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님 인터뷰] 중앙대학교 화학공학과 우상혁 교수
  • 초흡착 필터 개발로 공기청정 기술의 혁신을 이끌다, 기존 공기 필터의 고질적 한계 극복…효율 극대·수명 2배

  • 공기 필터는 공기조화기와 공기청정기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그 사용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기존 필터는 먼지를 효과적으로 흡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낮은 흡착력은 필터의 성능 저하와 포집된 먼지가 다시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재비산 문제로 이어진다. 공기조화기에 사용되는 필터의 경우 짧은 수명에 따른 잦은 교체로 대량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점도 환경 문제로 제기돼 왔다.
    중앙대학교 우상혁 교수 연구팀은 공기 필터의 흡착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사람의 코털에서 찾았다. 코털을 둘러싼 얇은 점액막이 모세관 힘으로 먼지를 포집하는 원리에 착안해 필터 표면에 얇은 액상막을 형성한 ‘생체모방형 흡착강화 필터’를 개발한 것이다. 해당 연구는 2025년 ‘네이처(Nature)’에 게재됐으며, 이후 대학과 복합문화시설 등 실제 환경에서 실증 연구를 이어왔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2026년 4월 동적 결합 고분자의 특성을 활용해 외부의 물리적 접촉이나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도록 기계적 안정성을 한층 높인 소재를 개발했다. 강력한 입자 포집 성능과 높은 안정성을 함께 구현해 필터 효율을 높이고 수명을 2배 이상 연장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공기정화장치의 전력 소비와 필터 폐기물을 줄일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기정화 기술로의 활용이 기대된다.


    생체모방 흡착강화 필터 개발…연구성과 ‘네이처’ 게재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공기 필터는 미세먼지를 붙잡기 위해 나노뉴턴(nano-Newton) 수준의 약한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에 의존한다. 반데르발스 힘은 분자 사이에서 작용하는 물리적 인력으로 화학 결합에 비해 힘의 크기가 매우 작다. 이처럼 미세한 접착력만으로 먼지를 붙잡다 보니 공기 흐름이 빨라지거나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포집된 입자가 필터에서 떨어져 다시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재비산’이 발생한다. 필터의 안정적인 포집 성능을 떨어뜨리는 고질적인 원인이다.
    낮은 접착력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에는 필터 여재를 더욱 촘촘하게 구성하는 방식이 활용돼 왔다. 체의 구멍을 작게 만들어 고운 입자를 걸러내듯 섬유 사이의 간격을 좁혀 미세먼지를 포집하는 원리다. 그러나 여재가 촘촘해질수록 공기가 필터를 통과할 때 받는 저항인 ‘차압’이 급격히 높아진다. 공기를 통과시키기 위해 공기정화장치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만큼 포집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우 교수 연구팀은 비강 내부에서 점액으로 덮인 코털이 공기 중 입자를 효과적으로 붙잡는 원리에 착안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필터 내부에 얇고 안정적인 액상막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나노뉴턴보다 강한 마이크로뉴턴(μN) 수준의 모세관 힘으로 먼지를 흡착하는 새로운 필터 소재 개발에 나섰다.
    연구의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연구팀은 필터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조직이 아니었기에 학계와 산업계에서 어떤 성능 지표를 핵심적으로 다루는지 파악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했다. 연구실에는 필터 성능을 측정할 평가 장비조차 갖춰져 있지 않았다. 소자의 포집 성능과 유동 특성을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장비를 직접 설계하고 구축했는데, 이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만 약 2년이 걸렸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실제 필터가 사용되는 공장과 건물의 공기조화기 설치 현장을 수시로 방문했다. 현업 엔지니어와 실무진을 만나 기존 상용 필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산업 현장이 필터에 요구하는 핵심 성능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청취했다. 실험실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를 실제 사용 환경과 지속적으로 대조하면서 연구의 방향을 구체화해 나간 것이다.
    “우리는 계면/표면 공학 연구실로서 다양한 소재의 표면에서 발생하는 물리적·화학적 현상을 깊이 있게 탐구해 왔습니다. 특히 윤활제가 도입된 발수성 표면을 연구하던 중 액체를 밀어내는 일반적인 특성과 달리, 수직 방향에서는 매우 강력한 접착력이 나타난다는 새로운 물리적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얻은 원리를 필터 기술에 적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게 됐죠. 이를 바탕으로 2025년 사람의 비강 속 코털과 점액층이 먼지를 효과적으로 포획하는 방식을 모사한 액상막 기반 흡착강화 필터를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흡착강화 소재는 높은 먼지 포집 성능을 유지하면서 통기도 저하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더 많은 먼지를 포집하면서도 필터를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특성을 확보한 것이다. 특히 빠른 풍속에서도 높은 효율을 나타내며, 이미 포집된 먼지가 다시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재비산을 억제할 수 있는 최초의 필터로 보고됐다. 해당 연구 성과는 기존 공기 필터가 안고 있던 문제를 개선한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Nature’에 2025년 6월 18일 게재됐다.

