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무선통신 인재육성의 메카
인하대학교 무선전송 연구실 김재명 교수
Q. 연구실을 설립하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인하대학교 무선전송 연구실(INHA-WiTLAB)은 제가 2003년 4월에 대학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학교로 오기 전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25년여 연구활동을 했는데 다년간 무선통신 분야를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Realization of wireless world’의 비전을 갖고 설립했습니다.
무선전송을 연구하는 연구실 중에서 단연 최고가 되리라는 진취적인 목표를 갖고 ‘First in Radio Transmission Technology’의 슬로건을 앞세우며 RTT(Radio Transmission Technology)분야에서 모든 대학의 R&D 허브가 될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연구인력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A. INHA-WiTLAB 에는 현재 Post-Doc 1명, 박사과정 6명, 석사과정 11명 총 18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차세대 무선통신을 위한 다양한 무선전송 핵심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원들과 함께 각 기관에서 지원하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 현재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지정한 국가지정연구실 사업(Cognitive Radio: 인지 무선 기술분야), 지식경제부에서 진행하는 UWB-ITRC 사업(Ultra Wide Band: 초광대역 무선통신), 인하대-ETRI Open R&D 연구센터, BK-21 대형연구사업단(물류정보통신 분야) 등에서 무선전송 분야의 핵심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무선전송연구실에서는 어떤 연구가 진행 중인가요?
A. 진행 중인 연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먼저 CR(Cognitive Radio)분야에 대한 연구가 있습니다. 정보통신이 발달할수록 점차 포화상태가 되어가는 주파수 자원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차세대 무선전송 기법인 ‘차세대 무선통신을 위한 CR핵심기술 연구 및 플랫폼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WPAN, WBAN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여기서는 무선기술의 생활화를 위해 근거리통신(WPAN)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초광대역의 주파수대역을 사용하는 UWB(Ultra Wideband) 전송기술을 연구하고 실내 실시간 측위기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RFID/USN, 위성통신분야에 대한 연구입니다. RFID/USN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질 만큼 관심이 쏠리는 분야일 것입니다. 산업 전반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응용하기 위해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특히 물류의 무선네트워크화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더불어 차세대 위성통신 핵심 전송기술 등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Q. 세계 무선전송에 대한 연구상황은 어떠한가요?
A.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무선전송분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CDMA 기술이 상용화되어 누구나 이동하며 전화를 사용하는 이동통신 시대가 열리게 되었고 이제는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고 훌륭한 품질의 통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초고속 무선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WiBro 기술이 상용화되어 언제 어디서나 빠른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핵심기술과 무선 DMB 기술의 핵심기술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장차 무선전송 기술을 확정하게 될 각종 표준화 회의에서 대한민국의 기술력이 세계의 연구자들에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도 2005년 11월 무선인지(CR) 연구를 통해서 IEEE802.22 국제표준화 그룹에 기술문서를 제출하여 발표했으며, 지난해 3월에는 헬스케어등을 위한 WBAN 국제표준화 (IEEE 802.15.6) 작업에서도 새로운 무선전송 기법을 제안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바탕으로 제안기술을 국제표준화하려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Q. 인하대학교 무선전송 연구실만의 특징이나 강점이 있다면
A. 가장 큰 특징은 연구기획단계에서부터 연구 성과물에 대한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해당 시스템은 본 연구실에서 연구개발방법론(Work Method)에 따라 작성한 것으로 모든 연구자가 시스템에 맞게 연구활동을 수행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연구실에서 다년간 쌓여가는 지적 재산의 관리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누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다른 특징은 CR 기반 연구팀과 차세대 무선인프라 연구팀으로 팀이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CR 기반 연구팀에서는 스펙트럼 센싱 기법 연구, 동적 주파수 선택, 전력 제어 연구, 파라미터 최적화 연구와 같은 핵심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차세대 무선 인프라 연구팀은 차세대 무선전송 방식 연구, 인프라 적용 환경 분석을 하며 특히 CR의 핵심 연구 내용을 인프라와 통합 구성하는 연구를 합니다. 이처럼 분야별로 특화된 팀을 운영하여 보다 깊이 있고 특화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무선전송연구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정책지원은 어떠한가요?
