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발한 ‘블루 이산화티타늄’ 촉매제 적용
CO₂는 산업 활동의 부산물로 끊임없이 방출되며,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탄소 포집과 활용(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CCU)이다. 포집된 CO₂를 포집하고, 이를 고부가가치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은 기후 위기 대응과 산업적 활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평가받는다.
CO₂ 분자로부터 탄소 개수가 많은 화합물을 만들어 내면, 그 가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예를 들어, 카본 개수가 1개인 CO₂를 카본 3개짜리 화합물로 변환하면 경제적 이점이 대폭 확대된다. 그러나 CO₂를 포집하는 기술은 어느 정도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순도와 효율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실질적인 산업적 전환점에 도달하지 못한 실정이다. CO₂를 에탄올, 아세톤과 같은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려는 연구가 이어져 왔지만, 전환율이 낮거나 순도가 30~40%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연구팀은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CO₂ 환원 반응(CO₂RR)과 메탄올 산화 반응(MOR)을 동시에 촉진하는 혁신적인 가시광촉매(Ag.W-BTO) 개발에 나섰다.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인 디메톡시메탄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특히 기존 자외선만 활용 가능했던 이산화티타늄을 가시광선까지 흡수할 수 있도록 변형한 ‘이효영의 블루 이산화티타늄’이 사용되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블루 이산화티타늄은 이효영 교수 연구팀이 2016년 세계 최초로 아타나제-루타일 이산화티타늄(TiO₂) 혼합 결정상에서 루타일 한쪽 상만 선택적으로 비결정화한 데 이어 2019년 아나타제 한쪽 상만 선택적으로 비결정화하는 데 성공하며, 제조에 성공했다.
이 촉매는 가시광선을 흡수해 전자와 정공을 생성하며, 생성된 전자와 정공이 남아 있는 결정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분리되어 광효율이 크게 증가한다. 이로 인해 자외선 촉매 대비 더 많은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고, 실내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광촉매 활용 고순도 디메톡시메탄 생산 성공
연구팀은 은(Ag)과 텅스텐(W)을 블루 이산화티타늄에 도핑해 CO₂ 환원과 메탄올(CH₃OH) 산화 사이트를 각각 생성시켜 효과적인 산화 환원 반응을 촉진했다.
광촉매의 작동 원리는 펨토초 과도 흡수 분광법(fs-TA), 실시간 확산 반사 적외선 푸리에 변환 분광법(DRIFTS), 동위원소 라벨링 실험, 밀도 함수 이론(DFT) 계산 등 최첨단 분석 기술을 통해 밝혀졌다.
분석 결과, 메탄올은 광 여기된 홀과 만나 텅스텐(W) 사이트에서 메톡시기(CH₃O)와 수소 이온(H⁺)을 생성한다. 동시에 다단계 양성자 결합 전자 전달(PECT) 과정을 거쳐 CO₂를 포름알데하이드(CH₂O)로 환원하며, 이 두 중간체는 비대칭 C-O 결합을 통해 디메톡시메탄으로 전환된다.
“CH₃OH 산화와 결합된 CO₂ 환원은 다단계 전자 및 양성자 전달 과정이며 디메톡시메탄 형성 과정의 메커니즘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특성화 및 실험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위원소 표지 실험, 현장 DRIFTS 분석 및 DFT 계산과 같은 첨단 분석 기술을 사용해 반응 중간체와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CO₂ 및 CH₃OH가 각각 은 및 텅스텐 반응 부위에서 CH₂O 및 CH₃O 중간체를 생성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중간체는 결합 과정을 거쳐 디메톡시메탄을 생성합니다.”
연구팀이 달성한 디메톡시메탄 선택성 92.08%라는 기록은 이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성과다. 9시간 동안 광 조사 후에도 g당 5702.49μmol이라는 높은 수율을 기록했으며, 희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조건에서 이러한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은 기술적 우수성을 증명한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디메톡시메탄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혁신적 경로를 제시했다. 특히 이산화탄소 환원과 메탄올을 비롯한 다양한 유기 분자와의 결합을 통해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부산물이 거의 없는 고순도 화합물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의 화학 공정이 안고 있는 낮은 효율성과 환경오염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성과가 실용화된다면, 기후 변화 대응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단순히 탄소를 줄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태양 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기술은 에너지 자원 고갈 문제를 완화하고 재생 에너지 활용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입증된 이 기술을 상업적 연속 공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기화학 기반 시스템을 추가 개발 중이며, 대량 생산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태양광 기반 광촉매 공정과 전기화학 공정을 결합해 실내외 다양한 환경에서 CO₂ 전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기화학 공정은 빛의 유무와 관계없이 365일 연속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량 생산의 열쇠로 평가된다.
연구성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2024년 7월 18일 게재되었으며, 이 기술은 글로벌 CCU 상용화 기술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끝없는 기술 혁신, 지속 가능한 세상을 꿈꾸다
연구팀은 친환경 기술 혁신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연달아 발표된 연구는 각각 지속 가능한 염소 생산과 금속-공기 배터리를 위한 차세대 촉매 기술 개발로, 글로벌 환경 문제 해결과 에너지 전환의 핵심 동력을 제공한다.
