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은 인간이 느끼는 감각의 87%를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요소이다. 따라서 무언가를 ‘본다’는 인간의 행위가 이어지는 동안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분야 중 하나이며, 동시에 기술의 발전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 분야이기도 하다. 조성근 박사는 점점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투명 기체 차단용 필름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체 차단성뿐만 아니라 기계적 유연성을 갖춘 디스플레이용 기체 차단 필름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플라스틱 필름에 특별한 기능을 더하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솔루션센터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조성근 박사는 오랜 기간 기업에서 제품 개발에 집중하다 10년 전부터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는 고기능 코팅필름과 관련된 기술연구를 포함하여, 롤투롤(Roll to roll) 박막코팅이 가능한 개발용 대형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통해 기업들의 관련기술 개발 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조 박사가 기업 연구소에서 처음 담당했던 아이템은 촬영용 캠코더에 사용되던 8mm 비디오테이프였다. 아날로그 방식의 제품이긴 했지만, 자성입자의 분산과 코팅액 제조를 위한 배합기술(Formulation), 기재필름, 코팅, 칼렌더링(Calendering) 기술 등 수많은 기술이 접목된 제품으로, 이때의 개발 경험은 조 박사가 자연스럽게 필름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국내 평판 디스플레이의 발전과 함께 광학필름 개발에 참여하며 전자파차단 소재, 투명전도성 필름, 오염방지 코팅 등 여러 형태의 제품개발과 사업화 경험을 쌓았다. 지난 2010년에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준비하던 ‘테스트베드’ 사업 구축을 위해 합류하여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다.
조 박사의 주요 연구 분야는 플라스틱 필름 기재 위에 기능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박막 설계 및 형성이다.
“최근 5년간은 차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투명 기체 차단용 필름을 롤투롤 연속 공정을 통해 대면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기초 및 응용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사용 가능한 하이 배리어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차단성과 유연성뿐만 아니라 투명성까지 만족하는 유기 박막과 무기 박막이 필요하게 됩니다. 따라서 저희는 이런 코팅소재의 배합기술 개발과 함께 박막의 조성을 제어할 수 있는 여러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솔루션센터는 클린룸 안에 스케일업 평가가 가능한 파일롯 규모의 롤투롤 습식코팅장비, 스퍼터, 화학기상증착장비와 같은 3대 공정 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또한 코팅개발에 필요한 20여 종 이상의 소형 개발 장비와 분석평가 장비들을 구비하고 있다. 이런 우수한 장비 인프라와 공정기술 노하우는 조 박사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에 필수 ‘기체 차단용 필름’
현재 조 박사는 기체 차단성이 높은 필름 제조방법을 연구 중이다. 기체 차단성이 높은 필름 기술은 OLED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 병행 연구되기 시작했다.
높은 배리어성을 담당하는 무기막은 스퍼터링과 CVD를 거처 최근엔 ALD(Atomic layer deposition) 공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고, 이런 무기막을 대면적화할 경우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핀홀 불량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유기막도 기체 차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 위치한 홀스트센터의 경우, 증착속도가 낮은 ALD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spatial ALD’ 기술을 개발했고, 국내에서는 롤투롤 스퍼터링 공정과 용액코팅 공정을 이용한 배리어 필름이 QD(Quantum Dot) 시트가 채용된 디스플레이에 적용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폴더블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대가 시작되었고, 노트북과 태블릿 PC 등 더 큰 면적의 유연 디바이스들이 개발되고 있어 기체 차단막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폴더블 스마트폰 제조를 위해 디스플레이 패널의 제조단계에서 TFE(Thin Film Encapsulation) 공정을 도입하여 유무기 다층막을 직접 형성하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고, 전반적으로 두께를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롤투롤 공정을 활용하여 고기능 플라스틱 필름의 공정연구와 기업지원을 수행하던 조 박사는 첨단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기체 차단용 필름의 중요성과 발전 가능성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차단용 필름 개발을 위해 실리콘이나 알루미늄 기반의 산화막들이 주로 연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저온에서 성막할 경우 높은 기체 차단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달성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 실험실용 장비를 활용한 기초 연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화학소재솔루션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롤투롤 PE-CVD(Plasma Enhanced Chemical Vapor Deposition) 장비의 경우, Si 유도체를 활용한 기체 차단용 박막 형성에 적합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고, 그동안 주된 연구범위였던 용액코팅 기술과 접목하여 하이브리드 다층막을 형성할 경우, 기체 차단용 필름 개발을 위한 높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적 공정개발 인프라와 축적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박막의 물성을 분석/제어하고, 레이어를 최적화함으로써 빠른 미래 지향적 제품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연구를 시작했다.
특히, 플렉서블 디바이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소자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고분자 필름과 같은 유연한 재료들은 글래스 기판과는 다르게 대기 중에 존재하는 수분과 산소 같은 가스들이 쉽게 투과된다.
“투과된 가스들은 OLED 또는 태양전지의 활성층을 손상시켜 불량을 유발하고 최종적으로 제품의 수명을 급격히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연한 디바이스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사용되는 필름 소재의 높은 기체 차단성이 요구되고, 특히 응용되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높은 광학적 투과율과 함께, 굽힘과 같은 외부 응력에 견딜 수 있는 기계적 유연성이 필요하게 됩니다.”
