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열어가는 생명공학을 현실로
한양대학교 ‘단백질 생명공학 기술연구실’ 윤문영 교수
Q. 연구실을 설립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최근 들어서 생명공학(BT: Biotechnology)은 미래를 열어가는 중요한 학문으로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고 이와 관련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국가적인 당면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현상을 설명하려면 근본적으로 화학반응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러한 내용을 다루는 학문이 생화학입니다. 생화학에서는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학생들에게 생명현상에 대해서 분자수준에서부터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나아가서는 이를 질병치료와 건강증진에 응용할 수 있도록 폭넓은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각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특성을 규명하고, 분자가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는데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이해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신기능성 물질의 개발에 이바지할 인재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Q. ‘단백질 생명공학 기술연구실’은 어떤 연구를 하는 곳인가요
A. 본 실험실에서는 생체 내의 화학반응을 조절하는 다양한 단백질 유전자를 재조합하여 대량 생산 및 분리를 유도하고, 이를 활용하여 각자의 역할을 규명하는 전반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생화학적 또는 분자생물학적 기술들을 응용하여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법 개발을 최우선의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질병에 관련된 유전자나 단백질을 이용하여 독창적인 결합방법을 개발하고 있는데,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펩타이드(peptide)를 파지(phage)에 표현하여 선별하는 파지-펩타이드(phage-peptide library)기술, 유전자 조작기술, 단백질 정제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분자생물학적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진행 중인 연구과제를 살펴보면 탄저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펩타이드, 앱타머의 개발, 펩타이드를 고분자에 연결한 새로운 개념의 진단방법 개발을 농촌진흥청의 ‘바이오그린21’사업의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과학재단(현 한국연구재단)에서는 펩타이드를 스크리닝하는 기술의 노하우를 가지고 다양한 암 표지 마커 CD133, CD44, CD34, Bcl-2 (뇌암, 유방암, 혈액암 등)를 인식하는 펩타이드 및 압타머를 발굴하여 암에 대한 새로운 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지원을 받고있으며,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에서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위한 미생물 아미노산 합성과정의 효소를 이용하여 타겟효소 활성 억제 화합물을 선별하고, 해당 유도체의 화학적 구조를 통한 약효점을 분석하여 물질선별을 위한 초 고감도 고속검정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를 지원받아 진행 중입니다.
이 같은 연구 중 생화학적인 연구방법 및 물리, 화학적인 방법을 토대로 생체 고분자 물질의 도입에 따른 저분자 물질(펩타이드, 앱타머 등)의 다양화를 활용하여 진단용 KIT를 개발했습니다. 이는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Q. 세계 각국의 biotechnology 연구상황이 궁금합니다.
A. 급격한 현대사회의 발전에 따라 BT(biotechnology) 기술은 인간의 생로병사는 물론 환경문제의 해결까지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학문이 되었습니다. 이에 성공적인 연구와 산업화를 통해서 미래생장동력산업으로 고부가가치의 신산업을 창출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려는 각국의 연구자들은 생명현상을 나타내는 생체나, 생체 유래 물질 또는 생물학적인 시스템을 이용하여 산업적으로 유용한 제품을 제조하거나 공정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춰가고 있으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BT에 대한 관심은 90년대에 들어와서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이르면서는 그 중요성이 인식되어 정보통신산업과 더불어 본격적인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급부상하게 되었습니다.
