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장수연구를 선도하는 연구자
서울대학교 노화 및 세포사멸 연구센터 박상철교수
Q. 연구센터를 설립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노화 및 세포사멸 연구센터’는 한국과학재단의 2002년 SRC(Science Research Center:과학연구센터)로 선정되어 그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노화에 대하여 보다 근본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설립된 본 센터는 노화에 따른 세포기능 변화와 세포사멸 및 조직손상, 기능퇴행 등의 분자기전을 규명하여 노화를 제어하고 예방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기반 지식과 기술을 도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서울대학교는 대학교 자체적으로 ‘노화·고령사회 연구소’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 2006년에 설립된 연구소는 인문대학, 사회대학, 생활과학대학, 경영대학, 자연대학, 공과대학, 의과대학, 치과대학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종합적인 시각으로 노화·고령사회를 준비하며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화 및 세포사멸 연구센터’에서 자연과학기반의 기초연구를 담당하고 있다면, ‘노화·고령사회 연구소’에서는 기초적인 과학연구뿐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의 연구는 물론 그에 따른 다양한 교육과정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노화·고령사회 연구소’는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요
A. ‘노화·고령사회 연구소’는 점차 고령화되어 가는 사회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학문과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종합학술 연구기관입니다. 생활의 질이 발전하고 인류의 평균수명이 연장됨에 따른 인구의 고령화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개인으로는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기의 삶이 구성원들에게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는 성공적인 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많은 연구와 정책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 연구소’는 고령사회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와 문화적 특성, 세대 간 차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노인들에게 질병과 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건강한 노년기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인과 관련된 제반 산업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고령사회에 적응하게 하고 장수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종합적인 전문연구기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노화·고령사회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연구 활동이 궁금합니다
A. ‘노화·고령사회 연구소’에서는 크게 세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노화에 대한 기초적인 학술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연구에는 생의학, 보건학, 인구학, 임상의학 등의 의학적인 연구는 물론 인문, 사회분야의 연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휴먼리서치(Human research)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휴먼리서치는 세포나 동물실험 수준에서만 그쳤던 노화연구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통계청에서 발표된 인구조사자료를 지도 삼아 전국 각지에 있는 장수노인들을 직접 찾아 다니며 자료를 수집하는 것입니다. 100세 노인 가정을 탐방하는 기간만 4년이 소요되었으며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위하여 의학팀, 심리학팀, 영양학팀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을 모아서 ‘한국의 백세인 연구팀’도 구성했습니다.
국내에서 장수인 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는 구례군, 순창군, 담양군, 곡성군 등이 있는데 이중에서도 전라북도 순창군은 최고의 장수지역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0만 명 중 100세를 넘은 이가 21명을 넘는 곳을 장수지역으로 칭하고 있는데, 순창에는 29명에 달합니다. 이 지역의 100세 노인들은 농사일과 운동은 물론, 독서와 사교활동에까지 적극적입니다. 마지못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능동적으로 삶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을 다루는 교육 분야가 있는데,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일 것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교육과정으로는 ‘장수과학 최고지도자과정’, ‘제3기 인생대학’, ‘건강교육’ 등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장수과학 최고지도자과정’, ‘제3기 인생대학’과 같은 정기적인 교육만으로도 매 기수 별로 100명씩 트레이닝 되어 수료시키고 있으며 교육에 참여하는 구성원들도 연구자, 식품관련 종사자, 제약회사 임원, 정치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Q. 고령사회에 따른 산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A. 누구나 생각하고 있겠지만 앞으로 고령인의 숫자는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경제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최근 들어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65세 이상이 이미 5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중국은 60세 이상 노인이 8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외의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노인층에게 필요한 산업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결코 지금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노인용 기저귀나 지팡이 침대의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는 없었던 총체적인 블루오션인 것입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써 영위하는 모든 것으로, 먹는 것, 입는 것, 주거공간은 물론이고 그들만의 문화이상의 것들입니다. 이 산업이 어느 범위로 국한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에, 그 누구도 실현하지 못한 이 같은 산업을 연구하고 제품화 해야 합니다.
고령 선진국인 일본만 보아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압도적인 활발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혹자들은 일본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었으니 고령사회가 아닌 초고령사회를 맞이했다고 합니다. 그에 따라 식품회사에서도 그들에게 맞는 전문 식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화장품 회사에서도 노인에게 맞는 화장품을 개발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머지않아 이 같은 초고령사회를 맞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에 고령선진국의 연구결과와 산업시장에 이끌려갈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전 산업계가 집중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의 고령사회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Q. 세계적인 성과를 위해 정부와 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A. 최근 들어서는 관심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장수과학 최고지도자과정’에 참가하는 구성원들을 보더라도 많은 분야의 기업인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문연구자가 아니더라도 이와 관련된 분야에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관심에 비해서 연구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편입니다. 이는 보건복지가족부도 그러하고 교육과학기술부도 그렇습니다. 국내에 노화와 관련된 직접적인 연구비를 전부 합쳐도 50억 원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미래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할 것이고 국가기술성장은 물론 당장 우리와 관련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적은 것입니다. 이중 10억 원을 SRC 지원으로 본 센터에서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를 다른 대학과 연구기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SRC지원도 내년이면 끝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모든 연구와 산업, 정책이 통합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연구센터 같은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해당 분야별로 관리하며 파트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 위한 통합적인 관리는 물론 다른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프라의 부재는 모든 분야가 각자 활동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더불어서 연구자들은 보다 진취적인 연구 활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노화와 관련된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은 훌륭하게 그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선진국의 연구결과를 보고 베끼는 것에 급급하고 그 결과에 만족하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당장의 연구지원에 대한 성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미래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진짜 연구가 필요한 것입니다.
