한 소신과 용기가 있어야만 의학 역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명식 교수의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정신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기존 치료법에 멈추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치료법은 없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땀 흘려 왔기 때문이다. 늘 새로운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의학에 활력을 불어 넣고 성장시켜온 이명식 교수,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새로운 의학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안유정 기자 (reporter@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3년 4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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