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태양전지·LED 동시 구현 첨단소재 개발 전 세계는 다양한 첨단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사시대부터 인류의 문명은 새로운 소재의 개발과 더불어 발전해 왔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신소재 개발은 단순히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을 화학적으로 결합해 합성하는 수준을 넘어 혁신적인 전환을 맞고 있다. 태양전지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1세대 실리콘 태양전지가 장악하던 태양전지 산업은 3세대인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의 등장으로 하나의 큰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한양대학교 화학과 최효성 교수와 부경대학교 물리학과 이보람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차세대 태양전지와 발광다이오드(LED)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첨단 단일 소재 개발에 성공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첨단소재는 광활성 반도체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PNC)을 이용해 높은 광발광 효율과 안정성을 구현한 SPLE-PNC 잉크다. 차세대 태양전지, LED, 광검출기 등에 사용되는 광전자소자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PNC 잉크를 한 층씩 여러 번 코팅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PNC 잉크는 빛 흡수 능력이 뛰어나고 광발광효율과 색순도가 높지만, 여러 층을 코팅하는 공정을 거치면 표면결함이 발생해 광전자소자의 성능이 저하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다이페닐프로필암모늄 아이오다이드(DPAI)’라는 화합물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표면결함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SPLE-PNC 잉크는 박막 광발광 효율이 기존 대비 37%나 높아졌다. 특히 구동방식이 반대여서 다른 잉크를 적용해야 하는 태양전지와 LED에 이 잉크를 각각 적용한 결과 태양전지의 광변환효율과 LED의 발광효율을 모두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잉크는 한 번의 코팅만으로 필요한 두께의 박막을 형성할 수 있어 광전자소자 공정을 대폭 간소화시켰다. 이 잉크를 적용한 태양전지는 지금까지 보고된 PNC 태양전지 중 안정성도 가장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첨단소재 개발 기술이 차세대 태양전지, LED, 광검출기 등의 PNC 광전자소자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 기반 잉크’ 개발에 대한 연구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2022년 12월 게재되었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BrainLink/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중견연구/기초연구실) 등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새로운 산화주석 나노입자 합성법 제안 지난해, 연구팀이 거둔 또 하나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꼽는다면 국민대학교 임상규·김형민 교수팀과 공동연구한 ‘차세대 태양전지 전자수송층 산화주석(SnO2) 나노입자의 자가-증강 비가수분해 합성’ 논문이 화학공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되었다는 점이다. 산화주석은 높은 전자이동도, 낮은 합성온도, 우수한 광안정성으로 차세대 태양전지의 전자수송층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합성된 산화주석 표면을 염소(Cl) 등으로 패시베이션(Passivation)하면 전자수송층 표면·계면에서의 고유결함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가수분해 합성법은 물 때문에 반응성 조절이 어렵고, 합성된 나노입자의 결정성 저하로 추가적인 어닐링 공정이 필요하다. 다른 대안인 벤질알콜 이용 비가수분해 합성법 역시 반응 부산물의 제거가 어렵고 패시베이션 효율이 떨어진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tert-뷰틸알콜을 이용한 새로운 비가수분해 산화주석 나노입자 합성법’을 제안했다. 이 반응의 부산물인 염화 tert-뷰틸은 tert-뷰틸알콜과 염소 이온으로 쉽게 전환되는데, 이는 반응의 원료와 Cl 패시베이션에 재사용된다. 이러한 자체적인 자가-순환 합성은 반응의 완결도 향상, 효과적인 반응부산물 제거, 패시베이션 효율 향상 등 기존 합성법의 문제점들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새 합성법으로 만들어진 산화주석 나노입자를 적용한 정구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20.2%의 광전 효율을 기록했으며 70일 후에도 97%의 효율 유지도를 보였습니다. 또한 역구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유기 태양전지에 적용했을 때에도 각각 17.0%와 14.8%의 광전 효율을 달성하는 등 다양한 유형의 차세대 태양전지에 적용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투명 유기 태양전지 세계 최고 효율 달성 이 밖에도 연구팀은 3D 광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반투명 유기 태양전지를 합리적으로 예측해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성능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반투명 태양전지는 건물 및 자동차 유리창의 형태로 태양전지 역할까지 수행하기 때문에 미래 기술 분야에서 관심이 크다. 실생활에서 선팅된 건물 창호 및 자동차 유리의 태양광 투과율은 약 30% 수준인데, 연구팀이 개발한 반투명 태양전지는 이보다 높은 40%의 투과율을 보여주었다. 또한 태양광을 통한 전력 생산율이 10%에 달해, 유리창은 물론 태양전지의 기능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다. 연구팀은 반투명 태양전지의 성능 향상을 위해 ‘은 나노선 투명 전극 개발’에 집중했다. 투과율이 저조한 일반 금속 상부 전극과 달리 은 나노선 투명 상부 전극은 낮은 비용, 낮은 면저항과 용이한 가공성, 특히 높은 투과율 때문에 반투명 태양전지의 유망한 전극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투명 전극을 반투명 태양전지 상부 전극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실험적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화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연구자의 많은 노동이 요구된다. “세계 최초로 3D 광학 시뮬레이션을 도입해 은 나노선 투명 전극의 성능 및 빛의 투과율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에 성공했고, 이를 적용한 반투명 유기 태양전지를 합리적으로 디자인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제 실험에 적용해 세계 최고 성능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3D 광학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확립된 은 나노선 제조 공정 기술은 다양한 조건에서의 성능표를 제시했고, ‘광범위한 반투명 태양전지를 위한 투명 상부 전극 제조법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주)세미엘렉과의 기술이전(기술이전명: 투명 전도성 전극 제조를 위한 Silver nanowires(AgNWs) 코팅 기술)에 성공했다. “반투명 태양전지 분야 연구자들의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 은 나노선 투명 상부 전극 제조 기술력까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이 분야의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져 상용화된 반투명 태양전지를 빠른 시일 내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견연구자지원사업, 에너지기술개발사업)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 한양대학교 교내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김혁 교수, 한국화학연구원(KRICT) 고서진 박사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수행되었다. 