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간 연구의 꿈을 실현하는 연구센터
나노메디컬 국가핵심연구센터
연세대학교 이과대학 물리학과 유경화 교수
의학(medicine)은 인간이 연구하는 학문 중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 분야 중의 하나이다. 본격적인 외과수술이 시작된 계기는 1846년 에테르를 이용한 흡입마취법이 발명되고, 1867년 멸균법에 의한 수술방법이 확립되면서 이루어졌다. 1901년에는 마침내 수술시 수혈을 가능하게 했고 이러한 수술시스템은 현대에도 볼 수 있는 수술실의 형태였다. 이른바 ‘수술혁명’을 이뤄낸 것이다.
21세기를 맞이하는 현대의 기술은 생명과학과 공학기술이 어우러져 과거의 ‘수술혁명’이라 칭하는 개혁을 열어가게 되었다. 이를테면 질병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정상세포에 손실을 적게 하고 수술에서 발생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이 생체분자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된 나노연구의 영향이 컸다.
국내에서는 2004년 12월에 연세대학교 ‘나노메디컬 국가핵심연구센터’가 설립되며 본격적인 연구의 장이 열렸는데, 그 가치를 인지한 많은 연구자들도 전국의 많은 대학과 병원에서 관련된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세계의 연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물론 훌륭한 논문을 발표하며 나노메디컬연구의 발전에 앞장서는 연세대학교 국가핵심연구센터의 유경화 교수를 찾았다.
Q. ‘나노메디컬 국가핵심연구센터’를 설립하게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나노메디컬 국가핵심연구센터’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에서 지원하는 ‘다학제간 연구 및 교육’을 목표로 하는 ‘국가핵심연구센터 사업’에 선정된 것으로 나노메디컬 분야의 융합연구와 국가인재양성을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2004년 12월부터 7년간 진행되는 본 사업은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다학제간 연구를 통한 신개념의 메디컬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난치성 질환을 정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나노기술과 메디컬기술의 융합은 다학제간 연구의 대표적인 예로써 새로운 학문분야 일뿐 아니라 유망한 미래 산업분야입니다. 그에 따라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연구수행과 전문 인력 양성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다학제간 연구를 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학과가 포함되나요.
A. 참여연구원의 소속을 보면 그 범위를 알 수 있습니다. 물리학과, 화학과, 전자공학이나 기계, 신소재공학이 포함되며 메디컬분야에도 암센터에 계신분도 있고, 미생물학이나 분자생물학 연구자도 있습니다. 방사선분자 영상진단, 임상병리학등 이공계열의 거의 모든 분야가 참여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노기술자체도 기초적인 학문이다 보니 환경, 에너지, IT등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는데, 저희 연구센터는 그런 나노기술을 메디컬에 적용하려는 것입니다.
Q. 나노메디컬이라는 단어가 조금 생소한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A. 일반적으로 나노라는 단어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고 메디컬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노메디컬은 단어 그대로 나노기술을 메디컬분야에 적용 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며 예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가령 나노바이오센서를 이용하여 진단을 한다면 기존보다 정밀도나 민감도,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암을 진단 할 때 MRI, CT등을 사용하는데 이에 나노기술을 더한다면 분해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다른 조직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여 선택적인 암치료를 할 수 있게 합니다.
나노기술을 메디컬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인체에 있는 생체분자(biomolecule)자체가 나노물질의 스케일과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단백질도 10nm정도 되고 DNA도 2nm입니다. 인체에 작용하는 의학기술을 보다 작게 하고, 분자레벨로 컨트롤하며 관찰할 수 있다면 좀 더 표적지향적인 치료가 가능하여 실패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Q. 세계적으로 나노메디컬 연구의 상황은 어떠한가요.
A. 국제적으로 나노메디컬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00년 초반부터입니다. 지금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과 유럽에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미래 국가 경쟁력을 갖게 하는 핵심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또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여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비교적 탄탄한 나노연구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에 저명 있는 저널에 발표하는 것은 물론 워크샵이나 심포지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학교에서 처음 시작한 이후로 다른 학교나 병원 쪽에서도 기술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많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세대학교의 경우 지금까지는 논문발표와 산업체 기술이전 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메디컬분야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도출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실험도 해야 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7년이라는 연구기간이 생각처럼 넉넉하지는 않습니다.
Q. 다른 학교와 비교하여 연세대학교만의 특징이나 장점이 있나요.
A. 국내 다른 학교의 경우 의대와 이공계열대학이 같은 캠퍼스에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같은 다학제간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 있다 보니 의견을 교환하거나 회의를 진행하기 용이한 점이 있습니다.
또한 대학원 과정인 ‘나노메디컬 협동과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물리과 학생이 오면 물리에 대한 연구만 진행하게 했는데 나노메디컬 협동과정을 수강하면 연구에 필요한 다른 분야의 공부도 함께 하여 좀 더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게 합니다.
현재 교육과정중인 학생이 30명 정도 있는데 나노계열의 학생과 바이오계열의 학생이 고르게 분포되어있으며 이들에게 'Student awards'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소속의 학생들이 한 팀이 되어 연구제안서를 제출하고 심사하여 우수 팀을 선정하고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인데,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다학제간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정부나 기업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나요.
