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우주연구의 중심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우주비행제어연구실’ 박상영 교수
Q. 연구센터를 설립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저희 연구실은 대한민국 우주기술의 태동과 발맞춰 우주개발에 대한 꿈을 가진 젊은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1984년 ‘위성궤도 공학연구실’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래로 25년간 착실히 국내·외적으로 고급인력을 양성하며 인공위성 궤도와 자세 및 위성응용 기술에 대한 연구도 꾸준하게 수행하며 대한민국의 우주개발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2006년에는 한국과학재단(현 한국연구재단)에서 주관하는 기초과학연구사업의 일환인 국가지정연구실(NRL: National Research Lab)로 선정되어 ‘우주비행제어연구실’로 확장 개편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우주기술의 많은 영역을 담당할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며 세계최고의 위성과학 및 위성기술을 연구하고자 합니다.
Q. '우주비행제어연구실'은 어떤 연구를 하는 곳인가요
A. 본 연구실은 위성의 궤도 결정·조정·임무해석 등의 ‘지상관제 시스템분야’와 인공위성의 자세제어·결정 등의 ‘위성체 기술분야’에서 매년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응용분야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는 위성영상처리기술, GPS 위성을 이용한 첨단 자동항법시스템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달 탐사 및 행성탐사 임무설계, 최적비행을 위한 궤적설계기술에 이르기까지 그 분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현재 본 연구실의 주력 연구분야는 ‘위성 편대비행기술’입니다. 인공위성의 편대비행이라 함은 여러 기의 소형위성들이 편대(formation)를 이루어 지구 궤도나 우주공간상에서 간섭계를 구현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서 지상과 우주 관측 시 높은 해상도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며, 지상의 같은 지점을 연속적으로 관측하여 시간의 경과에 따른 관측대상의 변화를 감지하거나 서로 다른 각도의 관측을 통해 3차원 입체자료를 구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술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는 소형위성을 이용하여 기존에 단일 대형위성이 수행하던 임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며, 특히 다수의 위성을 사용하기 때문에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와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최첨단 위성기술입니다. 따라서 ‘위성 편대비행기술’은 기술적·경제적 문제 등으로 제약을 받아왔던 기존의 인공위성산업 분야를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미래기술입니다.
이 같은 기술을 구현하려면 위성시스템 운용의 자동화가 필수입니다. 각각의 위성들이 주어진 우주임무에 알맞은 편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서로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하며 궤도와 자세를 자율적으로 제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위성 간 통신 및 자료처리 시스템이 자동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위성항법기술, 제어기술, 동역학기술, 위성통신기술, 센서와 추력기 기술, 데이터 처리기술, 우주간섭계기술 등이 제반기술이 되어야 합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위성 편대기술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기술 중 위성의 상대위치결정기술, 편대재배치기술, 편대유지제어기술, 위성의 상대자세결정기술, 상대자세제어기술 등의 원천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위성 편대비행기술’은 자원탐사, 재난감시, 기상예보, 인명구조, 3차원 지도제작, 우주과학, 무인항공기 등의 임무에 적용시키기 위해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Q. 국내 우주비행제어기술에 대한 연구상황이 궁금합니다
A. 우주비행제어기술을 위성기술로 확장하여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위성 개발을 시작하여 다목적실용위성 1, 2호와 우리별 위성 1, 2, 3호, 과학기술위성 1호의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으며 이를 통해 과학위성이나 다목적 실용위성급 등 중·저궤도 위성은 선진국 기술 수준의 80% 정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정지궤도 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COMS)이 올 4월 발사에 성공하면 선진국의 85%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며 10년 후에는 선진국의 9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본 연구실도 이러한 기술발전에 발맞춰 지난 25년 동안 인공위성 궤도 및 각종 응용 기술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 저궤도 위성의 고정밀 궤도결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우리나라의 저궤도 지구관측 위성인 다목적 1, 2호의 지상국의 관제기술에 활용된 바 있습니다. 행성탐사 우주선의 궤적 설계와 항행해(Navigation Solutions)결정을 위한 기초기술연구도 수행했으며, 이 기술을 통해 달 탐사 임무설계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필터링 이론, 최적제어 이론, 위성 역학, 위성제어 이론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은 국가지정연구실 선정 후 4년간 편대비행과 관련된 다방면의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지구궤도를 도는 위성들의 편대비행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하드웨어 시스템도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자세제어 알고리즘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하드웨어 테스트베드 시스템이 완성됨에 따라 자세제어와 관련된 연구수행에도 박차를 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세계 유수연구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것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위성기술 연구를 선도하는 연구실로 발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Q. 연세대학교 ‘우주비행제어연구실’만의 특징이 있다면
A. 연구원들이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고, 외국 연구기관과의 활발한 상호교류를 통하여 축적된 서로의 연구역량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긴밀한 협력은 기존의 연구결과를 최대한 활용하여 더 발전한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으며, 연구원 개인들에게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 정신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실이 개설된 이래로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한 연구실 동문이 매년 학교에 찾아와 인생의 선배로서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리를 통해 후배들은 현장감 있는 경험담을 참고하며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생각해 볼 좋은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Q. 세계적인 성과를 위해 정부와 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A. 대한민국은 지난 1996년 무궁화 2호 발사와 함께 우주 개발 선진국 진입을 위한 ‘국가우주개발 중장기계획’을 세웠는데, 2015년까지 총 19기의 위성 발사로 위성기술 세계 10위권 진입과 2010년까지 저궤도 소형위성의 독자개발능력을 확보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구관측, 통신, 해양기상관측 등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이 같은 실용적인 위성개발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과학위성에는 비교적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본 연구실에서 수행하는 위성 편대비행기술은 차세대 위성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개별과제로 신청하고 선정되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현실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꾸준히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통해 지금의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게 되었지만, 선진국의 기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미래성장동력의 선두에 서려면 더욱 깊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인공위성과 관련된 응용 기술들은 실용생활, 과학, 공학, 국가의 국방력과 직결되므로 세계의 우주선진국들은 다른 나라로의 기술 이전을 꺼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성의 실제적인 선진 기반기술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부단한 노력과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합니다. 위성 편대비행과 관련된 기술은 아직 산업적 측면이 학계 연구를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새로 개발된 기술을 실제 우주 미션에서 검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독자적인 우주기술 개발과 고급 인력양성에 대한 연구비 확대와 다양한 연구 아이디어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Q. 연구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A. 국내에 우주기술 연구가 시작된 1984년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순간이 기억에 남고 또한 보람을 느낍니다. 그중에서도 함께 연구하던 연구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이뤄냈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낍니다. 연구실에서도 최우선적인 목표가 연구원들의 장래에 있습니다.
