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님 인터뷰] 중앙대학교 식물생명공학과 이상현 교수
  • 국산 천연물 자원의 산업적 가치를 입증하다 ‘K-밀크씨슬’ 개발과 자생식물 분석으로 경쟁력 확보

  • 천연물은 인체에 비교적 안전한 장점이 있는 반면, 일정한 생리활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용화의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천연물의 효능평가와 표준화된 분석법을 통해 과학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연구자들이 있다.
    30년 가까이 천연물화학을 연구해 온 중앙대학교 이상현 교수는 바로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천연물의 생리활성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연구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실용적 해석을 통해 천연물 기반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 교수가 이끄는 ‘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는 중소기업을 위한 표준화 분석 지원과 효능평가를 제공하며, 국내 천연물의 과학적 가치를 산업화로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수입산에 의존해 왔던 밀크씨슬의 국산화 연구를 통해 실리디아닌 함량이 높은 신품종 ‘실리퀸’을 개발하고, ‘K-밀크씨슬’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상용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갯기름나물, 현사시나무 등 자생식물을 활용한 연구에서도 항산화·항염 특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며, 국내 작물의 산업적 가능성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국내 재배 실리디아닌 고함유 밀크씨슬 ‘실리퀸’ 개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높은 수요를 보이는 밀크씨슬은 대부분 수입산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이 교수는 밀크씨슬의 국산화 필요성에 주목하며, 국내에서도 고품질의 밀크씨슬이 재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탐색해 왔다. 그는 3년간 경기도 화성과 전라남도 해남에서 총 6개 품종을 대상으로 농업적 형질과 주요 유효성분인 실리마린의 함량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국내산 품종 중 ‘M03’과 ‘M05’는 실리빈 함량이 15% 이상으로 높고, 실리디아닌이 거의 검출되지 않는 특성을 보였다. 반면 ‘M03’과 ‘M05’를 제외한, 대부분의 해남 재배 품종에서는 실리디아닌이 뚜렷하게 축적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특히 ‘M06’ 품종은 실리디아닌 함량이 가장 높았고, 이는 재배 환경이 생리활성 성분의 함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Horticulture, Environment and Biotechnology’ 2024년 게재)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 교수는 국내산 밀크씨슬 중에서도 고유 실리디아닌 성분의 함량이 우수한 자원을 선별해 신품종 ‘실리퀸(Silyqueen)’을 개발했다. 실리디아닌 함량이 높고 항산화·항염 효과가 뛰어난 실리퀸은 식물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한국 재배 품종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K-밀크씨슬’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함께 도입했다. 그는 “K-팝이나 K-뷰티처럼, 밀크씨슬 역시 한국에서 재배된 고유 자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밀크씨슬은 이미 핵심 원료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 재배 기반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늘 우리 연구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고민해 왔고, 그 과정에서 ‘왜 우리는 이런 자원까지 수입에 의존할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밀크씨슬 국산화 연구를 시작했고, 국내 환경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품종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실리퀸입니다.”
    밀크씨슬은 간 건강을 위한 건강기능식품의 대표 소재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4년 11억 5,200만 달러에서 2029년에는 17억 4,93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산 밀크씨슬의 상용화도 주목받고 있으며, 이 교수는 고품질 국산 원료로서 실리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급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예를 들어 밀크씨슬 커피 등 실리퀸을 활용한 다양한 응용 제품을 기획 중이며, 건강식품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자리매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단가 측면에서는 수입산보다 불리한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분 함량에서 차별화되고, 국산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주는 신뢰는 소비자에게 충분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해남은 밀크씨슬 재배에 최적화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어, 대량 생산 체계도 이미 구축해 놓은 상태입니다. 앞으로는 제약회사 및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시장 진입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정량 분석과 유전학으로 본 ‘K-밀크씨슬’의 고부가가치 가능성

    밀크씨슬 신품종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리마린의 성분 구성과 함량 변화에 대한 정량적 분석을 통해 그 치료적 가능성을 더욱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는 5개국에서 수집한 밀크씨슬 종자를 3년간 국내에서 재배해 실리마린의 주요 성분인 실리디아닌과 실리빈 B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특히 이 연구는 실리마린이 단일한 구성물이 아닌, 화합물 간 상호작용에 따라 기능적 특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했다.