생명공학의 최대강국인 미국은 세계최고의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BT 연구를 선도하고 있으며, 90년대 초반부터 ‘Biotechnology for the 21st Century’ 등 다양한 연구사업을 추진하며 그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바이오연구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공동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도 자국의 강력한 산업화 지원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각국 연구자들의 뜨거운 연구열정은 논문발표의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데, 2008년 BT 분야의 SCI급 논문은 2007년에 비해 10% 증가한 약 17만 8천여 편에 이릅니다. 이 같은 논문발표의 증가추이는 매년 10%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2008년 4천3백여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세계의 선진국에 비교하면 그 양적으로는 부족한 수치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의 논문과 비교해도 그 내용은 주목받기에 충분할만큼 훌륭한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대한민국 BT 분야 SCI급 논문 발표량도 전년대비 30% 증가한 수치이고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의 연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세계적인 성과를 위해 정부와 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A.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발표한 ‘2009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배분방향 보고서’에 의하면 2007년 세계 바이오산업의 총 시장규모는 약 455조 원이며, 2020년에는 약 1,0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대한민국 정부도 R&D 예산 중 BT 분야의 투자는 6,342억 원에서 13,019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한 점과 그 투자의 규모를 고려한다면 다른 어떤 분야보다 기초연구에 그 투자를 집중해야 할 것인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관계자들의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연구자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각자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다보니 여느 선진국처럼 연구그룹마다 상호 연대와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기엔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BT 연구가 발전하려면 기초연구의 기반을 먼저 닦고, 타겟 기술을 발굴한 이후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응용·개발에 집중하여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아직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고 학문의 결과는 산업에까지 영향을 끼쳐 결국 바이오산업마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연구 성과를 거두려면 보다 체계적인 정부의 관심과 투자는 물론, 개인 연구자들의 기초분야에 대한 연구에도 투자를 확대하여 고급 연구인력을 육성하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결국 연구에 따른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고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Q. 최근의 불안한 경제상황이 연구실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A. 경제위기로 인해서 연구실이 가장 크게 위협받는 것은 연구비의 조정입니다. 현재 진행되는 연구수준에 비해서 연구비의 상대적 규모는 세계의 선진 연구팀과 비교하여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음에도 경제위기로 인해 연구비의 삭감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연구 자체에 대한 성과는 우수하지만 사업화 단계의 성과는 미흡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결국, 연계 연구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또한, 연구비의 삭감은 국제 교류환경에서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연구기술협력을 수행하는 환경조성의 어려움을 야기하여 활발한 국제교류가 더욱 어려워지는 실정입니다.
Q. 연구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A. 많은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만 그중에서도 다년간의 결실을 맛 보았던 순간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다른 연구자들과는 차별화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한 질병진단 방법은 수년간의 고된 연구과정 끝에 세계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분석화학(Analytical Chemistry)’저널에 게재되었습니다. 이후 세계적인 관심과 집중을 받기 시작했고 국내의 언론매체들에 의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서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옳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고, 이는 밤낮없이 연구를 함께해준 연구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연구라는 것이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기 마련이고 그 결과를 통해서 한 걸음씩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기에,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연구자만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연구실 초기에는 부진한 성과와 어려운 연구 환경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인내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연구했는데, 오히려 그러한 상황을 이겨내고 초심을 지키며 일궈낸 결과라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저널에 소개된 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본 연구실에서 목표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Q. 함께 연구하는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씀이나 원칙이 있다면
A. 본 연구실에는 약 11명의 석, 박사과정 및 박사 후 연구과정의 연구원들이 있습니다. 매번 이야기하지만, 연구 활동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분야이며, 또한 적지않은 실패를 거듭해야 비로소 성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매순간 실패하더라도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잃지 말고, 각자에게 주어진 연구 활동에 매진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반드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며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Q.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30년, 50년 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지
A. 앞으로 바이오산업은 나노기술 등 첨단공학과 바이오기술이 융합된 신규 융합기술분야의 도입으로 새로운 시장의 창출과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의 기회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국내 연구실 대부분은 해당 기술이 가진 잠재성에 비해서 기초연구에 한정된 활동에 그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폭넓은 사고를 바탕으로 좀 더 진취적인 연구에 임한다면 상상 이상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본 연구진이 개발한 다중인식 펩타이드 고분자 (Polyvalent directed peptide polymer)는 현재 기술단계를 향상시킨 것으로 기존의 항체기초 검출시스템이 가지는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나노바이오 융합방식입니다. 이러한 연구기술은 기존방식과 차별화된 독창적인 것인데, 이를 토대로 '진단 KIT'를 개발했습니다. '진단 KIT'를 통해 빠르고 간편한 질병의 진단이 가능하게 될 것이고,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입니다. 해당 기술개발과 연구는 세계의 바이오산업을 선도하게 될 원천기술이 될 것이며, 선진국의 문턱에서 수년간 지체하고 있던 대한민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Q. biotechnology 연구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지침이 될 말씀이 있다면
A. 지금까지의 바이오연구의 모토는 ‘무병·장수’였지만 앞으로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새로운 흐름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세계적인 경향을 선도하기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연구는 물론 현재의 연구에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며,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반적인 학문의 기초가 닦이고 시대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얻고 나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는 자신만의 연구 주제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2010년 연구실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A. 가장 먼저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에 만족스러운 연구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연구결과를 유명저널에 소개하는 것은 물론 지적재산의 기반을 닦아서 연구가 실제 사용될 수 있도록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나노바이오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진단 KIT’의 민감도 및 검출한계를 낮추기 위한 나노입자와 고분자 치환용 다중펩타이드를 이용한 초고감도 진단키트를 개발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박사과정 8기 박혜연 학생이 주도하여 연구하고 있으며 곧 좋은 성과를 이뤄낼 것입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0년 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