A.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술과 연구환경은 세계 그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될 훌륭한 수준이며 특히 IT분야에는 독보적인 기술강국으로 인정받아 많은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국으로 선정되는 위치에 올랐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은 그간 정부의 빈틈없는 기획은 물론 필요한 분야에 전략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이뤄지는 지원의 추세를 살펴보면 IT를 기반으로 한 융합기술과 산업부분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이에 IT 기본기술,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서로 다른 학문이 융합되고 응용되는 기술은 현대기술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기초연구를 뿌리로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기초분야, 원천연구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또한, 지속적인 기술축적과 성장을 위해 고급인력 양성에도 힘을 써야 합니다. 특히 훌륭한 IT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Brain Drain 현상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창의적인 인력을 양성하고 핵심기초기술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기업에서도 원천기술을 확보하여 산업경쟁력을 얻는 것이 최우선시 되는 과제일 것입니다. 이를 위한 정부의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Q. 연구하시면서 보람을 느끼는 때가 있다면
A.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것은 다년간의 연구가 결실을 볼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지 무선기술 분야에서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었을 때,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되었을 때, 연구한 결과가 기업으로 기술 이전되었을 때 등 밤낮없이 고민하며 연구한 결과가 성과로 나타났을 때가 큰 기쁨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각자 원하는 분야로 진출했을 때에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학교에서 갈고닦은 자신만의 특기를 통해서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보노라면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처럼 기술을 남기는 것과 기술 가진 사람을 남길 수 있는 것은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느끼는 자부심이자 특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A. 아무래도 연구실을 설립하고 자리 잡게 되기까지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연구환경이나 연구인력도 그러했지만 어떤 것에 비중을 두며 연구실을 꾸려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었습니다. 이를테면 기반연구에 매진할 것인가 아니면 실적을 위한 연구를 할 것인가의 기로에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물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라 할지라도 학자로서 연구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자칫 교수의 활동 역량이 SCI급 논문을 발표에만 국한되어 평가되고 그리하여 논문발표에만 집중하여 정작 학생들에게는 함께 연구하며 가르쳐주어야 할 것은 놓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SCI급 논문도 저명한 곳에 실으려면 수락되는데 적지않은 기간이 소요됩니다. 일 년 만에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리뷰와 수정을 반복하여 2년여 세월이 흘러야 완성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이 같은 과정을 겪고 연구에 대한 결실을 보는 것이 영광된 일임이 분명하지만, 학생들로서는 논문완성에만 몰두하느라 사회에 진출하기 전 갖춰야 할 기본소양을 습득하지 못하게 될 우려도 있습니다. 과거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때를 돌이켜보면 그러한 사례를 종종 겪곤 했습니다.
학위를 취득하고 사회로 나온 학생들을 보면 현장에서 연구자가 갖춰야 할 기본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교수나 학생이나 오직 논문완성에만 몰두하다 보니 오히려 학위를 얻지 못했지만 2년 먼저 사회로 진출하여 실무를 닦은 학생이 더 큰 능력을 갖추어가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이처럼 학생을 교육하는 기관이라면 재능을 발굴하고 교육하여 성장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러한 과정에 연구에 성과로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포함되는 것뿐입니다.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활용할 수 있는 기본 소양부터 차근차근히 가르쳐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연구자로서 성과를 이뤄가는 것이 바람직한 길이라고 생각입니다.
연구자의 입장과 교수의 입장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고자 다년간 고심하였고, 모두 단계적으로 변화시킨 끝에 현재는 각 분야에서 상당 부분 성취하였고 변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연구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말씀이 있다면
A. 본 연구실에서는 연구원들에게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선 기본에 충실하자는 ‘정도(正道)’입니다. 일부 연구원을 보면 빠른 성과를 내려고 성급한 마음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신 통신기술에만 몰두하여 공부하는 학생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최신기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변화하며 그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샀던 휴대전화기가 올해는 구형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현재 사용하는 통신의 기본기술은 1950년에 개발된 것입니다. 거기에 단계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추가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원칙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본기술이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서 자꾸 최신기술, 응용기술만 쫓다 보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러한 좌절을 겪지 않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기본학문을 반드시 이해하여 충분히 익히고 그다음에 응용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사회에 나오면 모든 연구가 응용하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기본학문도 잘 익히지 못했다면 언젠가는 그 제한된 능력에 바닥이 드러날 것입니다.
두 번째 강조하는 것은 즐겁게 연구하는 ‘창의(創意)’입니다. 연구실에서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하는 곳입니다. 사람 간의 관계가 이뤄지는 곳인 만큼 삭막한 환경보다는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연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나가고 있습니다.
Q. 대한민국에서 ‘무선전송’ 연구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지침이 될 말씀이 있으시다면?
A. Ubiquitous 사회에서는 사람과 사람과의 통신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물의 통신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무선이동통신은 그 도구이자 핵심입니다. 따라서 무선전송 기술은 지속적인 발전이 불가피하며 또한 이와 관련된 기업들도 지속적인 육성이 필요합니다.
이에 학생들은 해당 분야에 투신하여 장기간 IT분야를 연구할 연구자로서 4G와 같은 최신기술과 시스템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기초이론부터 차근차근 쌓아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기반을 잘 닦아 나가다 보면 언젠가 찾아오게 될 기회를 잡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Q. 2010년 한 해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우선 올해는 지금까지 인지 무선(CR)분야에서 연구한 새로운 기술들을 FPGA 보드를 이용하여 에뮬레이터를 구현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가 단지 알고리즘만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환경에서 기본시스템을 구축하고, 최종적으로는 산업계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인해보는 실질적인 연구가 될 것입니다.
또한, 다음 단계인 지능형 인지 무선분야의 새로운 연구를 위한 기획을 시작하여 새로운 이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원천핵심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년간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며 머지않은 미래에 본격적인 연구가 실행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연구 이슈를 찾도록 다른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구상 중입니다.
그리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지금처럼 전문적인 인력을 양성하고 국가의 기술을 발전시키며,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선통신의 기술전도사 역할을 꾸준히 해낼 것입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0년 5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