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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줄기세포교실 한동욱 교수

기존 줄기세포의 한계 극복
“면역거부반응 없는 줄기세포 생산하다!”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줄기세포교실 한동욱 교수 




줄기세포 관련 연구는 각종 불치질환 극복을 위해 전 세계가 치열하게 매진 중에 있는 분야이다. 덕분에 그 수준 또한 급속도로 발전한 상태다. 하지만, 윤리적 측면이나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줄기세포교실 한동욱(36) 교수팀은 최근 ‘유도신경줄기세포’를 개발, 면역거부반응은 물론 종양발생 가능성 없는 치료기술을 선보여 세간의 환영을 받고 있다.


체세포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얻다

수정란에서 유래하는 배아줄기세포는 체내의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무한성, 즉 난치성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전분화능을 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배아줄기세포로부터 건강한 심근세포로의 분화를 유도한 뒤 심장에 이상이 있는 환자에게 이식하면 그 기능을 회복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환자 자신과 면역체계가 일치하는 자가 유래 배아줄기세포는 과학적으로 확보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학계는 1990년대부터 체세포로부터 배아줄기세포를 획득하는 방법, 요컨대 ‘역분화 기술’을 다각적 경로로 연구해 왔다. 체세포 핵치환 기술이 그 대표적 성과다. 하지만 이는 살아 있는 난자를 이용해야 하는데다, 효율성까지 현저하게 떨어져 실현에 장애가 많다.
이에 대응하여 개발된 것이 바로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역분화줄기세포)’이다. 지난 2006년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교수팀에 의해 생산한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네 가지 역분화 유전자인 Oct4?Sox2?c-Myc?Klf4를 도입해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 있으며, 배아줄기세포와도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자가 유래 생산이 가능하여 면역력에 있어서도 월등할 뿐만 아니라 세포 치료에 절대적인 전분화능을 갖고 있어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유도만능줄기세포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특정 체세포로의 분화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미분화세포가 체내에 잔류할 수 있는데, 이것이 종양의 원인이 된다는 것.

따라서 이젠 역분화과정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세포로의 직접분화 혹은 직분화(direct reprogramming/ direct conversation/ transdifferentiation)를 유도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수많은 연구진이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근래 분화된 체세포에 역분화 유전자 또는 세포 특이적 전사유전자들을 적용해 신경세포, 심근세포, 혈액전구세포, 간세포, 외배엽줄기세포로의 직분화 유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바 있다.
신경세포의 특이적인 전사유전자 및 마이크로RNA를 적절히 조합해, 생쥐와 인간의 섬유세포를 다양한 신경세포로 직분화할 수 있다는 논리가 비로소 밝혀진 것이다. 이 같은 유도신경세포(induced neurons cells)는 신경세포와 유사한 유전자 발현 양상은 물론 활동전위를 발생시킬 수 있는데, 그 내용은 직분화를 통해 체외에서 생산된 유도신경세포가 체내 유래 신경세포와 기능적으로도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희 연구팀도 작년도에 ‘체세포에서 다른 형태의 전분화능줄기세포인 외배엽줄기세포로의 직분화’를 성공해 지에 해당 논문을 발표했어요. 그렇지만 이 역시 문제점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신경세포, 심근세포, 간세포 등은 이미 분화가 완료된 체세포들이기 때문에 자기재생능(self-renewal)이 없다는 것이죠. 말하자면, 시험관에서의 장기간 배양이 어려운 까닭에 세포 치료에 요구되는 일정량의 특정 세포를 충분하게 확보할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리하여 한동욱 교수팀은 접근을 달리하기로 하였다. 자기재생능을 가지는 동시에 원하는 세포로의 분화를 언제든 쉽게 실시할 수 있는 방법, 즉 ‘성체줄기세포로의 직분화 기술’에 대하여 연구하기 시작했다.

 

 


 


열린 발상이 만들어낸 놀라운 기적

성체줄기세포 가운데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신경줄기세포(neural stem cells)’는 자기재생능과 더불어 신경세포(neurons), 성상세포(astrocytes), 희돌기교세포(oligodendrocytes)로의 분화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따라서 섬유세포에 있어 신경줄기세포로의 직분화는 궁극적으로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신경과 관련된 모든 세포들을 대량 확보할 수 있는 기술로 적용이 가능하다.
이 원리에 착안한 한동욱 교수팀은 신경줄기세포 특이적인 전사유전자와 줄기세포 특이적인 전사유전자를 조합, 섬유세포를 기능성이 구비된 세포로 직분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가 가지고 있던 단점들을 한꺼번에 해소하고 세포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쾌거였다.