또한,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되었을 때는 그간의 연구성과들이 객관적으로 인정받게 되어서 상당히 기억에 남습니다. 더불어 위성개발과 활용에서 선진 연구소인 독일연방지구물리연구소(GFZ)와 연구 교류를 맺고,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위성개발 업체인 쎄트렉아이 회사와 연구교류를 맺어 저희 연구실의 연구결과가 상당한 수준임을 입증받은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매번 좋은 성과만을 이루고 항상 기쁜 일만 있을 수는 없듯이 연구하면서 어려움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많은 연구원이 지금도 그렇지만, 어려움이 찾아온 순간마다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품는다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정이 있으면 희망이 생기고 희망이 있으면 부단한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매 순간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반드시 찾아오게 될 훌륭한 결실을 그려본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Q. 최근의 불안한 경제상황이 연구실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A. 일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게 되면 다른 연구에 비해 비교적 투자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우주기술에 대한 지원을 고려하게 됩니다. 우주기술 개발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줄어들면 각 연구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장기지원 연구과제를 맡을 확률이 낮아질 것입니다.
본 연구실의 국가지정연구실 지원도 1년 후면 마무리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더욱 훌륭한 성과를 내도록 아낌없이 투신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후에도 그간 구상했던 연구들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기회를 잡을 것입니다.
Q. 함께 연구하는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씀이나 원칙이 있다면
A. 오랜 기간 연구를 지속하면서 저 자신에게, 함께 연구하는 연구원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항상 순수한 마음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소중한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하고, 매 순간 부단히 노력하여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는 자세로 연구에 임하는 것입니다. 항상 이같은 마음을 잃지 않길 소원하고 있습니다.
Q. 우주비행제어 연구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지침이 될 말씀이 있다면
A. 오늘날의 위성기술은 통신, 방송, 항행, 지구관측 데이터의 활용 및 일기 예보 등에 점차 필요한 기술로 인식되어 가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다양한 위성응용 분야의 출현으로 좀 더 생활화된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주개발의 성공은 종합적이고도 전반적인 첨단 핵심우주기술을 자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데, 이는 한 나라의 경제력과 과학 기술력을 아우르는 국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우주개발에 대한 이상을 가진 많은 젊은이들은 꿈과 희망을 키워 국가에서 요구하는 우주기술문화에 창달에 이바지하길 바랍니다.
Q. 2010년 연구실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A. 현재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을 통해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위성 편대비행 역학 및 제어기술이 개발 완료되면, 이러한 기술과 더불어 편대비행에 필요한 통신기술, 데이터 처리기술, 우주간섭계 기술들도 더 개발하고 실제 위성에 구현하여 실용화하는 것이 우리 연구실의 장기 발전 계획입니다.
따라서 편대비행의 제반 기술을 연구한 다음에는 직접 소형 편대위성들을 제작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개발된 위성들을 지구궤도에 띄워서 편대비행을 하기 위한 제반 기술을 실현하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위성 편대비행 기술이 실제로 검증되면 우주과학임무에 사용하고자 합니다. 편대비행 위성을 사용해서 제가 하고 싶은 우주과학에 대한 멋진 연구주제가 있는데, 올 한 해에는 그간 구상해왔던 이 같은 연구주제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것입니다. 그 연구를 생각하면 벌써 즐거움과 호기심이 잔잔한 떨림으로 다가옵니다.
Q. 사이언스21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실용적인 면에서 볼 때 우주기술은 초정밀 가공 및 조립의 첨단기술확보, 고급인력 양성 및 고용창출 등으로 고부가 가치 미래산업을 육성하기에 알맞습니다. 이러한 실용적인 면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가 또 있습니다. 국가안보와 국방력이 그것입니다. 인공위성을 만들어 군사용으로 또는 첩보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으며,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우주발사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은 대륙 간 탄도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우주개발 기술은 국가 안보를 증진시키고 국가위상을 드높이는 기술입니다. 과거에는 땅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이끌고, 근대에는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이끌었지만, 미래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사이언스21 독자들도 대한민국의 우주개발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0년 2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