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경제 발전을 이끄는 성장동력의 중심
CHA 의과학대학교 기초의학연구소 고정재 교수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최고의 자리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과 마주한다는 것은 뿌듯하면서도 언제나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그러나 웬일인지 차의과학대학교 기초의학연구소 연구소장 고정재 교수를 만나러 가는 길이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느껴졌다.
사이언스. 사전적 의미로는 검증하는 방법으로 얻어진 체계적인 지식을 뜻한다. 알 듯하지만, 자세히는 모르는 ‘의과학’이라는 분야 앞에 절로 어깨가 움츠러든 것일까. 하지만, 고정재 교수가 말하는 사람을 위한 그리고 미래 사회의 더욱 나은 삶을 위한 연구 활동 이야기에 긴장감은 어느새 기대감으로 바뀌어갔다.
차의과학대학교 기초의학 연구소
우리나라 유전, 불임 등 생식의학 연구의 선두주자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연구활동을 벌이는 차의과학대학교 기초의학연구소는 1960년 지역산부인과 병원으로 시작하여 어려운 시대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과감한 기초의학 연구에 매진한 결과 1980년대 말에 이미 생식·불임 치료에 관한 세계적 의료 메카로 부상했다. 이 같은 앞선 연구활동은 중점연구소로 지정되면서부터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중점연구소 사업이란 교육과학부에서 전국의 대학부설 연구소 지원을 위해 진행하는 것으로 연구능력을 평가하고 선발하여 중점연구소로 지정해 적극적인 연구지원을 하고 있다. 2010년 현재 28개 대학소속의 35개 우수연구소를 선정하였으며, 차의과학대학교 기초의학연구소 역시 중점연구소로 지정되어 생식의학과 줄기세포연구 및 인력양성을 위해 앞으로 9년간 약 80억 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차의과학대학교 중점연구소는 단기간 지원 사업이 아닌 3단계에 거쳐 9년간 이어지는 연구지원을 통해 여성의 생식세포 발달, 생식 및 줄기세포, 역분화세포 중점적인 전공 연구를 통하여 세포치료 기반 기술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의학 신기술 개발 및 기초의학의 지속적인 발달에도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난소질환 및 여성 불임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난소의 기능 및 생식세포 발육과 분화과정의 기전 규명이 난소질환 및 불임 치료제, 치료기술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연구소장 고정재 교수의 설명이다.
사회적으로는 여성의 결혼연령과 출산 시기가 높아졌지만, 실제 여성 난소의 생물학적 나이는 변화가 없다. 또한,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매우 늘어났지만, 여성의 폐경이 일어나는 시기는 변화가 없다. 이는 여성이 폐경기를 겪어야 하는 기간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성의 자연적 폐경과 달리 20-30대 여성이 이미 난소 내 난포의 숫자가 고갈되어 배란하기 어려운 조기폐경이 일어나고 있어 여성 불임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점연구소를 통해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불임이 원인 중 여성생식기능에 매우 중요한 난포고갈현상과 관련된 유전자 및 단백질의 연구를 통해 기전 이해의 기초를 마련하고 난소 내 난포발달과 난자의 배란에 관여하는 분자생물학적인 기전을 연구하여 조기난소부전의 원인을 규명하고 조기진단법, 나아가 예방과 치료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한다.
“연구과정을 통해 유전자 발현의 조절 기전이 밝혀지게 되면 원시 난포의 사용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찾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폐경의 시기를 조절해 불임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생식 및 줄기세포 분야는 미래에 들어맞는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 우리나라 차세대 경제 발전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분야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줄기세포시장은 연평균 25.3%의 성장률로 2006년 US$134million(1,210억 원)에서 2011년 US$394million(3,5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줄기세포시장 또한 연평균 24.9%로 성장하여 2011년 US$26.3billion(19.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윤리 논란을 넘어설 세계의 연구 업적
지금까지 체세포 핵 이식을 통한 줄기세포의 개발이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 방법은 줄기세포를 개발하기 위해 다량의 인간 난자가 요구되기 때문에 생명윤리적 논란에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조직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개발하는 역분화줄기세포 기술이 Yamanaka 연구팀에서 보고되었다. 역분화줄기세포는 발생과정에서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여겨진 분화의 과정을 역행하여 인공적으로 발생 초기 단계로 되돌린 중요한 연구분야이다. 환자의 조직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개발하는 것으로 배아줄기세포가 지니고 있던 윤리 및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이다.
고정재 교수는 이러한 역분화줄기세포의 개발이 맞춤형 질병 치료 및 면역 적합 세포 제작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할 수 있는 획기적 발상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21세기 최대의 연구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와 발맞춰 최근 성체 동물의 고환에서도 다분화능이 있는 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보고가 연이어 발표되었으며, 정소 내 정원줄기세포 또한 역분화를 통하여 전분화능정원 줄기세포로 유도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생쥐 정원줄기세포는 일본, 독일에 이어 기초의학연구소에서 확립에 성공하였고, 인간의 경우 전 세계에서 2번째로 확립에 성공하였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세포주이므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고정재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지금까지 구축된 정원줄기세포 및 배아줄기세포, 만능줄기세포, 난자의 데이트베이스를 비교 분석하여 재프로그래밍과 중식 관련 유전자를 발굴하고 기능을 분석하여 세포치료 기반 기술을 확립하였다.