    동적 결합 고분자 특성 활용한 고성능 필터 기술 구현

    2025년 액상막 기반 흡착강화 필터를 개발한 이후 연구팀은 대학과 복합문화시설 등 실제 환경으로 무대를 옮겨 실증 연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과제가 드러났다. 액체 상태의 흡착층이 외부의 물리적 접촉이나 강한 바람에 노출되면 코팅이 변형될 수 있다는 기계적 안정성의 한계였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 액체 코팅 필터의 강력한 접착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자극에 견딜 수 있는 높은 기계적 안정성을 갖춘 소재 개발에 나섰다.
    “물리적으로 안정한 고체가 공기 필터가 사용되는 상온·상압 환경에서 별도의 외부 자극 없이 액체처럼 흐른다는 것은 역설적인 거동입니다. 저희는 이처럼 상충하는 특성을 하나의 소재에 구현하기 위해 동적 결합 고분자 기술에 주목했습니다. 일반적인 가교고분자는 화학 결합이 그물망처럼 단단하게 고정돼 있어 형태를 유지하는 탄성을 가집니다. 반면 그물망을 이루는 결합이 끊어졌다가 다시 연결되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다면 고체의 형태 안정성을 지니면서도 액체와 같은 유동성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동적 결합 가운데 하나인 ‘이민 결합(Imine bond)’이다. 이민 결합은 주로 높은 온도에서 결합 교환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그동안 열을 활용한 고분자 재활용이나 자가 치유 소재 분야에서 연구돼 왔다. 물 분자에 의해서도 반응이 일어나지만 이를 정밀하게 제어하기가 까다로워 전통적인 화학 합성에서는 오히려 물을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연구팀은 기존 접근과 달리, 소재 내부에 남아 있는 미량의 물 분자를 제거 대상이 아닌 결합의 움직임을 돕는 촉매제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고체막을 형성하면서도 내부에서는 동적 결합 교환을 통해 액체처럼 흐르는 차세대 입자 흡착 소재 ‘동적 이민 결합 접착제(Dynamic Imine Bond Adhesive, DIBA)’를 개발했다. 고체의 기계적 안정성과 액체의 유동성을 함께 구현한 DIBA는 강력한 모세관력을 이용해 공기 중 입자를 붙잡는다.
    이러한 특성은 빠른 공기 흐름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DIBA를 적용한 필터는 초속 20m에 달하는 초고속 기류에서도 미세먼지를 효율적으로 포집할 수 있었다. 풍속이 빨라질수록 포집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기존 필터의 문제를 개선하면서 강한 기류가 발생하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정화 성능을 확보한 것이다.
    포집된 미세먼지를 소재 표면에 붙여두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 자발적으로 흡수해 입자를 강하게 고정한다. 이에 따라 강한 역풍이나 물리적 충격이 가해지는 상황에서도 이미 포집된 먼지가 다시 떨어져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재비산 현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포집된 입자가 소재 내부로 흡수돼 조밀하게 쌓이는 원리를 통해 필터 수명을 약 2배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수명이 길어지면 필터 교체 주기가 늘어나기 때문에 플라스틱 필터 폐기물 발생량도 크게 줄일 수 있죠. 아울러 먼지가 쌓이면서 발생하는 차압의 상승을 늦춰 공기정화장치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궁극적으로는 필터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DIBA의 또 다른 강점은 특별한 설비 교체나 추가 장치 없이도 기존 공기 정화 시스템에 즉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실제 공기 필터에 DIBA를 적용한 뒤 국가표준기관에서 성능을 측정한 결과, 산업 표준 필터 등급인 MERV가 기존 6등급에서 11등급으로 크게 향상됐다. 실용화될 경우 대형 건물의 공조시스템과 가정용 공기청정기를 비롯한 실내 공기질 관리 분야는 물론, 높은 수준의 청정 환경이 요구되는 반도체 클린룸과 데이터센터, 바이오 실험실 등 첨단 산업 현장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학교 김채빈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연구 성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2026년 4월 22일 게재됐다.
    “입자를 자발적으로 흡수하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세계 공기 필터 시장에서 기술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소재의 화학적 안정성을 더욱 강화해 가혹한 산업 환경에서도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밖에 완전 생분해가 가능하면서도 높은 필터링 효율을 갖춘 생분해성 필터 개발도 추진하고 있고, 입자가 액상박막에 강하게 포집되는 메커니즘을 보다 세밀하게 규명하는 기초연구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일 껍질을 모사한 하이드로겔 수화표면 개질 기술 개발