먼저 연구팀은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염소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백금 이중 원자 촉매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Angewandte Chemie’에 2024년 7월 30일(온라인, 9월 21일 인쇄본)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고가의 귀금속 촉매 의존도를 낮추고, 반응 효율을 극대화하며 기존 염소-알칼리 공정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저비용·고효율의 촉매로 탄소 배출 없이 염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구현했습니다. 이 촉매는 저농도와 고농도 소금물 모두에서 거의 100%에 가까운 선택성을 보이며, 산업적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죠. 탄소중립 실현에 중대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염소는 다양한 화학 공정에서 필수적인 원료로 사용되며, 이번 연구는 탄소 배출 없는 지속 가능한 염소 생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특히 막 기반 플로우 셀에서도 낮은 과전압으로 산업 전류 밀도를 구현해 실질적인 응용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기대가 크다.
또한, 연구팀은 금속-공기 배터리와 연료 전지의 핵심 공정인 산소 환원 반응(ORR)을 위해 주석(Sn) 기반 단일 원자 촉매를 개발하며 또 한 번의 혁신을 이루었다. 이번 성과는 자원 제한성을 극복할 수 있는 주족 원소 기반 촉매 설계를 실현한 것으로, 기존 전이금속 촉매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주석 기반 촉매의 첫 번째 쉘에 축 방향 산소 원자를 도입함으로써 최적화된 전하 분포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로 인해 산소 환원 반응 중간체와의 결합 강도가 최적화되었고, 기존 상용 촉매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주었죠. 무엇보다 뛰어난 내구성은 금속-공기 배터리의 장기적 안정성을 보장하며, 실제 응용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ACS Nano’에 2024년 5월 21일 게재되었으며, 에너지 전환 장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술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2023년 12월 동그라미재단이 주최한 ‘CO₂ to Multicarbon Production Center’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연구의 중요성과 혁신성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동그라미재단은 인류 난제 해결을 목표로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적 기술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며, 연구팀의 프로젝트는 고부가가치 멀티카본 화합물 생산 가능성을 인정받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연구팀은 단일 원자 이량체 촉매 및 단일 원자 이량체의 원소를 조절하는 연구를 진행하며, 높은 선택성을 가지면서 탄소가 2개 이상인 고순도 멀티카본 화합물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구를 위한 에너지 혁명, (주)에코캐탈의 탄소중립 솔루션
2023년 7월, 이 교수가 교원 창업으로 설립한 (주)에코캐탈은 기후 위기 시대의 돌파구를 제시하며 친환경 촉매 기술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고 있는 혁신 기업이다. CO₂를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과 그린 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해 국내외 기업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주)에코캐탈은 설립 초기부터 강력한 비전을 내세웠다. CO₂ 활용 기술에서 사업화가 가능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며, 전 세계가 당면한 탄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해 왔다. (주)에코캐탈이 개발한 전기화학 스택셀 시스템은 CO₂를 활용해 초고순도 멀티카본 화합물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물 또는 암모니아를 원료로 한 그린 수소 생산을 가능케 한다. 특히 상온 상압에서 무수 암모니아 액화 기술 개발을 통해 저전력에서 그린 수소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공정 대비 효율성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기후 위기 시대에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특히, CO₂를 활용한 고순도 아세톤 생산 기술은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12월 17일, 에는 KAIST 창업원이 주관한 ‘2024년 기후테크 전 국민 오디션’에서 스타트업 리그 대상을 수상하며, CO₂ 활용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증명했다. CO₂로부터 99.9% 이상의 초고순도 아세톤을 생산하는 기술은 환경적 가치를 넘어 경제적 실현 가능성까지 제시하며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CO₂를 단순히 포집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생각입니다. 이제는 이를 유용한 화합물로 전환해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주)에코캐탈은 이러한 기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탄소중립 시대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이 밖에도 (주)에코캐탈의 블루 TiO₂ 가시광 촉매는 CO₂ 활용 외에도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 촉매는 실내 환경에서 가시광선을 활용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악취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며, 냉장 보관이 어려운 신선 식품의 유통 기한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촉매를 활용한 필름은 딸기를 냉장 보관 없이도 최대 20일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어 농산물 저장 및 유통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반려동물 패드, 공기 청정기, 식품 저장 컨테이너 등 다양한 상업적 제품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회사는 설립 이후, 2024 드림 첼린지 프로그램을 통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IR(투자자 대상 발표), 2024 이노베이션 리더스 섬미트 프로그램을 통한 일본, 싱가폴, 호주에서의 IR 발표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며, CCU 및 그린 수소 생산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주)에코캐탈이 실질적인 기술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목표는 사람과 지구를 위한 혁신적인 에너지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기술로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해답을 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져 가겠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연구, 가능성의 경계를 넓히다
이 교수의 여정은 과학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그는 연구실에서 시작된 혁신을 사회와 연결하며,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창업과 연구를 넘나들며 구축한 그동안의 성과들은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새로운 길이 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환경 문제 해결의 범주를 넘어 인류가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도전입니다. 이를 위한 기술 개발과 연구는 우리 세대가 감당해야 할 책무이자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연구와 실용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과학자로서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CO₂ 전환 및 그린 수소 생산 기술과 고효율 가시 광촉매 개발은 탄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환경과 산업 모두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가시광촉매(Ag.W-BTO)의 성능과 안정성을 향상시키고, 그린 수소 생산 및 CO₂를 다양한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할 수 있는 다양한 촉매들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낮은 비용으로 그린 수소 생산과 고부가가치 화합물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실용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이 교수의 발걸음은 가능성의 경계를 확장하는 상징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인류의 도전 과제를 정면으로 마주한 그는 과학과 창업이라는 두 축을 통해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의 연구는 기술 혁신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오늘도 쉼 없이 진화를 이어간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5년 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