이어 “전공분야와 관련된 전문 연구 인력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초의학연구소를 통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전문 연구 인력 양성을 통한 첨단 연구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의 성과가 아닌 불임의 고통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연구
현재 13-15%의 부부가 불임진단을 받고 있으며 이들 중 여성이 원인이 되는 경우는 부부 동시를 포함하는 50% 정도이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10% 이상으로 여성 불임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고정재 교수는 “중점연구소의 과제는 ‘오믹스 기법을 활용한 folliculogenesis(난포형성) 및 줄기세포의 역분화/중식 관련 핵심 유전자 발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과 조기 진단키트 개발, 개인에 대한 맞춤의학 등 응용분야로의 기반 기술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자를 발굴하고 그 특성을 조사하여 지적재산권의 확보 및 새로운 방법에 의한 유도만능줄기세포의 제작에 성공하면 세계적인 선도 연구가 될 것이다.
줄기세포 역분화 및 folliculogenesis(난포형성)의 조절 인자의 발굴과 새로운 signaling network(신호망) 구축 등의 연구는 기초학문의 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하며, 현재 소수에 불과한 국내 생식 및 줄기세포 연구 인력의 양성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연구자를 배출할 것이다.
그럴 뿐만 아니라 난치성 세포치료제, 맞춤형 세포치료제 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제약기업 및 벤처와 의료기관의 매출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정재 교수는 “이 밖에도 타 생명공학분야를 포함한 바이오산업의 연계체계가 구축됨으로써, 바이오산업 전반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불임 때문에 고통받은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을 해결하고 국가 전체의 사회적 문제인 출산증대에 이바지할 것입니다.”라며 중점연구소에서 진행되는 연구가 가져올 기대효과에 대해 힘을 실어 설명했다.
연구, 진실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고정재 교수는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과학의 이름으로 증명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를 찾으려면 오랜 시간 같은 연구를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생식의학 관련 전문 연구기관으로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기초의학연구소인 만큼 신뢰성 높은 결과가 중요할 터인데 고정재 교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연구보다 앞서야 할 한 가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진정성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버리지 말고 연구에 임해야 긴 시간의 노력을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게 됩니다.” 진정성 즉 진실한 마음은 고정재 교수가 학생이나 의과학 분야에 몸을 담는 사람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그 이유를 묻자 기다렸단 듯 대답이 이어졌다.
“단 한 가지라도 연구의 과정과 결과에 거짓을 보태는 일은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남들보다 빨리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한 인위적인 조작은 연구원 한 사람의 문제를 넘어 학교를 포함한 연구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이 책임을 공유해야 하는 예민한 문제입니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출산율이 꼴찌라는 발표에 선택에 의한 출산기피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임에 대한 각기 다른 문제의 해결책이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불임 때문에 고통받는 많은 가족이 간절하게 원하는 탄생의 소망을 이루려고 이곳 차의과학대학교 기초의학연구소를 찾는다. 이를 생각하면 진정성은 비단 연구자 개인의 마음가짐만은 아닐 것이다.
이는 연구소의 성과를 넘어 결과적으로 사람을 위하고 나아가 생명의 탄생으로 미래의 시작을 열어주는 과학적이지만 너무나도 인간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이 될 국내 최초 노벨 의학상 수상자 배출의 꿈
이처럼 생명과학 발전을 위한 연구 활동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바탕이 되어 차의과학대학교 기초의학연구소는 교육과학부 지정 중점연구소로 선정되었다. 앞으로 9년간 생식의학과 줄기세포연구 및 인력양상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의료분야의 전 영역에 걸쳐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는 차의과학대학교의 장기발전계획 3대 비전은 생식의학 및 줄기세포연구의 메카, 국내 최초 노벨 의학상 수상자 배출 그리고 세계적 건강종합대학 건립이다. 국내 최초 노벨 의학상 수상자 배출이란 말에 벌써 어깨가 으슥해졌다.
“기초과학연구소에서 활동한 석박사 학생들이 졸업 이후 원하던 곳에 진출해 활발히 활동을 하고 또는 외국에 연구원으로 나가 논문을 발표해 이름을 알릴 때는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까다로운 선발과정을 통과하고 교육과학부의 중점연구소로 선정되어 생식의학과 줄기세포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의 특성화된 우수한 전문인력을 배출하게 될 것입니다.”
지도한 학생이 장래 의과학 분야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길 바란다는 고정재 교수는 수많은 각자의 이유에 따라 가고자 하던 길을 바꾸는 모습을 볼 때는 섭섭함을 감출 수 없다고 한다. 아마도 그가 앞서 걸어온 길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자신의 가르침을 넘어 더 큰 발전과 미래의 의과학 분야를 이끌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스승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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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 일찍 만나는 미래
현재 차의과학대학교 기초의학연구소는 지금까지 진행된 중점연구소의 1차년도 보고를 마친 상황이고,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다시피 3단계에 걸쳐 9년간 진행되는 장기간 연구입니다. 3년 차가 되면 1단계 정식 평가를 받게 되는데 그때까지 우수한 논물과 특허를 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이 가까운 미래의 목표입니다.” 고정재 교수는 미래의 목표를 말하며 꿈이나 소망이 아닌 조금 후에 다가올 현실을 설명했다.
이는 목표를 향한 확고한 의지와 나아갈 길에 대한 스스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차의과학대학교 중점연구소 연구소장 고정재 교수와 연구진이 보여줄 오늘과 미래의 모습에 우리와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듯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0년 9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