    차세대 흡착 필터 개발에 앞서 우 교수 연구팀은 같은 해 3월 하이드로겔의 안정성과 기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표면 개질 기술을 선보였다. 높은 수분 함량을 지닌 하이드로겔을 과육처럼 보호하면서 외부에는 과일 껍질과 같은 소수성 보호층을 형성하는 다층 캡슐화 기술이다.(‘Nature Communications’지 2026년 3월 23일 게재) 
    하이드로겔은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면서 생체적합성이 뛰어나 다양한 연구 및 산업 분야에서 활용된다. 하지만 공기 중에 노출되면 수분이 빠르게 증발해 물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표면에 형성된 수화층도 걸림돌이었다. 물로 덮인 표면 특성 때문에 새로운 물질을 안정적으로 코팅하거나 원하는 기능을 부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연구팀은 액체 방울 표면을 소수성 입자로 감싸 안정화하는 ‘Liquid marble’ 개념에서 해법을 찾았다. 이를 하이드로겔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확장해 표면에 세 겹의 보호 구조를 형성하는 ‘Multi-Layered Marble,(MLM)’ 기술을 개발했다.
    MLM은 하이드로겔 표면에 부착되는 1차 입자층과 그 위를 덮는 균일한 오일층, 가장 바깥을 감싸는 2차 입자층으로 구성된다. 각 층의 역할도 뚜렷하다. 1차 입자층은 친수성 하이드로겔과 오일 사이의 계면을 안정화해 오일이 표면에 고르게 퍼지도록 돕는다. 외부의 2차 입자층은 오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보호막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한다. 수분을 머금은 과육과 이를 둘러싼 소수성 껍질이 안정적으로 맞닿아 있는 과일의 구조처럼, 친수성 하이드로겔 표면에 소수성 보호층을 형성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연구팀은 다양한 종류의 하이드로겔에 이 기술을 적용해 수분 증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했으며, 공기 중에 일주일 이상 방치한 뒤에도 90% 이상의 수분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MLM 보호막을 적용한 하이드로겔 내부에서 배양한 세포 역시 탈수 없이 높은 생존율을 유지했다.
    손상된 보호막이 스스로 복원되는 특성도 갖췄다. 바늘을 이용해 하이드로겔 내부의 물질을 주입하거나 추출해 MLM층에 구멍이 생기더라도 수 초 이내에 다시 복원됐다. 이러한 자가수복 특성을 바탕으로 마이크로 반응기나 세포 저장 시스템 등에 활용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울러 기계적 물성을 거의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유연한 소재의 움직임과 기능이 중요한 소프트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표면이 물로 덮여 있어 개질하기 어려운 하이드로겔에 낮은 표면장력을 지닌 액상박막을 안정적으로 구현한 연구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액상박막은 물론 고분자 필름 등을 하이드로겔 표면에 형성해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하이드로겔과 소수성 물질 사이에서 발생하는 계면 불안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편적인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향후 소프트 로보틱스와 약물 전달, 바이오 저장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연구는 가천대학교 고종국 교수 연구팀, 오사카공업대학(Osaka Institute of Technology) Syuji Fujii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됐다.


    융합·협업으로 연구 영역 넓히는 ‘WISE Lab’

    우 교수가 이끄는 ‘WISE Lab’은 표면을 개질하고 계면에너지를 조절해 기존 기술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문제와 한계를 해결하는 연구에 주력한다. 다양한 표면에서 나타나는 물리·화학적 현상을 이해하는 기초 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개념의 소재를 개발하거나 공정을 설계하고, 이를 여러 응용 분야로 확장하는 것이 연구팀의 주요 방향이다. WISE Lab의 또 다른 특징은 다학제 융합 연구다. 계면 현상은 특정 학문에 국한되지 않고 공학 전반에서 나타나는 기반 요소인 만큼 연구팀 내부의 원천 기술 개발과 함께 화학·재료·기계 등 여러 분야의 국내외 연구진과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각 분야가 직면한 계면 문제에 연구팀의 전문성을 접목하고, 서로 다른 관점과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굴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계면을 다루는 연구 특성상 공동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스템도 있지만, 다른 분야의 연구진과 협업하며 각 영역의 계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그 현상을 분석하는 연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죠. 이 과정에서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문제와 새로운 연구 분야를 접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많아지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영역의 연구진과 협력하며 공동연구의 폭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특히 연구팀은 2019년 독일 막스플랑크 고분자 연구소와 파트너십을 맺고 5년간 공동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신진 연구자 그룹과의 교류가 확대됐으며, 공식적인 파트너십이 종료된 이후에도 당시 구축한 연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공동연구의 범위는 독일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중국의 연구 그룹으로 넓어졌다. 연구원들이 해외 연구 환경을 직접 경험할 기회도 적극적으로 마련한다. 특히 박사과정 학생은 재학 기간 중 최소 한 차례 3개월 이상 해외 연구실에 파견될 수 있도록 지원해 현지 연구 인프라를 경험하고 연구의 시야를 넓히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한국 과학기술의 대외적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독일과 미국 등 해외 학생들이 WISE Lab에 합류해 공동연구를 희망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우 교수가 연구원들에게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새로운 연구’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탄탄한 기초’다.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기존과 다른 연구를 시도하려면 연구자가 자신이 다루는 물질과 현상의 기본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WISE Lab은 연구실 자체 스터디 시스템을 운영하며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갖춰야 할 기초 역량을 체계적으로 다지고 있다. 연구원들은 액체 금속의 물성과 동적 결합 고분자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비롯한 주요 이론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각종 분석 장비의 작동 원리와 미세구조 관찰·분석에 필요한 카메라 광학의 기초까지 함께 익힌다.
    교육 방식에는 연구원 간 지식의 선순환 구조를 접목했다. 새로운 주제의 스터디가 시작되면 우 교수가 초기 1~2회 강의를 맡아 기본 개념과 방향을 짚어준다. 이후에는 박사과정 3~4년 차 연구원이 특정 주제를 전담해 후배 연구원에게 직접 강의한다. 후배들은 연구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체계적으로 익히고, 선배 연구원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던 이론을 다시 검토하고 빈틈을 채울 수 있다. 탄탄한 기초 위에서 새로운 연구를 만들어 내겠다는 WISE Lab의 연구 철학이 교육 시스템에도 그대로 녹아 있는 셈이다.