A. 정부에서 추진한 연구과제에 ‘나노메디컬’이라는 주제를 갖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에도 과제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선진국의 투자규모나 연구 환경과 비교하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국가핵심연구센터가 7년간 진행되는 프로젝트인 관계로 2년 뒤에 이 프로젝트가 종료됩니다. 시작할 때는 다학제간 융합연구를 하는 것이 이같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갖추어진 연구기반을 바탕으로 연구를 지속하면 되지만 교육 쪽은 연구지원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나노메디컬 협동과정에 있는 학생들도 처음에는 많은 학생들이 지원했지만 불확실한 미래 때문인지 지원자가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기업 쪽을 살펴보아도 국내 메디컬관련 기업이 대부분 중소기업이거나 벤처기업으로 그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연구에 필요한 지원도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정부나 기업체에서는 빠른 결과물을 요구합니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경쟁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다학제간 연구이고 미래를 선도해나갈 기술임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진행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관심이 나노나 바이오에서 그린, 에너지로 옮겨지는 것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사업들이 특정분야로 과도하게 집중되기보다는 전반적인 이공계열로 다양화되어 지속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하길 바랍니다.
이외에도 병원에서 임상연구 하시는 분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데 실무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점에 많은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Q. 연구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A. 힘들었던 순간보다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공동연구를 하는데 있어서 서로 원활하게 진행되어 결과가 잘 나오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서로 바쁘다보니 상대방이 원하는 연구의 우선순위를 항상 맞춰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교수님들은 잘 이겨내시는 편인데, 학생들의 경우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고 많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혼자서 연구한다면 금방 끝날 일을 함께하다보니 딜레이 되고 본인의 연구스케줄에도 영향이 생기는 고충을 많이 상담하러 찾아오곤 합니다.
하지만 연구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점이지만 개인이 혹은 한 연구실에서 할 수 있는 연구는 제한되어 있습니다. 다른 연구자와 더불어 하는 연구가 더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고 양질의 결과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다른 연구자와의 커뮤니케이션과 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국내에서 나노메디컬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하여 밑거름이 되고, 다른 연구자들에게 영향을 주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Q. 연구원들을 이끌면서 강조하는 원칙이 있으신가요
A. 연구자들 간의 예의와 윤리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합니다.
연구자들 간의 사고와 아이디어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가 마치 자신이 생각한 것인 양 발표한다든지 연구 과제를 받는 등의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공동연구를 하면서 서로 자기분야가 더 중요하고 주도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각자의 주장만 내세우다보면 중간의 입장에서 난처한 경우가 있는데 이때 각자가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며 스스로 해결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하는데 있어서 이 같은 점을 주의하라고 항상 강조합니다.
Q. 성공적인 나노메디컬연구로 변화될 30년, 50년 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으로 예상하시나요.
A. 전반적인 의료분야가 맞춤형 의료서비스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가령 나노바이오센서의 경우에는 실시간으로 측정이 가능합니다. 현재의 경우 혈액검사를 진행할 때 혈액을 체취하고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며칠을 기다려야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기다림 없이 실시간으로 처리가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항암치료를 할 때에도 가장 큰 문제인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결과를 약속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센터에서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재생물질연구’에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재생의학(regenerative medicine)에 관련된 인공뼈, 인공장기들은 물론 항노화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모든 연구를 함께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은 암과 관련된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암이라는 질병은 조기에 진단되면 예후가 좋을뿐더러 항암치료를 최소화하여 많은 노력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예방까지 할 수 있으니 보다 효율적인 의료서비스가 가능합니다.
10여 년 전에 언급되었던 ‘맞춤형 의료서비스’라는 단어도 당시에는 허황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가능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위에서 말한 기술이 지금당장은 허황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30년, 50년 후에는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Q. 미래에 나노메디컬 연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지침이 될 말씀을 해주신다면
A. 모든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지만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는 전문가가 되어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와 관련된 다른 학문들도 관심 있게 바라보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연구에도 보면 나노연구를 하는 분들도 바이오에 많은 응용요소를 갖고 있기에 보다 폭넓게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위해서 학부생활을 할 때부터 다른 학과의 과목을 들어볼 것을 추천하곤 합니다. 이처럼 학부생활을 할 때 기본적인 학문의 기초를 많이 다져놓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보다 깊은 연구와 더불어 다른 분야와 접목할 수 있는 넓은 사고를 하길 바랍니다.
과거에는 ‘한우물만 파는 것이 최고’라는 이야기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학문추세를 살펴보면 한 우물만을 파기에는 조금 부족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학문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것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고 더불어 연구하는 집단의 다른 전문가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요청할 수 있을 정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두어야합니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어디에 가서 누구에게 요청할지 아는 것은 다학제간 연구를 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큰 힘이 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 없이 여기조금 저기조금 얕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더욱 옳지 않습니다. 자신의 확고한 전문분야가 있으며 다른 분야에 네트워킹할 수 있는 그런 인재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Q. 2009년 연구센터의 목표가 있다면
A.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서 처음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현가능여부를 살펴보는 것을 1단계라고 한다면, 2단계에서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실제 메디컬에 응용하고 산업현장에 적용될 수 있게 하여 가시화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2단계의 움직임을 해나가는 과정이 절대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산업체와 병원들과 더 긴밀한 협력을 통해 반드시 성취하려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글로벌네트워킹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2008년 나노바이오서울이라는 국제심포지움을 실시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훌륭한 학생을 외국의 학생들과 교류하게하고 실제 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인력을 교류시키는데 힘쓰려 하고 있습니다.
현대산업을 선도하는 국가를 보면 과거 신기술을 개발하여 시장을 이끌어간 많은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오늘날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미래를 이끌어갈 산업을 개발하기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관심을 갖고 밤낮으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에서 다시 한 번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나노메디컬과같은 미래지향적인 연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고의 나노메디컬 기술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세계인들의 건강을 약속하는 그날을 생각하게 하는 가슴 벅찬 인터뷰였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09년 6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