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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전자소자 연구실’ 김현재 교수

 ‘참 연구자’를 육성하는 연구실

연세대학교 ‘전자소자 연구실’ 김현재 교수

 

 

 

Q. 연구실을 설립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전자소자 연구실'은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재료와 소자에 대한 차세대 기술을 제안하고 연구하고자 2005년 9월에 설립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소자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세계적인 연구실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을 설립하기 전에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했었는데 LCD사업부에서 9년간 일하고 이후 1년간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닉에서 지냈으며 이후 대학에 오게 되었습니다. ‘전자소자’에 대한 연구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술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이고 국가적으로도 높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또한, 과거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연구활동은 물론 후학양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전자소자 연구실’에서는 어떠한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나요?
A. 디스플레이, 반도체, 나노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투명 디스플레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또한 미래에 유망할 것으로 예상하는 친환경 에너지 소재 분야인 태양전지, 에너지 나노 소재 물질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세계 각국의 연구 상황은 어떠한가요?
A. 디스플레이 분야의 세계적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는 단연 대한민국입니다. 앞선 기술과 대한민국 국민의 장점인 장인정신은 현재 수출주도형 국내 경제 구조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LCD분야 세계 1위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AMOLED 또한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양상을 실시하며, 기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디스플레이 분야 연구성과는 국내 연구진들이 불철주야 연구해 온 성과의 산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반도체 기술 분야는 특히 메모리 분야를 필두로 세계적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연구성과를 논하기에 앞서 그동안 우리 일상생활에 접목되어 쓰이는 전자제품의 구성요소로써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들이 얼마나 깊이 침투하여 있는지 떠올려 보면, 그 입지와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다른 연구실들과 차별화된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
A. 전자소자 연구실에서는 그동안 디스플레이 분야에 다양한 연구성과를 나타내었습니다. 최근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 인듐-갈륨-아연 산화물계 반도체의 용액을 이용한 제조 방법을 세계최초로 제시하고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 소재 분야 중 태양전지 분야 또한 저희 연구실의 주 연구과제입니다. 유기소재를 이용한 고효율 태양전지 제작 기법은 산화물계 반도체의 용액 공정과 유사성이 있으며, 실제로 두 개의 기술을 결합한 유기, 무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앞으로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포켓형 태양전지 개발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그리고 에너지 소재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외 대표 연구실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Q. 세계의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대한민국의 관심과 정책적인 지원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A. 먼저, 정부에서 디스플레이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산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여 지속적인 투자와 육성 정책을 펼쳤습니다. 또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디스플레이 장비나 원재료 수입 시 관세감면 정책을 펼치고 있고, 디스플레이 분야의 인재 확보를 위한 인력 양성 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1, 2위의 디스플레이 메이커가 우리나라에 포진해 있기 때문에, 관련된 연구 분야에서의 산학 협력도 활발하고 우수한 연구 인력들이 졸업한 이후에 연구실에서 수행해 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산업 분야가 세계 1위의 규모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훌륭한 연구 성과를 위해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A. 앞서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서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공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수많은 후방산업을 배후에 거느리는 거대한 산업입니다. 대형 디스플레이 메이커들이 성공을 거두었고, 산업 클러스터 육성 사업을 통하여 부품 소재 산업의 직 수익 모델을 창출하지 못한 부품 소재 산업들의 자립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기업에서 더욱 많은 연구비의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년, 10년 프로젝트)
또한, 학교 및 연구실에서는 연구 인력 육성을 위하여 장기적으로 추진해 왔던 인력양성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력양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특히, 기업과 학교에서 바라보는 교육목표의 관점이 조금은 차이가 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석사과정, 박사과정을 마치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실무적인 일에 투입되려면 다시 재교육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아쉬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교에서 ‘휴대폰학과’같은 실무적인 학과를 만들어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극단적인 예를 든 것이지만 학교라는 곳은 더욱 근본적인 것을 가르치는 것에 충실하고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제게는 과거에 기업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에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기업의 처지에서 생각해보고 또한 학생의 궁극적인 성장을 고려하여 조언하다 보면 보다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지도가 가능해집니다. 이처럼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하여 각자의 자리에서 필요한 구성원이 될 수가 있게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연구하시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는지
A. 물론 많은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연구에 따른 성과를 냈을 때가 가장 보람을 느끼지 않나 싶습니다. 연구자들에게 있어서 연구성과를 나타내는 것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여 출판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제적인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성과를 거두려고 학생들과 밤낮없이 연구를 함께하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여 마침내 저명한 매거진에 실려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았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면 제 기쁨은 배가 됩니다.
또 한 번은 학술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많은 연구자에게 인정받아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힘들게 연구한 끝에 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기쁘지만 함께 연구한 학생들도 연구자로서 성장하고 경험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Q.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A. 연구와 실험은 항상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실험을 진행하였을 때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방향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예상했던 결과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는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과 여러 방향으로 검토하고 결과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현상 연구를 토대로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해 낼 수 있었습니다.

