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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 이현정 교수



체온도 에너지로 활용하는 웨어러블 시대 연다
패치형 구조의 한계를 넘은 3차원 다공성 구조 그래핀 열-전기 변환소재 개발
국민대학교 신소재공학부 이현정 교수







스마트기기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작고, 편리한 기능을 강조한 전자기기들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다양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배터리 출력과 용량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즉, 휴대성을 해치지 않는 가벼운 무게를 유지하면서도 전자 전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국민대학교 이현정 교수 연구팀이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에너지의 발전효율을 1,200배 증가시킨 다공성 구조의 환원된 산화 그래핀 필름을 새롭게 개발,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차세대 웨어러블 소자 등을 폭넓게 응용할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공성 구조로 열전소자모듈 성능 향상
그래핀은 전기전도도가 매우 우수하고, 밀도가 작으며 작고 쉬운 추출과 가공 공정이 가능해 이른바 ‘꿈의 소재’로 불린다. 무겁고 가공이 어려운 기존의 무기 열전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주목받고 있으나 전기전도도가 우수한 만큼 열전도도 또한 높아 열전 성능지수(ZT)가 떨어지는 특성이 나타난다. 열전도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재료 내 전자의 밀도를 낮춰야 하지만 전자의 밀도를 떨어뜨리면 열전도도 뿐만 아니라 전기전도도도 떨어져 소자 성능이 낮아 진다.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에너지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래핀 소재의 전자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기술이 필수적이지만 지금까지 유기재료의 전자농도를 조절하는 기술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고, 열전도도는 낮으며, 밀도가 가벼운 소재로 제작할 수 있는 열전 소재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따라서 산화 그래핀과 고분자 콜로이드 입자를 이용해 다공성 구조를 제작하고, 이와 동시에 전자의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방식을 기반으로 열-전기 에너지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ZT 성능을 높이기 위해 산화 그래핀과 고분자 콜로이드 입자를 이용, 다공성 구조의 그래핀 필름을 개발했다. 특히 다공성 구조 그래핀의 열-에너지 전환 발전효율이 기존의 그래핀 필름에 비해 약 1,200배 증가했음을 ZT를 통해 확인했다.
다공성 구조는 공극을 통해 열 전달 현상을 효율적으로 제어한다. 열전도도가 낮은 패치형의 소자는 온도 차이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전기 생산이 필요한 다양한 디바이스에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패치의 양면 온도 차이의 격차가 크면 클수록 그에 비례해 전기 발생률이 높아지는 원리다. 또한 다공성 구조 내에 공극을 생성함으로써 그래핀과 같은 탄소 및 유기재료가 가지는 2차원패치형 필름 구조가 지닌 한계를 벗어났다. 2차원 나노 물질의 패치형 에너지 소자인 그래핀이 이방성(재료의 방향에 따라 물리적 특성이 변하게 되는 것) 때문에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적용할 경우 본래의 기대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으나, 연구팀은 공극을 이용해 그래핀을 3차원적 전자전달 구조와 가깝게 변형시켰다. 이러한 성과는 다양한 물리적 방향을 갖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 활용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의 도핑방법이 아니라 고분자입자를 이용한 단순 열처리 공정을 통해 산화 그래핀 내 산소를 제거, 다공성 구조의 그래핀 필름을 효율적으로 제작했다. 즉, 제작된 산화 그래핀·폴리스티렌 필름을 단순 열처리 후 산소를 제거해 폴리스티렌 입자를 분해시켜 다공성 구조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열처리 중 폴리스티렌 입자 내의 탄소원자를 질소원자로 대체시킴으로써 전자가 하나 더 증가한 질소원자로 인해 전자 밀도가 높아져 전기전도도까지 상승시킬 수 있었다.





“다공성 구조의 그래핀 필름은 효율적인 열전도도의 감소로 열전 성능을 향상시켰습니다. 공정 과정도 열처리로 간편화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에너지 소자 등으로 폭넓은 응용이 용이해졌죠. 이번 연구를 토대로 삼아 탄소 기반의 열-전기 에너지 변환 소재에 대한 가능성을 이용함으로써 실제 온도차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는 웨어러블 소형 발전기 제작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인간의 체온이나 전자제품의 발열 등 주변의 열을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해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면 미래의 부족한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본 연구팀의 박현우(박사 4년) 학생을 제 1저자로, 미국 화학회의 ‘ACS Applied Materails & Interfaces’지 온라인판 2016년 10월 24일자에 게재 됐다.


미래형 태양전지 연구 세계적 주목
앞서 이현정 교수 연구팀은 빠르고, 대면적으로 제작한 산화티타늄(TiO2) 광결정 필름의 효용성을 미래형 태양전지인 염료감응 태양전지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연구로 전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개발된 산화티타늄 광결정 필름은 안정성 및 공정성이 뛰어나 염료감응 태양전지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태양전지에 적용할 수 있으며, 레이저, 광촉매 등 여러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돼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연구는 이현정 교수와 세종대 이원목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공동연구팀의 연구성과로 신소재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지 온라인판 2011년 8월 23일자 권두표지 논문(Frontispiece)에 발표됐다.






이보다 더 앞선 2009년에는 특정 파장의 빛을 선택적으로 증폭해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에 공급합으로써 전력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광결정 구조를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나노미터 수준의 산화티타늄 입자를 활용해 특정 파장의 빛을 증폭시킬 수 있는 조밀한 역오팔구조의 광결정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당시 연구는 그동안 실험적으로 성공한 적이 거의 없는 고효율 광증폭형 태양전지의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로,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지 속표지 논문에 게재된 바 있다.