Q. 연구하시면서 기업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A. 연구팀을 이끈 지 벌써 13년이 되었습니다. 그간에 일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참 많은 순간들이 기억을 스칩니다. 그 중에서도 100세인에 관해 연구한 결과들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최고의 데이터를 자랑합니다. 단지 세포연구와 실험수준이 아닌 사회·생활의 전반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는 어느 한 순간도 쉽게 진행된 것이 없습니다. 주변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아도 전국의 장수마을을 찾아 다니는 것을 보면 많이 힘들어 보인다며 적당히 연구수준만 하라고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그러하겠지만 이러한 모든 것이 즐겁고 좋아서 했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관련된 연구를 하는데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는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늦게까지 연구원들과 연구하고 아침 일찍 나오는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보통 10시에 퇴근하고 아침 6시 반이면 연구실을 찾는데, 오늘도 아침에 나와서 논문을 세 개나 봤습니다. 점점 바빠지기 때문에 이처럼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 연구의 결실은 이미 윤곽을 드러내고 있으며 내년에는 그 결과가 학계에 발표될 것입니다. 노화에 영향을 주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냈으며 조절하는 물질도 알게 된 것입니다. 이미 이 내용이 실린 논문이 심사 중에 있습니다. 함께하는 모든 연구원들이 그러하겠지만 이는 큰 기쁨으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입니다.
물론 노화연구의 특성상 그 결과가 나오기 위해 수년에 걸친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기간조차도 연구원들과 함께 차분하게 준비해서 이뤄낸 결과라 기쁨은 더욱 클 것입니다.
Q. 최근의 불안한 경제상황이 연구실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A. 1997년 IMF때도 그러했고 올해 초의 세계경제위기도 그러했지만 아마 많은 연구자들과 국민들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센터는 다행히도 고정적인 국가연구비를 지원받고 있었던 상황이라 연구진행에 지장이 생길만한 영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SRC(Science Research Center:과학연구센터)사업은 특정한 테마를 갖고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우수연구집단 육성 사업인데 저희 연구센터는 2010년까지 10년간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논문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이뤄낸 성과의 윤곽을 드러나게 하기까지 7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를 1년~2년의 단기간에 끝내야 했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짧지 않은 일정기간의 지원계획이 있었기에 보다 규모 있는 연구진행 기획이 가능했고 함께하는 구성원들에게도 힘을 실어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원기간이 길다고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는 없겠지만 연구자들의 입장에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규모 있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음에 매우 좋은 지원 사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함께 연구하는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씀이나 원칙이 있다면
A. 어디서 전해들은 내용의 논문은 작성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연구일지라도 다른 연구자들이 이미 이뤄놓은 내용을 조금 변형해서 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그래서 회의를 할 때마다 항상 묻곤 합니다. “what's original?”, “what's your idea?” 자신이 진행하는 연구와 실험에 자신이 없고 적당히 진행했다면 이러한 질문에 올바로 대답하지 못할 것이고, 창의적으로 열정을 갖고 연구했다면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실험실에서 이뤄낸 결과들은 작은 것부터가 세계에서 최초이고 최고의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연구원들 각자의 마음에 자부심을 갖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밖에도 'Do your best!' 항상 최선을 다하라는 조언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Q. 세계적인 성과의 연구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지침이 될 말씀이 있다면
A. 항상 나 스스로가 진리라는 생각을 갖길 바랍니다. 스스로 최고가 되어야 할 수 있는 말이 되겠지요. 필요한 것에는 많은 요소를 꼽을 수 있겠지만 창의력과 열정은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없다면 결코 최고가 될 수도 최선을 다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단순히 책을 많이 읽고 실험을 많이 한다고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성과일지라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나만이 할 수 있고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같은 큰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매 순간 쉬지 않고 고민하고 발전하기 위해 전심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항상 과학적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의 말에 이렇다 저렇다 휩쓸리지 말고 항상 논리적·과학적으로 생각하여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투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연구자들이 스스로 서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우선 올해 계획한 일은 모두 마무리 되어갑니다. 책을 내겠다는 계획도 이루어 세 권을 발간했고, 정기적인 교육프로그램도 순탄하게 진행 중입니다. 또한 국제학교에 기조강연을 진행하기도 하고 올해에 10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이렇게 잘 마무리한 만큼 내년에는 연구했던 연구들을 잘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진행 중인 논문이 잘 심사되는 것이 우선이고 2010년 가을쯤에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연구자들과 학술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국제학회를 국내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 학회에선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은 혁신적이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다루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09년 12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