    논문은 실리디아닌의 함량이 높을수록 실리빈 B는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하며, 이 상관관계를 통해 고실리빈형(A형)과 고실리디아닌형(B형)이라는 두 가지 뚜렷한 화학형이 존재함을 밝혀냈다. 이 결과는 실리마린 함량이 성분 간 내재적 균형 구조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시사하며, 국내산 밀크씨슬의 생리활성 성분 우수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Scientia Horticulturae’ 2024년 게재)
    “3년간 동일한 품종을 반복 재배하고 성분을 정량 분석하면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실리디아닌과 실리빈 B의 상관관계였습니다. 함량 변화가 유의미하게 반비례하면서, 아예 서로 다른 화학형으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거죠. 이 결과는 밀크씨슬 기능성의 정밀 분석과 프리미엄화에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 발견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지난해 ‘Applied Biological Chemistry’에 게재한 리뷰 논문은 밀크씨슬의 유전학, 유전체학, 생화학적 기반에 대한 연구를 종합하며, 현대 생명공학을 통한 품종 혁신의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다.
    지중해 허브로 잘 알려진 밀크씨슬은 항산화, 항염증, 해독 등의 효능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다. 여기에 더해 COVID-19 대응 등 면역 기능 강화 측면에서의 가능성도 제기되며, 최근 그 수요는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실리마린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한 씨앗은 약용과 유지작물로서의 이중 가치를 지니며, 재배와 활용의 폭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해당 논문은 밀크씨슬의 유전체 연구가 생합성 경로의 해석과 대사물질 생산 최적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힌다. 실리마린의 주요 구성성분을 조절하는 유전적 요인을 규명하고, 다양한 유전자 자원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고함량·고수확 품종 개발의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AI 기반의 페노타이핑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하이퍼스펙트럴 및 RGB 이미징 기술을 활용한 생육 모니터링은 고정밀 작물 선발에 기여하며, 품종 육성과 재배 관리의 효율성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게놈 편집과 대사 공학을 통한 품종 개량의 가능성도 제시된다. 분자 수준에서 유용 형질을 조절하고 확대하는 접근은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신품종 개발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곧 밀크씨슬의 상업적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갯기름나물·현사시나무 등 자생식물로 확장되는 연구 스펙트럼

    이 교수는 한국 자생식물을 활용한 생리활성 물질 연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오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갯기름나물과 현사시나무를 대상으로 한 주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잇따라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갯기름나물(식방풍)은 항산화 효능이 높은 약용식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계통과 생육 시기별로 갯기름나물의 항산화 성분과 생리활성을 정밀 분석한 논문을 ‘ACS Omega’에 발표했다. 총 폴리페놀 및 플라보노이드 함량을 측정하고, DPPH 및 ABTS+ 분석법을 통해 항산화 활성을 평가했으며, LC-MS/MS 및 HPLC 기법을 통해 9종의 주요 성분을 정량화했다. 
    그 결과, 잎 부위에서 항산화 활성이 특히 높게 나타났고, 클로로제닉산이 가장 풍부한 성분으로 확인되었다. 반면, 하이페로사이드와 퓨세다놀은 함량이 낮았으며, 계통에 따라 성분 조성에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한편, ‘Frontiers in Pharmacology’에 게재된 또 다른 논문에서는 현사시나무의 항염증 효과가 조명되었다. 이 교수 연구팀은 해당 식물에서 루테올린 7-O-β-D-글루쿠로니드 부틸 에스터와 크리소에리올 7-O-β-D-글루쿠로니드 부틸 에스터라는 두 가지 신규 플라보노이드를 처음으로 분리했다. 이들이 포함된 에틸아세테이트 분획은 DPPH, ABTS+, •OH, O₂⁻ 등 다양한 활성산소에 대해 탁월한 소거 활성을 보였으며, LPS로 유도된 Raw 264.7 대식세포에서 염증성 매개 단백질(iNOS, IL-6)의 발현을 유의미하게 억제해 강력한 항염 특성이 입증되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100여 종 이상의 식물에서 생리활성 물질을 분리하고, 항산화, 항염, 항암 등의 생물학적 효능을 체계적으로 탐색해 왔다. 그의 논문은 SCI급 저널을 비롯해 국내외 학술지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으며, 천연물 기반 건강기능소재 및 의약품 연구 분야에서 독자적인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자생식물을 활용한 신약 원료 탐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국내 특산식물의 산업적 잠재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천연물 연구의 허브로 성장한 ‘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

    천연물화학이라는 학문과 처음 인연을 맺은 시기는 이 교수가 대학을 졸업하던 1993년 무렵이다. 식물 소재를 활용한 연구가 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다큐멘터리를 접한 그는,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이 분야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직감을 가졌다. 당시 약학계열 대학원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고,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식물성분 분석과 효능 탐색, 건강기능식품의 표준화를 선도하며 국내 천연물 연구의 기반을 닦아 왔다.