광결정은 서로 다른 투명재료가 빛의 파장 정도의 공간적 주기성을 갖고 격자 형태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물질이다. 광결정 구조를 이용하면 특정파장의 빛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의 경우 빛에 반응하는 염료의 흡수영역과 광결정구조가 반응하는 빛의 영역과 일치하도록 소자를 만들면 광증폭 효과를 통해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가시광선에 반응하는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공극을 가진 광결정인 역오팔구조를 이용해 고효율의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만들려는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큰 성과가 없고, 효율도 낮다고 보고돼 왔다. 역오팔구조는 구슬모양의 입자들을 배열한 후 구슬 사이의 빈 공간에 모래를 채운 다음 구슬이 차지하던 공간을 없앨 때 만들어지는 구조다.


“고분자 입자를 배열하고, 입자 간 공간을 효율적으로 채울 수 있는 나노미터 수준의 산화티타늄 입자를 활용해 조밀한 역오팔구조의 광결정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고분자 입자의 크기를 조절해 빛의 파장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광증폭형 태양전지는 효율이 3.5% 정도로, 같은 구조를 이용한 기존의 태양전지보다 효율이 5배 이상 향상된 결과를 보였습 니다.”


이 같은 결과는 광감응제의 흡수 파장과 광결정구조의 크기를 같이 조절해 광감응제의 흡수를 증폭시킴으로써 태양전지의 효율을 최대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더불어 염료감응 태양전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조의 태양전지에 접목, 태양광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창의적 사고가 +α를 만든다
이현정 교수는 현재 ‘Nanohybrid Materials Lab’을 이끌고 있다. 연구실은 고분자를 비롯한 유기재료, 금속 및 반도체 물질을 포함하는 기능성 무기재료와 그들을 복합화한 복합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기능성 소자를 제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구를 수행 중이다. 화학을 기반으로 재료의 합성 및 개질에서부터 물리, 전자기학, 반도체공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소자의 제작, 측정을 통한 기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연구실은 자율적인 연구활동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특히 매년 한국과학창의재단의 학부생 연구프로그램에 선정돼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연구활동을 장려하고 있죠.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특허가 있다면 적극 지원해 출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국내외 정부 출연연구소, 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학생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현정 교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개념의 정립을 가장 중요한 연구덕목으로 여긴다. 남들이 다 하는 연구보다는 조금이라도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늘 새로운 활동을 통해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자율’과 ‘창의’를 강조한 연구철학의 영향으로 연구실에 몸담고 있는 연구원들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로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박사과정 2명, 석/박 통합과정 1명, 석사 1명, 학/석사통합과정 1명, 학부생 3명으로 구성된 연구실은 그동안 활발한 연구활동과 학회활동을 통해 20여 편의 국제특허등록, 50여 편의 SCI급 논문 발표, 매년 10회 이상의 국내외 학회 발표 등의 실적을 거두며 연구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창의’를 강조한 이현정 교수의 아이디어는 연구실을 벗어나 대중의 일상생활에도 자리매김했다. 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금요일에 과학터치’ 프로그램에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강사로 참여해 신소재공학에 대한 이해와 학생들의 창의력 향상을 돕고 있다. 작은 활동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그가 찾아낸 스스로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두 아이의 엄마이다 보니 초중고 교육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과학은 생활 속 여러 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과학을 이해하면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고, 더 흥미를 가질 수 있죠. 부엌에서의 과학, 패션에서의 과학, 술과 커피 속의 과학 등을 대중이 잘 이해한다면 우리의 일상이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만시간의 법칙
이현정 교수는 세계를 리드하고 있는 한국의 신소재 공학, 재료공학의 연구 수준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함께 세계적 수준에 이른 연구가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우수한 인력들이 국내외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고, 실제로 해외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연구결과도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한국 과학계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연구비나 대학원생 인력 등에 비춰봤을 때 기초연구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속적인 연구가 어려운 연구 환경이고, 응용분야에 연구가 많이 치우쳐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초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후학들의 자부심과 관심도 강조한 이현정 교수는 ‘일만시간의 법칙’을 강조했다. 일만시간의 법칙이란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일만시간은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돼 인생의 바탕을 이뤄놓은 후에는 조금 더 자유롭게 다른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깁니다. 우선은 어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세요. 그렇게 되면 만나는 사람들도 달라지고, 내가 접할 수 있는 세상도 달라집니다. 더 재밌고, 가치 있는 일을 더 쉽게 많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중·고등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생들은 곧 나아가야 할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의 전문가들은 또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세상이 융복합화돼 간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되리라 믿습니다.”


전자재료 및 에너지 재료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활동을 줄곧 해 온 이현정 교수이지만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설렘을 재촉한다. 늘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됐던 삶의 흔적들 덕분인지, 박사과정 때보다는 박사후 연구원이었을 때, 그때보다는 지금의 연구가 재밌다고 전했다.


“점점 연구가 재밌어진다는 것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우리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기술이 가시화돼 실생활에서 제품으로 만날 수 있게 되길 소망해봅니다”


이미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이현정 교수는 앞으로 탄소기반의 열-전기 에너지 변환 소재에 대한 가능성을 이용, 실제 온도차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웨어러블 소형 발전기 제작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동안 창의적인 사고, 연구자의 사명, 다양한 분야와의 소통 그리고 실천으로 연구라는 그림을 아름답게 완성해 왔던 만큼 향후 연구에도 관심이 쏠린다. 연구자가 한발 한발 내딛는 한걸음이 인류의 한 조각조각을 이루고 발전시키는 일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이현정 교수, 그가 새롭게 그려갈 내일이 더욱 기대된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7년 4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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