 

 

Q. 연구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말씀이 있다면
A. 여기는 학교이니 항상 배우는 자세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라고 합니다. 해석이 없는 단순한 결과만을 얻는 곳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또한, 연구자로서 갖춰야 할 연구 이외의 자질을 갖춰가는 것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함께 연구하는 연구원들과 함께 생활하는 방법이라든지, 의사전달을 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 등이 필요합니다. 단지 혼자서 연구만 잘한다고 연구자로서 훌륭한 업적을 세울 수 없을뿐더러 많은 걸림돌에 쓰러지게 될 것입니다. 결국, 학생들이 논문으로 성과를 내고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 연구자’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또한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의 입장으로 학생들에게 뭔가 더 알려줄 것이 없는지 고민하고 도덕적으로도 자질을 갖춘 연구자를 양성할 것입니다.

 


Q.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이공계에 투신하여 10년, 20년 후를 그려볼 때에 자신 있게 그릴만한 모습이 떠오르지 않아서 꺼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단지 애국심만을 강조하며 학생들에게 이공계로의 투신을 강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국내외 크고 작은 현장에서 연구하는 연구자 중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훌륭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연구자도 계시고 또한 자신이 연구한 기술을 바탕으로 특허를 몇 개씩 보유하고 계신 연구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벤처기업을 가지는 것도 물론입니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이러한 우수한 사례들을 학생들에게 많이 홍보하여 이공계에서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롤모델이 있고 단지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줘야 할 것입니다.

 

 

Q. 대한민국에서 전자소자 연구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지침이 될 말씀이 있으시다면
A. 본 지 9월호에 실려 있는 덕성여대 문애리 교수의 인터뷰에 동감하는 점이 있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자신이 편한 것만 찾고, 도전을 통하여 성취감을 맛보는 것을 피하는 듯한 느낌을 저 역시 받았습니다. 이전에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분야는 다른 분야 사람들 우려의 시선에서 시작했지만, 현재 다른 분야의 사람들의 부러움의 시선 속에 대한민국의 수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분야가 되었습니다. 본 지를 구독하는 많은 학생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의 상황을 보지 말고 미래를 향하여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 있게 자신의 공부와 연구를 계속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반드시 미래에 훌륭하고 달콤한 열매를 얻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성과와 결과를 보고 하는 공부며, 연구가 아니라 미래를 꿈꾸며 노력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디스플레이 반도체 연구 분야에서 연구하기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자기가 하는 일에 자긍심을 느끼고 연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남이 하는 연구를 모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자신만의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남은 2010년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현재 연구실에는 크게 산화물 기반 다양한 소자와 태양전지를 주제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물질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원의 재료를 활용한 소자 연구에도 관심을 두고 기본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의 유명 교수님들과 연구 교류를 할 수 있는 교과부의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근본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실제 산업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 연구실 및 개인의 계획입니다.

 

 

Q. 인터뷰를 마치면서 사이언스21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최근 과학의 발전을 살펴보면, 단연 융합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현재의 휴대폰 시장에서 이러한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휴대폰은 처음에는 음성만을 떨어진 상대에게 전달하는 비교적 단순한 구실을 했었지만, 차츰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기술이 추가되고, 사진 찍기, 노래 파일 재생에, 지금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키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첨단 기기로써 변모하였습니다. (물론 디스플레이 기술이 여기에 상당히 이바지를 했음은 분명하지요) 이처럼 서로 구별된 것처럼 보이던 개별 분야와 기술들이 접목되면 무한한 가능성을 보이는 예는 수없이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 분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입니다. 이점 유념한다면, 디스플레이,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한국이 선두가 되어 세계 산업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0년 1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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