    연구실의 발견을 세상의 기술로, ‘와이즈앤드이롭’이 잇는 연구와 산업

    2021년 11월 우 교수는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이 논문 속 성과로 남지 않고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실행 허브를 구축하고자 창업에 나섰다. 회사 이름은 ‘(주)와이즈앤드이롭’. 연구실 명칭인 ‘WISE’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의미의 ‘이롭’을 결합해 지었다. 원천 연구에서 발견한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산업으로 확산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겠다는 뜻을 담았다.
    첫 사업화 기술로 선택한 것은 흡착강화 필터(2025년 ‘Nature’지 게재 기술)다. 연구 성과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서울시 테스트베드 사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정부 과제 등을 통해 약 3년에 걸쳐 실증을 진행하며 기술의 신뢰성을 높여왔다.
    “와이즈앤드이롭은 WISE Lab에서 새롭게 개발한 기술이 실제 환경에서 활용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했습니다. 연구실에서 탄생하는 다양한 신소재를 발굴하고 산업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그 첫 번째 아이템이 PRO 필터(브랜드면 ‘AeLF 필터’)입니다. 회사 설립 이후 약 3년간 실증을 진행했으며 현재는 기업연구소 사옥과 전시관 등의 공기조화기에 도입돼 실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AeLF 필터는 강한 흡착력을 기반으로 기존 제품보다 10~100% 많은 먼지를 포집한다. 먼지가 쌓이면서 필터의 기공을 막는 현상은 액상박막이 완화해 필터 수명을 기존 제품 대비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 기공 막힘이 늦어지면서 공기를 통과시키는 팬의 부담도 줄어 전력 소비량을 10~20%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성능 향상은 필터의 교체 주기와 폐기물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필터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전기전자·제약 분야의 클린룸과 데이터센터 등에서는 긴 수명이 경제성과 폐기물 저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AeLF 필터는 높은 필터링 성능과 함께 기존 제품보다 2~3배 긴 수명을 확보한 것이 특징입니다.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 만큼 경제적인 이점이 있으며 필터 폐기물도 절반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필터 사용량이 많은 클린룸이나 데이터센터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연간 수백만 톤 규모로 발생하는 필터 폐기물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구자이자 기업가로서 우 교수가 그리고 있는 방향은 분명하다. 공학자로서는 다양한 표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깊이 이해하고, 미시·거시적 관점에서 기존에 없던 개념의 물질과 새로운 공정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다. 연구실에서 확보한 성과 가운데 산업적 가능성을 지닌 기술은 기업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실제 현장으로 확산하고자 한다.
    그와 함께 놓치지 않는 또 하나의 축은 대학 연구자로서의 역할이다. 학문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자신이 탐구하고 싶은 연구를 이어가는 한편, WISE Lab을 거쳐 간 제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훗날 이들이 서로의 연구와 경험을 나누며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가는 것 역시 우 교수가 그리고 있는 연구실의 미래다.
    보이지 않는 계면에서 가능성을 찾아온 우 교수의 연구는 이제 연구실과 산업 현장이 만나는 또 다른 접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연구실에서 발견한 가능성이 산업으로 흐르고, 그 과정에서 성장한 연구자들이 다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 그렇게 WISE Lab에서 시작된 연구의 파장은 더 넓은 세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6년 10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 글쓴날 : [26-10-12 09:56]
    • 최진민 기자[reporter2@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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