    이러한 연구와 현장 경험의 결정체가 바로 ‘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다. 2020년 설립된 이 연구소는 천연물 기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화장품 소재 개발을 위한 고순도 지표물질의 분리·정제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표준화 연구’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중에는 원료 표준화를 하지 못해 제품화가 어려운 곳이 많았습니다. 비용 문제도 있었고, 접근할 수 있는 분석 기관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죠. 그들의 절박함을 여러 차례 지켜보면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연구소는 저의 연구 경험과 기술을 사회에 되돌리는 수단이자, 수많은 기업에 실질적 돌파구가 되고자 시작한 곳입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200곳이 넘는 중소기업과 협업하며, 제품 표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기술적 병목을 해결해 왔다. 최근에는 바이오기업은 물론, 대기업과의 공동 프로젝트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으며, 학계와 정부기관에서도 신뢰받는 분석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정밀 분석과 문제 해결에 탁월한 감각을 지닌 연구자로, 현장에서는 ‘문제 해결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30년에 걸쳐 축적된 방대한 천연물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소는 현재 다양한 천연물 지표물질에 대한 자체 표준품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성분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을 만큼 희귀한 것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처럼 독립적으로 확보된 데이터는 분석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더해 결과 해석과 문제 해결까지 이어지는 통합 역량은 연구소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수는 연구소 설립 과정에서도 ‘이름’과 ‘로고’ 하나하나에 철학을 담았다. 영문 명칭보다 한글 이름이 주는 진정성과 신뢰감을 우선했고, 로고에는 생명과 도약의 상징을 담았다. ‘천연물화학은 인생 그 자체’라는 그의 신념이 시각적으로 녹아든 결과다.
    “연구소 이름은 처음부터 한글로 정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영어가 일반적인 업계 환경이라는 점은 알지만, 우리만의 정체성과 연구 방향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로고 속 점프하는 형상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확장해 나가려는 우리의 미래지향적인 의지를 상징합니다. 천연물화학이 지닌 생명력과 과학의 역동성, 그 두 가지를 함께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연구소는 천연물 소재의 상업화 가능성을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연구자-기업 간 협력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분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화로 이어지는 길목에 실질적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 이 교수의 철학이다. 실제로 수년간 제품 출시를 못 하고 있던 한 기업은 연구소의 개입으로 2개월 만에 표준화 문제를 해결해 출시에 성공하기도 했다.

    향후 그는 이 연구소를 통해 더 많은 중소기업과 청년 연구자들이 천연물 분야에서 기회를 얻기를 바라고 있다. 나아가, 천연물화학의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식물 자원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국내 천연물 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
    “저는 여전히 현장에서 연구를 하고 있고, 기업 대표로서도 소소한 일부터 직접 챙깁니다.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 손으로 끝까지 책임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연구소가 단지 제 이름만 걸린 기관이 아니라, 진짜 필요한 일을 하는 곳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 교수에게 천연물화학은 여전히 ‘기쁨’이다. 자연이 품고 있는 화학적 메시지를 읽어내고, 그것이 인체 건강과 산업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순간마다 그는 연구라는 일이 곧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가장 깊이 있게 드러내는 방식임을 깨닫는다. 바로 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는 그 신념이 구체화 된 공간으로,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데이터,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철학이 응축된 곳이다.


    과학의 결실, 나눔으로 빛을 발하다

    이 교수는 연구소 설립 초기부터 수익금의 일부를 중앙대학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해오며, 젊은 세대의 창의적 역량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 왔다. 매년 1,000만원의 장학금을 발전기금 형태로 전달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한국원예학회, 한국응용생명화학회 등 학술단체에도 기부를 지속하며 연구 기반 확장과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창업 생태계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이 교수는 ‘CAU 스타 오디션’을 기획하고 직접 운영에 참여해 왔다. 학부생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한 기획으로 발전시키는 이 프로그램은 향후 대학원생과 전국 단위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는 젊은 창업가들에게 실질적인 시드머니를 지원하고, 창업-성공-기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정착을 진심으로 꿈꾸고 있다.
    “기부는 마음만 가지고는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돈을 더 벌면 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은 기부를 시작하지 못하죠. 오히려 지금 천원이라도 낼 수 있는 사람이 미래에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작더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꾸준히 실천해 왔고, 이제는 그 흐름이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의 나눔은 오래전부터 가족과 함께 이어져 왔다. 두 자녀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생일 선물 대신 결연 아동 후원을 제안하며, 매달 3만원 중 3천원은 아이들의 용돈에서 직접 부담하도록 했다. 이 소액 기부는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자연스러운 교육의 방식으로 일상에 녹아들었다. “딸이 농담처럼 ‘기부 그만하고 나 줘’라고 할 때면 이렇게 말하죠. ‘너에겐 아빠가 있잖아. 그걸로 충분하지 않니?’”라며 웃어 보인 그는 기부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 아닌, 자연스럽고 진심에서 비롯된 선택이라 강조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그는 ‘좋은 영향력의 확산’을 이야기했다. 창업 경진대회의 전국 확대와 상금 증액, 실제 창업과 연계되는 후속 지원 시스템 구상까지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또한 수익이 늘어나면 기부금 규모를 더욱 늘리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기부는 남을 위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나 자신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길입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건, 제가 여전히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니까요. 제 경험과 기술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그 과정에서 다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의미 있는 삶도 없다고 믿습니다.”
    그의 삶은 마치 조용히 자라난 약초처럼, 오랜 시간을 견디며 자신만의 향과 효능을 품어왔다. 누군가에겐 작은 한 방울이, 또 누군가에겐 간절한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그는 연구하고, 나누고, 다시 또 길을 만든다. 
    자연이 우리에게 그랬듯, 이 교수 또한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삶을 택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모여, 조용히 누군가의 오늘을 지키고, 내일을 견디게 한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5년 5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 글쓴날 : [25-05-13 09:00]
    • 최진민 기자[reporter2@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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