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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세포생리학 연구실’ 이미옥 교수

 ‘핵 수용체’ 연구로 미래성장동력을 이룩한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세포생리학 연구실’ 이미옥 교수 


 

Q. ‘세포생리학 연구실’에서는 어떠한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나요?
A. 본 연구실에서는 스테로이드 핵 수용체의 활성화 조절 기전을 밝히고 이들 전사 인자가 관여하는 인체 질환의 병리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새로운 의약 타겟으로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련 핵 수용체 전사복합체의 규명, 하류 유전자의 발굴, 세포 내 유전자 네트워크 및 단백질 경로 추적 등을 통하여 의약 타겟으로 개발하고 또한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반응-특이 전사 조절 물질을 개발하는 것을 연구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핵 수용체(steroid/mon-steroid hormone nuclear receptor)는 핵 내에서 유전자 발현에 관여하는 주요 전사인자로서 스테로이드, 비타민, 지방산 등을 리간드(ligand)로 하며, 다양한 인체 생리현상을 주도하고 인체 질환과의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핵 수용체는 리간드 결합 포켓을 통하여 저분자 화합물과 결합하기 때문에 신의약을 개발하는데 주요한 분자 표지자로 개발되고 있는데, 이러한 핵 수용체를 조절할 수 있는 chemical, small-molecule, hormone들에 대해 연구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Q. 세포생리학에 대한 연구 상황은 어떠한가요?
A. 핵 수용체는 1980년대부터 연구자들에 의해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glucocorticoid 수용체나 estrogen 수용체가 클로닝이 되면서 연구가 시작되었는데, 초기에 이러한 수용체들이 분자생물학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전사조절 클로닝등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핵 수용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생리학적인 현상이 연구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예를 들어 성 발달이나 기타 다양한 생물학적인 연구가 활성화된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가 발전하면서 최근의 핵 수용체 연구는 대사와 관련된 분야로 전환되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요즘엔 핵 수용체를 통해서 비만이나 당뇨 같은 질병이 생리학적인 현상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핵 수용체를 이용해서 대사질환을 조절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핵 수용체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분자 단위인데 이 때문에 특정 화학물질을 통하여 조절하여 질환을 직접 타겟팅할 수 있는 연구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이러한 연구에 훌륭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그룹들이 많습니다.
저도 귀국하여 연구를 구상하던 중 ‘핵 수용체와 관련하여 어떤 연구가 필요할까’ 고민하다가 B형간염 바이러스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B형간염 바이러스를 선택하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국내의 간염, 간암 발병률이 다른 나라보다 유난히 높은 이유가 컸습니다.
그렇게 연구를 진행하던 중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커뮤니케이션하는 핵 수용체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최근에는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지방간 현상이 오고 이때 관련된 핵 수용체가 liver X receptor(LXR)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내용이 유럽의 저명한 간 학회 저널인 ‘Journal of Hepatology’에 소개되었습니다. 연구가 좀 더 진행된다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생기는 간의 지방간 대사변화라든지 이런 것을 조절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염두에 두면서 연구나 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Q. 다른 연구실들과 차별화된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
A. 일반적으로 다른 연구실을 살펴보면 자연과학대학이나 생명과학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본 연구실은 약학대학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연구하는 데 있어서 적지않은 이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약학대학 내에서 콜레보레이션할 수 있는 연구실이 많다는 것입니다. medicine chemistry와 관련된 연구를 하시는 교수님도 계시고 병리를 연구하시는 분, 분자구조와 관련된 연구를 하시는 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교수님의 연구실이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본 연구실에서 발견한 현상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응용할 기회가 많습니다. 현재 핵 수용체 리간드(ligand)를 찾는 작업도 실제로 다른 교수님들과 진행하고 있고, 분자구조와 관련된 연구도 약학대학의 다른 교수님과 콜레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약학대학에 있다는 것에 많은 학생도 매력을 느끼고 지원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지금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학생 중에는 본교는 물론 타 대학 약대출신 학생도 있고 생물학을 전공한 학생도 있습니다. 학생들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분자레벨의 연구부터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직접 생화학, 생물학 실험 등을 하는 레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의 연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Q. 세계의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대한민국의 관심과 정책적인 지원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A. 정부에서 이뤄지는 지원은 연구과제에 대한 것이 상당 부분이지만 특별히 핵 수용체만을 중심으로 한 연구과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약개발이라는 것이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핵 수용체를 집중으로 한 과제는 없지만 다른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진행 중인 우수공학연구센터(ERC: Engineering Research Center)연구의 경우에는 다양한 담당 중에 핵 수용체 부분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종료된 연구재단의 특정기초연구지원사업연구에도 B형간염 바이러스를 스터디하는 데 있어서 핵 수용체에 대한 부분을 담당한 바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을 살펴보면 정부의 연구지원 비중보다는 핵 수용체가 중심이 되는 벤처회사가 많이 설립되고 운영됩니다. 크고 작은 벤처회사가 많다 보니 연구자들이 핵 수용체를 갖고 직접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Q. 훌륭한 연구 성과를 위해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A. 전반적으로 보면 정부의 연구과제 지원이 과거에 비교하여 활발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신약개발과 관련하여 차세대성장동력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와는 다른 규모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글로벌프론티어의 경우는 신약개발을 위핸 플랫폼을 다지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장기적인 결실을 얻기 위한 바람직한 움직임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연구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연구실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업앤다운이 있는 편이라 경우에 따라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해에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전까지는 연구실의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매진하여 과제를 확보하게 되면 다시 괜찮아집니다. 이 같은 고충은 대학에서 연구하는 연구자라면 누구나 겪는 고충일 것입니다. 이에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업앤다운이 심하지 않도록 장기적인 지원을 가능케 하여 연구자가 한시라도 더 연구에 몰입하고 매진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Q. 연구하시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는지
A. 제가 학부를 1985년에 졸업하여 지금까지 약 25년간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간 많은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어려웠던 연구과정이 결실을 맺어 좋은 결과물로 보답 받을 때 가장 보람이 있고 짜릿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는 많은 연구자가 공감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어떠한 가설을 세우고 실제로 그것이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스스로 의미 있는 질문을 만들어내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즐기게 되는 것은 물론 그에 따른 결실과 보람을 얻습니다. 더욱이 학생들과 이런 것을 공유할 수 있을 때는 기쁨이 배가됩니다. 또한, 연구 업적이 나오고 퍼블리쉬 되는 단계에도 또 다른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Q.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A. 연구하다 보면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되지 않는 꽉 막혀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종종 생깁니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제 경우에는 옳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었을 때 그러한 결과가 생기는 편입니다. 그럴 때마다 한걸음 뒤로 물러설 수 있는 용단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생각을 전환하여 다른 어프로치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조금 접어놓고 관망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다른 연구를 진행하던 중에 뜻밖의 장소에서 문제가 해결되곤 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집중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연구에 따른 어려움은 저 자신이 이겨내면 해결되지만, 그 밖에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듣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대학원생이라는 상황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면 매우 안타까운데, 저 또한 과거의 비슷한 나이에 겪었던 상황이었기에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요즘 학생들을 보면 초중고시절을 상당 부분 스승이나 부모에게 보살핌 받으며 성장하여 대학원과정까지 오기 때문에 대학원의 자율적인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부시절만 해도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텍스트만 공부하면 되는 방식이었지만 대학원에서는 공부할 것을 직접 찾아야 하고 어떻게 진행할지 과정까지 스스로 구상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않은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단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노력합니다. 학생들 개개인의 자질을 보면 그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훌륭한 학생들입니다. 주눅이 들고 좌절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질 것은 물론 과학연구를 한다고 자부할 것을 이야기합니다.