“우선 뇌조직에서 유래된 신경줄기세포의 특이적인 유전자를 찾아내 생쥐 체세포에 삽입했습니다. 그리고 4~6주 정도 지나니, 뇌조직 유래 신경줄기세포와 매우 유사한 세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분자생물학적 측면에서 여러모로 뇌조직 유래 신경줄기세포와 너무 흡사했죠. 저희가 이 세포를 ‘유도신경줄기세포(induced neural stem cells, iNSCs)’라 명명하게 되었던 이유입니다.”
한동욱 교수팀의 유도신경줄기세포는 뇌조직에서 유래된 신경줄기세포와 형태학적인 특성은 물론이고 자기재생능, 후생학적 상태, 체내와 체외 분화능에 있어서까지 거의 똑같은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이때 체세포 특이적인 유전자의 발현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비활성화되는 점진적 방식(gradual process)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동욱 교수는 덧붙였다. 이번 결실이, 체세포에서 성체줄기세포로의 직분화를 실질적으로 유도한 첫 번째 연구 사례라고 평가받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저희 연구에 따르면, 유도신경줄기세포는 시험관에서 1년 이상 배양이 가능합니다. 자기재생능을 증명하는 것이죠. 생쥐의 뇌 조직에 유도신경줄기세포를 주입해 본 결과, 그 어떠한 종양도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신경세포로 분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분화능력 또한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의미죠.”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약 2년여에 걸쳐 공동으로 진행한 한동욱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셀(Cell)’의 자매지 ‘세포줄기세포지(Cell Stem Cell)’ 온라인 판(3월 22일)에 주요 논문으로 당당히 게재되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셈이었다.


퇴행성 뇌질환 정복의 서막을 열다

분화 및 자기재생능을 겸비한 신경줄기세포로의 직분화 기술은 줄기세포 분야에 있어 최고의 블루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현 시대의 희망을 대변한다. 특히, 난치성 뇌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겐 그야말로 눈물겨운 희소식일 터. 이에 한동욱 교수는 남다른 사명감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국제사회에서도 고령화 현상은 인류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중대 과제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사는 동안 건강을 영위하는 것도 그 일환이죠. 하지만 퇴행성 뇌질환의 경우, 약물 외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세계적으로 뜨거울 수밖에 없는 연유가 그것이지요.”

유산된 태아로부터 얻은 신경줄기세포를 일부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연구가 실상 진행 중에 있기는 하나, 자가 유래 세포가 아닌 탓에 상용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 앞서 언급했다시피 세포 이식 후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확률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설사 배아줄기세포에서 신경줄기세포로의 분화를 유도, 세포 이식을 한다 해도 잔류한 미분화세포가 종양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저희가 개발한 ‘유도신경줄기세포’는 더 이상 분화가 되지 않는 성체줄기세포이므로, 종양 형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뇌조직 유래 신경줄기세포와 대부분의 요소들에서 꼭 닮아 있지요. 따라서 이와 같은 이치를 활용한 환자 유래 유도신경줄기세포가 생산된다면, 파킨슨이나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즉 ‘유도신경줄기세포’는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진을 끊임없이 괴롭혀 왔던 안전성과 도덕성을 단번에 확보한, 신新개념 기술인 것이다. 그리하여 한동욱 교수팀은 현재 퇴행성 뇌질환 및 뇌졸중은 물론 척수손상 등 다양한 질환모델동물에 유도신경줄기세포를 이식, 그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인체가 아닌 생쥐에 한해서 이루어졌던 실험이라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유도신경줄기세포가 과연 환자들한테도 효험이 있을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지만 마지막까지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뇌질환 치료에 관해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데에 그 의의를 두고 있다며 시종일관 겸손을 표하는 한동욱 교수팀. 한편, 연구진은 ‘직분화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도신경줄기세포로의 직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세포생물학적?분자생물학적 변화를 두루 추적하여 그 기전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핵심 목표라는데. 실로 기대가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생명을 다루는 일, 책임 다할 것

“처음 유도신경줄기세포의 등장을 목격했을 때, 저조차도 제 두 눈을 의심했었답니다. 당시 스페인 출신 동료와 배양액을 같이 썼거든요. 그 친구의 실수로 신경줄기세포가 그만 혼합된 줄 알고 얼마나 원망을 많이 했던지……(웃음). 할 수 없이 다시 실험에 착수하게 되었는데, 정말 유도신경줄기세포가 만들어졌더라고요. 잠깐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그때의 감격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동욱 교수는 이번 연구가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새삼 결의를 다졌다. 참고로 한동욱 교수팀이 소속되어 있는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줄기세포교실은 올해 1월, 설립되었다. 반경 500미터 이내에 건국대학교 병원과 동물생명과학대학, 그리고 수의과대학까지 모여 있어 이른바 ‘바이오 클러스터’로 각광받고 있다고. 단일학과로서 줄기세포교실 신설은 국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으로도 극히 이례적인 케이스라는 게 한동욱 교수의 설명이었다.
“생명공학 부문을 특성화하는 등 학교 측의 적극적이 지원이 저희 연구진에겐 더없이 커다란 자양으로 작용했습니다. 기초연구와 전임상 실험, 그리고 중계연구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덕택이죠.”

한동욱 교수는 생명 현상을 연구하는 일만큼 인내력을 요하는 분야도 없다며 후학들을 향해 애정 어린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하였다.
“세포 연구엔 공식이나 노하우가 없습니다. 언제나 부지런해야 하는 게 정답이죠.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려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즐기십시오. 그럼 반드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올 겁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였거든요.”
전 행보에 있어 ‘유도신경줄기세포’ 개발은 겨우 첫발을 뗀 수준이라며 의기를 다잡는 한동욱 교수 연구팀. 과학의 미래가 보다 아름답게 조탁되리라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소영 기자 (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2년 6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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