개발된 필름, 기체 차단성·유연성 높아
기체 차단용 필름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 폴더블/롤러블 기기와 웨어러블을 포함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와 센서 분야에도 필수적으로 채택되어야 하는 부품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식품 또는 전자 소자의 유통 및 장기보관을 위한 포장용 필름 분야에서도 사용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의 기술 장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첨단기술 확보가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조 박사가 개발한 기술은 마이크로웨이브를 파워소스로 하는 PE-CVD를 이용하여 질화 실리콘 박막의 조성을 대면적으로 최적화한 기술이다. 박막 내의 Si-N, Si-H, N-H 결합비율을 조절하고, 박막 내의 수소함량을 최적화하여 광투과율과 WVTR(Water vapor transmission rate)로 평가되는 기체 차단성이 매우 우수한 박막을 저온에서 대면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개발된 기체 차단 필름은 일반적인 무기 박막필름과 달리 높은 기체 차단성과 동시에 기계적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기존 상업화를 위해 오랜 시간 시도되었던 스퍼터링 박막과는 다르게, 비정질(Amorphous) 질화실리콘 필름 자체의 파괴 곡률반경이 2mm 이하로 뛰어난 유연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폴더블, 롤러블의 형태가 요구되는 플렉서블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필름입니다.”
이런 박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박막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플라즈마 소스의 종류와 강도, 투입가스의 종류와 양, 공정압력, 두께 등 복잡한 공정조건들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기재로 사용되는 필름의 전처리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조 박사는 기술개발에 사용한 롤투롤 PE-CVD 공정 자체가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까닭에 많은 시행착오와 실험을 거친 끝에 제품화에 필요한 여러 물성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조 박사는 앞서 설명한 기술을 바탕으로 PE-CVD 공정을 이용하여 SiNx, SiOxNy, SiOF와 같은 다양한 무기막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습식코팅을 이용하여 높은 차단성과 밀착성이 우수한 고밀도 유기막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 단순히 유기/무기 1pair로 WVTR (Water vapor transmission rate)이 10-4g/m2·day 수준을 달성했으며, 90%대의 높은 광투과율과, 내부 응력을 조절하여 플렉서블 소자에 적합한 높은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조 박사가 개발한 이러한 기술들은 최근 본격적으로 상업화가 시작되어 다양한 형태의 응용제품이 개발되고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TFE(Thin film encapsulation) 형태의 공정을 활용하여 내재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노트북 PC나 롤러블 형태의 다양한 대형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에서 패널 보호용과 커버 필름용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에너지 및 환경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유연 태양전지와 필름형 스마트 윈도우에도 꼭 필요한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롤투롤 공정을 통한 필름형 ‘스마트 윈도우’* 개발 중
조 박사는 현재 기체 차단용 필름과 관련해 더욱 발전된 특화 기술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질화실리콘 박막과, 나노세공체를 이용한 유기막 형성기술, 포뮬레이션 및 정밀공정 제어기술 등의 개별 기술을 발전시키고, 개발 중인 폴리실라잔을 이용한 무기막 전환기술, 불화실리콘을 이용한 박막과 같은 신기술과 연계하여 용도별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기체 차단 필름은 미래형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의료용, 포장용 등 다양한 시장에서의 활용도가 매우 높은 만큼, 기술 혹은 제품을 필요로 하는 수요처의 니즈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기체 차단 필름 전용 솔루션 기술을 구축할 예정인 것이다.
조 박사는 이 외에도 에너지 저감을 위한 스마트 윈도우에 관심을 갖고, 롤투롤 공정을 통한 필름형 ‘스마트 윈도우’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조 박사는 그동안 국내 최고 수준의 롤투롤 코팅기술을 바탕으로 변색물질 및 전해질, 투명전극을 균일하게 코팅할 수 있는 공정기술을 축적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고분자 전해질을 중심으로 한 코팅필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조 박사는 “아직 자랑할 단계는 아니지만 여러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어 빠른 시간 내에 소개할 수 있을 듯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코팅층의 Formulation 조절과 공정 연구를 통한 점접착 코팅과 다양한 고기능 코팅필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조 박사는 이런 다양한 연구활동 외에도, 화학소재솔루션센터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코팅공정 기반 테스트베드’를 주도적으로 구축하고, 현재 실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화학소재솔루션센터의 장비 인프라 및 공정기술 노하우를 활용하여 공정개발 지원과 기술자문을 통해 기업의 제품 사업화 활동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9년도에는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는 국내 연구기관 및 기업들과 뜻을 모아 ‘차세대 전기변색 기술교류회’를 창립했다. 기술교류회는 5개의 분과로 나뉘어 다양한 협력 연구를 통해 새로운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고, 조 박사는 이 교류회에서 공정분과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가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소재, 부품, 장비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연구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산업통상자원부의 융합얼라이언스 사업으로 진행 중인 화학분야의 테스트베드 장비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신속히 안정화하여, 국내외 사업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중소, 중견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저희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겠습니다.” 조 박사는 이렇게 포부와 다짐을 밝혔다.
* 스마트 윈도우(Smart Window)란 외부에서 유입되는 태양광의 투과율을 자유롭게 조절하여 에너지 손실을 줄임과 동시에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켜 사용자에게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여 감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윈도우를 말한다.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미래형 기술로 자동차, 버스, 항공기, 기차 등 수송분야 뿐만 아니라 주택 및 인테리어 등 건축분야,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정보표시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0년 1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