 

 

Q. 연구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말씀이 있다면
A.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다른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있었음에도 과학연구의 길에 들어온 연구자들입니다. 이러한 선택에 긍지를 느끼고 자부심을 품으라고 항상 이야기합니다.
또한, 연구실생활을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겪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조직단위의 연구활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연구실 조직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해야 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목표를 수립하게 됩니다. 그래서 조직에서 자리매김하는 각자의 역할에 대해 강조합니다. 이러한 부분도 학부에서는 경험할 수 없고 앞으로 연구자의 길을 걸으며 수행해야 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과학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혼자 골방에서 비커 들고 연구에 몰두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융합학문이 강조되어 많은 연구가 통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크고 작은 조직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강조됩니다.
이처럼 연구원들 각자가 어디에서든 훌륭한 구성원으로 조직에 보탬이 되고 나아가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Q.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어떤 것이든 업앤다운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도 머지않은 미래에 바뀔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까지 지속되는 이공계기피현상은 IMF 금융위기 이후 대량실직과 경제불황을 겪으면서 경제상황에 영향을 적게 받는 공무원이나 라이센스를 갖는 직종으로 몰리게 되어 발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상황도 달라졌고 이공계에 대한 지원이 범국가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니 이공계기피현상이라는 것은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정부나 대학, 기업의 역할로 이공계 기피현상을 극복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에 있어서 국민의 의식이 조금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고 나아가서는 인류성장에 이바지하는 분야임을 생각한다면 연구자 스스로 명예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사회적인 성공의 가치를 물질에만 두는 것부터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Q. 대한민국에서 약학연구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지침이 될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신약개발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관리할 만큼 앞으로 많은 인력이 몰리고 힘이 집중되는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학대학을 졸업한 많은 학생은 진로를 약학연구보다는 다른 쪽에 뜻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각자 계획한 장래가 있고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도 다르겠지만 좀 더 큰 꿈을 갖고 약학연구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을 스스로 키울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현재도 우수한 많은 학생이 약학연구의 길을 선택하여 기초연구부터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량을 펼치고 있는데 앞으로도 많은 학생이 관심을 두고 과학연구의 길을 걷게 되길 바랍니다.

 


Q. 남은 2010년, 한 해 계획이 궁금합니다.
A. 현재 연구실에서는 새로운 수용체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미 많은 부분이 원활하게 연구되고 있는데 이러한 연구가 잘 마무리되어 퍼블리쉬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목표입니다.
또한, 학생들이 저마다 역할을 잘 수행하여 연구에 보탬이 되고 나아가서 자신이 계획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0년 10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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