연구성과는 2021년 8월 에너지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Advanced Energy Materials’에 게재되며 과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소재와 응용 아우르는 ‘LOVE’ 연구실 최 교수가 이끌고 있는 연구실, ‘LOVE(Lab for Optoelectronic & Versatile Energy Device ; 광전자 및 고성능 에너지 소자 연구실)’의 주요 연구분야는 크게 양자점 광전자소자, 유기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자소자, 기계발광 분야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양자점 광전자소자 분야의 경우 PbS 양자점의 용매 선택성 및 분산도를 조절해 대면적 코팅에 유리한 스프레이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 친환경 양자점의 표면개질을 통한 에너지레벨 조절 및 높은 분산성을 가지는 잉크를 개발해 친환경 양자점 태양전지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외 다양한 양자점 소재들을 합성해 특성을 조절 및 개선함으로써 여러 광전소자(태양전지, 광검출기)에 접목하는 연구도 함께하고 있다. “유기 태양전지는 친환경적이고 비용이 저렴하며 가공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상용화될 만큼 효율이 좋지 못해 효율 개선을 위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실에서는 유기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Donor polymer, Non-fullerene acceptor, Surface modifier 등을 디자인하고 합성해 새로운 유기소재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죠. 또한 건물의 유리창(BIPV), 자동차 유리(AIPV)에 적용되는 고투과도 및 고성능 반투명 태양전지를 비롯해 고성능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발광 물질로 결함이 적고 색순도 및 양자 효율이 우수하며 나노결정 크기 및 할로겐족 원소를 조절함으로써 밴드갭 조절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차세대 발광체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다. 이에 연구실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박막과 나노결정을 합성하고 있으며 페로브스카이트를 합성할 때 전구체의 비율을 조절해 원하는 조성의 페로브스카이트를 형성시킨다.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은 고온에서 전구체를 빠르게 주입하는 Hot-injection 방식을 통해 합성을 진행하고, 여러 번의 정제과정을 거쳐 합성된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은 우수한 발광 특성을 나타내며 여러 광전자 소자에 응용 가능하다.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 뿐 아니라 전자 및 정공수송층을 증착하고, 열 증착법을 통해 금속 전극을 증착하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및 LED가 완성됩니다. 이렇게 제작된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자소자는 높은 광전변환 혹은 발광효율을 보여 차세대 광전자 소자로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기계발광은 외부 물리적인 자극에 의한 형광체의 자체발광 현상이며 외부 고분자 매트릭스와 내포되어 있는 Core@Shell 구조의 마이크로미터 크기 형광체 상호작용으로 발생한다. Core 소재와 lon dopant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컬러 스펙트럼을 형성할 수 있고, 외부자극에 의해 Core 형광체의 표면에 코팅되어 있는 Shell 소재와 외부 고분자 매트릭스의 마찰전기장 형성을 통해 기계발광을 유도한다. 또한 고순도의 색 표현을 위해 다양한 양자점 형광재료와 하이브리드 시스템 구성이 가능하며 양자점을 활용한 기계발광 현상은 더욱 균일하고 순도 높은 발광을 보여준다. 기계발광 미래소재는 자연에서 발생되는 진동과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차세대 발광체로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연구실에서도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연구실은 주요 연구분야별 5~6명의 연구원들이 팀을 구성해 총 4팀, 23명의 연구원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소재 개발과 응용을 아우르며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보통 소재면 소재, 응용이면 응용만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우리 연구실은 소재와 응용 두 가지를 모두 한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만들고 이를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죠. 이를 위해 기업에 기술이전하는 것은 물론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등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연구실에 머물지 않고 실제 현실에서 활용될 수 있게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활발한 공동연구 통해 시너지 효과 창출 2016년 3명에 불과했던 연구실 규모는 6년여 만에 23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연구실 초기 2~3년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 교수는 적극적으로 공동연구를 추진하며 난관을 타개해 나갔고, 빠르게 연구실의 규모를 키우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9년과 2020년 2년간 한양대에서 선정하는 ‘최상위논문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 HCR)’에 선정되었으며 2016년부터 현재까지 한양대 우수신진연구자로 7회 수상하는 이력을 남겼다. 이처럼 빠르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최 교수는 소통과 협력의 연구문화,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공동연구를 꼽았다. “우리 연구실에서 수행하는 연구 주제들은 전 세계적으로 공동의 관심 하에 경쟁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보다 가치 있는 연구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별 국내외 전문가들과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죠. 또한 이를 통해 연구원들은 다양한 연구환경을 접할 수 있고, 자신감과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공동연구를 통해 외적으로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결과 산출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꾀하는 동시에 내적으로는 학생들이 다양한 연구를 경험함으로써 자신감과 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앞으로도 연구자들과의 공동연구, 기업과의 협력, 스타트업 창업 등을 통해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새롭게 개발한 소재나 플랫폼들이 일상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해 결실을 맺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언제나 일희일비하지 않는 자세로 큰 울림을 전하고 있는 최 교수, 대한민국 과학계를 빛낼 그의 찬란한 행보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3년 5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